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총회설립 70주년 총회, 무엇을 남겼나?
안재경 목사
(온생명교회 담임)
제72회 고신총회(9/20-22)가 ‘사랑으로’(갈 5:6)라는 표제로 열렸다. 올해 총회는 독노회 설립으로부터 출발하여 70년을 맞이하는 총회였다. 바벨론 포로 생활 70년과 회복에 비유할 필요는 없겠지만 고신의 70년을 회고하고 새로운 70년을 맞이하는 올해 총회는 어느 때보다도 회고와 기대로 가득 차야 할 총회였다. 이번 총회를 결산해 보면 설렘도 있었지만 70주년이 무색하리만큼 염려와 걱정도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사실이다.
첫째, 총회 시작 전부터 임원선거를 앞두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목사 부총회장 선거가 너무 치열했고, 양쪽의 비방과 거짓 소문, 고소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되었다. 교단의 계파정치가 더욱더 뚜렷하게 작동하고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두드러졌다. 할 수 있는 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세를 과시하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되어가고 있다. 선거관리위원회에까지 불똥이 튀었다. 선거관리위원들 사이에 의가 상하여 겨우 봉합이 될 정도였다. 이렇게 총회장이 되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다 동원하려고 하는 것은 우리 헌법이 ‘총회장’을 ‘총회의장’이라고 인정하면서 동시에 총회장을 교단장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교회 선거가 세상 선거보다 더 과열되기에 자격을 갖춘 사람을 추천하고서 제비 뽑기로 결정하자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선관위의 역할만이 아니라 총회장의 역할에 대한 분명한 자리매김이 필요하다.
둘째, ‘유안건’에 대한 처리이다. 작년 총회에서 결정하지 못하여 유안된 안건들을 처리하는 과정을 보자. 예를 들면, ‘연합주말학교 연구’, ‘목사 장로 정년 연장’, ‘고신교단 목회후보자 영성훈련소설립’, ‘목회자사례비 표준제정’, ‘신도시 교회개척 방안’, ‘추락한 한국교회 신뢰도 회복방안’ 등의 유안건은 올해 보고에도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는 것이 없이 1년간 더 연구하겠다든지 하므로 실질적 논의가 없었던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안건이 될 때도 정확하게 안건을 논의해 줄 것을 당부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셋째, ‘총회설립70주년 기념대회’가 있었다. 기념대회는 외부의 특별한 강사나 찬양자를 초청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진행했다. 1부 예배에서 고신대 음악과의 찬양에 이어 설교자(전임총회장 조긍천목사)는 고신의 출발인 회개운동을 회고하면서 생생하게 전하려고 애썼다. 2부 기념식은 70년 발자취를 돌아보는 영상시청을 시작으로 70주년사의 대표집필자인 이상규 교수가 총회장에게 고신70주년사를 전달하였고, 대통령과 국회의장의 축사가 영상축하 메시지도 아니고 자막으로만 올렸다. 마지막으로 선언문을 낭독했는데, 그렇게 길지 않은 전문이었음에도 7가지 다짐만을 낭독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70주년 기념식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넷째, 감사국의 보고가 또다시 문제 되었다. 감사국이 총회산하의 모든 기관을 감사하면서 재정감사를 넘어서 총회에서 허락받아 진행하고 있는 사업과 업무에 대해서까지 시정과 폐지까지 지적하므로 감사국의 보고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다. 이에 감사 결과를 해당 기관에 통보한 후 반응을 받아서 정리한 후에 최종 감사보고를 내도록 하자고 결론 내렸다. 감사국이 옥상옥이 되지 않도록 총회 산하 모든 기관의 업무를 잘 격려하고 촉진할 수 있기를 바란다.
