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신선교 60주년 기념대회(6월 17일-19일) 평가
김주만 선교사
고신교단 선교가 6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고신총회가 정식으로 세워지기 이전, 독노회로 있을 때부터 고신은 선교에 관심을 돌렸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로부터 60년이 지나오면서 고신교단의 선교는 성장을 거듭해왔습니다. 주변의 다른 선교단체나 다른 교단 선교부로부터 고신선교부는 잘 조직되고 잘 운영되는 모범적 선교부라는 칭찬을 듣곤 합니다. 재정정책이나 다른 유수한 문제들을 앞에 두고 있지만 그래도 고신총회선교부는 다른 교단에 비해 좋은 선교부며, 고신선교사들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사역을 열심히 잘 한다는 소리를 듣습니다.
2015년 6월에 고신선교 60주년 기념대회가 열렸습니다. 다양한 볼거리(지역선교부쓰)와 먹을거리(선교지역음식), 그리고 살거리(선교지에서공수된물품)를 포함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지고 천안 고려신학대학원에서 열렸습니다. 여러 가지 염려에도 불구하고 본부선교사들과 간사들 그리고 안식년 선교사들의 수고로 인해 다채롭게 대회가 치러졌습니다. 그리고 여러 교회들의 섬김을 통해 노회선교대회도 성황리에 마쳐진 것 같습니다.
이번 고신선교 60주년 기념대회에 대한 글을 부탁받고 여러 생각들을 해봤지만, 한마디로 평가하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본부장을 비롯해 선교부의 여러 선교사님들의 수고로 이루어진 선교대회를 몇 마디의 말로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은 수고한 분들에 대한 실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악조건 속에서 이러한 선교대회를 치러낸 것만으로도 일단 박수 받을 만 하다고 봅니다. 특별히 노회선교대회는 성공과 실패의 판단을 넘어 교회들과 선교부 혹은 선교사들과의 본딩(bonding)을 더 돈독히 이룬 부분이 있는 것 같아 칭찬 받을 만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고신선교60주년기념대회에 참여하면서…
1.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60년 이라는 세월을 보냈다는 말은 6번 강산이 변했고, 적어도 두 세대가 흘러갔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자리에 서있는 고신의 선교에 제일 먼저 기대되는 것은 '성숙함'이라고 봅니다. 이만큼의 세월을 보내고도 성숙했다든지 성숙해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면 그것은 큰 문제일 것입니다. 선교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한 단체 가운데 60년 동안 역사하셨다고 기대하는데, 만일 성숙의 흔적이 없다면 그 단체를 어떻게 평가해야할까요? 이번 선교대회를 참여하면서 나름대로 고신선교의 발전하고 성숙한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메리스의 위협 속에서도 1000여명의 성도와 선교사들이 모여 차분하게 뜻 깊은 선교대회를 치른 것에서 성장과 성숙의 모습을 엿보게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신의 선교는 계속 성숙해가야 할 것입니다.
2. 관점의 변화가 절실합니다.
선교는 우리를 위한 사역이 아닙니다. 선교는 우리의 사역결과와 전리품들을 나열하고 그것을 기뻐하는 사역이 아닙니다. 선교는 (선교지에 있는) 그들을 위한 사역입니다. 우리가 잘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복음화 되고, 그들이 잘되어야하는 사역입니다. 그래서 "내가..." 혹은 "우리가..."도 중요하지만 "그들이..."라는 관심과 관점의 변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선교사역에 있어서의 성공여부와 선교에 대한 가치판단의 기준은 '내(우리)'가 아닌'그(들)'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의 시선은 우리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우리는 그들을 위한 하나님의 도구가 되어야 하는데, 오히려 그들을 우리의 선교적 업적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지는 않은지 계속 자문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만일 우리의 시각이 '그들'에 있다면 우리는 그들의 언어, 문화, 삶의 유형 등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어떻게 복음을 전할 것인지에 대한 생각들로 가득 찰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선교대회나 수련회는 어떻게 이 과업을 이룰 것인지에 포커스가 맞추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시각의 변화를 가진다면, 선교부를 두고 정치놀음은 절대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아울러 이러한 시각의 변화는 선교사에 대한 교회의 시각변화로 이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이라는 웃지 못 할 농담 아닌 농담들이 진담으로 돌지 않을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선교대회에서 그들(선교지 사람들) 가운데 역사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보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가 선교사들이 과연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좀 더 명확하게 보고 이해할 수 있게 만들 것입니다. 따라서 선교대회는 분명 우리의 잔치고, 우리가 어떻게 선교를 더 잘할 것인지 그리고 교회가 어떻게 선교를 더 잘 동역할 것인지를 모색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선교사역의 특성상 그들을 이해하는 자리가 분명히 있어야하며, 그들 가운데 역사하신 하나님의 손길을 분명히 볼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3. 선교이해에 대한 추상성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관점의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선교에 대한 추상적 이해를 벗어야 할 것입니다. 선교에 대한 추상적 이해, 다른 말로 하면 선교에 대한 나 중심적 이해는 정말 선교에 있어서 큰 걸림돌이 됩니다. 따라서 선교사나 교회목회자나 선교관련 지도자들은 선교에 대한 분명한 이해와 개념정립을 해야 할 것입니다. 만일 "한국에서 이러하니 선교지에서도 그러할 것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선교에 접근한다면 곧 낭패를 당하는 일이 생길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러한 시각과 태도는 오히려 선교의 걸림돌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주 작은 예를 들어봅시다. 단기선교팀이 오카리나를 선교지 학생들에게 가르쳐 주기로 하고 열심히 준비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들은 오카리나로 찬양을 연주하기 위해 오선지 악보를 열심히 준비해왔습니다. 그러나 막상 선교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발견한 것은 그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오선지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음악공부를 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워 본적도 없는 아이들이라는 것 입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오선지 악보가 그들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것임을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따라서 선교대회를 통해서 교회와 성도들은 타문화 선교의 본질과 현주소를 좀 더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번에 김성운교수의 이슬람에 대한 강의는 이런 점에서 참 가치 있는 강의였다고 생각합니다.
