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10일(화)부터 13일(목)까지 제74회 고신총회가 열립니다. 개혁정론은 매년 총회를 앞두고 총회에 상정된 안건을 분석하는 기사를 올려왔습니다. 올해 역시 74회 총회에 상정된 안건 중 주요한 내용을 분석하는 기사를 올립니다. 이 기사를 통해 총회가 좋은 결의를 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독자들께서는 어떤 안건을 총회가 다루게 될지 미리 살펴보시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개혁정론이 다룰 안건은 1) 개체교회 시찰 매뉴얼 작성 청원 2) 미혼 강도사의 목사 임직에 대한 기준 지침 청원 3) 동물장례에 대한 질의 4) 정동수 목사 신학 검증 청원 5) 교회학교 전문교사 양성과정 신설 청원 6) 대사회관계위원회에서 제출한 청원 등입니다. 순차적으로 게재할 예정입니다. - 편집자 주 -
개체교회 시찰 매뉴얼 작성 청원
박창원 목사
(포항장로교회 담임)
안건 설명
제74회 총회에 2개 노회(경북동부노회, 부산중부노회)에서 발의한 개체교회 시찰 매뉴얼 작성 청원이 올라왔다. 2023년 개정된 교회헌법, 정치 제135조 시찰위원의 직무 4항은 “각 교회의 형편을 1년에 1차 반드시 시찰해야 하며, 집회를 협의 지도한다.”라고 규정한다. 헌법이 시찰위원의 직무로 “각 교회의 형편을 1년에 1차 ‘반드시’ 시찰해야 한다”는 규정을 넣은 것은 개체교회 시찰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셈이다.
하지만 시찰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구체적인 세부지침은 없어서, 일선 현장에서 시찰을 시행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효과적인 시찰이 시행되기 위해서는 명시적인 지침이 필요하며, 그런 의미에서 개체교회 시찰 매뉴얼 작성에 대한 청원은 시의적절한 청원이라고 할 수 있다.
시찰의 필요성
개체교회에 시찰이 필요한 이유는
첫째, 성경적인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다.
교회 시찰의 기원은 사도로부터 시작한다. 사도들은 주님이 분부하신대로 성경적인 교회를 세우기 위해 여러 지역에 흩어진 교회를 시찰했다. 베드로는 사방으로 두루 다니며 교회들을 돌아보았고, 바울 역시 여러 지역을 다니며 교회들을 견고하게 했다(행 15:41; 16:4; 18:23; 고전 4:19; 17:5-8 등). 사도들은 교회를 시찰하며 그릇된 교리와 악한 죄가 교회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고, 교회가 말씀의 터 위에 굳게 설 수 있도록 힘썼다.
둘째, 교회의 연합과 공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다.
교회는 머리되신 그리스도 안에서 연합된 하나의 몸이다. 모든 신자가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지체가 되듯이, 개체교회 역시 그리스도 안에서 서로 지체가 된다. 교회는 하나의 몸으로서의 공교회를 세우며, 한 몸의 지체로서 연합과 교제를 나누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각 교회는 신앙고백과 교리의 일치를 이루어야 하며, 서로 연합함으로 교회의 하나 됨을 지켜야 한다. 초대교회는 그 시작부터 공교회적 연합과 일치를 추구했으며, 이를 위해 사도들이 각 교회를 시찰했다. 종교개혁가 칼뱅 역시 시찰을 교회의 연합과 공교회를 세우기 위한 방편으로 사용했다. 그는 제네바 지역의 교회들이 선한 권징과 교리의 통일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시찰을 시행했는데, 이를 통해 거룩한 공교회를 세워가기를 힘썼다.
셋째, 교회를 든든히 세우며, 갈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교회가 든든히 서기 위해서는 죄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시찰은 교회에서 발생할 수 있는 죄의 문제를 사전에 경고하고, 예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래서 목회자가 바른 교리를 가르치며 성실한 목양을 할 수 있도록 살피며, 성도들이 경건하고 거룩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교회에 갈등과 어려움이 생겼을 때, 그 문제를 해결하고 교회의 하나 됨을 지킬 수 있게 한다.
