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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이번 기획기사는 '장로교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입니다. 장로교회의 신학적 토대인 개혁주의 신학을 목회 현장에 잘 적용할 때 건강한 장로교회가 세워집니다. 하지만 신학 이론을 목회 현장에 접목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힘듭니다. 여기에는 이론의 일괄적 적용이 아닌 개별 교회에 맞는 상황적 적용이 필요하며, 담당 목회자의 많은 수고와 지혜를 요구합니다. 그래서 이번 기획기사에는 개혁주의 신학으로 건강한 장로교회를 세워가기를 소망하는 목회자들의 글을 소개하려 합니다. 자신의 목회 현장에서 개혁주의 신학을 뿌리내리기 위해 힘쓰는 그들의 글과 나눔이 건강한 교회를 세워가기를 소망하는 이들에게 또 하나의 예시와 유익이 되길 바랍니다. - 편집자 주


 

 

장로교회를 소개합니다

   : 공예배, 삼위 하나님과 나누는 인격적인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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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중현 목사

(광교장로교회)

 

 

   교회는 예배하는 공동체이다. 삼위 하나님은 교회를 택하시고 불러 모으시는데, 그 목적은 예배, 곧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다(사 43:21). 교회는 삼위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그분이 친히 제정하신 주의 날에 공예배로 함께 모여 말씀을 들으며 삼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고 그분을 영원히 즐거워한다(웨스트민스터 소교리문답 1). 삼위 하나님은 공예배에서 당신의 거룩한 영광을 나타내시며 교회와 교제하신다. 교회는 공예배에서 당신을 주시는 삼위 하나님과 만나 대화하는 교제의 기쁨을 누린다. 그러므로 신자는 공예배 각 순서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삼위 하나님과의 대화에 참여해야 한다. 공예배 모든 순서에서 삼위 하나님을 만나 교제하며 풍성한 기쁨을 누리는 것이 삼위 하나님께서 교회에 주신 의무이자 특권이기 때문이다.

 

 

1. 공예배 순서의 원리: 규정적 원리

 

   먼저 공예배 순서를 정하는 원리에 대해 살펴보자. 삼위 하나님은 우상과 달리 자기 백성이 어떻게 당신과 교제해야 하는 지를 알려주신다. ‘예배의 방식은 하나님이 알려주신다’는 원리를 예배의 ‘규정적 원리’라고 하는데, 십계명의 제2계명이 가르치고 있다. 2계명에 따라 우리는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형상을 만드는 방식으로 하나님을 예배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의 말씀이 가르치는 방식대로 예배해야 기쁨의 교제가 가능하다. 그래서 하나님은 하나님의 유일하신 형상, 곧 길이요 진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셨다. 또한 그리스도께서는 하늘에 오르사 하나님 우편에 앉으시고 성령님을 보내주셔서, 하나님을 예배하는 자들이 성령과 진리로 예배하게 하신다. 하나님은 성령 안에서 그리스도를 의지하여, 그리스도의 진리의 말씀에 따라 예배하는 자들을 찾으신다(요4:23).

   규정적 원리는 오히려 자유를 준다. 규정적 원리는 ‘원리’이지 예배의 구체적인 지침이 아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알려주는 방식으로 예배해야 한다는 울타리가 있기에, 그 안에서 구체적인 예배 형식을 정할 수 있는 자유가 존재한다. 이 땅에 세워진 개체 교회는 교회가 처한 지역과 상황 속에서 규정적 원리에 따라 예배 순서를 정할 수 있다.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만들어 장로교회의 기틀을 마련한 선조들은 예배와 관련해서는 ‘예배 모범’을 만들었다. 이는 말 그대로 ‘모범’이라서, 예배 모범이 알려주는 성경적 예배의 요소를 각 지역에 세워진 교회의 형편에 따라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2. 공예배의 큰 그림: 교제의 대화

 

   규정적 원리를 기억하며 예배의 순서를 정할 때에, 함께 고려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예배가 삼위 하나님과 교회의 언약적 교제임을 기억하는 것이다. 공예배의 순서는 언약 가운데 하나된 삼위 하나님과 교회의 대화가 질서 있게 이어지도록 구성해야 한다. 그러면 회중이 공예배의 각 순서를 따라가며 삼위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매 주일마다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필자가 속한 교회의 공예배 순서를 통해, 어떻게 삼위 하나님과의 대화의 교제가 이루어지는 지를 살펴보려 한다.

