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금식과 공적 기도를 선포하자
코로나 19가 사그라드는 것 같더니 며칠 전 경부 대구에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현재 전국 단위로 퍼지고 있다. 중앙정부, 각 지자체 당국, 의료진들이 수고를 아끼지 않고 있고, 대다수 시민도 협조를 하는 중에 교계에서도 주일예배 및 주중 공적 모임을 금지 혹은 축소를 할 계획이다. 특히 대구 지역 상당수 교회들은 주일예배를 금하고 인터넷을 통한 영상으로 각 가정에서 드리는 가정예배로 대체한다고 한다.
이런 와중에 고신교회 총회장(신수인 목사) 이름으로 2월 21일자로 제2차 대응지침이 10가지 항목에 걸쳐 신속하게 발표되었다:
1.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와 방역당국의 방침에 적극 협력하시기 바랍니다.
2. 교회는 주일성수에 힘쓰되 그 외의 각종 모임, 소그룹 활동, 행사 등을 3월 5일(2주간)까지 가급적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찬양대(성가대)도 좁은 공간에서 장시간 연습하기보다 익숙한 찬송가나 특송으로 대신하기 바랍니다.
3. 가급적 교회의 공동식사는 중단하고, 부득이한 급식은 우유나 떡, 빵 등의 대용식을 제공하기 바랍니다.
4. 교회당과 부속 건물에 대해 주기적으로 소독하고, 발열이 있는 자나 호흡기 질환자의 출입을 제한하고,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며, 손 씻기 등 개인위생에 만전을 기하시기 바랍니다. 주일예배에도 예방과 방역에 필요한 만반의 조치를 하시기 바랍니다.
5. 교회별로 시간을 정하여 성도들이 각자의 가정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고, 창조질서를 따르지 않고 탐욕과 부절제한 생활을 한 것을 참회하는 기도생활에 힘쓰시기 바랍니다.
6. 세계 여러 나라의 코로나19 감염자와 그 가족, 감염자를 돌보는 의료진과 방역당국, 이로 인하여 염려하는 주민들을 위하여 함께 기도하고, 지나친 공포감으로 인한 유언비어나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않도록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7. 모 단체가 “코로나19”감염 전파지임을 회피하기 위하여 일반교회로 침투할 것이 우려됩니다. 등록교인 외의 교회 출입자에 대해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8. 총회와 전국 35개 노회, 산하기관, 연합회도 필수불가결한 것이 아니면 회의, 모임, 행사 등을 자제하시기 바랍니다.
9. 만일 주일예배에 감염 확진자가 방문하였거나 교인 중에서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확인되면 지방정부와 방역당국에 즉시 통지하고 2주간 예배와 집회를 중지하고 대체 방안을 시행하되, 당회의 결의로 하시고 노회와 총회에 신속하게 보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10. 고신총회는 코로나19 감염의 확산 추이를 주목하여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대응지침을 다시 통보할 것입니다.
이 중에서 두 번째 항목에서 주일성수를 강조하는 것과 5번째 항목에 나오는 “교회별로 시간을 정하여 성도들이 각자의 가정에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고, 창조질서를 따르지 않고 탐욕과 부절제한 생활을 한 것을 참회하는 기도생활에 힘쓰시기 바랍니다” 내용은 총회로서 적절한 지침을 제공하였다고 생각된다. 이 지침은 이 사태를 바라보는 신자와 교회의 자세에 대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정부와 방역당국의 지침에 협조하는 지침이나 온 세계의 감염자와 그 가족, 방역당국자, 이웃들을 위해 기도하는 지침도 좋다고 생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가 제시한 위 지침은 다소 미흡하게 보인다. 오히려 이런 때에 우리 헌법 예배지침 제7장 제26조(금식일)에 나와 있는 대로 교회별로 가정와 개인별로 공적 금식과 공적 기도를 선포하고 실행하는 것이 어떨까? 제26조 금식일은 “교회나 국가 또는 특별한 교인의 가정에 극히 어려운 일이 발생했거나 목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했을 때 금식기도 일정을 정하고 이를 교회 앞에 공포하여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조항은 본래 웨스트민스터 예배지침(1645년)에서 나왔다. 웨스트민스터 예배지침은 개체교회가 주도하거나 노회, 총회가 주도하는 공적인 금식일 뿐 아니라 개인과 가족이 지키는 사적인 금식일도 규정하고 있다:
1. 크고 주목할 만한 어떤 결정이 인류에게 고통을 주거나 명백하게 절박한 상황일 때, 혹은 어떤 비상식적인 악행이 저질러진 경우, 또는 특별한 은총이 요구되고 필요할 때 하루 동안 계속되는 엄숙한 공적 금식은 국가와 국민이 하나님 앞에서 행해야 할 의무이다.
2. 엄숙한 공적 금식이란 일정 기간 동안 모든 음식은 물론 금식이 끝날 때까지 육체가 지탱할 수 없을 정도로 현저하게 약해져서 거의 쓰러지려 할 때 기초 체력을 유지하는 매우 소량의 음식을 취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모든 세상적인 노동, 담화, 사고, 육체적인 즐거움, 보통 때에는 합법적인 화려한 옷차림, 장신구와 같은 것들도 전적으로 절제해야 한다. 더 나아가 모든 본능적인 것, 야한 옷차림, 음탕한 습관과 행동, 그리고 그 밖의 성적인 공허와 같은 수치스럽고 무례한 사용은 무엇이든지 절제해야 한다. 다른 경우와 같이 특별히 금식에서 필요하다고 생각될 때는 인간적인 입장을 고려하지 말고, 모든 목사들이 자신의 위치에서 부지런히 또한 열심히 책망할 것을 권면한다.