4. 성숙을 위해서는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선교의 추상성을 벗어버리길 위해서는 선교의 ABC에 충실해야 합니다. 한국 사람들은 감수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정에 약하고 그러면서도 정에 강합니다. 그래서 선교보고시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리게 만드는 선교사를 아주 대단한 선교사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더욱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선교에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크고 감동적인 사역이 아니라 타문화권 사람들에게 어떻게 적절하면서도 문화적으로 이해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선교사가 되는가 하는 것입니다. 모든 외적인 것들은 다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남는 것은 선교사 자신입니다. 만일 선교사 자신이 타문화권 선교의 가장 중요한 ABC에 충실하지 못했다면, 결국 사역에 있어서 아무런 변화와 성장을 가져오지 못할 것입니다. 기본의 결핍은 그의 삶과 사역이 성숙하는데 큰 장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것은 후원하는 교회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후원하는 교회는 자주 선교사들을 판단하고 평가하는 자리에 세우곤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교회가 선교에 대한 ABC를 바로 이해하고 있지 않다면, 교회는 잘못된 시각으로 아니면 아주 추상적인 시각으로 선교와 선교사를 바라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는 결국 마지막 날의 과업을 이루는데 큰 걸림돌로 작용할 것입니다.
5. 성숙을 위해서는 하나님 중심의 선교를 해야 합니다.
선교뿐 아니라 모든 사역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것 중의 하나는 욕심입니다. 이 욕심이 선교사역을 '그(그들)'중심의 사역이 아닌 '나(우리)'중심의 선교를 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이 욕심은 이기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결국 욕심은 죄이며 죽음을 가져오는 독약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선교가 성숙하고 우리 선교사들이 성숙하고 또한 선교를 동역하는 교회들이 성숙하기 위해서는 나의 욕심을 버리는 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대신 하나님의 뜻과 인도를 중심에 두는 선교를 해야 할 것입니다. 이는 어설픈 직통계시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하나님 중심의 삶과 사역을 행하는 것을 염두에 둔 말입니다.
사실 60년이란 세월이 지났지만 우리의 선교는 늘 부족함이 많고 아직도 성숙해야할 과제들을 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과감히 우리의 이기적인 욕심을 버릴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선교에 있어서의 원리원칙을 붙잡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이 땅을 새롭게 하기 위해 그리고 죄인인 우리에게 생명을 다시 불어넣어 주시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성육신하신 예수님. 죄와 저주의 사슬에 묶여있는 인생들에게 새 생명(예수님의 생명)을 주시기 위해 자신을 비우시고 겸손히 낮아지신 예수님. 하지만 죄와 사망의 권세를 이기고 부활하셔서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회복하신 예수님. 이분의 겸손과 승리를 우리의 선교사역의 중심에 두어야 하지 않을까?
이 예수님의 겸손과 승리는 우리의 삶과 사역에 모범인 동시에 우리를 승리하게 하고 생명을 얻게 하는데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이 예수님의 겸손과 승리는 우리의 선교가 성숙한 자리로 나아가는데 중요한 자양분 역할을 할 것입니다.
맺으며…
선교 60주년을 맞이한 우리 고신의 선교가 화려한 구호와 다양한 이슈들 만내세우면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또한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중심적 관계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선교사역과 관련된 많은 현안들에 대해 좀 더 전문적인 시각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추상성에 기초한 결론도출이 줄어들기를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온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야 하는 대과업 앞에서 우리는 믿음으로 반응하며 타문화선교를 감당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먼저 그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더하여 주시리라"는 명령과 약속 앞에 구체적으로 그리고 믿음을 가지고 반응(순종)하는 성숙한 고신의 선교(선교사, 선 교부 그리고 교단선교행정주체)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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