 

(1) 예배준비

 

   소설 ‘어린 왕자’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난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우리는 만남을 준비할 때부터 이미 만남의 대상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소중한 존재인 지를 고백하기 시작한다. 예배준비는 엄밀히 말해 공예배 순서가 아니지만, 공예배가 삼위하나님과 인격적인 교제의 만남이라면, 그 만남을 준비하는 시간부터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주일에 공적으로 삼위 하나님과 만나 교제한다면, 예배를 준비하는 토요일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21장은 예배와 안식일 준비에 대한 가르침을 준다. “이 안식일은 주께 나아가 거룩하게 지켜야 한다. 사람들은 먼저 자기 마음을 충분히 준비하고, 하고 있던 일상적인 일들을 정리해야 한다…”(8항) 이 신앙고백에 따라 주일에 물건을 사거나, 식당을 이용하는 일, 자녀들을 학원에 보내는 일이 없도록 미리 모든 일상적 일들을 마무리 해야 한다. 유튜브나 넷플릭스 등 OTT서비스를 이용하느라 늦게 자는 일이 없어야 하며, 성경이 명한대로 예배를 위한 “아담한 옷”(딤전 2:9)을 구별하여 준비해야 한다. 미리 공지된 설교 본문을 읽고, 어린 자녀가 있다면 본문의 대략적인 내용을 가르치고 한 주간의 삶을 돌아보며 기도해야 한다.

   주일 아침에도 예배 준비는 계속된다. 적어도 공예배 시작 10분 이전에 도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예배 시간에 늦는 것은 습관이 되는 경우가 많고, 자녀들에게 나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주의한다. 부모의 경우 자녀들이 성경책, 찬송가, 봉헌을 준비하고 성경 본문도 미리 찾아 두도록 안내한다. 미리 화장실도 다녀오고, 물도 준비하여 최대한 예배 시간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스마트폰의 전원을 끄고, 예배 시간에 어린 자녀들이 불필요한 말을 하지 않도록 교육한다. 예배 시간에 늦어선 안 되겠지만, 늦더라도 개인적으로 기도하거나 옆 사람과 인사를 나누지 않고 바로 예배 순서에 참여하도록 한다(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 예배에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당회원에게 미리 알린다. 타지역으로 출타할 때는 출석할 교회를 당회원과 상의해야 한다.

   공예배에 대한 책임을 지는 당회원은 더욱 예배 준비에 힘써야 한다. 공예배 20분 전에 당회실에 모여 경건회로 예배를 준비한다. 송영을 부르고 성경을 봉독한 후 삼위 하나님의 영광과 모든 회원의 예배를 위하여 기도한다. 경건회를 마치면 회중 앞에서 목사와 장로들이 악수를 나누는데, 이는 삼위 하나님께서 당회를 통해 예배 주관의 직무를 목사에게 위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시점부터 회중은 목사를 한 개인으로 보지 않으며, 예배가 곧 삼위 하나님과의 교제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한다. 장로는 장로석, 집사는 집사석에 착석한다. 이는 예배에서 직분의 섬김을 가시적으로 나타내며, 모든 회중이 비로소 삼위 하나님 앞에 회집하였음을 의미한다.


