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교회70년과 교회직원(장로, 집사, 권사)
성희찬 목사
(작은빛교회 담임)
지난 고신교회 70년 동안 총회는 교회직원 중에서 장로, 집사, 서리집사, 권사에 관해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 이를 살피며 지나온 고신교회 70년을 돌아보고 평가하며 앞으로 나아갈 고신교회의 길을 모색하고자 한다. 예를 들면 권사는 성경에 없는 직분이나 고신교회는 1978년부터 임시직원으로서 권사직을 도입했고 2011년에는 임시직원에서 준항존직원으로 분류하였다. 그리고 제72회 총회(2022년 9월)에서 노회 수의를 결정한 헌법개정 초안을 보면 명예권사를 허용하고 있다(교회정치 제36조 2항). 이를 어떻게 평가하며 고신교회 미래를 전망해야 할까?
1. 성경에 나오지 않는 권사직 신설과 준(準)항존직원 부여
한국장로교회에서는 1955년에 고신교회에는 1978년에 도입된 권사직, 성경에 나오지 않고 그리스도께서 직접 세우지 않고 교회에 주신 일이 없는 이 직분은 도대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우리에게 익숙한 직분으로 자리 잡게 되었을까?
1) 권사직은 어디서 유래되었을까?
1891년에 미국 북 장로교회 선교부에서 작성한 『북장로교 선교회 규범과 세칙』(1891년)에서 권사의 유래를 찾을 수 있다. 권사는 본래 전도부인으로서 유급 여성 교역자였다. 위 규범과 세칙 B항은 현지 대리인(Native Agents)을 다루는데 그중에 하나가 ‘전도부인’(Bible Woman)이었다, B항 3조와 9조에서 목사, 장로, 집사만이 ‘성경에 규정되고 장로교회 정치형태에서 제시된 대로 정식 직원’이라고 말하지만 이들 세 직원과 함께 전도부인도 열거하였다.
그런데 조사들이 행하는 사역과 유사한 일을 하며 특히 교회 여성을 위해 일하는 여성 사역자가 특히 장로회 선교 공의회(The Council of Missions Holding the Presbyterian Form of Government, 1893-1900) 시대에 부상하는데, 이들은 ‘전도부인’, ‘권사’(exhorter) 혹은 ‘여조사’(woman helper) 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다. 이들은 가르치는 일과 전도에 많은 시간을 보내었으며 이들 역시 교회에서 사례금을 받고서 선교사의 감독 아래 일하였다. 바로 이 여성 유급 교역자를 가리켜 권사로 부른 것에서 지금의 권사 명칭이 유래되었다.
이후 유급 여성 사역자를 전도사라는 직명으로 부르고 그 대신 교회에서 교회 봉사를 충성스럽게 잘 감당하며 지도력이 있는 여성 집사를 당회의 임명으로 세우는데 이들의 직무에서 지금 권사의 직무가 비롯되었다. 1922년 조선예수교장로회 교회정치 제6장 제5조는 여성 집사를 언급하는데 직무를 보면 오늘날 권사의 직무에 해당한다. 즉 ‘당회가 여성 집사를 선택하는 경우에는 그 직무는 환자, 수인자, 과부, 고아, 기타 환난당한 자를 위로하며 권고하되 하사든지 당회 감독하에 행하게 할 것이니라’고 하였다. 그런데 여성 집사 선거는 오늘날처럼 투표 방식으로 하지 않고 당회가 ‘진실하고 성결한 여인 중에서 자벽 선정’하였고 기도로 임직하고 안수식은 행하지 않았다(제13장 장로 집사 선거급 임직 제9조 여집사 선거).
2) 고신교회에는 언제 들어오게 되었을까?
권사직은 고신교회를 축출한 대한예수교장로교회에서 1955년에 먼저 도입되는데 1922년부터 규정한 여집사 조항을 폐지하고 여집사의 직무를 그대로 계승하도록 했다. 그러다가 고신교회가 대한예수교장로회(승동) 측과 합동하여 합동헌법을 제정할 때 제47회 총회(고신 제12회, 1962년 9월)에서 개정 공포되어 잠시 도입되는데(만50세 이상 되는 여자 성도 중에서), 그러나 고신 교회가 다시 본래대로 환원(제13회 총회, 1963년 9월)하면서 합동개정헌법을 폐기하고 이전 헌법으로 돌아오면서 권사 제도는 무산되고, 심지어 제21회 총회(1971년 9월)가 헌법에 없는 권사를 세우는 일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지만(이미 주어져 있는 명칭은 본 교회 내에서만 통용될 것이며 앞으로는 이러한 직분을 설치하는 교회에 대해서는 해 노회가 당회장을 문책하고 폐기조치를 지시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결국 제28회 총회(1978년 9월)에서 교회정치 제15조 제3항에서 권사직을 신설하고 “여 신도중에서 만50세 이상 된 입교인으로 무흠 3년간 교회에 봉사하고 공동의회에서 투표하여 총 투표 수의 3분의 2 이상의 가표를 얻은 자로 하되 안수는 하지 아니한다”는 조항을 신설하게 되었다. 이렇게 돌고 돌아서 들어오게 된 권사직은 지금에 이르렀고 처음에는 임시직원으로 시작하였으나 2011년 개정헌법부터는 준항존직원으로 분류하게 되었다.
