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독정당이 기독교를 대표하지 않는다
총선이 코앞이다. 올해는 여당의 공천후유증과 야당의 분열로 인해 혼전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정당들은 정책정당이라기보다는 한 두 사람의 지도력을 중심으로 모인 정당이기 때문에 선거 때만 되면 이런 일이 반복된다. 문제는 투표하는 사람들에게도 있다. 지역 국회의원을 뽑을 때에 유명인물 중심의 투표를 하고, 정당에 대한 투표를 할 때에 감정적인 차원에서 투표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럴수록 신자는 국회의원 후보자를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 후보자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선택의 기준이 될 수 없다. 명목상의 기독교인들도 많기 때문이다. 정당에 대한 투표를 할 때에 그 당의 정강 정책이 과연 복음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더 구현할 가능성이 있는 당에 투표를 해야 할 것이다.
이번 총선에 기독교의 이름을 단 정당들이 후보를 내고 있는데, 특히 기호 5번을 단 ‘기독자유당’은 한국교회를 대표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당이 문자 메시지를 통해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것은 동성애, 이슬람, 차별금지법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기독자유당에 투표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를 지켜내기 위해서는 기독의원을 국회에 보내는 것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당은 오직 비례대표 선출을 위해 정당투표에서 기독자유당을 꼭 찍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기독교인들이 기독교라는 이름을 단 기독자유당을 선택하면 국회의원을 여러 명 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기총을 비롯한 여러 단체들, 몇몇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목사들이 기독교인들을 향해 기독자유당을 선택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이것을 위해 담임목사가 교인들에게 보낼 문자까지도 아래와 같이 소상하게 알려주고 있다. “장로님, 권사님, 집사님, 저는 정당투표는 비례대표 기호 5번 기독자유당을 지지합니다. 동성애와 이슬람을 막고, 차별금지법을 저지하고, 간통죄를 저지하기 위하여 기독자유당이 국회에 입성해야 합니다. 교회를 보호하고, 바른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이를 위해 성도님들이 많은 기도 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담임목사 000드림” 담임목사의 이름으로 교인들에게 기독교 정당을 찍어달라고 문자를 보내거나 광고하는 것은 옳지 않다. 개인적인 자격으로는 얼마든지 특정한 정당이나 국회의원을 지지할 수 있지만 말이다. 예배시간에 기독자유당을 소개하는 것도 옳지 않다. 기독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고 해서 그 당이 기독교회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실, 한국에서 기독정당은 아직까지 시기상조이다. 복음의 정신을 구현하기 위한 총체적인 정강이나 정책을 세우지도 않은 상태에서 선거를 위해 급조한 정당이 기독교를 대표할 수도, 복음의 정신을 구현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몇몇 정치적인 목사들과 기독교인의 이름으로 국회의원들이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교회가 휘둘리지 않기를 바란다.
< 저작권자 ⓒ 개혁정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