(2) 초청

 

   회중을 예배로 초청하는 이 순서부터 삼위 하나님은 입을 열어 말씀을 건네신다. 회중이 모두 일어나면, 목사가 성경을 그대로 인용하여 회중을 부르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려준다. 인용되는 성경 구절은 주로,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마 11:28-30), “너희 목마른 자들아 물로 나아오라……”(사 55:1-3) 등이다. 이때, 목사는 예배로 초청하신 분이 ‘삼위 하나님’이심을 분명히 밝힌다. 교회는 악인과 죄인과 교만한 사람들의 세상 속에서 삼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자들의 모임이며, 삼위 하나님께서 우리를 먼저 부르시지 않으시면 우리는 예배에 나아올 수 없기 때문이다. 예배의 대상이 누구신지를 분명히 알고 예배해야 한다는 것은 십계명 제1계명이 우리에게 분명히 가르치는 바다. 우리는 마음을 다해 예배를 준비하며 굳은 의지를 가지고 공예배로 나아왔더라도, 지난 주일 강복을 선언하신 삼위 하나님이 한 주간 동행하시다가 다시 예배로 불러주지 않으신다면 공예배로 모일 수 없다고 고백하며, 초청의 말씀을 듣는다.

 

(3) 송영

 

   초청으로 삼위 하나님의 음성을 들은 회중은 송영으로 삼위 하나님께 응답한다. 송영은 ‘doxology’라고 하는데, 문자적으로 “영광의 말”이라는 뜻이다. 송영은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의 거룩하신 이름을 직접 부르며 영광을 돌리는 찬송이다. 송영에서 우리는 ‘네, 맞습니다. 우리는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의 초청을 받았습니다’ 라고 응답하고 ‘우리는 오직 삼위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기 위해 모였습니다’ 라고 고백한다. 온 회중이 모인 목적, 즉 삼위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며 즐거워하기 위해 모였다는 것을 노래로 고백하는 것이다(소교리문답 제1문답). 회중은 이 송영을 통하여 예배의 대상이 누구신지 가장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 이처럼 첫 대화가 오고가는 중에 가장 강조되는 점은 이 예배의 주인이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이라는 것이다. 교회의 공예배는 철저하게 삼위 하나님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4) 율법의 선포

 

   이제 삼위 하나님은 그 앞에 모여 있는 언약백성에게 하나님의 뜻을 밝히 알려주신다. 삼위 하나님은 율법 안에서 우리의 의무를 온전히 드러내셨다. 율법의 선포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한 뜻이 무엇인지를 듣게 된다. 목사는 십계명(출애굽기 20장, 신명기 5장)이나 예수님이 십계명을 풀어주신 산상수훈 본문(마태복음 5장)을 낭독한다. 율법의 선포 뒤에 교리문답 중 십계명의 각 항목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낭독할 수도 있다.

   참고로, 율법의 선포 순서는 그 의도에 따라 설교 전에 배치할 수도 있고, 설교 후에 배치할 수도 있다. 설교 전 ‘죄의 고백 및 죄 사함의 선언’ 순서와 함께 율법의 선포를 두는 경우, 십계명을 통해 우리 죄악을 보게 하고, 예수님께로 마음을 향하도록 하려는 의도가 있다. 우리의 죄가 솔직하게 드러나서 아버지의 은혜와 용서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고, 그리스도께 달려가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죄 사함의 선언을 들은 후 온 회중은 그리스도 안에서 용서를 확신하며 기쁨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들으면 된다. 설교 순서 뒤에 율법을 선포할 수도 있다. 이때 회중은 설교에서 복음을 들은 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듣게 된다. 즉 생활의 준칙으로써 십계명을 선포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다. 십계명에는 하나님의 성품이 드러나므로, 설교로 그리스도의 복음을 들은 교회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한 이웃을 사랑하는 거룩한 삶으로 나아가도록 하기 위해 십계명을 선포할 수도 있다.

