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개혁교회가 개혁주의신학대학교 설립을 반대하다
이충만 목사
(네덜란드 캄펀신학교)
네덜란드의 기독개혁교회(CGK: Christelijke Gereformeerde Kerken)는 지난 10월 10일 뉜스페이트 (Nunspeet)에서 열린 총회에서 2년 반 동안 집중적으로 논의한 개혁주의신학대학교 (GTU: Gereformeerde Theologie Universiteit, 이하 신학교) 설립에 대해 최종적으로 반대결정을 내렸다. 총회 참석인원 중 최소 70퍼센트의 찬성표가 필요했으나 이에 이르지 못했다.
2014년 이후 기독개혁교회는 개혁교회(해방파, GKV: Gereformeerde Kerken vrijgemaakt, 이하 해방파)와 네덜란드개혁교회(NGK: Nederlands Gereformeerde Kerken)와 함께 하나의 신학교육기관인 신학교를 설립하고자 협의하였다. 여기에는 네덜란드개신교회(PKN: Protestantse Kerk in Nederland)에 속해 있는 개혁주의연맹(GB: Gereformeerde bond)도 인적차원에서 협력하고자 합의하였다. 각 신학대학교 및 신학교육기간의 실무자들이 건립을 위해 구체적으로 협의하였고, 해방파와 네덜란드개혁교회는 올해 초 총회에서 설립을 찬성하였다. 그러나 기독개혁교회의 총회는 최종적으로 반대결정을 내린 것이다.
총회의 보도자료에 의하면 반대결정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 신학교 운영과 관련하여 네덜란드 교육부의 방침을 따른 ‘조합모델’은 총회를 통한 신학교에 대한 교회의 직접적인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신학교와 교회간의 긴밀한 유대 관계를 훼손할 수 있다는 점이다.[1] 둘째, 개혁주의연맹의 실질적인 기여에 대한 기독개혁교회의 요청이 충분하게 실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해방파 총회가 여성직분(목사, 장로, 집사)을 인정한 것이 비록 이번 총회 결정의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으나 해방파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만들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로 인해 신학교설립의 해당 교단들과 신학교육기관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중요한 역할을 했던 캄펜신학대학교(해방파)의 학장인 룰 카이퍼르 (Roel Kuiper) 교수는 이번 결정으로 인하여 개혁주의신학을 네덜란드에서 더욱 강화시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상실된 것에 심대한 실망감을 표하였다. 동시에 기독개혁교회를 제외하고 신학교설립을 여전히 논의할 수 있다고 말하였다.
네덜란드개혁교회의 총회 의장인 스마우터르 (W. Smouter) 목사도 실망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번 결정이 두 교회 간의 긍정적인 상호관계 – 네덜란드개혁교회의 신학교육기관은 아펠도른신학대학교 내에 위치하고 있다 –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염려한다. 또한 기독개혁교회의 요청에 따라 실질적인 기여를 하기 위해 자신들이 속해 있는 교단(네덜란드개신교회, PKN)과의 관계를 훼손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최선을 다한 개혁주의연맹도 이번 총회가 설립을 반대한 것에 대하여 실망하였다.
이와 같은 실망감은 신학교설립에 기독개혁교단이 2015년 이후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기 때문에 더욱 크다. 이에 대해 이번 총회의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한 스헤이나우(Han Schenau) 목사는 인터뷰에서 기독개혁교단은 겸손한 자세로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였다. 아펠도른신학대학교 학장인 헤르만 셀더르하위스 (Herman Selderhuis) 교수는 이번 결정으로 인해 신학교설립이 무산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하면서도, 아펠도른신학대학교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촉구하였다. 동시에 그는 유럽의 개혁주의 신학교육기관들이 협력할 수 있는 유럽개혁주의신학대학교에 대한 바람도 표하였다.
이번 결정으로 해당 교단들의 신학교육기관들은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게 된다. 또한 상호신뢰를 회복하고 지금까지 유지해온 협력관계를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1] 신학교 설립을 협의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신학교 운영을 위해서 협동관리모델을 구상하였다. 이는 신학교 설립에 동참하는 각 교단의 총회가 신학교 운영진의 구성 및 활동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네덜란드 교육부의 동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와 달리 교육부가 인정한 ‘조합모델 (verenigingsmodel, 영어로 번역하자면 association model이다)’은 협동관리모델과 비교할 때 신학교 운영진의 독립적인 활동과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모델이다. 이로써 신학교 운영에 대한 직접적인 교회의 영향력이 약화 될 수 있다. 이에 대한 우려는 기독개혁교회의 총회에서 뿐만 아니라 해방파총회에서도 제기되었다. 지난 2년 동안 신학교 설립을 논의했던 실무진은 이 모델을 수용하면서도 이와 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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