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교인은 곧 교회의 정회원이다
-세례교인과 교회의 정회원을 구분하는 것은 성경적이지 않다-
1. 누구든지 세례나 혹은 공적 신앙고백(입교)을 통해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에 속하게 되고, 그래서 그는 주의 상인 성찬에 참여할 수 있고, 또 공동의회의 회원이 된다. 즉 세례(입)교인은 곧 교회의 정회원이다.
2. 그런데 바로 세례교인=교회 정회원이라는 등식이 지금 깨어지고 있다. 더구나 장로교회 안에서 세례교인과 교회의 정회원을 구분하는 것은 이 어찌됨인가? 다시 말하면 같은 (세례/입)교인이라 하더라도 등급이 나누어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교인 중에서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정회원인 교인이 있고, 교인이기는 하지만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서 정회원이 되지 못한 교인이 교회에 공존한다는 것이다. 즉 교회에서 교인은 모두 다 같은 교인이 아니며, 개중에 일반 교인이 있고 특별 교인이 있다. 마치 사회의 여러 단체에서 보는 것처럼 회원이지만 등급에 따라서 일반 회원이 있고, VIP 회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3. 최근 어느 교회의 정관을 보면 어떤 사람이 세례와 공적 신앙고백(입교)을 통해서 그리스도의 몸에 속하게 되었으나, 비록 성찬에 참여할 수 있기는 하지만 교회의 정회원이 되려면 정관에서 제시한 다른 요건을 또한 충족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첫째, 목장에 소속되어야 하고 둘째, 소정의 교육을 받아야 하고, 셋째, 또 교육을 받은 지 6개월이 지나야 하며, 넷째, 18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회의 정회원이 되어야 비로소 공동의회 회원이 되며, 또 교회치리에 복종할 수 있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구분이 타당하며 성경이나 교회법에서 지지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러한 구별은 교인의 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며, 교회관을 흔드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 물론 한편 이해가 되는 일면이 있다. 세례교인이라 하지만 공예배와 교회생활에 피동적이고, 교회치리에 복종하지 않는 경우를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명무실한 세례교인이 아니라 교회 정회원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세례교인이 되는 것에 그치지 말고 보다 더 엄격한 요건을 이행하는 교회 정회원으로서의 교인 상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더욱 이해가 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납득이 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러면 교회의 정회원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없이 차라리 세례교인 중에서 그 의무를 행사하지 않는 자를 매년 당회의 지도 아래 정리하여 ‘교인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자’(Inactive)의 명부를 작성하는 것이다. 미국의 최대 장로교회인 PCUSA가 바로 이렇게 하고 있다(교회정치 5장 2조). 즉 세례교인을 Active 교인과 Inactive 교인으로 구분한 것이다. 그래서 Incative 교인은 교인이자 교회의 정회원으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하였기에 권리도 행할 수 없다.
우리의 경우 조선예수교장로회 시절에 교세 보고서를 작성할 때에 ‘교인의 의무 잃은 자’라는 항목이 있어서 세례교인이지만 교인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교인을 별도로 분류하였다. 지금 우리 교회정치 조항에서는 ‘실종교인’으로 부른다. 그런데 참으로 유감스럽게도 예장고신의 경우 당회가 비치해야 할 명부 중에서 과거 1992년 헌법 교회정치에서는 제88조(당회 각종 명부)에서 7. 실종인 명부가 있었으나, 최신 2011년 개정 헌법 교회정치에서는 이 명부를 포함시키지 않았다(제124조 참고).
위에서 소개한 어느 교회의 정관에서 제시한 교회 정회원의 의무를 보면 그 중에 ‘치리에 복종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사실 이는 세례교인의 의무이다. 굳이 이러한 의무를 상향조정하여 교회 정회원의 의무로 제시할 필요가 있을까?
교회 정회원의 요건 중에서 18세로 나이를 제한하는 것도 간단하게 될 문제가 아니며, 또 본 교회에 등록 후 6개월이 지난 후로 한 것은 이명증서를 가지고 등록한 경우 접수와 함께 교인의 권리를 취득하는 조항(예장고신, 교회정치 제26조)과 모순이 된다. 이는 사도신경에서 우리가 고백하는 공교회 신앙과 어울리지 않는다.