 

(5) 죄의 고백과 죄 사함의 선언

 

   삼위 하나님의 뜻을 알게된 회중은 율법 앞에서 자신의 죄와 비참을 깨닫게 된다. 죄의 기준은 하나님의 법이다. 교만한 마음으로 나름 잘 살아왔다고 착각하던 우리는 율법 앞에서 죄인임이 낱낱이 드러난다. 하나님의 법을 어겼거나, 그 법을 온전히 지키지 못한 죄를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회중은 구체적으로 죄를 고백하는 동시에 그 모든 죄를 사하시려고 십자가에 못박혀 죽으신 그리스도와 그분이 이루신 의를 믿음으로 바라보며 하나님의 긍휼과 자비와 은혜를 간구한다. 이 과정에서 회중은 겸손히 마음을 낮추고 하나님의 생명의 말씀이 아니면 살 수 없다는 마음의 태도를 준비하게 된다.

   자비로우신 주님은 우리가 죄를 진심으로 고백할 때, 우리의 죄를 그리스도의 의 때문에 값없이 용서하신다. 목사는 하나님의 말씀을 인용하여 죄 사함을 선포함으로 회중이 삼위 하나님의 은혜를 확신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죄 사함의 선언을 받고 진정으로 삼위 하나님과 기쁘게 교제할 수 있게 된다.

 

(6) 시편찬송

 

   죄 사함의 선언을 받은 회중은 삼위 하나님께서 가장 기뻐하시는 노래를 부르며 감사하고 싶은 정서로 가득차서 찬송하기 시작하는데, 그것이 바로 시편찬송이다. 시편은 삼위 하나님께서 자신의 백성들에게 부르라고 명하신 찬송이다. 골로새서 3장 16절 말씀(그리스도의 말씀이 너희 속에 풍성히 거하여 모든 지혜로 피차 가르치며 권면하고 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를 부르며 마음에 감사함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그리고 에베소서 5장 19절 말씀(시와 찬미와 신령한 노래들로 서로 화답하며 너희의 마음으로 주께 노래하며 찬송하며)에서 “시”는 시편을 가리킨다. 시편은 성령 하나님의 영감으로 지은 찬송이며, 하나님께서 부르라고 명하신 찬송이며, 예수 그리스도의 노래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편은 인간이 삼위 하나님께 드릴 수 있는 가장 좋은 찬송이며, 온 세계의 보편 교회들과 함께 부를 수 있는 공교회적 찬송이다.

 

(7) 신앙고백

 

   이 시간은 회중이 찬양하는 대상이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이라는 공교회적 신앙을 고백하는 시간이다. 이 고백을 통하여 우리는 진정으로 공교회의 일원임을 체험한다. 신앙고백은 예배 순서 어디에도 들어갈 수 있다. 특별히 설교 전에 신앙을 고백할 때에는, 이제 곧 듣게 될 설교를 우리가 믿는다고 고백하고 있는 성부 성자 성령 삼위 하나님께서 주시는 말씀으로 받겠다는 의미가 있다. 신앙고백은 기도가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눈을 뜨고 고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린 자녀를 고려하여 천천히, 그리고 분명하게 고백하되, 고백하는 내용을 항목에 따라 잘 끊어서 말하고, 삼위 하나님을 향해 모두가 한 목소리로 고백한다.

 

(8) 기도

 

   설교 직전에 드려지는 이 기도는 교회의 공적인 간구와 감사를 삼위 하나님께 아뢰는 것인데, 그 핵심은 말씀 사역을 위한 기도이다. 이 기도에서 우리는 성령님께서 조명의 은혜를 주셔서 곧 선포될 말씀을 듣고 깨닫게 해주시기를 간구하고, 주중에 우리가 드린 기도에 설교로 응답해주시기를 간구한다. 또한 말씀 사역에 어려움이 없도록 말씀의 사역자들과 그 가정의 평안을 구하며, 교회 안에 여러 어려움에 빠진 성도들이 회복하여 다시 말씀 앞에 설 수 있도록 청원하고, 말씀을 가르치고 복음을 전파하기 위한 교회의 내적 외적 사역이 왕성하게 일어나게 해주시기를 간구한다. 이 기도를 통해 하늘 아버지께서 알려주지 않으시면, 우리는 삼위 하나님에 대해 아무 것도 알 수 없다는 것을 고백한다. 또한 회중은 이 기도에 응답하사 말씀을 들려주실 하나님을 믿음으로 감사를 드리며, 주님의 발 아래에 앉아 들을 준비를 마친다.

