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회 헌의위원회는 총회 상정 헌의안을 임의로 기각할 권리가 없다
성희찬 목사
(작은빛교회)
지난 제74회 총회 헌의위원회(2025년 7월 29일)는 오는 9월에 개회 예정인 제75회 총회 상정 안건을 다루면서 아래 몇 가지 안건을 기각하기로 결의했다.
우선 3개 노회(서울중부노회, 전라노회, 충청서부노회)가 청원한 ‘손현보 목사의 설교에 대한 교단 입장에 대한 질의’를 기각했다.
지난 4월 노회를 통해 서울중부노회는 “손현보 목사의 설교가 교회헌법과 고신총회 정신에 적절한가에 대한 질의”를, 전라노회는 “손현보 목사의 설교 및 정치 활동에 대한 교단의 신학적 입장에 대한 질의”를, 충청서부노회는 “설교의 정치 도구화와 교회의 정치 참여에 관한 총회 입장 정리 청원”을 총회에 상정했다.
이 안건들은 3개 노회의 정당한 토론과 절차를 통해 상정된 안건이다. 그럼에도 헌의위원회는 이번 총회 시 유안건으로 다룰 ‘정교분리에 대한 입장’과 비슷한 안건이라며 3개 노회의 질의와 청원을 기각했다.
또 경남노회가 올린 “10.27 한국교회 2백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참여 결정에 대한 질의”도 기각했다. 이 역시 유사한 안건이 제75회 총회 시 유안건으로 보고될 예정이라며 해당 유안건을 참고하라고 했다.
이러한 헌의위원회의 일부 총회 상정 안건 “기각”은 우리 총회 규칙과 상식에도 어긋나며, 예장 통합과 예장 합동의 총회 규칙에도 위배할 뿐 아니라, 심각한 월권행위이다.
1. 헌의위원회의 “기각” 결정은 우리 총회 규칙에 위배된다.
총회에 상정한 많은 안건 중에서 각 부서나 본회에서 토론하다가 “기각”된 안건은 수없이 많다. 그런데 헌의위원회에서 합법적인 절차를 따라 노회가 총회에 상정한 헌의안을 “기각”한 것은 명백한 월권이다.
이는 무엇보다도 총회 규칙을 위배했다. 총회 규칙은 헌의위원회의 직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3. 헌의위원회는 6인(부회장 서기 부서기 회록서기 회계)으로 구성되며, 서기에게 접수된 서류를 분류하여 총회에 보고하되, 분류하기 어려운 서류는 본회에 보고하여 직접 분류토록 하며, 안건 내용을 요약하여 총회 개회 1개월 전에 총대들에게 배포한다.”
여기서 헌의위원회가 하는 일은 첫째, 접수된 안건들을 분류하는 것이다. 안건의 성격에 맞는 부서로 분류하는 것을 가리킨다. 둘째, 분류하기 어려운 서류는 본회에 보고하여 처리하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안건을 요약하여 총회 개회 1개월 전에 총대들에게 배포하는 것이다.
여기 어디에도 “기각”이라는 말은 나오지 않는다.
2. 해당 안건을 “기각”한 것은 해당 안건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위다.
“기각”이라는 말은 법률 용어다. “기각”은 “소송을 수리한 법원이 그 심리 결과로 소송이 이유가 없거나 적법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무효를 선고함”의 뜻이다.
따라서 헌의위원회가 해당 안건을 기각했다는 것은 곧 법률적 행위를 했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각된 안건들은 모두 “질의”와 “청원”이지 법률적으로 심사가 필요하거나 법률적으로 결정할 안건이 아니다. 질의와 청원으로서 적절한 형식과 절차가 갖추어졌음에도 어떤 하자가 있다면 반려(반송)하거나 아니면 적당한 내용으로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예장 합동교단은 “부당한 서류를 반려(반송)하거나 적당한 헌의를 총회에 제출할 수 있다”고 한다.
헌의위원회의 기각 결정은 헌의위원회의 직무와 배치되는 일일뿐더러, 해당 안건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행위다. 혹시라도 헌의위원회를 최근 우리 입에 자주 오르내린 헌법재판소로 착각했을까? 그래서 ‘기각’이라는 말이 나왔을까?
3. “기각” 사유로 제시하는 내용이 너무 성의가 없고 빈약하며 궁색하다.
유안건인 ‘정교분리의 원칙에 대한 질의’와 비슷하기에, 이번 총회에서 예정인 해당 유안건 보고를 참고하면 된다는 것이 기각 사유다.
작년 제74회 총회에 상정되어 신학위원회에서 준비해서 이번 총회에서 유안건으로 보고 예정인 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현 정부와 국회에서 차별금지법 등의 악법들이 발의와 함께 통과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따라서 교회는 여러 가지 방법과 통로를 통해서 악법에 반대하여 법이 통과되지 않도록 막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총회 차원에서 정치와 종교 분리의 원칙에 대한 성경적인 설명과 함께 교육이 필요하여 질의하오니 답변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세 개 노회에서 총회에 상정한 ‘손현보 목사의 설교에 대한 질의’는 한마디로 말해서 유안건의 질의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정교분리에 대한 질의가 아니다. 물론 유안건과 이번에 기각된 안건의 배경에 모두 동성애, 낙태, 차별금지법 등과 연관이 어느 정도 있는 것은 맞다.