3) 그렇다면 권사의 직무는 무엇인가?
이전에 있었던 ‘여자 집사’의 직무와 동일하다. 당회의 지도아래 교인을 심방하되 특히 병자와 궁핍한 자, 환난당한 자, 시험 중에 있는 자와 연약한 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교회에 덕을 세우기 위하여 힘쓴다(교회정치 86조)고 했다. 당회의 지도를 받는 것은 신령한 일을 감독하고 심방하며 교인을 권면하고 교훈하는 것이 본래 장로의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권사는 심방할 권리가 있다 하여 당회의 지도를 받지 않고 ‘게으름을 익혀 집집으로 돌아다니고 게으를 뿐 아니라 쓸데없는 말을 하며 일을 만들며 마땅히 아니할 말’(디모데전서 5:13)을 삼가야 한다. 특히 병자와 궁핍한 자, 환난당한 자를 돌아본다. 또 시험 중에 있는 자와 연약한 자를 위로하고 격려한다. 이 일은 본래 권사 제도가 도입되기 전 여성 집사에게 주어진 임무였다(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 1922년 교회정치 제13장 제5조 여집사). 다시 말하면 권사에게 주어진 직무는 역사적으로 볼 때 사실상 집사의 직무이다. 즉 집사는 가난한 자를 구제할 뿐 아니라, 병자와 궁핍한 자, 환난당한 자를 돌아보며 시험 중에 있는 자와 연약한 자를 위로하고 격려하는 일을 해야 했다. 때로는 집사의 아내들이 남편을 도와서 이 일을 조력하기도 하였다(디모데전서 3:11의 ‘여자들’은 집사의 아내들을 가리킨다). 또 예수님 당시와 초대교회에 갈릴리의 많은 여성이 물질로 사도들을 섬긴 것처럼 비록 공적인 직원은 아니나 집사의 아내와 함께 조력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이런 맥락에서 미국 남장로회는 조례에서, ‘만약 필요하다면 교회 당회가 경건한 여인들을 지명하여 병중에 있는 자나 죄수들, 가난한 과부나 고아나 일반적으로 낙심해 있는 자들을 돌보게 할 수 있다’고 하였다(교회정치문답조례 제124문답). 따라서 한국교회에서 교회직원으로서 권사의 직무는 여성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본래 장로의 직무와 집사의 직무를 부분적으로 취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4) 권사직은 보조 직분인가? 준항존직원인가?
고신교회에서 처음 신설될 때 권사직은 임시직원으로 분류되었다. 권사를 목사 장로 집사와 같은 항존직원과는 다르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즉 항존직원은 성경에 나오는 직분이며 그리스도께서 자기 백성에게 주신 것이나, 임시직원은 성경에 나오지 않는 직분이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제49회 총회(1999년)는 권사직을 항존직으로 넣자는 청원을 수용하지 않고 현행대로 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2011년 헌법개정을 하면서 총회는 권사를 준항존직원으로 분류하게 되었다. 권사직은 임시직원인가? 준항존직원인가?
가. 교회역사에 나타난 보조 직분
구약시대에 레위인은 제사장을 돕는 직분자로서 기능을 하였다. 이들의 일과 권위는 제사장에게 속하였다. 성경이 세 직분에 국한한다고 해서 이 항존 직분을 돕는 다양한 보조 직분을 금할 이유는 없다. 신약성경 고린도전서 12:28을 보면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주신 여러 은사 중에서 “돕는 것”(헬라어, antileimpseis)을 말하고 있다. 역사를 보면 교회에는 사실 항존 직분을 돕는 보조 직분이 다양하게 있었다. 지금도 그 예외가 아니다. 다만 이러한 보조 직분은 그리스도의 권위가 아니라 교회의 권위로 세운 것이다. 그래서 보조 직분은 당회의 권위 아래에 있으며 당회의 지도를 받아야 한다.
17세기 네덜란드 교회의 신학자 푸치우스(G. Voetius, 1589-1676)는 교회에서 이러한 보조 직분을 인정하고 심지어 이를 둘로 구분하기도 하였다. 즉 봉사 자체와 관련하여 돕는 자(지휘자, 교사 등)와 예배당 관리와 관련하여 돕는 자가 그것이다. 그는 교회를 돌보는데 필요한 모든 기능과 활동을 수행하는 보조 직분을 세우는 권한을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주신 것으로 이해하였다. 그는 이 권한을 하나님이 허용하는 권세(jure divino permissivo)라고 보았다.