 

(9) 성경봉독 및 설교

 

   삼위 하나님은 듣기 위하여 모든 준비를 마친 회중에게 성경에 기록된 말씀을 들려주시고, 설교를 통해 말씀하신다. 성경봉독은 목사의 일이다. 웨스트민스터 예배모범은 “모임 중에 말씀을 읽는 것은 공예배의 한 부분으로써 주님께서 자기 백성을 세우시기 위하여 거룩하게 하시는 한 방편이요 목사와 교사에 의해서 수행되어야 할 일이다. 그러하나 목회를 하려고 준비하는 사람은 노회로부터 허락을 받아, 가끔씩 성경을 낭독하거나 설교의 은사를 회중 가운데서 연습할 수 있다.” 라고 가르친다. 이 내용에 따라, 목사와 신학교수, 그리고 노회로부터 강도권을 받은 강도사만 성경을 받들어 읽는다. 이벤트성으로 아무에게나 성경 봉독을 하게 하는 일은 삼가야 한다.

   삼위 하나님은 봉독한 말씀에 따라 선포되는 설교를 통해 오늘도 자기 백성에게 말씀하신다. 그래서 설교는 예배의 전부는 아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설교자는 생명을 일으킬 수도 없고 구원에 이르는 믿음을 일으킬 수도 없는 도덕적 교훈을 선포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오직 종교개혁의 정신에 따라 성경 본문에 근거한 순수한 말씀을 전파하는 데 온 힘을 기울인다. 앞서 신앙고백을 통해 고백한 삼위 하나님께서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행하신 일이 무엇인지를 봉독한 말씀에 천착하여 신실하게 연구하고 선포해야 한다. 또한 설교자는 성령의 나타나심과 능력으로 설교할 수 있도록, 성령께서 말씀에 빛을 비추어 드러내시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설교의 중심에 두어야 하며, 기도함으로 성령의 능력을 구하며 설교를 준비하여야 한다.

   설교에 있어서, 전하는 자 뿐만 아니라 받는 자의 태도도 중요하다. 설교자가 설교를 시작하지만, 청중에게서 설교가 완성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청중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웨스트민스터 대교리문답은 설교를 듣는 사람에게 부지런한 태도와 준비된 마음, 그리고 기도로 설교를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고 가르치며, 설교를 성경에 근거하여 검토하고 성경과 일치하면 믿음과 사랑과 온유함과 간절함으로 그 내용을 하나님의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가르친다(160문답).


(10) 찬송

 

   삼위 하나님이 말씀하시며 생명을 전하여 주셨기 때문에, 회중은 기쁨의 노래로 주신 말씀에 대한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화답을 드린다. 들은 말씀대로 살기 위해서는 성령님의 도우심 은혜가 필요하며 그분께 순종할 능력을 받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을 구하며 기쁜 마음으로 찬송한다. 또한 회중은 들은 말씀에 함께 응답하는 찬송을 통하여 선포된 말씀을 다시 형제 자매에게 가르치고 권면한다. 이 과정에서 회중은 선포된 말씀에 대한 더욱 큰 확신과 감사에 이르게 된다.

 

(11) 평화의 인사(sign of peace)

 

   설교가 끝나고 나서 성찬을 나누기 전에 나누는 평화의 인사는 성찬상으로 우리를 인도하는 문이다. 목사가 ‘샬롬’이라고 먼저 인사를 건네면, 성도들도 목사에게 ‘샬롬’으로 화답한다. 이는 목사와 회중 사이의 인사가 아니라, 삼위 하나님과 회중 사이의 인사이다. 하나님은 말씀하셨고, 회중은 말씀을 들었다. 이는 화평의 인사를 나누고 함께 식사 교제에 참여할 수 있는 언약 관계 안에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회중이 말씀을 들을 때, 함께 듣고 찬송하며 기뻐했기 때문에, 한 몸의 지체로써 서로 평화로운 관계 안에 있음을 확신하며 형제 자매와 인사를 나눈다. 성찬에 참여하지 못하는 방문자석의 손님과 나그네들도 교회의 환영을 받는데, 장로들이 교회를 대표하여 인사를 건넨다. 평화의 인사는 자칫 경직되기 쉬운 성찬의 분위기를 밝게 한다.

