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수)부터 20일(화)까지 고신총회 주관으로 제11차 ICRC(국제개혁주의교회협의회) 총회가 열립니다. ICRC는 개혁주의 신앙을 고백하는 세계에 흩어진 교회들의 협의체입니다. 사도신경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성도의 교제'를 고백하면서, 이 교제는 하나님께서 기회를 주시는대로 확장되어야 함을 고백합니다. 이에 고신헌법은 총회가 개혁주의 교회와의 연합과 협력에 주력해야 함을 천명합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실천 중 하나가 해외 교회연합기관으로 ICRC에 가입하여 교제하는 것입니다.
개혁정론은 곧 개최될 ICRC 총회를 앞두고 이에 대한 기획기사를 다룹니다. 이 기획기사를 통해 고신교회와 한 몸을 이루고 있는 ICRC를 이해하는데 독자 여러분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2026년 8월 31일(월)에는 포항장로교회당에서 "ICRC와 개혁주의 교회건설"이라는 주제로 포럼을 개최하니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왜 우리는 ICRC인가?

정찬도 목사
(주나움교회)
20세기 초 세계 에큐메니컬 운동이 전개되어 WCC(세계교회협의회, 1948년)가 출범하자, 이에 대한 개혁주의적 대안으로 RES(개혁주의 에큐메니컬 총회, 1946년)가 설립되었다. RES는 개혁신앙고백에 기초한 교회 일치를 추구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회원 교회들 사이에 성경의 무오성, 여성 안수, 에큐메니컬 관계 등에 대한 의견 차이가 심화되었다.
결국 신학적 스펙트럼이 넓은 WARC(세계개혁교회연맹, 1970년 창립)와 가까워졌고, 2010년 통합하여 WCRC(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가 되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보다 엄격하게 개혁주의 신앙고백에 헌신하고 성경의 권위와 무오를 고수하는 교회들이 새로이 조직한 것이 바로 ICRC(국제개혁교회협의회, 1982년 창립)이다.
ICRC의 신앙적 기초는 구약과 신약의 성경이며, 그 성경은 '하나 되는 세 고백서'(벨기에 신앙고백,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도르트 신경)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대·소요리문답)에 고백되어 있는 바와 같다.
ICRC 회원 교회는 신앙고백서에 명시된 개혁신앙을 충실히 따르는 것을 자격으로 본다. 개혁교회는 본질적으로 ‘고백하는 교회’이기 때문이다. ICRC는 단순히 “성경을 믿는다”고 고백하는 교회들의 모임이 아니라, 반드시 역사적 개혁신앙고백을 교회의 공적인 신앙 기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대륙 개혁교회는 ‘하나 되는 세 고백서’를, 장로교 전통의 교회들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공식 신앙고백으로 채택하고 있다.
오늘날 많은 교회가 성경을 믿는다고 말하지만, 성경이 무엇을 가르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역사적 신앙고백은 오랜 세월 교회의 검증을 거쳐 형성된 공적인 신앙의 기준이며, 교회의 설교와 교육, 치리와 예배가 성경에 충실하도록 붙드는 안전장치이다. 그러므로 ICRC의 연합은 막연한 복음주의적 공감대 위에 세워진 연합이 아니라, 동일한 신앙고백 위에 세워진 연합이다.
‘하나 되는 세 고백서’는 도르트 총회(1618–1619)에서 공식적인 교회의 신앙고백으로 확증되었다. 당시 항론파들이 예정과 구원에 관한 개혁교회의 핵심 교리를 수정하려 하자, 도르트 총회는 이를 성경에 비추어 배격하고 벨기에 신앙고백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성경적 교리를 충실히 고백하고 있음을 재확인하였다. 또한, 구원론을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 도르트 신경(1619)을 작성하였으며, 이 세 문서를 '하나 되는 세 고백서'로 받아들여 개혁교회의 공식 신앙고백으로 확립하였다.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는 웨스트민스터 총회(1643–1649)에서 작성된 장로교회의 대표적인 신앙고백이다. 총회는 감독제 중심의 성공회 체제를 성경에 따라 개혁하였으며, 성경을 최고의 권위로 삼아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와 대·소요리문답을 작성하였다. 이를 통해 장로교회의 교리뿐 아니라 예배와 교회 정치의 성경적 원리를 체계적으로 정립하였으며, 오늘날까지 전 세계 장로교회의 대표적인 신앙고백으로 계승되고 있다.
ICRC는 개혁교회와 장로교회가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 속에서 형성되었지만 동일한 성경적 진리와 개혁신앙을 고백한다고 보기 때문에 ‘하나 되는 세 고백서’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함께 신앙적 기초로 삼는다. 두 신앙고백은 작성 목적과 역사적 상황은 다르지만, 모두 성경을 유일한 최고 권위로 인정하고 하나님의 절대주권, 언약, 은혜에 의한 구원, 참된 교회의 표지 등 동일한 개혁주의 신앙을 공적으로 고백한다. 따라서 ICRC는 이 둘을 하나의 개혁신앙을 대표하는 두 역사적 전통으로 인정하며, 이를 회원 교단의 신앙적 기준으로 삼고 있다.
ICRC는 회원 교회들을 단순한 협력 기관이 아니라 동일한 신앙을 고백하는 자매 교회로 인정한다. 오늘날 역사적 개혁주의 신앙을 지키는 교회들은 세계 여러 나라에서 소수에 속하며, 자유주의 신학과 세속화, 종교다원주의, 박해 등 다양한 도전 속에서 신앙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서로 격려하고 협력하며 연대한다. 이와 같은 ICRC의 연대는 규모에서 오는 힘이 아니라 진리 안에서 오는 힘이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작은 교회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동일한 신앙을 고백하고 있다는 사실은 큰 위로와 용기를 준다.
“우리는 왜 ICRC인가?”라고 묻는다면 그 대답은 분명하다. 우리는 동일한 성경과 동일한 역사적 개혁신앙고백 위에 선 교회들이 진리 안에서 서로를 세우기 때문이다. 벨기에 신앙고백과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도르트 신경, 그리고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는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오늘날에도 교회를 성경 위에 굳게 세우는 살아 있는 신앙의 기준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단순한 조직이 아니라 신앙고백이다.
그러므로 “왜 우리는 ICRC인가?”라는 질문은 결국 “우리는 어떤 교회가 되기를 원하는가?”라는 질문과 같다. 하나님의 말씀 위에 굳게 서고, 역사적 개혁신앙고백을 충실히 계승하며, 세계의 신실한 교회들과 함께 진리 안에서 교제하고 협력하기를 원한다면, ICRC는 우리에게 하나의 선택지가 아니라 우리가 지향해야 할 신앙고백적 연대의 소중한 표현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진리를 끝까지 붙드는 교회만이 시대를 넘어 다음 세대에도 복음의 등불을 밝히는 교회로 남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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