한국교회는 지난 역사에서 이러한 보조 직분을 충분히 활용하였다. 예를 들어서 목사를 돕는 자로 ‘조사’(助事)를 세워서 목사가 하는 일부 기능을 하도록 하였다. 특히 ‘영수’는 교회에서 장로가 없거나 장로 수가 부족할 때 장로를 돕는 자로 세워서 교회를 돌보게 한 중요한 보조 직분이었다. 또 집사를 돕기 위해 남녀 ‘서리집사’를 세웠다. 지금도 한국교회에는 서리집사가 제직회 회원이 되어 교회를 돌보는 중요한 기능을 하고 있다. 목사후보생/남녀 전도사와 함께 항존 직분을 돕고 있는 보조 직분이다. 이외에도 ‘성가대원’, ‘지휘자/반주자’, ‘교사’, ‘교회당 관리인’(관리집사), ‘사무간사’ 등도 보조 직분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들 보조 직분은 성격상 항존 직분의 항존 직무를 보조하는 직분이기에 ‘임시’ 직원이라 할 수 있다.
나. 권사는 보조 직분인가? 준 항존직원인가?
위에서 제시한 설명에서 볼 때 권사를 집사의 항존 직무를 돕는 보조 직분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과거에는 여성 집사라 불리던 것이 지금은 권사라는 이름을 가졌을 뿐이지 이 두 보조 직분의 직무는 동일하다. 특히 여성이 다수를 차지하고 남녀 구분이 분명한 한국교회에서 권사직이 교회의 권위로 신설되어 집사의 직무를 보조하도록 한 것은 적절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011년 이래로 우리 교회정치는 권사를 무슨 이유로 준 항존직원이라고 하는 것일까? 권사직은 제29회 총회(1979년 9월)에서 신설된 이후 2011년 개정 이전까지 임시직원에 속하였다. 2011년 개정을 통해 ‘임시직원’에서 ‘준 항존직원’으로 개정한 배경은 무엇보다도 권사가 교회의 항존직원처럼 회중의 선출을 통해 취임한다는 것과 그 시무가 해마다 당회에서 임명되는 것이 아니라 만70세까지 계속된다는 점이 고려되었을 것이다. 이는 서리집사와 같은 임시직원에는 없는 요소인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러한 특별한 측면을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 이유는 권사가 성경과 신앙고백이 명백하게 규정하는 항존직원(목사, 장로, 집사)과 달리 성경과 신앙고백에서 명백하게 규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권사는 여성이 교인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한국교회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교회의 유익을 위해 교회의 권위로 세워진 것이지 그리스도의 권위로 직접 세워진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준 항존직원이라는 용어는 뭔가 어색하고 이상하다. 혹시라도 ‘준 항존직원’이라는 명칭을 통해 권사를 다른 보조 직분처럼 임시직원에 두기보다는 다른 보조 직분, 임시직원과 비교할 때 특별하고 다르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라는 뜻에서 항존직원에 준하는 준 항존직원이라 했다면 이로써 우리가 직분의 명예를 바란 것은 아닐까? 권사는 서리집사와 함께 장로와 집사의 항존 직무를 보조하기 위해 교회의 권위로 세운 임시직원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서리집사는 임시직원으로 두면서도 권사를 준항존직원으로 분류하는 것은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5) 명예권사?
지난 제72회 총회(2022년 9월)는 교리표준을 제외한 헌법개정안을 노회에 수의하기로 결정했는데 이 안에는 명예권사를 허용하고 있다(교회정치 제36조 2항, “집사와 권사에 대한 명예직은 헌법정신에 의거 세우지 않는 것이 원칙이나 특별한 사정상 사역을 위하여 만 65세 이상 된 자에게 당회의 2/3 이상의 결의로 세울 수도 있다”). 그런데 이 조항은 대단히 문제의 소지가 많다. 이는 성경과 개혁주의 신앙고백의 정신은 물론 지난 총회 즉 제32회 총회(1982년)가 공로장로와 함께 명예권사가 헌법정신과 위배됨을 확인하고 제56회 총회(2006년)에서 이를 재확인한 결정에 위배되며, 2011년에 개정된 현 교회정치 36조 2항 역시 “집사와 권사에 대한 명예직은 성경과 헌법정신에 의거 세울 수 없다”고 명백하게 규정하기 때문이다. 나아가 명예직분의 신설은 고신교회 태동과정이나 정체성 면에서 볼 때도 합당하지 않다. 만약 노회 수의를 통해 이를 결정한다면 이는 고신교회 역사에서 가장 수치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6) 불신 배우자와 미혼 여성의 권사 임직
제48회 총회(1998년)는 배우자가 불신자일 때 장립집사의 경우 성경과 헌법에서 정한 자격에 배치됨으로 불가하나 권사는 임시직이므로 해 당회 재량에 맡기기로 하였다.
또 제64회 총회(2014년)는 미혼 강도사의 목사 안수 청원한 건과 미혼자의 집사 권사 가능 여부에 관한 질의 건에 관해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에 의뢰하여 연구하여 보고한, “미혼자라도 개교회의 청빙이 있을 시에는 할 수 있다”는 결론을 두고 거수로 표결하여(찬성 91명, 반대 164명) 교수회의 보고를 부결하고 현행대로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미혼자의 임직 건은 성경이 원칙적으로 이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점, 또 미혼자가 현재 교회 안에서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서 전향적으로 개체교회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