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성찬상을 모독하지 마라
성찬은 세례와 함께 기독교회의 두 성례 중에 하나다. 성례는 그리스도께서 친히 제정하셨다. 성례는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죽으심과 부활에 기독교인들을 동참시켜 주시는 것이다. 기독교인은 세례를 통해 태어나고, 성찬상에서 먹고 마시며 살아간다. 세례는 한 번만 받지만 평생 효력을 발휘하는데 성찬은 자주 받고 누린다. 이를 통해 우리를 주님의 백성으로 살아가게 하신다. 이 두 성례, 세례와 성찬은 말씀과 더불어 기독교회의 은혜의 방편이다.
성찬상의 떡과 잔은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보여준다. 우리를 위해 죽으시고, 우리를 위해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성찬상에서 자신을 주신다. 기독교인은 성찬상에서 그리스도의 전부를 받는다. 누군가의 말대로 먹고 마신 것은 반드시 몸의 일부가 된다. 기독교인은 그리스도를 먹고 마시면서 그리스도께 속할 뿐만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기독교인을 통해 나타나신다.
어느 신학교에서 신학교 경건회 때 성찬식을 할 수 있느냐로 논쟁한 적이 있다. 대부분의 신학교에서 성찬식을 시행할텐데 그 신학교는 이것을 가지고 논쟁했다. 그때 신학교는 치리가 없기 때문에 성찬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성찬은 지역교회에서 시행해야 한다. 성찬은 치리없이는 시행될 수 없다. 성찬은 개인이 행할 수 없고 가정행사나 연합모임에서 행할 수 없다.
성찬상, 즉 식탁에서 떡과 잔을 받아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세례받은 사람이다. 세례받은 이라고 하더라도 자신을 살피지 않고 먹고 마셔서는 안된다. 주님의 몸과 피에 대해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고전 11:27). 교인들은 자신을 살펴야 할 뿐만 아니라 치리회인 당회는 교인들이 거룩한 상, 거룩한 식탁에 참여할 수 있는지를 살핀다. 하물며 비기독교인은 결코 성찬상에 참여할 수 없다. 비기독교인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거룩한 상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고린도교회 교인들 중에 이 거룩한 상에 함부로 참여해서 참담한 죽음을 맞은 이들도 있었다(고전 11:30). 이에 목사는 성찬식을 집례하면서 세례받지 않은 이들은 성찬상에 참여할 수 없다는 것을 말해야 한다.
얼마 전인 2024년 3월 31일 한국교회가 명성교회당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하고 축사도 했다. 이때 대통령이 성찬에 참여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잔을 받아 마시는 장면이 포착되었다. 바로 옆자리에 기독교인 국회의장이 자리하고 있었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예배 시작 전에 회중석에 일괄적으로 성찬 키트가 놓여 있었다. 코로나 시에 많은 교회가 편리와 안전을 위해 성찬 키트를 사용했는데 이것이 지금도 무분별하게 사용되고 있다. 예배라는 이름을 달았지만 행사를 위해서는 이런 방식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기독교인인가? 아니다. 세례를 받았을까? 받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수많은 무리 속에서 자기 앞에 성찬 키트가 놓여 있는데 어느 누가 먹고 마시지 않겠는가? 한국교회의 무수한 연합집회에서 성찬식을 베푸는 것도 문제지만,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떡과 잔을 먹고 마시게 하는 것은 주님의 상을 심하게 훼손하는 일이다. 교회가 대통령에게 죄를 먹고 마시게 해서는 안 된다.
성찬식이 형식적인 종교행사가 되어 버렸다. 한국교회가 주께서 친히 제정하신 성찬을 훼손했다. 주님의 거룩한 식탁이 더럽혀졌다. 기독교회가 앞장서서 하나님을 모독하고 있다. 뭘 그렇게까지 따지냐고 한다면, 그렇게 심각한 것이냐고 한다면, 더더욱 문제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은 한국교회가 너무나 정치화되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교회가 이렇게 정치에 휘둘리고 정치화된다면 교회의 쇠퇴를 앞당길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심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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