다섯째, 여성안수 문제에 대해 연구해달라는 헌의안이 올라왔다. 지금 교계에서는 여성안수문제가 화두가 되어 있다. 이것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총회가 열리는 장소 입구에 본 교단소속 한 교회의 성도들이 ‘여성장로 여성목사 안수를 허용하라’, ‘여성안수는 하나님의 뜻’이라는 피켓, 그리고 “내 영을 내 남종과 내 여종에게 부어 주리니”(행 2:18)라는 성경구절과 함께 ‘고신교단은 목사 장로 여성안수 도입하라’는 배너를 내걸고 여성안수를 촉구하고 있었다. 여성안수 연구안의 주된 논지는 올해 고려신학대학원에 여성이 11명이고, 미래의 목회자 수급에 심각한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하면서 어떤 신학 교수의 긴 기고문을 형식적으로 첨부하였다. 신학위원회에서는 여성안수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논의가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연구 자체가 필요 없으니 기각하자고 결론 내렸고, 본회에서 그대로 받았다. 여성안수에 대해 논의하면 오히려 여성안수 허용 쪽으로 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앞으로 이 문제는 수면 하에 있지 않고 계속해서 올라오고 제기될 것이다. 이 문제를 묵살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여섯째, 초미의 관심사였던 미래정책연구위원회에서 헌의한 ‘SFC 폐지’에 대한 논의이다. 기독교보에서 이미 SFC 폐지 찬성에 대해 연속된 글을 실으면서 SFC를 유지하는 이들의 발언은 수세적인 방어에 불과한 것이 되어 버렸다. 신학교육부에서는 전국학생신앙운동 지도위원회와 각 노회 SFC 지도위원장에게 맡겨서 연구하기로 했는데, 이 안건 자체를 기각하자는 개의가 있었지만 투표 결과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SFC에 관한 논의를 새롭게 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와 관련하여 미래정책연구위원회는 대안으로 ‘다음세대 훈련원 설립’을 청원했는데 그 운영과 내용 자체가 없기에 기각하자는 개의가 나왔지만 원안대로 통과되었다. SFC폐지에 대한 부담과 함께 다음세대를 세우는 일이 긴급하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미 성장이 쇠퇴하는 시기를 살고 있기에 성장 일변도의 사고방식을 버리고 복음 전하는 방식과 능력을 새롭게 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고 하겠다.
일곱째, ‘헌법개정안’에 대한 논의였다. 헌법개정위원회에서는 이번 개정을 제4차개정이라고 했는데, 헌법개정의 역사를 정확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 이번 헌법개정은 총체적인 개정이었는데 교리표준은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서의 중요한 용어들을 명백하게 표현하고, 34장과 35장을 제거하는 것으로 했다. 관리표준(예배, 정치, 권징)에서는 당장 해결되고 실행되어야 할 많은 부분을 담고 개정했다고 했다. ‘미세하거나 세대적 변동이 필수적인 부분들’은 ‘시행세칙’에 넣었다고 했다. 총대들이 구체적인 개정안에 대해 질의하고 격론이 벌어졌는데 개정위는 최선을 다해 개정했고 자구수정은 앞으로 할 수 있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최종적으로는 국어학자들과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검토위원회의 도움을 받아 자구 수정하는 것을 조건으로 5부분(교리표준, 예배, 정치, 권징, 시행세칙)으로 나누어 가부를 물었는데 교리표준은 기각하고 나머지는 통과되었다. 이에 최종적인 자구 수정과 노회수의 과정이 남았다. 교회법이 성경적 원리를 담은 최소한의 법이 되어야 하지만 시행규칙처럼 되어가는 아쉬움이 큰데, 차제에 헌법조문에 얽매이는 자구주의가 아니라 장로교정치원리를 더 분명하게 실천할 수 있는 길을 찾아가야 하겠다.
여덟째, ‘교회개척방식’의 문제를 논의했다. 3개노회가 헌의했는데 노회별로 상회비와 함께 세례 교인당 2,000원을 따로 헌금하여 교회를 개척할 때 1,500만원을 후원하고 있는데 이것이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것을 노회(전도부)로 돌리자는 제안이다. 이제는 국내전도위원회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교회를 개척하고 후원하는 것은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390여개의 교회가 개척되었는데, 이제는 노회가 국내전도위원회의 재정과 업무를 이관받아 개척자를 제대로 훈련하고 교회를 제대로 세우도록 하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결론을 내기 어려워 더 연구하기로 하고 유안건으로 넘겼다. 교회개척의 방식에 대한 고민이 많아져 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차제에 교회가 교회를 개척한다는 장로교 교회개척 원리를 분명히 해서 노회가 책임을 지고 교회를 개척할 뿐만 아니라 국내전도위원회에서 발표된 ‘유형별 개척교회 자립성공사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현 시대에 맞게 개척의 방안을 다양화할 수 있어야 하겠다.