 

(12) 주의 만찬(성찬)

 

   주의 만찬(성찬)은 주님께서 우리에게 베푸신 식사를 나누는 배부름과 기쁨의 잔치이다. 이 성찬을 통하여 우리는 진정한 의미에서 성도의 교제를 나눈다. 성찬은 설교를 통해서 우리 안에서 일으켜진 믿음을 더욱 더 견고하게 한다. 주님께서 잡히시기 전날 밤에 명하신 이 성찬은 예배에 반드시 있어야 할 요소이며, 예배에 있어서 성찬을 소홀히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찬은 그리스도께서 성찬을 제정하시며 행하신 네 가지 행위를 따라 시행한다. “저희가 먹을 때에 예수께서 떡을 가지사 축복하시고 떼어 제자들을 주시며 가라사대 받아 먹으라 이것이 내 몸이니라”(마 26:26) 하신 말씀에 따라, 떡과 잔을 취하고, 감사의 기도를 드린 후에, 떡과 잔을 나누고, 회중에게 준다. 언약의 자녀들은 비록 떡과 잔을 먹고 마심으로 성찬에 참여할 수 없지만, 그것들을 바라봄으로 성찬에 참여할 수 있다. 부모들은 성찬이 시행될 때마다 성찬이 의미하는 바를 자녀의 눈높이에 맞추어 알려주어야 한다.

   성찬은 제사가 아니라 하늘 잔치에 참여하는 식사이기 때문에 장례식이나 추도예배와 같은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한다. 이를 위하여 반주자는 “생명의 양식”이나 “예수 우리의 기쁨”을 연주할 수 있다.

 

(13) 봉헌(offering)

 

   봉헌을 통해 우리는 우리의 존재와 소유 모든 것이 삼위 하나님의 것임을 고백하며 그 중의 일부를 하나님께 드린다. 우리는 삼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것을 봉헌을 통해 하나님께 다시 드리는데, 삼위 하나님은 받으신 모든 것을 구제를 통해 다시 교회의 회중에게 나누어 주신다.

   봉헌 순서가 성찬과 하나로 결합되는 경우가 있다. 이는 초대교회가 주님의 만찬을 기념할 때, 공동으로 식사하기 위해 부유한 자가 가난한 자의 음식을 제공했던 애찬으로부터 비롯한 것이다(고전11장). 주님의 만찬과 가난한 자에 대한 돌봄의 연관성은 사도행전 2:46과 6:1-3에도 암시되고 있다. 주의 식탁에 참여하는 자들은 가난한 자를 돌봄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들에 대한 감사를 표한다. 봉헌을 드리면서 온 회중은 형제 자매에게 삼위 하나님께 받은 사랑을 말로만 아니라 행동으로 증거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봉헌은 자발적 의무이다. 하나님은 즐겨내는 자를 사랑한다고 하셨기 때문에 억지로나 부득이함으로 해서는 안 된다. 동시에 봉헌은 성도의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에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부모들은 어린 자녀들이 각자 헌금을 준비하여 봉헌에 참여하도록 잘 훈련시킬 필요가 있다.

