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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2대 총선이 다가왔습니다. 국회(의원)는 민의를 대변하는 입법부 역할을 하기에 참으로 중요합니다. 기독교 정당을 표방하는 곳도 선거에 나섭니다. 기독교인이라고 하면서 선거승리를 위해 불법에 가담해서는 안되겠고, 교회도 선거법을 제대로 지켜야 하겠습니다. 복음을 특정정파를 지지하는 것과 혼돈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이번 총선이 공정하게 치루어지도록 기도하고 참여해야 하겠습니다. -편집장- 


 

 

설교학적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정치 설교하기: 담대하나 겸손하게

 

조광현 교수

(고려신학대학원 설교학)

 

 

   한국 교회 강단에서 정치에 대해 설교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위험하다.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는 진영에 따라 극단적으로 다른 주장을 하게 마련이고 결과적으로 오해와 분쟁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설교자들 사이에서 강단에서는 아예 정치를 언급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그러나 정말 설교는 정치를 다루지 말아야 하는가? 그리고 정치를 설교에서 다룬다면 어떻게 다룰 수 있는가? 이 문제는 다양한 관점에서 취급할 수 있겠지만, 설교학자로서 설교학적인 관점에서 간략히 대답해 보고자 한다.

 

 

설교에서 정치를 다루지 말아야 하는가?

 

   설교를 설명하는 은유 가운데서 가장 적절하고 또 널리 알려진 은유는 존 스토트(John Stott)가 만든 ‘다리 놓기(bridge-building)’라는 은유다. 스토트에 따르면, 설교는 성경의 세계와 현대의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다. 설교라는 다리를 통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중에게 과거에 전해졌던 성경 말씀이 적절하게 전달된다.

   설교가 다리 놓기라는 은유를 인정한다면, 설교는 정치를 다룰 수밖에 없다. 정치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청중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다양한 문제, 한 개인이 당면한 먹고 사는 문제로부터 국가의 미래와 직결된 저출생 문제에 이르기까지, 지방 소멸의 문제로부터 전 지구적 재앙이 될 환경 위기 문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정치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영역은 없다.

   더욱이, 성경도 정치를 다루고 있다. 구약의 선지서는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을 종교적 열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금으로 말하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것까지 염두에 둔다. 예를 들어, 아모스는 “오직 정의를 물 같이, 공의를 마르지 않는 강 같이 흐르게 할지어다”(암 5:24)라고 외쳤다. 선지자들은 통치자에 대한 비판과 권면도 주저하지 않았다. 신약에서도 그런 예를 찾아볼 수 있다. 세례 요한은 당시 유대의 분봉왕이었던 헤롯의 악행을 비난했다. 요샛말로 하면 불의한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다. 바울은 정의를 실현하고, 공공선을 구현하는 국가의 역할을 언급하기도 했다(롬 13:2-7).

   청중의 삶이 정치와 무관하지 않고, 성경도 정치를 다루고 있다면 설교는 정치를 다루어야 한다. 청중은 자신과 이웃의 삶에 크게 영향을 주는 정치의 영역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하나님의 뜻을 따라야 한다.

 

 

설교에서 정치를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

 

   설교가 성경의 세계와 현대의 세계를 연결하는 다리지만, 설교에서 성경 본문이 언급하는 모든 것을 그대로 현대 세계로 전달할 수 없다. 왜냐하면 과거 성경이 기록된 시대의 상황과 오늘날의 상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본문과 지금의 상황이 차이가 날 때, 현대 청중에게 적절한 하나님의 말씀을 전달하기 위해 원리화 과정이 필요하다.

   해돈 로빈슨(Haddon Robinson)은 설교자들이 원리화 과정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림을 제시하는데, 그 그림을 “추상의 사다리(ladder of abstraction)”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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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를 들어, “새끼를 그 어미 젖으로 삶지 말라(신 14:21)”는 성경의 명령(A)은 오늘날 청중의 상황과는 거의 공통점이 없다. 이런 경우에 성경 본문에서 원리를 추출할 때까지 끝까지 추상의 사다리를 올라가야 한다. 그러면 “주변 문화의 이방적인 관행에 따르지 말라”는 원리(B)를 추출할 수 있다. 이 원리는 지금의 청중에게도 적절한 하나님의 말씀이다.

   이와 같은 원칙은 설교에서 정치를 다룰 때도 적용할 수 있다. 우리는 정치를 다루면서 성경 본문에서 추출된 원리를 명료하게 제시할 수 있다. 시대적 상황에 매이지 않는 성경적 원리는 청중의 정치적 배경이나 청중이 주장하는 어떤 이데올로기에도 예속되지 않는, 그들이 순종해야 하는 하나님의 말씀이다. 그러므로 강단에서 정치에 대해 침묵하는 대신, 용기와 신념을 가지고 정치와 관련한 성경적 원리를 설교할 수 있다.

   아울러 로빈슨은 설교자가 삶 속에서 따를 수 있는 구체적인 적용(C)을 언급하는 것에 대해 “필요하지만 위험한 일”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때에 따라 청중에게 구체적인 실천을 말할 수 있으나 하나님이 의도하지 않은 것까지 하나님의 이름으로 청중에게 요구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부모는 자녀가 하나님을 예배하도록 양육해야 한다”는 것은 원리(B)다. 이 원리는 “가정 예배를 드려야 한다”라는 구체적 실천(C)으로 적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가능성 있는 하나의 실천이지 무조건 따라야 하는 원리는 아니라는 점을 겸손하게 인정해야 한다.

   설교에서 정치를 다룰 때도 마찬가지다. 설교자에게 예의 바르고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 정치적 견해에 따라 의견이 대립할 수 있는 구체적 사안을 다루고자 할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뿐 아니라, 설교자가 현실 정치의 모든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 전문가는 아니다. 그러므로 설교자는 정치적 문제에 있어서 그리스도인이 견지해야 하는 태도가 자신이 주장하는 오직 한 가지라는 인상을 주어서는 안 된다. 어쩌면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그 사안을 바라볼 수 있는 성경적 원리를 설명하고, 그리스도인들이 분별력을 위해 기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담대하나 겸손하게

 

   청중은 정치의 영역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들어야 한다. 그래서 설교자는 강단에서 담대하게 정치를 다룰 수 있고 또 다루어야 한다. 그러나 설교자는 모든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선지자나 사도와 같은 권위를 가지고 있지도 않다. 그러므로 설교자에는 겸손한 태도가 필요하다. 담대하나 겸손하게, 정치를 설교의 영역으로 포함하려는 설교자에게 핵심적인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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