[사설] 신학대학원 동기회가 과연 이렇게 해도 되는가?
이번 기독교보(2016년 6월 18일 토요일 발행) 4면 하단에 고려신학대학원 34회 동기회 일동(회장: 박삼우 목사) 이름으로 광고가 실렸다. 의도적인지는 모르겠으나 거기에 실린 동기생 이름의 면면을 보면 누가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는 분들이다.
특히 본 광고는 이 신문을 읽는 모든 독자나 고신 교단의 전체 교인이 아니라 오는 9월에 예정되어 있는 제66회 총회 총대 목사 장로에 국한시켰다. “존경하는 제66회기 총회 총대 목사님 장로님!”이라고 하였다.
광고의 내용을 보면 첫째는, 작년에 제34회 동기회가 만장일치로 총회의 부총회장 후보로 김상석 목사를 추대하기로 뜻을 모았는데 안타까운 실수로 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하지 못한 것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는 것과 둘째는, 김상석 목사가 부총회장 후보로 당선될 경우를 염두에 두고서 “비록 현재 부총회장과 기수가 바뀌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질서를 잡으면 좋은 전통을 세워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 감히 글을 올립니다”라는 점을 강조하였다.
특정 부총회장 후보 지지를 위해 특정 집단이, 그것도 신학대학원 동기회의 이름으로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 물론 이 광고가 총회선거조례를 위반한 것은 분명히 아니다. 총회 선거조례 6장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를 보면 입후보 등록 일부터 선거 완료시까지 선거와 관련된 행위 즉 접대, 기부행위, 상대방 비방, 유인물 배포, 각종 방문, 인터넷 언론사 광고, 집단 결의를 할 수 없다고 하였기 때문이다(15조). 특히 규정한 기간에 집단적인 결의를 할 경우에는 관계자를 해당 당회나 노회에 통보하여 시벌토록 한다고 총회선거조례 시행세칙은 정하고 있다(8조).
본 광고는 총회선거조례가 규정한 기간보다 앞서 나온 것이기에 법적으로는 아무런 하자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법적인 문제를 넘어 과연 신학대학원 특정 동기회의 이름으로 이런 식으로 특정 동기를 부총회장 후보로 지지를 하는 것이 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선하고 참되고 옳은 것인지, 이 행동이 진정 교회를 세우는 일인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동기회 이름으로 특정 동기의 부총회장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동기들의 이름과 지위와 명성을 이용한 명백한 선거운동이요 나아가 다른 후보와 그를 지지하는 자들에 대한 일종의 압력이라고 할 수 있다. 신학대학원 동기회가 과연 이런 일을 해도 되는 것일까? 총회선거조례에는 총회 임원 후보자의 자격 중에 소속 동기회의 동의라는 것이 없다. 언제부터 심심찮게 신학대학원 동기회의 이름으로 총회 임원 선출을 위한 선거운동을 하는 경우를 보고 있다. 심지어 한 동기회에서 후보자가 2명이 나와서 동기들이 나뉘는 것도 보았다. 언제부터 신학대학원 동기회가 정치단체와 압력단체가 되었는가?
기독교보에 실린 지지 선언 중에는 “비록 현재 부총회장과 기수가 바뀌긴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새롭게 질서를 잡으면 좋은 전통을 세워갈 수 있으리라 기대하면서..”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대체 무슨 말인가? 실로 자기모순을 가진 주장이 아닐 수 없다. 이들이 지지하는 동기 후보가 현재 부총회장보다 기수가 낮아서 비록 선배가 먼저 하고 후배가 나중에 하는 선후배 질서가 뒤바뀌었지만 이번만은 예외로 하고 다음부터는 이 선후배 질서를 바로 잡자는 주장으로 들린다. 우리가 제시하는 후보보다 후배에 해당하는 이는 입후보하지 말라는 뜻으로 들린다. 선배가 먼저 하고 후배가 나중에 하자는 주장도 가당찮게 들리지만, 지금까지는 질서가 바로 잡히지 못했지만 이번만은 예외로 하고 앞으로는 새롭게 질서를 잡자는 말은 무슨 논리인지 알 수 없다. 과연 이런 논리가 총대 뿐 아니라 전국교회의 독자에게 설득력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아니 설득은커녕 조소거리가 될지 않을까 염려스러울 따름이다.
신학대학원 동기회는 순수한 친목단체라 할 수 있다. 같은 기간에 신학을 수학한 동일한 경험으로 인하여 졸업 이후에도 서로 격려하고 위로하는 귀한 교제 공동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동기회가 특정 후보자를 지지하면서 정치적인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본래 그 목적의 순수성이 변질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의 통합을 깨뜨리는 집단이기주의의 한 형태인 지연(地緣)과 학연(學緣)이 사회갈등의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하나님 나라를 구하는 교회가 이를 극복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부추겨서야 되겠는가?
앞으로 신학대학원 동기회나, 나아가 교단의 유관 기관과 단체가 법적으로 하자가 없으면 언제든지 이런 형태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실례를 보여주기라고 하는 것일까?
이렇게 총회의 고유 직무를 수행하는 것보다는 총회 임원 선거에 더 치중하는 현실은 바람직하지 않다. 총회가 여러 차례에 걸쳐 총회 선거 제도를 보완하기 위해 이런 저런 조치도 취하고 조례도 만들지 않았는가? 총회를 책임지겠다고 하면서 특정 신학대학원 동기회의 지지성명을 통해 총회 임원 선거를 가열시키는 것은 총회에 큰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이번 제34회 동기회의 지지선언은 김상석 목사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총회 임원회와 총회선거관리위원회에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지지를 선언하는 일시가 비록 규정한 기간에 해당하지 않아서 법과 형식에서는 하자가 없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미치는 파장을 고려하여 총회 임원 선거를 과열시키는 이러한 행위를 금지하는 조처를 단호하게 취할 수 있기를 요청한다.
기독교보는 이런 유의 광고를 실을 때 보다 신중하기를 바란다. 교회의 신문인 기독교보가 신학과 신앙의 원리를 살피지 않고 광고를 내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기독교보의 주 독자요 후원자인 전국 교회의 성도들에게 더 이상 실망을 끼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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