그런데도 엄연히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기각된 안건은 주일예배와 설교의 권위에 대한 질의이며, 설교의 정치 도구화와 교회의 정치 참여에 관한 총회 입장을 정리해 달라는 청원이다. 10.27 집회 관련 질의 역시 주일예배와 주일성수에 대한 질의다. 정교분리에 대한 질의가 아니다.
따라서 헌의위원회의 기각 사유로 제시한 답변이 너무 궁색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진짜 문해력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지, 아니면 해당 안건을 정치적으로 무마시키기 위해서 교묘하게 짠 전략으로 그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4. 우리 총회는 총회가 이미 결의한 내용에 대해 ‘동일한 성격의 안건’으로 연속으로 올리는 것에 대해서조차 엄격하게 ‘금지’한 적이 없다. 가급적으로 3년 이내에는 발의를 삼가도록 권고 결정을 내렸을 뿐이다.
제62회 총회(2022년)는 행정위원장 신상현 목사가 청원한 “총회 결의 3년 내 재론 금지 청원은 각 노회나 부서들이 3년 내에는 가급적 발의를 삼가하도록 권고하기로” 가결했다. 이 결정에 의하면 삼가도록 권고했을 뿐이지 금지하지도 않았다.
하물며 이번에 기각 처리된 안건은 연속으로 올린 안건도 아닌데 헌의위원회가 임의로 기각할 이유가 전혀 없다.
5. 예장 통합과 예장 합동의 <총회 규칙>도 헌의위원회(헌의부)가 “기각” 결정을 내릴 권한을 주지 않는다.
1) 예장 통합의 <총회 규칙>
“헌의위원회는 서기에게 받은 서류를 각기 해당 위원회에 혹은 본회에 직접 제출할 것을 작성하여 총회에 보고한다”(제16조 정기위원회 임무)
이는 우리 고신 <총회 규칙>과 유사하다. 서기에게서 받은 서류(헌의안)를 받아서 안건의 성격에 따라 해당 위원회나 혹은 본회에서 다루어야 할지를 분류하여 총회에 보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직무다.
2) 예장 합동의 <총회규칙>
“헌의부는 총회 7일 전에 회집하여 총회 서기가 접수한 모든 서류를 검토하여 해당 각 부에 전달할 것과 총회 당석에서 직결할 것을 결의하여 총회에 보고하며, 부당한 서류를 반려(반송)하거나 적당한 헌의를 총회에 제출할 수 있다. 헌의부는 언제든지 먼저 보고할 우선권이 있다. 단, 총회 서기로부터 이첩 받은 소송 건의 경우, 15일 이내 헌의부 실행위원회를 소집하여 이를 심의하여 총회재판국에 즉시 회부한다. (다만 6월 30일까지 접수된 사건에 한한다. 그리고 그 후 접수된 사건은 총회 직후 우선 처리키로 한다.)”(제9조 상비부 3. 각 부원의 임무).
그런데 예장 합동은 “각 치리회 회의 규칙”에서 “결의 규칙”을 따로 다루었다. 특히 헌의안을 다룰 때 다음과 같은 내용을 규칙으로 제시했다.
“헌의부가 별도로 존재하는 경우에는 서기는 의안을 신속히 헌의부로 이첩하고, 헌의부가 이를 검토, 분류하여 본회에 상정한다. 의안 상정의 보고(헌의 보고)는 우선하여 보고하며, 의안에 대한 의견을 첨부하여 보고할 뿐, 의안을 임의로 기각할 수 없다.”
위 규칙은 주로 노회, 대회, 총회에 해당하는 규칙이라 할 수 있다. 헌의안을 다룰 때 검토 분류하여 본회에 상정할 때, 의안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첨부하여 보고할 뿐 “의안을 임의로 기각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의장은 회순에 따라 의안을 하나씩 상정하되, 상황에 따라 회순을 변경하여 상정할 수도 있고, 의안을 병합 혹은 분할하여 상정할 수도 있다“고 해서 어떤 의안은 병합하고 혹은 분리하여 처리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상을 살펴볼 때 이번 총회 헌의위원회가 몇 개 안건을 부당한 사유로 기각 결정한 것은 예장 통합과 예장 합동의 총회 규칙에 비추어 보아서도 어긋난다고 말할 수 있다.
6. 결과적으로 헌의위원회의 기각 결정은 합법적인 절차를 따라 해당 안건을 상정한 노회를 모독한 행위다.
총회 헌의위원회는 속히 기각 결정을 재론하여 총회에 상정하도록 하고, 총회가 해당 안건을 토의해서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만약 그렇지 않을 경우 총회 헌의위원회는 고신교회 역사에 큰 오점을 남길 것이며, 총회 총대는 물론 고신교회의 구성원 모두에게 큰 상처와 고통을 주게 될 것이다.
< 저작권자 ⓒ 개혁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