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총회장은 공적 자리에서 교회적 사안만을 말해야 한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입장 표명이 사실인지를 밝혀야 한다-
참으로 믿기 어려운 소식이 들렸다. C채널이 지난 10월 7일에 “교단 총회장에게 듣는다”라는 제목의 특집 좌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총회장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국정교과서 문제에 대해 입장을 발표했다는 내용이다.
아이굿뉴스 기독교연합신문에 따르면 이 날 모임은 장로교회의 주요 교단인 합동, 통합, 대신, 고신의 신임 총회장들이 모여서 교회연합을 비롯하여 여러 주제를 가지고 담화한 자리였다(http://www.igood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7229).
최근 국사 교과서 국정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가운데 참석한 총회장들이 입장을 밝히는 중에 고신의 현 총회장은 다음과 같이 말하면서 ‘국정교과서를 지지했다’고 전하고 있다:
“역사에 대한 기록을 진보적이거나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의 역사를 집필하고 가르치려면 보수적인 시각에서 보아야 올바른 국가관을 교육할 수 있다.”
또한 10월 13일 ‘한국기독교역사교과서 공동대책위원회’라는 이름으로 발표된 “더 이상 좌편향 된 교과서로 우리의 자녀들을 교육할 수 없습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에는 154개의 한국기독교 관련된 교단과 단체들이 입장을 발표하였는데, 그 중에 “예장고신”이 포함되어 있다.
총회장이 개인의 자격으로 국정교과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든지 이에 대해 성도와 교회는 왈가불가할 수 없다. 그런데 문제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총회장이 참석한 그 자리는 비록 당회나 노회나 총회와 같은 교회의 치리회는 아니나, 우리 교단을 대표하여 참석한 공적 자리이며, 여러 교단의 총회장이 모였기에 교회들의 연합 모임과 유사한 장소라고 할 수 있다.
총회장은 본래 총회라는 치리회의 ‘의장’에 불과하지만 지난 2011년에 개정된 교회정치에서는 총회장을 교단을 대표한다고 규정하였다. 이 조항이 비록 여전히 교회정치원리나 신학적으로, 교회역사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할지라도, 실제로는 총회장이 교단 및 교회들의 연합 모임에서 교단을 대표한다는 것은 우리 정서나 현실에서 인정하고 있는 바이다. 그렇다면 총회장은 공적 자리에서 표명하는 발언 하나하나가 곧 교단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기 때문에 대단히 신중하지 않으면 안 된다.
더구나 우리의 신앙고백서인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제31장(대회와 공회의)는 “대회와 공회의는 교회적 사안만을 다루어야 한다. 비상시국에 겸허한 청원이나 국가 공직자의 요청을 받아 양심 상 행하는 조언 외에는 국가와 연관된 사안에 개입하지 말아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교회정치원리 제2조는 “교회는 국가의 권력을 의지하지 아니하고 오직 국가에서 각 종교기관의 안전을 보장하며 동일시함을 바라는 것 뿐이다”라고 말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그곳에 모인 장로교회의 총회장들은 모두 신앙고백서와 배치하는 발언을 하였다. 국정교과서에 대한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교회적인 사안이 아니라, 국가적인 사안을 말하였기 때문이다. 우리의 고백에서 “비상시국에서도 겸허한 청원을 할 뿐”이라고 하지 않는가? “국가의 요청을 받아 겸손하게 조언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지 않은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역사적 장로교회는 공적으로 언제나 국가와 항상 엮이기를 원하지 않았다. 물론 신자가 국가의 한 국민으로서 어떤 입장을 취하든지 그것은 자기의 신앙양심을 따라서 행하면 될 것이다. 국정교과서를 지지할 수도 있고 반대할 수도 있다.
총회장의 발언이 비록 치리회에서 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교단의 총회장이 회합한 자리, 더구나 채널을 통해 방송된 그 발언은 문제가 많다. 교단들의 대표가 모이고 교회들의 대표가 모였다면 거기서는 교회들의 연합이나 ‘교회역사’에 대해 말할 자리이지, 결코 ‘국가의 역사’에 대해 논할 자리는 아니다.
우리 고신교회의 역사를 둘러싸고도, 어떤 사안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입장을 달리하고 있지 않는가? 고려신학교의 설립 의의에 대해, 고신의 환원에 대해, 기타 여러 사건에 대해서도 우리 안에서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는 것을 어느 정도는 우리가 허용하고 있지 않는가?
더구나 지금 우리 교회 안에는 신앙양심을 따라서 국가의 정책이나, 정치적 성향과 관련하여 다양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지 않는가? 어떻게 양심을 따라 다양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한 개인의 성향을 따라서 획일적으로 강요할 수 있단 말인가?
총회장은 국정교과서와 관련한 공개적인 발언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사과하고 철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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