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틴 가자지구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대적인 공격을 감행했다. 그들은 수백명을 죽이고 백 수십명을 인질로 잡아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온 세계가 전쟁통을 겪고 있는데, 중동에 새로운 전쟁이 발생할 상황이다. 이스라엘은 곧장 대대적 반격을 가했고, 가자지구를 봉쇄하고 곧 지상군을 가자지구로 투입할 기세다. 개혁정론은 오랜 갈등과 전쟁의 진원지인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어떻게 봐야할 것인지 집중해서 살펴볼 계획이다. - 편집장 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 어떻게 볼 것인가? 3]
이-팔 사태를 보면서
고덕길 목사
(이슬라마바드 한인교회 담임)
요즘 이-팔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도하면서도 그 치열한 현장 속에서 살았던 그 시절 그때가 뇌리에서 다시 소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문제이기도 하고 중동정치를 전문적으로 연구하지도 않았지만 그곳에서 살면서 보고 듣고 겪으며 느꼈던 소회를 한번 정리해보고 싶은 마음에 무거운 펜을 들었습니다.
1993년 7월 27일 이스라엘 텔아비브를 향하여 김포공항을 출발하였습니다. 도쿄, 방콕, 아테네를 경유하여 텔아비브에 도착한 것은 다음날 현지 시간으로 저녁 9시경이었습니다. 우여곡절을 겪은 후에 밤 12시쯤 서울에서 소개받은 예루살렘에 계신 어느 목사님 댁에서 하루를 묵고 다음 날 그 목사님의 도움으로 집을 구하여 들어갔습니다. 이때부터 파란만장한 이스라엘에서의 삶이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해외경험이 전무했던 나로서는 모든 것이 낯설고 생소해서 실수를 연발하기도 하였지만 바로 여기가 내가 그렇게 와 보고 싶었던 ‘성경의 땅’이라는 사실이 모든 괴로움을 덮어주기도 하였습니다. 더우기 주변에서 흔히 들려오는 아브라함, 야콥, 이츠하크, 요셉, 다윗, 미리얌, 사라, 리브카, 에스더와 같은 너무나 친숙한 이름들을 들으며 과연 이곳이 성경의 땅이구나 감탄하기도 하였습니다.
예루살렘의 구시가지에 들어가 사진으로만 보던 통곡의 벽, 십자가의 길, 골고다, 예루살렘 성벽 등을 보면서 얼마나 가슴 뛰고 설레였는지 모릅니다. 통곡의 벽에 내 손을 대고, 내 발로 십자가의 길을 걷고,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셨던 골고다에 내가 서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성경을 백 번도 더 읽은 것과 같은 감동이 몰려오기도 하였습니다.
이제 히브리어 언어를 습득하는게 제일 급선무였으므로 언어과정에 등록하고 매일 8시부터 12시까지 4시간 동안 현대 히브리어 6단계를 마쳐야 하는 강행군에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한 학기에 한 단계씩 마치면 총 3년이 소요되는데 방학 때 하는 속성 코스를 등록하면 1년을 단축할 수가 있으므로 하루도 쉴 새 없이 2년을 히브리어 습득에 매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6단계 마지막 시험을 통과해야 히브리 대학교에 등록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교실 밖의 상황은 학업에 전념해야 하는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기도 하였습니다. 1993년 9월 13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해방기구(PLO)가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평화협정을 맺었는데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설립과 이스라엘이 점령지에서 철수하는 것을 골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오슬로 협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협정을 위한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협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직접적인 협상을 시작으로 양측의 관계 개선과 평화협정의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합니다.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양측 협상의 대표자였던 이츠하크 라빈 이스라엘 총리와 외무장관 시몬 페레스 그리고 PLO 의장 야세르 아라파트가 공동으로 1994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 협정에 반대하는 양측의 시위대가 날마다 공원이나 도로를 점거하고 격렬하게 시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습니다. 급기야 라빈은 1995년 11월 4일 텔아비브에서 열린 평화 행진 중 이스라엘의 극우파 대학생 이갈 아미르에게 암살되었습니다. 라빈의 암살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평화 협상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아미르는 라빈이 팔레스타인과 평화협정을 맺는 것을 반대했으며 라빈의 암살을 통해 이스라엘의 영토를 지키고자 했다고 공언하기도 했습니다. 아미르는 라빈의 암살을 자백했으며 1996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입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것은 당시 라빈 수상 저격 사건을 보도하는 저녁 뉴스에서 리포터가 거리에서 지나가는 시민을 상대로 인터뷰를 진행하는데 어떤 이는 평화를 위해 애쓰던 수상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 슬프다고 하는 반면 또 어떤 이는 우리 땅을 적에게 주려고 했던 수상이 죽어서 행복하다고 전 국민이 시청하는 생방송 뉴스에서 말하는 것을 보고 적잖이 충격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기류는 최근까지 지속되는 추세였지만 이번 하마스의 기습공격이 너무나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그동안 온건한 자세를 유지했던 이들조차 가자를 쓸어 버려야 한다고 할 정도이니 그 충격을 가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팔레스타인 측의 평화협상 반대자들은 자살테러까지 서슴치 않고 자행하였습니다. 한번은 아침에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가는데, 가는 도중 내 앞선 버스가 자살테러로 완전폭파된 현장을 목격하기도 하였습니다. 내가 조금 일찍 나와 저 버스를 탔다면 하는 생각에 몸서리가 쳐지기도 하였습니다. 날마다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해야 하는 나로서는 두려움과 공포감이 몰려 왔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 후로 정거장마다 무장군인이 배치되어 승객들을 일일이 검색하기 시작했는데 그나마 약간의 안도감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테러의 타겟은 버스만이 아니었습니다. 2002년 7월 31일에는 오후 1시 30분경 히브리 대학교 식당에서 폭탄테러가 발생하였습니다. 그날 나도 수업을 마치고 그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도서관으로 가는 도중 갑자기 꽝~ 하는 폭탄 소리가 나고 머지않아 앰뷸런스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습니다. 몇 명의 한국 학생이 그 식당에 있었는데 식사를 마치고 그 자리에서 논의할 것이 있어 남아 있던 일부 한국 학생들도 전신화상과 골절상을 입는 등 큰 부상을 당하였습니다. 그때 부상을 당했던 분들은 이제 온전히 회복되어 학계 이곳저곳에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날 폭탄테러를 자행한 게 바로 하마스였습니다.
