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목교회의 공포가 다가온다
정찬도 목사
(주나움교회 담임목사)
무목(無牧)교회란 목사(牧)가 없는(無) 교회를 의미한다. 해외 교회들은 오래전부터 목회자 부족 현상과 더불어 목회자 은퇴 이후 성도들만 남겨진 교회들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고령화 시대가 교회에 불러온 현재의 문제이다.
네덜란드 일간지인 ‘Nederlands Dagblad’ 2017년 2월 7일 기사에 “목사의 노령화가 현 교회의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라는 요지의 글이 실렸다. 이는 당시 미국 ‘Christianity Today’에 실린 ‘바나(Barna)’의 연구 결과를 참고하여 작성된 기사이다. 바나가 조사하여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2022년 개신교 담임 목회자 중 40세 이하가 16%에 불과하다면, 1960년대 미국 목사들은 대다수가 45세 미만이었고, 1990년대는 33%가 40세 미만이었고, 평균 연령이 44세였다. 현재는 대다수가 60세 이상이며, 7명 중 1명만이 40세 미만이라는 사실이다.
고령화 된 미국 교회는 현세대 은퇴에 따른 다음세대 목회자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지어 현재의 많은 목회자가 자신의 은퇴 이후 후임자가 준비되지 않을 것을 걱정하고,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을 찾기가 어렵다는 데 75%가 동의한다. 이는 4명 중 3명이 후임자 부족으로 인한 목사 없는 교회가 되는 건 아닌지 염려한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 충격적인 것은 목회자 중 79%인 4/5가 차세대 교회 지도자 양성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다고 인식한다는 사실이다. 즉 현재의 교회가 교회의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지 않다는 말이다.
미국 처치앤써즈(churchanswers.com) 대표인 샘 레이너는 “30대, 40대 목사 실종(The Disappearance of the 30-Something and 40-Something Pastor)”이란 글에서 교회의 목회자의 고령화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사실과 3-40대 목사의 실종에 대해 개탄했다. 그는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 붐 세대(보통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1946년부터 1964년까지, 베이비붐이 일어난 시기에 출생한 세대) 목회자들의 수십 년의 경험과 지혜를 전수 받을 젊은 목사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다. 뿐만 아니라, 목회자의 고령화와 더불어 교회의 평균 규모의 감소 현상은 전임 사례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목회자의 이중직 혹은 공동 사역 모델이 증가하는 씁쓸한 현실을 초래했다고 피력한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기사인 “평균적인 미국 목회자와 교인이 늙어간다”는 FACT(Faith Communities Today)의 2020년 연구의 결과를 통해 고령화 된 미국교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FACT의 연구에 따르면 2020년 미국교회의 65세 이상 교인은 33%인데 반해 18-34세 청년 교인은 14%이다. 이는 2019년 미국 인구조사국에서 65세 이상인 17%이고, 18-34세 사이 청년 인구가 23%이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눈 여겨 볼 대목은, 목회자와 교인의 고령화의 상관성이다. 45세 미만의 목회자들이 목회하는 교회에서 65세 이상의 교인은 27%라면, 노년 목회자들이 목회하는 교회는 65세 이상의 교인이 40%라는 사실이다. 특별히 후자의 교회들은 오래 전에 설립된 교회일 가능성이 높았는데, 회중의 연령적 변화 가능성이 적고 새로운 회원을 찾고자 하는 욕구도 적어, 지난 5년 간 성장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었다. 하지만 후자의 교회들이 결코 열등하거나 부정적으로 해석되어서는 안 된다. 모든 교회는 본질에 있어서 동등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많은 경험과 안정성은 변화와 성장의 큰 발판이 될 것으로 본다.
네덜란드 교회 역시 45세 이상이 80%이고 그중 55세 이상이 절반을 넘는다. 이는 단독목회가 대부분인 네덜란드 교회의 현 상황으로 목사가 고령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매년 약 70명의 목사가 추가되고 115명이 떠나는 상황은 점점 작아지고 있는 교회와 병행한다는 점 역시 언급하고 있다.
목사의 한 교회에서의 사역 기간도 언급되는데, 1992년 미국 교회는 목사가 한 교회를 평균 4년 동안 목회했다면, 지금은 10년 이상으로 섬기고, 네덜란드 교회 역시도 평균 8년 동안 교회를 목회하며, 그 이상으로 섬기는 목사들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교회와 목회의 건강성을 위해 약 6년 단위로 사역지를 이동하였다면, 이제는 목사 이동 시 젊은 목사 배출 문제로부터 야기된 대체 목사 수급의 어려움으로 인해 그 기간이 늘어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로 인해, 교회 성도의 노령화와 비례해 목회자의 노령화가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 적지 않은 충격이다.
총신대학교 이종민 교수(기독교교육과)가 발표한 “미래 목회자 수급을 위한 양적, 질적 정책연구”는 합동 총회 산하 전국교회의 현황을 분석하였다. 그는 담임목사의 인구통계학적 특징을 살피면서, 현재 담임목사로 목회를 하는 분들 가운데 1950년대 출생자가 3,233명(28.8%), 1960년대 출생자가 4,945명(44%), 1970년대 출생자는 2,427명(21.6%)을 차지하는 것으로 분석하였다. 특별히 1960년 출생자가 은퇴하게 되는 2030년을 경계로 담임목사 은퇴자 누적수와 부목사 누적수가 수적인 불균형을 이루는 변곡점이 나타날 것으로 본다. 2030년을 기점으로 담임목사가 없는 교회가 생기게 되고, 2039년 이후에는 50% 교회가 담임목사 청빙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았다. 그는 한국교회가 양질에 있어서 심각한 위기 상황을 직면하고 있고, 더 큰 위기가 몰려오고 있기에 이를 돌파할 진정한 개혁이 필요한 때임을 지적한다.
고신 총회 산하 현재 담임목사로 목회를 하는 분들 가운데 2030년에 은퇴하는 기수를 1960년생 전후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그때까지 500여명이 은퇴를 하게 된다. 그리고 2040년에 은퇴하는 1970년생 전후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1,400여명이 은퇴를 하게 된다. 2023년 1월 기준 목사수가 3,674명(은퇴목사 제외)이고, 전국 노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는 수를 매년 50명으로 가정한다면, 2040년까지 약 750명이 추가 되고, 1,900여명의 은퇴 목사의 수를 뺀다면, 목사 수는 약 2,400명 정도가 유지되어, 교회의 수(2,128개, 2023년 1월 기준)가 목사의 수보다 역전하는 상황은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도 농어촌교회나 한강 이남 교회에서 부교역자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대도시와 대형교회 쏠림 현상으로 인해 중소도시나 농어촌 지역에서 목사를 구하지 못하는 교회의 수는 점점 늘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목사는 있지만 우리 교회를 섬겨줄 목사가 없는 무목교회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다는 비판을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우리는 과거의 10년간 일으킨 변화보다 지난 1년이 더 많은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시대를 살고 있다. 동시에 우리의 교회 역시 보다 속도감 있게 급변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소명의식이 분명한 목사들이 많이 배출되어 점점 흐릿해지는 찬송가 가사인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가 다시 선명하게 찬송되기를 소망한다. 2030년 혹은 2040년의 한국교회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의 소식이 반드시 들리길 기도한다.
< 저작권자 ⓒ 개혁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