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목사도 노회원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에 따르면 노회는 교회의 ‘존재’를 위해서는 꼭 필요하지는 않지만 교회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서는 꼭 필요하다. 노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으면 교회의 미래가 암울할 수밖에 없다. 노회의 미래인 부목사는 이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오늘날 부목사는 노회에서 그 존재감을 상실하고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부목사도 노회원이다”라는 명제에 대해선 아무도 반대하지 않는다. 그러나 오늘날 부목사는 형식적으로만 노회원이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부목사는 노회 참석을 시간 낭비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노회 안에서 부목사의 목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다.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지금부터라도 노회 문화를 좀 더 젊고 건강하게 세우기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1. 자리배치. 노회에서 자리배치는 매우 중요하다. 노회에 참석해 보면 부목사들은 (심지어 장로들도) 주로 뒷자리에 앉는다. 이 점에서 노회도 총회처럼 지정 좌석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목사 총대와 장로 총대들은 각 교회를 대표하기 때문에 아무데나 앉는 것이 아니라 교회별로 앉는 것이 원칙이다. 이와 같은 자리배치는 항상 앞자리에 앉아 소수의 회원이 발언권을 독점하는 것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도 있다.
2. 발언 기회 확대. 앞에서도 말했듯이 노회에서 부목사가 발언하는 일은 거의 없다. 하고 싶은 말이 없기 때문일까? 이 점에서 노회장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논란이 되는 안건이나 잘 모르는 안건(예를 들면 주일학교나 최신 정보에 관한 것)에 대해서 노회장은 부목사도 발언하도록 얼마든지 격려할 수 있다. 부목사들을 가르치려고만 할 게 아니라 그들의 목소리를 듣도록 노력해야 한다. 노회 순서 안에 부목사들이 발언을 할 수 있는 자리를 공식적으로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3. 설교의 기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부목사도 노회원이라면 노회 중에 설교의 기회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 이미 다 잘 아는 선배 목사들보다는 오히려 부목사들에게 설교의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노회에 유익할 수도 있다. 노회원들은 더욱 집중해서 설교를 들을 것이고, 준비하는 부목사는 그 어떤 때보다 열심히 준비할 것이다. 결국 노회원 전체에 유익을 준다. 노회원들(특히 장로들)은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부목사들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도 된다. 목사 청빙은 노회 안에서 먼저 이루어지는 것이 원칙인데, 노회에서 부목사들의 설교를 접하게 되면 총대 장로들은 목사를 청빙할 때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4. 부목사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노회의 안건들은 대부분 부목사와 별로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 그러다보니 부목사들은 노회 참석이 시간 낭비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부목사들에게도 의미 있는 시간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유익한 신학 강의를 제공하는 것이다. 또는 목사 임직을 하는 이들이 준비한 목사 고시 논문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목사 고시 논문이 단순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라 노회원 전체에 도움 되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다.
5. 주요 상비부 배정. 부목사도 노회원이라면 중요한 상비부에 배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임사부나 신학부는 몇몇 사람들이 독점하는 것을 보게 된다. 이것은 노회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 전혀 도움 되지 않는다. 부목사도 그런 중요한 상비부에 참석하여 선배 목사들과 교제하면서 배울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요즘 젊은 부목사들은 노회에 관심 없다”고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을 확대해 줄 필요가 있다.
위 내용 중 일부는 몇몇 노회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체 노회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부목사도 노회원”이라는 말은 “부목사도 같은 동역자”라는 말이다. 직분의 동등성은 개혁교회 직분론의 핵심이기 때문에 부목사라는 말 자체가 문제의 소지가 있다. 비록 한국교회의 현실상 부목사 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동역을 이루어서 그것들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 젊은 부목사를 노회에서 잘 세우는 것은 교회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 꼭 필요한 일이다. 노회에서 이런 문제에 대해서 심도 있는 논의가 계속 있기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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