3. 금식을 위한 공적인 모임에 앞서 가족들과 각 개인은 사적으로 이토록 엄숙한 일을 준비하기 위한 모든 종교적 주의를 기울이며, 집회에도 일찍 참석하도록 한다. 가능하다면 형편에 따라 하루의 많은 시간을 성경 봉독과 말씀 선포, 금식을 지키는데 적절한 시편송을 부르면서 시간을 보내도록 한다. 그러나 특별히 기도에 있어서는 다음과 같은 취지로 기도하여야 한다.
“거룩한 경외와 두려움으로 우리를 더욱 감화시키시는 위대한 창조주시오, 보존자이시며, 온 세계의 최고 통치자이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 마음을 더욱 완전하고 온유하게 하시고, 낮아지게 하시는 하나님의 다양하고 위대하며 부드러운 자비, 특히 교회와 국가에 대한 자비하심을 구하옵니다. 한층 악화된 여러 가지 죄악을 포함하여 모든 종류의 죄를 겸손히 고백하옵니다. 우리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공의로운 심판은 정당하나이다. (절박한 상황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도 더 간절한 간구와 폭넓은 기도로 자신과 교회, 국왕, 모든 당국자들과 다른 모든 사람들을 위한 하나님의 자비와 은총을 겸손히 진실하게 구하옵나이다. 악을 두려워하거나 당연히 여겼음을 용서하시고 도우시사 하나님의 구원의 약속과 선하심을 믿음으로 바라게 하시며, 우리가 필요로 하고 기대하는 복을 얻기를 원하옵니다. 우리 자신을 전적으로 포기하고 하나님과 영원히 함께 있게 하옵소서.”
4. 이런 모든 과정에서 회중을 대변하는 목사는 진지하고 철저하게 회중을 미리 생각하여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말을 해야 하며, 특별히 회중들의 죄를 비통히 여기는 마음으로 자신과 회중을 깨닫게 하며 그들의 마음을 녹이도록 한다. 그날은 참으로 깊은 통회와 번민의 날이 될 것이다.
5. 특별히 선택한 성경 말씀을 읽고 그 본문으로 설교를 하여 청중이 그날 특별히 주어진 업무를 잘 수행하도록 하며, 하나님 앞에 죄에 대해 회개할 마음이 생기도록 해야 한다. 목사는 자신의 관찰과 경험을 목사 자신에게 강조함으로써 설교를 듣는 회중을 가장 잘 가르치며 개혁하게 한다.
6. 금식일을 공적으로 마치기 전에 목사는 자신과 회중들 가운데 발생한 죄는 그것이 무엇이든지 명백히 드러냄으로써 하나님 앞에 회개하도록 한다. 이러한 분명한 목적과 의지를 가지고, 자신과 회중의 마음을 주님께로 이끌도록 한다. 새로운 순종 가운데서 이전보다 더욱 신실하고 밀접하게 하나님과 동행하며,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한다.
7. 목사는 온전한 인내를 가지고 그날의 일이 형식적인 의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적으로는 회중 자신과 가족들을, 공적으로는 그들이 고백한 모든 신실한 사랑과 결심을 강화시키고, 그날을 평생토록 기억하게끔 그들을 권면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은 영원히 안정된 마음을 갖게 되며,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그들의 임무 수행을 통해 달콤한 향기를 맡으셨다는 것을 더욱 민감하게 발견하도록 한다. 하나님의 은혜로운 응답으로 죄가 용서되고 심판이 제거되며 하나님이 우리 기도를 들으시어 그 백성을 재앙에서 막아 주시고 피하게 하실 뿐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들의 상황과 기도에 합당한 복을 주심으로 그들에게 평안을 주시도록 권고한다.
8. 교회가 명령하는 엄숙하고 보편적인 금식 외에도, 하나님의 섭리가 당국자들에게 특별한 이유를 주실 때 회중들은 금식일을 지킬 수 있다. 또한 가족끼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다만 그들이 속한 공동체가 금식이나 그 밖에 예배의 공적인 행사를 위해 모이는 날은 피하도록 한다.
총회가 제공한 지침을 따라 주일성수, 교회별로나 가정별로 기도하는 것에 힘쓸 뿐 아니라 이런 기회에 우리 예배지침에서 정한 대로 총회와 노회, 각 당회가 특정한 한 날을 정하여 공적 금식일과 기도일을 선포하여 주일예배와 함께 온 교인이 공적으로 금식하고 특별 기도회를 하며 국가적 세계적인 재난 앞에 겸비한 마음으로 하나님 앞에 은혜를 구하는 것이 어떨까?
우리 자신과 우리 사회와 국가, 교회의 허물을 돌아보며 주께서 이 땅에 은혜를 베푸시도록, 이런 기회에 우리가 더욱 주를 더욱 가까이하고 찾도록, 나아가 정부와 방역 당국과 공직자를 위해 기도하고 감염자와 가족, 고통당하는 이웃을 위해 기도하며, 혹시라도 복음이 막히는 일이 없도록 기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