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에 열린 학교법인 이사회는 신임 고려신학대학원장 선임 건을 다루면서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추천하고 고신대학교 총장이 제청한 박 영돈 교수를 부결시키고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의 의견과는 무관하게 고려신학대학원 변 종길 교수를 새롭게 제청을 받아 그를 임명하였다.
신임 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우리는 이사회의 현명하고도 책임 있는 결정을 바랐지만 그 결과는 한편으로 실망스러울 뿐 아니라 또 우려가 되는 부분이 작지 않다. 비록 신임 원장 선출이 법적 하자가 없이 이루어졌기에 우리가 그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할지라도 이번 일이 신학대학원이나 교수회, 전국교회에 미친 파장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큰 것이기에 우리는 신임 원장에게 다음과 같이 기대를 한다.
첫째, 신학대학원 교수회의 화합과 지지를 얻는 것이 우선 급하다. 왜냐하면 신임 원장은 이번에 기존의 관례를 깨고 신학대학원의 교수회와는 무관하게 고신대학교 총장의 제청을 받아 선출되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그는 먼저 신임 원장 선임에 부결된 박 영돈 교수를 만나 그를 위로하고 그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교수회의 추천과 고신대학교 총장의 제청을 받았음에도 이사회에서 부결된 것은 우리는 물론이거니와 박 교수 본인에게도 큰 충격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신임 원장은 모든 교수들의 화합과 지지를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한다. 지금 신학대학원의 교수들 역시 김 순성 전 원장 연임 부결에 이어서 일어난 일인 만큼 망연자실한 상태에 있을 수 있다. 신임 원장은 교수 한 사람 한 사람을 만나서 위로를 하고 그들의 협조를 구하고 속히 보직 교수를 인선, 구성하여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신임 원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학교 법인 이사회와 적절한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수회의 추천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김 순성 전 원장의 연임 부결이나 박 영돈 교수의 원장 선임 부결은 평소에 양 기관 사이에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번 일은 양 기관이 극단으로 치달음으로 빚어진 파국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이사회가 신학대학원 교수회의 의견을 무시하고 어떤 협의도 없이 신학대학원 원장을 선임한 것은 적어도 최근에는 전례가 없기 때문에 전국교회에 납득할만한 설명을 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이와 같은 이사회의 결정이 앞으로 관례가 되지 않도록 총회적인 논의와 대책이 절실하다. 교수회의 의견과 무관한 이사회의 결정으로 인해 교수들의 줄서기와 이로 인한 파벌 조성으로 현재 여러 신학교들이 파행을 겪고 있다는 것을 고신 교회의 미래를 위해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따라서 신임 원장은 원장 자신이나 신학대학원 교수회가 이사회 앞에서 의연하면서도 동시에 평소에 이사회의 깊은 신뢰와 존경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고신대학교 총장의 제청과 이사회의 압도적인 표를 얻어서 원장으로 선임되었다면 더더욱 고신교회의 모태가 되는 신학대학원의 수장이요 또 교회의 선생으로서의 위치를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셋째, 이번 일로 신학대학원의 위상이 고신교회에서 크게 추락되었다는 것은 이미 다 드러난 사실이다. 신임 원장은 어디에 그 근본적인 원인이 있는가를 면밀히 살펴서 교회 안의 신학대학원, 교회를 위한 신학대학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회의 사역자인 목사 후보생을 양성하는 기관이 교회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지 못하고 그 권위를 인정받지 못한다면 이곳에서 수학을 하고 졸업하여 사역할 목사들이 어떻게 교회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얻으며 그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겠는가? 이번 일을 계기로 신임 원장은 교수들과 함께 교회를 위하고 교회 안에 있는 신학대학원이 될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전국교회를 방문하고 사람을 만나고 후원을 구하는 일에 앞장 서야 한다.
넷째, 신임 원장은 신학대학원의 원장 제청권을 가진 고신대학교 총장 및 고신대학교와 향후 관계 개선에 노력해야 한다. 신학대학원과 고신대학교, 양 기관은 결코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 한 학교 법인 내의 기관이며, 한 교단 내의 기관이기 때문이다. 교단의 교회와 성도를 위해 긴밀하게 서로 협조하고 서로 보완하는 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신임 원장 선임 과정에서 나타난 것처럼 고신대학교 총장은, 비록 우리가 그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가 아니라고 할지라도 신학대학원의 교수회의 의견을 묻는 절차를 밟지 않고 이사회의 요구에 전적으로 응하였다. 이는 신학대학원의 교수회의 의견이 결과적으로는 경시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지켜보는 일부 사람의 눈에는 마치 신학대학원이 고신대학교의 한 기관인 것처럼 비쳐졌다. 두 기관이 이렇게 서로 협조가 되지 않아서 앞으로 어떻게 함께 교단을 위할 수 있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양 기관의 교수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갈등이 있다는 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를 우려하고 있지 않는가!
신임 원장은 비록 그가 자의와 상관없이 원장으로 선출되었다고 할지라도 이와 무관하게 전국교회의 시선은 온통 그에게 쏠려 있다. 신임 원장은 이번 일로 드러난 모든 제반 문제를 수습하는 일에 무엇보다 앞장서야 한다. 이 막중한 책임은 신임 원장의 어깨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그에게 기대하는 바가 크다. 그의 어깨에 큰 짐이 지워졌다. 전국교회는 신임 원장을 위해 열심히 기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