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론이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기사 ‘김 집사가 알아야 할 교회법’은 교회법의 전반적 내용을 쉽게 해설하는 시리즈입니다. 기독교보와 함께 진행하는 시리즈로서 여기에 싣는 것은 기독교보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글 내용은 기독교보에 실린 그대로인 경우도 있으며, 오프라인 신문 지면의 한계상 다 싣지 못한 내용을 여기에는 그대로 싣습니다. - 편집자 주
치리라는 말이 어려워요

전영욱 목사
(창원장로교회)
김 집사님! 학교에도 규칙이 있고 회사에도 사칙 또는 사규가 있지요? 교회도 아무렇게나 돌아가지 않고 질서와 원칙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치리회’입니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며, ‘하나님 나라의 지상 표현’입니다. 교회는 인간의 조직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설립되었고, 그 통치는 사람의 뜻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주권에 따라 이루어져야 합니다. 칼뱅(John Calvin)은 『기독교강요』에서 “그리스도께서는 교회 안에 영적 통치를 위임하셨다”고 강조하며, 교회는 ‘말씀의 바른 선포, 성례의 정당한 시행, 권징의 바른 집행’이 있을 때 참된 교회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교회에 말씀, 성례, 권징이 바르게 존재하게 만드는 기관이 바로 ‘치리회’입니다.
치리의 기본적인 의미
치리(治理)는 기본적으로 ‘다스림’이라는 의미입니다. 다스릴 치와 다스릴 리가 사용되었습니다. 이 다스림은 섬김과 봉사를 전제로 하는 영적 돌봄입니다(딤전 3:5). 치리는 목양, 살핌, 돌봄과 같은 말입니다. 교회를 다스리는 모든 일이 치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의 집으로서의 교회(딤전 3:15; 고전 3:9; 엡 2:19)를 다스리는 일이 치리입니다. 그리스도께서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일이 치리입니다(마 28:20).
치리는 그리스도로부터 기원합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자신의 몸 된 교회를 친히 다스리시는데, 특별히 교회 직원을 통해 다스리십니다. 따라서 치리는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교회 직원이 교인을 다스리는 일입니다. 치리는 그리스도의 다스림을 대신하는 것이기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섬김과 봉사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마 20:28; 행 6:1-4).
그렇다면 김 집사님, 치리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치리의 목적은 교인의 신앙과 순결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공동체를 돌아보고 보호하는 기능을 합니다. 교회의 공공성과 질서, 통일성을 유지하며, 그리스도의 법을 시행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종종 치리와 권징을 같은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치리는 교인들의 신앙과 생활을 위해 교회가 하는 모든 것입니다. 반면 권징은 치리의 극히 일부분으로 교회법을 위반한 교인을 징계하는 구체적인 제재 행위를 말합니다. 참고로, 이조차 벌이 아니며 교훈(discipline)과 바르게 함입니다(딤후 3:16).
치리회의 구분
김 집사님! 그렇다면 이러한 치리를 실제로 집행하는 회의는 어떤 구조로 되어 있을까요? 치리회는 당회(堂會), 노회(老會), 총회(總會)로 구분할 수 있으며, 모든 치리회는 목사와 장로로 구성됩니다.
회의를 통해 교회를 다스리는 것은 장로교회의 가장 중요한 원리 중 하나입니다. 당회는 개교회를 다스리는 치리회로 한 교회의 영적 유익을 도모하고, 각 기관을 사랑으로 감독하는 일을 합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31장 1항은 “교회를 더 잘 다스리고 더 잘 세우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대회나 공회로 불리는 모임이 있어야 한다”라고 가르치는데, 여기서 말하는 “대회나 공회”가 바로 노회와 총회를 의미합니다. 노회란 지역 단위의 개교회들을 다스리는 치리회이자 협의체입니다. 목사 임직, 교역자 청빙, 교회 분쟁 조정 등을 담당합니다. 총회는 교단 전체의 신학, 교리, 규칙 제정, 헌법 해석, 총회 산하 기관 운영 등 최종적이고 포괄적인 권위를 행사하는 치리회입니다.
당회는 매년 1회 이상, 노회는 매년 2회 이상(봄, 가을), 총회는 1년에 1차 회집해야 하는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노회와 총회는 당회에 대해 상회가 아니라, 공통적인 안건이나 소회에서 종결되지 않은 안건을 취급하는 대회(大會)라는 것입니다. 즉 총회는 당회나 노회 위에 군림하는 상위 기관이 아니라, 성경과 교회 헌법의 원리 안에서 소회의 정당성을 확인하고 보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치리회의 권한
김 집사님! 치리회는 교회의 질서와 성결과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 헌법과 교회 규례에 따라 권징과 행정을 집행하며, 필요 시 자체 규칙을 제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치리회의 권위는 그리스도에게서 위임받은 것이므로 다음과 같은 신학적 원칙 아래 제한되어야 합니다.
말씀의 원리에 반해서는 안 된다.
양심을 강제하거나 신자의 자유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권한은 위임된 것으로, 남용되거나 독점되어서는 안 된다.
교회의 치리는 어디까지나 성경과 교회법에 따라 시행되어야 합니다. 자의적이거나 폭력적으로 치리권이 행사되어서는 안 됩니다. 교회의 권세는 철저하게 하나님 말씀에 종속되며, 교회는 독재나 인위적인 규칙을 만들 권세를 갖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론 : 치리! 그리스도께서 다스리신다는 고백이며 증거
집사님!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치리는 교인으로 하여금 바른 진리를 따르도록 하고, 바른 행실로 이끌며, 봉사의 일을 하도록 할 뿐 아니라 교회 안에 일어나는 모든 갈등과 분쟁을 해결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로부터 주어졌으며 교회 직원은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교인의 영혼을 살피고 돌보아야 합니다. 이 치리 속에는 구체적인 제재 행위인 권면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치리를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집행하는 기관이 바로 치리회입니다.
결론적으로 치리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신앙과 삶을 복음 안에서 지켜주는 목회적 돌봄과 보호막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치리를 무겁게 보거나 두려워할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다스림과 섬김이 교회 안에 구체적으로 실현되는 복된 장치로 여겨야 합니다. 결국 치리는 사람이 교회를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친히 교회를 다스리신다는 고백이며 증거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치리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참여하는 일은 곧 그리스도의 다스리심에 순종하는 믿음의 행위와 같습니다.
김 집사님! 이제 ‘치리’라는 단어가 조금 익숙해지셨나요? 낯설었던 이 말 속에 감추어진 하나님의 깊은 사랑과 교회를 향한 주님의 지혜를 함께 나눌 수 있어서 참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