5. 과연 교회의 정회원과 교인(세례/입)을 구분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예장고신의 경우 헌법, 교회정치 제22조는 교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분명하게 정의하고 있다:
“교인이라 함은 특별히 지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회원된 세례교인(입교인)을 뜻한다”
즉 장로교회의 교회정치 관점에서 ‘교인’이란 특별히 지정된 경우를 제외하고는(예를 들면, 유아세례교인, 학습교인, 원입교인 등에게도 교인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적으로 곧 세례교인(입교인)을 뜻한다는 말이다. 굳이 세례교인, 입교인이라 하지 않더라도 ‘교인’은 교회의 정회원된 세례교인(입교인)을 가리킨다는 뜻이다. 위 22조는 어떤 의미에서 헌법의 교회정치 전체 조항을 읽을 때 참고해야 할 ‘일러두기’에 해당한다고도 할 수 있다.
6. 나아가 교회정치 24조는 교인의 권리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1. 세례교인은 성찬참여권과 공동의회 회원권 및 교인으로서의 모든 청구권과 영적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지며, 개체교회에서 법규에 의한 선거 및 피선거권이 있다. 단, 무단 6개월 이상 본 교회 예배에 참석치 않으면 위 권리를 상실한다.”
즉 세례교인은 성찬 참여권 뿐 아니라 곧 교회의 정회원으로서 누리는 모든 권리를 가지고 있다. 특히 공동의회 회원권을 가지며, 개체교회에서 법규에 의한 선거 및 피선거권도 가진다. 나아가 당회의 결정에 이의가 있을 경우 노회에다 이유서를 첨부하여 진정, 청원, 소원, 상소할 권리를 가지기도 한다.
7. 물론 교인은 권리만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의무도 있다. 공예배 참여와 전도와 봉사와 교회치리에 복종할 의무를 가진다(교회정치 25조 교인의 의무). 그래서 세례(입교)를 받을 때 마지막 서약은 이러한 의무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교회의 관할과 치리에 복종하고 성결과 화평을 이루도록 노력하기로 서약합니까?”
또한 교회정치는 신자가 언제 교인으로서 권리를 얻게 되고, 또 그 권리를 상실하게 되는지, 나아가 교인이 다른 교회로 이거할 경우와 역으로 다른 교회의 교인이 본 교회로 이거해왔을 경우에 교인의 권리가 어떻게 변경이 되는지에 대해 제26-29조에 걸쳐서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즉 교인이 신고 없이 6개월을 경과하면 회원권이 정지되며, 교인이 이거를 하여 이명증서를 가지고 다른 교회로 가거나 혹은 역으로 다른 교회 교인이 이명증서를 가지고 본 교회에 등록하면 즉시 교인의 권리가 주어지며, 다른 교회 교인이 이명증서 없이 본 교회에 출석하였을 경우 6개월이 지나면 당회의 결의로 회원권을 줄 수 있다.
8. 따라서 헌법이 정하는 교인의 정의와 교인의 권리와 교인의 의무를 개체교회가 정관을 통해 임의로 변경할 수 없으며, 무엇보다 교회의 공예배와 봉사와 전도의 의무를 소홀히 한 것도 아니고, 목장에 참석하지 않는 이유로 교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헌법의 정신에 상치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교회가 가정교회를 도입하여 목장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은 좋으나 이것을 가지고 교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은 옳지 않다. 비록 당회가 교인의 권리를 주고, 박탈하고 제한시킬 권한을 가졌지만, 총회가 정한 법령을 넘어서서 임의로 교인의 권리를 제한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교인의 권리는 성경 곧 복음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든지, 남자나 여자나 종이나 자유자나 유대인이나 이방인이나 부자나 가난한 자나 동일하게 주 예수님을 믿고 고백하여 이신칭의의 은혜를 받고 왕 같은 제사장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세례를 받음으로 그리스도의 몸에 속하여 형제자매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 그리스도의 몸, 곧 교회 안에서 교인은 누구나 동등하며, 특히 권리의 측면에서도 예외 없이 동등하다. 그런데 만약 교회의 본질에 해당하는 공예배와 전도와 봉사, 헌신의 문제가 아닌 목장 참석 유무 등을 가지고 이 권리를 제한한다면 이는 그리스도의 몸 안에서 우리가 누리는 영적 연합과 통일성을 깨뜨릴 뿐 아니라 우리가 고백하는 공교회를 정면으로 부끄럽게 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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