아홉째, 기타 몇 가지 중요한 안건의 처리에 대한 것이다. ‘목사 장로 정년연장’, ‘다니엘기도회’ 문제는 1년간 더 연구하기로 했다. 합동과 합신측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농동적 순종’에 대한 문제는 성경에 명시적으로 표현되어 있지 않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정리했다. 그리고 ‘관상기도’에 대해서도 1년간 연구하기로 했는데, 사실 이 문제는 신학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태홍 목사가 관상기도를 포함한 몇 가지 사안에 대해 자신의 잣대가 절대적이라고 생각하면서 교단 내의 수많은 목사와 교수를 공격하고 동영상을 제작 유포하고, 어떤 노회에서 책자로 만들어 전국교회에 유포하므로 관련된 이들의 명예뿐만 아니라 교단도 큰 혼란을 겪는 문제였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총회가 아무런 개입도 하지 않았다. 총회가 행정에 치우쳐서 이런 문제를 다루지 않은 것은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생각해 볼 것은 회무처리과정에 대한 것이다. 올해 총회는 저녁시간에 회무처리가 없었기에 모든 일정이 밀려서 마지막 날에 80여 가지의 헌의안을 한꺼번에 논의하게 되었다. 본회에서 안건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보고서대로, 원안대로 받자고 하면서 통과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되지 않기 위해 총회의 원활한 회무와 논의를 위해서는 헌의위원회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다행히 헌의위원을 증원했다. 사실, 헌의안들의 많은 부분이 행정적인 것과 헌법을 해설해주기를 바라는 것들이기 때문에 헌법과 그동안의 총회결정을 살펴보면 충분히 답할 수 있는 부분이다. 관련된 해당 상임위에 보내서 답을 제시하고, 정책에 관한 헌의안을 중심으로 치열하게 논의하기를 바란다.
총회설립 70주년을 맞는 제72회 총회가 막을 내렸다. 고신교회가 새로운 70년을 향해 출발했다. 고신총회설립 70년을 맞은 올해 총회가 무엇을 남겼나? 신앙의 정통과 생활의 순결을 기치로 세워진 고신총회가 설립 70주년을 맞았지만 그동안 성장하던 교회의 모습, 회개하고 새롭게 되던 모습은 어느새 옛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총회의 선거를 필두로 총회진행 모습, 올해 보고서에 나와 있는 교인수 30만 명대로 떨어진 것, 교회학교부는 최대 40%까지 줄어든 것만 보아도 바로 알 수 있는 것인데 이런 것에 대한 언급과 회개와 기도 없이 막연한 이야기들만 늘어놓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경건 위축, 교세 위축은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앞으로 가속화될 것인데 말이다. 사실, 개체교회와 교인들은 총회가 무엇을 하는지, 왜 필요한지, 교회생활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알지 못한다. 교인들에게 총회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되어가고 있다. 이번 총회에서 조직된 임원회, 각 상임위원회, 특별위원회, 각종 이사회가 유안건을 포함하여 총회에서 맡겨준 미진한 일들을 잘 처리하고 마무리하기를 바란다. 총회가 교권행사의 장이 아니라 교회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교회를 하나 되게 하는 치리회라는 것을 잊지 말기를 바란다. 총회는 노회에서 파송된 총대들을 통해 소속한 노회와 교회 전체를 잘 다스리고 나아갈 길을 제시하는 치리회이다. 그 많은 시간과 경비를 들여서 모이는 총회가 자리 다툼하는 치리회가 아니라 교리 예배 권징을 하나되게 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명실상부 복음총회, 정책총회가 되어야 하겠다. 앞으로 우리 총회가 고신의 소중한 전통을 잘 간직하며 발전시키는 총회,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제기되는 도전들을 복음으로 잘 대처하는 총회, 소속된 교회를 잘 다스리고 다음 세대를 세워가는 총회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