 

(14) 주기도문

 

   삼위 하나님은 말씀하시고, 그 백성은 말씀을 들었다. 들은 생명의 말씀을 보여주는 성찬의 자리에서 생명의 떡을 먹고 기쁨의 잔을 나누었다. 공예배에서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우편에 앉아계신 하늘 나라를 이 땅에서 미리 맛본다. 그러나 모였던 교회는 다시 흩어져야 한다. 죄와 세상과 사탄과의 전쟁이 있는 고난의 현장으로 흩어져야 한다. 들리는 말씀과 보이는 말씀을 다 받았으나, 받은 말씀대로 살며, 싸우며 삼위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일은 삼위 하나님의 도우심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공예배에서 삼위 하나님께 드리는 회중의 마지막 말은 주님께서 가르쳐주신 기도로 충분하다.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하는 송영과 함께, 그 백성을 도우실 수 있고, 돕기 원하시는 삼위 하나님께만 우리의 도움을 구한다.

 

(15) 강복선언 (benediction, 축복)

 

   삼위 하나님은 송영하며 기도로 도움을 구하는 회중에게 항상 함께 하실 것이라는 강복을 선언하신다. 강복선언은 기도가 아니라 삼위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임마누엘 하나님이 되실 것을 약속하시는 것이다. 따라서 눈과 귀와 마음을 활짝 열어 두 손 들고 삼위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목사를 바라보면서, 복된 선언을 듣는 것이 바람직하다. 어린 자녀들도 두 손을 바라볼 수 있도록 배려할 필요가 있다.

   강복선언은 예배의 마지막이다. 우리의 예배는 하나님의 부르심에서 시작하여 하나님의 복 주심으로 끝난다. 따라서 우리의 예배는 처음부터 끝까지 성부, 성자, 성령님께서 주도하신다. 강복선언이 끝난 후 성도들은 아멘으로 화답한다. 아멘의 의미에 대해서는 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이 잘 가르쳐 준다: “아멘”은 참되고 확실하다는 뜻입니다. 내가 하나님께 이런 것들을 소원하는 심정보다도 더 확실하게 하나님께서는 내 기도를 들으십니다(하이델베르크 교리문답 129문답). 삼위 하나님은 참으로 우리의 소원하는 마음보다 더 확실히, 들은 말씀대로 살기 원하는 우리의 기도에 응답하실 것이다.

 

 

3. 나가며

 

   우리는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만남을 갖기 원한다면서 모순적으로 행동하고 있지 않은가? 삼위 하나님이 매 주일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공예배로 초청하고 계시는데, 아무런 기대 없이 공예배에 참석하고 있지 않은가? 모든 공예배 순서에서 대화를 걸어 오시는 하나님을 무시하고, 특별한 사건을 통해서 만나 주시기만 기대하고 있진 않은가? 매주 생명의 말씀으로 집밥을 지어 먹이시는 아버지께, 먹고 싶은 인스턴트 음식을 특식으로 주지 않으신다고 투정하고 있진 않은가?

   공예배 때마다 삼위 하나님과 친밀한 사랑의 대화를 나누는 일 만큼 특별한 일은 이 세상에 없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28:20) 하신 약속을 공예배 마다 다시 선포하시며, 날마다 약속대로 동행하시는 하나님을 믿음으로 사는 삶 보다 더 특별한 삶은 이 세상에 없다. 공예배와 삶의 예배에서 하나님을 영화롭게하는 삶, 곧 그를 알고 교제하며 즐거워할 수 있는 인생이 되는 것보다 더 놀라운 기적은 없다. 공예배 때마다 일어나고 있는 삼위 하나님과의 교제가 진정한 기적임을 알고, 늘 그 대화에 심령이 목말라 하는 사람은 복이 있다. 비록 눈물 골짜기 같은 광야를 지나더라도, 천국이 그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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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기독교인과 선거 5] 네덜란드 교회 교인은 어떻게 정치에 참여할까?

    제22대 총선이 다가왔습니다. 국회(의원)는 민의를 대변하는 입법부 역할을 하기에 참으로 중요합니다. 기독교 정당을 표방하는 곳도 선거에 나섭니다.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 선거승리를 위해 불법에 가담해서는 안되겠고, 교회도 선거법을 제대로 지켜야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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