고신교회의 시찰 역사
고신교회는 1957년, “노회가 소속 목사와 장로 중에서 시찰 위원을 선택하여 지교회를 순찰하고 제반 사항을 협의하여 노회의 직무를 보조하게 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그리고 3년에 1회씩 각 교회를 순찰하여 교회의 영적 형편과 재정상황, 전도의 형편과 주일학교와 기타 회(會)의 형편을 순찰하여 노회에 보고할 것을 명시한다. 또한 <시찰위원 특별심방 시 문답 예(例)>를 작성해서 시찰위원들이 사용할 수 있게 했다. 고신교회는 시찰의 직무를 중시하며,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했다.
하지만 승동측과의 합동과 환원 과정을 거치며 시찰의 기능은 점차 약해져 갔는데, 1981년 “노회는 시찰회에 명하여 3년에 한 번씩 특별히 각 목사의 교회를 순찰할 수 있다...”(교회정치, 제58조 노회의 직무)라고 규정함으로 시찰을 매년이 아니라 3년에 1회, 필수가 아닌 선택사항으로 만들었다. 또한 1992년에는 시찰의 직무를 노회의 직무에서 시찰회의 직무로 이관하고, 부록에 첨부되었던 <시찰위원 특별심방시 문답 예(例)>를 삭제해 버렸다. 이로써 시찰은 치리회(노회)의 직무에서 배제되고, 구체적인 시찰방법 역시 사라지게 되었다.
이렇게 시찰 기능이 약화된 것은 교단을 중심으로 한 공교회적 의식이 약화되어 가며, 시찰제도가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간섭하고 통제하는 등의 부작용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추측해 볼 수 있다. 아이러니한 것은 시찰 기능이 약화되어 가는 것에 반해 전권위원회의 역할은 점점 강화되어 갔다는 것이다. 이는 교회의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보다 사후에 해결하는 것에 더 초점을 두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회에 문제가 일어나기 전에 먼저 교회를 찾아가 살피며, 돌아보는 시찰의 기능이 회복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2023년 개정된 교회헌법에서 시찰의 기능을 강화한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교회헌법 정치 제11장 제135조 시찰위원의 직무 4항’은 “각 교회의 형편을 1년에 1차 반드시 시찰해야 하며, 집회를 협의 지도한다.”라고 규정하는데, 이전 헌법에서 “각 교회의 형편을 시찰할 수 있으며”라고 한 부분이 “1년에 1차 반드시 시찰해야 하며”로 바뀌었다. 이로써 1981년 이후 선택사항이었던 교회 시찰이 의무사항으로 변경되었다.
하지만 법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시행되지 않는다면 아무 유익이 없다. 그리고 법의 시행을 위해서는 시행세칙이 필요하다.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시찰을 위해서는 세부지침이 필요하며, 정확한 시찰 매뉴얼이 있어야지만 무분별한 시찰과 이로 인한 교회의 혼란을 막을 수 있다.
무엇을 시찰할 것인가?
시찰의 목적은 성경적이며 건강한 공교회를 세우고, 교회적 연합과 교제를 나누는 것에 있다. 따라서 시찰의 내용은 이를 성취하기 위한 것이 되어야 한다. 교회가 신앙고백의 원리에 따라 바르게 세워져 가며, 직분이 바르게 봉사되고, 복음의 진리와 성례가 순수하게 시행되며, 공예배가 거룩하게 드려지고, 치리가 바르게 시행되며, 성도들이 교회의 치리에 순복하며, 거룩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살펴보는 것이 좋다.
총회는 이러한 내용들을 구체적인 지침으로 작성해서 배부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통해 효과적인 시찰이 시행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특별히 최근 <교회건설연구소>를 통해 출간된 『결혼 매뉴얼』, 『장례 매뉴얼』, 『청빙 매뉴얼』처럼 『시찰 매뉴얼』도 제작될 수 있다면 더 유익할 것이다.
결론
성경적이며 건강한 교회가 많이 세워지는 것은 교단 전체가 건강해지는 지름길이다. 고신교회는 하나의 거룩한 사도적 공교회를 이루어가야 하며, 이를 위해 서로 돌아보고 서로 협력하며, 서로 권면해야 한다. 교회가 교회를 시찰하는 것은 성경적 원리요, 사도적 전통이며, 헌법적 지침이다. 그리고 이 규례를 잘 지키는 교회는 주님의 거룩한 공교회로 더욱 건강하게 자라갈 것이다. 금번 총회를 통해 개체교회 시찰 매뉴얼 작성에 대한 논의가 충분히 이루어져, 교회를 위한 유의미한 결과가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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