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론이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기사 ‘김 집사가 알아야 할 교회법’은 교회법의 전반적 내용을 쉽게 해설하는 시리즈입니다. 기독교보와 함께 진행하는 시리즈로서 여기에 싣는 것은 기독교보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글 내용은 기독교보에 실린 그대로인 경우도 있으며, 오프라인 신문 지면의 한계상 다 싣지 못한 내용을 여기에는 그대로 싣습니다. - 편집자 주
제직회에 은퇴 직분자가 참석할 수 있나요?
양명지 목사
(두레교회)
어떤 상황에서 이런 질문이 생기게 되었을까요? 추측해보건대 그렇게 썩 유쾌한 상황이 아니었겠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교회 생활에서 생기는 질문은 문제이기만 한 게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원리와 규칙을 정리하고 이해하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제직회에 대해서 한 번 생각해보고 살펴보는 기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특히 은퇴한 직분자에 대한 질문이니 제직회와 관련해서 직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겠네요.
제직회는 모든 직분자가 모이는 집사회의 확장입니다
교회헌법 정치 제147조에서는 제직회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1항에서는 제직회의 회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개체교회의 시무목사, 장로, 집사, 권사로 하고, 당회의 결의로 강도사, 전도사, 서리집사에게 회원권을 줄 수 있다.” 제직회의 한자는 諸職會로 모든 직분자의 모임이라는 의미와도 연결됩니다. 목사, 장로, 집사, 권사가 기본이지만 당회의 결의로 교회 안의 다른 직분자들도 함께 모여 의결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교회헌법은 제직회에서 다룰 수 있는 안건을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공동의회가 의결한 예산집행 사항, 예산 추가 경정 사항, 보통재산과 특별헌금 관리 사항, 기타 중요사항. 제직회가 지금은 모든 직분자들이 모여 의논하는 자리지만 그 기초가 집사회였다는 사실을 알게 합니다. 집사의 직무가 교회의 봉사와 서무, 회개와 구제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직회의 기능인 재정, 구제, 집행, 행사, 행정은 사실 거의 전부 집사직의 전통적 역할에 뿌리가 있습니다. 장로의 치리권과는 별개로 실무 회의의 성격으로 자비와 행정의 봉사를 해온 집사의 직무와 깊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교회의 규모가 커지고, 실무 행정이 분화되고, 의사 결정 구조가 확대되면서 집사회에 여러 직분자가 함께 모여 의논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재정과 행정에서도 여러 직분자의 의견을 듣고 나누기 위해 현재는 모든 직분자가 모여 의논하는 제직회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교회헌법은 집사만 아니라 목사, 장로, 집사, 권사, 강도사, 전도사, 서리집사까지 모두 모이는 회의로 제직회를 설명합니다.
직분자가 아니라도 참관할 수 있습니다
장로교회는 다양한 회의가 있습니다. 교회가 기본적으로 개인이 아니라 치리회에 의해 다스려지기 때문에 함께 기도할 뿐만 아니라 함께 의논합니다. 그 가운데 치리회는 교회와 교인의 도덕과 영적인 사건에 대해 다루기 때문에 목사와 장로만 모여서 의논하고, 참석에 있어서 제한적입니다. 혹 당회원이 아닌 사람이 허락을 받아 당회를 참관하더라도 권징에 관한 안건에서는 이석해야 합니다.
하지만 치리회가 아닌 교회의 여러 회의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참관할 수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교회의 회의에 참관하는 것은 교회가 어떻게 세워지는지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또한 교회의 실력(?)을 볼 수 있는 장이기도 합니다. 성경의 가르침을 교회 생활의 실무에 어떻게 적용하고 실행하는지 직접 볼 수 있습니다. 공동의회에서 의결한 예산이 실제로는 어떻게 집행되는지 볼 수 있습니다. 그 가운데 생긴 이견을 직분자들이 어떻게 서로 조율하고 조정하는지 보고 배울 수 있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은퇴한 직분자만 아니라 세례 교인도 얼마든지 제직회에 참석하여 교회의 재정과 행정을 어떤 원리와 기준에 따라 의논하고 결정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다만 제직회의 회원이 아니기에 발언하거나 표결할 수 없습니다. 이는 매우 상식적인 일로 국회에 참관하는 국민들이 주권자라도 국회의원이 아니기에 참관만 하지 발언과 표결에 참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법보다 원리와 신뢰가 더 중요합니다
제직회는 재정과 행정에 대한 안건을 모든 직분자들이 의논하는 자리입니다. 집사회로 모여도 되지만 그 범위를 넓혀 모든 직분자들이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은퇴 직분자의 참여에 대한 질문은 법적으로 가능하냐 아니냐보다 근원적으로 기억할 것이 있습니다.
먼저는 제직회에서 직무를 맡은 직분자들이 의논한다는 원리입니다. 이미 충분한 직분자들이 모여 의논하기에 시무하고 있는 직분자들만 모여 의논해도 충분합니다. 이 원리에서 교회헌법은 직분자들의 수가 적은 미래자립교회와 농어촌교회의 형편을 고려하여 당회의 결의로 시무 정년이 지난 교인에게 회원권을 줄 수 있는 길을 열어 두었습니다. 가능 여부 이전에 제직회는 시무하는 모든 직분자가 의논한다는 원리가 있습니다. 그러니 충분한 수의 직분자가 있다면 직분자들이 의논하도록 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그 다음은 시무하고 있는 직분자들에 대한 신뢰입니다. 오랫동안 신실하게 섬겼던 은퇴한 선배 직분자들의 눈에 후배들의 상황이 불안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시무하고 있는 직분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의논하고 결정하도록 하고, 혹 실수하더라도 스스로 수정해가도록 기다리는 것이 필요합니다. 요청한다면 얼마든지 조언하되 격려하며 신뢰하며 기도하는 것이 은퇴한 직분자가 교회에 보일 수 있는 덕입니다. 시행착오와 경험을 쌓는 시간이 지나면 능숙한 직분자로 자라게 됩니다. 직분자들도 선배들의 경험을 미리 듣고 살핀다면 얼마든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변화된 오늘의 교회에 필요한 결정을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오늘날 교회에서는 제직회를 찾아보기 어렵고, 경우에 따라서는 제직회를 하지 않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불필요한 회의와 논쟁은 목회와 교회를 피곤하게 합니다. 하지만 재정과 행정의 실무와 방향을 직분자들이 함께 나누고 마음을 같이하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불신과 사고에 대한 염려로 숫자를 들여다보는 회의가 아니라 교회가 하나님께 드리고, 하나님이 교회에 맡기신 재정과 에너지를 바르고 효과적인 방향으로 결정하고 집행하는 제직회가 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