하마스(Hamas)는 팔레스타인의 이슬람 무장단체입니다. 1987년 가자 지구에서 창설되었으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적대시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이슬람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팔레스타인 해방과 이스라엘의 멸망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다양한 무장 공격을 통해 이스라엘을 공격해 왔으며 2006년 가자 지구 선거에서 승리하여 가자 지구의 실질적인 통제권을 장악했습니다.
하마스의 주요 목표는 이스라엘의 멸망, 팔레스타인 해방, 가자 지구와 서안 지구의 통일, 이슬람 원리주의에 따른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하마스는 국제사회로부터 테러 조직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미국, 유럽연합, 유엔 등은 하마스와의 모든 접촉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을 더욱 심화시켰습니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양측에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습니다. 또한 하마스의 가자 지구 통치는 가자 지구의 경제와 사회 발전을 저해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이후 70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데 이 분쟁의 핵심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주권과 영토에 대한 것입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모두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역사적, 종교적, 문화적 정통성을 주장합니다. 이스라엘은 유대민족의 역사적 고향으로서 팔레스타인 지역은 유대인 국가를 건설하기에 적합한 땅이라고 주장합니다. 반면 팔레스타인인들은 팔레스타인 지역이 오랜 세월 동안 자신들의 조상들의 고향이었으며 이스라엘의 건국은 그들의 정당한 권리를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팔레스타인 분쟁의 발단은 1947년 유엔의 팔레스타인 분할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엔은 팔레스타인 지역을 유대인 국가와 아랍인 국가로 분할하는 안을 통과시켰지만 아랍 국가들은 이 안을 거부하고 팔레스타인 지역을 침공했습니다. 이에 따라 1차 중동전쟁이 발발했고 결국 이스라엘이 승리하여 팔레스타인 지역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에는 수차례의 평화 협상이 진행되었지만 모두 실패로 끝났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국가의 건국을 인정하는 대신 팔레스타인 지역의 일부 영토를 양보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의 영토 확장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은 더욱 격화되었습니다. 2000년 이스라엘의 제2차 인티파다(봉기)와 2006년 하마스의 가자 지구 장악 이후 두 세력은 끊임없는 무력 충돌을 벌여왔습니다. 2022년에는 가자 지구에서 11일 동안 이어진 전쟁으로 200명이 넘는 민간인이 사망하는 등 분쟁의 피해는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이 분쟁이 해결되지 않는 한 중동 지역은 계속해서 불안정과 갈등의 소지가 될 것이고 결국 세계평화에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1948년 이스라엘이 독립한 이후 지나치게 팔레스타인 주민을 억압해 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미 네 차례나 전쟁를 치루었고 끊임없이 테러와 그 보복으로 점철된 역사가 그 땅의 역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테러가 정당화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오죽하면 테러를 하겠냐는 동정론이 있는 반면 테러는 절대로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번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이미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할지 예측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사태로 인하여 다시 중동에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수상 베냐민 네타냐후는 그동안 여러 부패 스캔들과 사법개혁 파동으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었는데 이번 사태를 잘 해결하여 성난 민심을 어느 정도 달랠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국내여론을 잠재우려면 당장이라도 가자로 진격해 들어가야겠지만 국제 여론은 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 할 것입니다. 200여명의 인질도 그렇지만 득보다 실이 많을 가자 침공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세계의 이목을 블랙홀처럼 빨아드리고 있습니다.
오슬로 협정을 맺은 지 30년이 지났고 그 협정의 당사자들이 노벨 평화상까지 받았지만 그 땅에 평화는 여전히 요원하기만 합니다. 중동의 문제는 이제 중동의 문제로만 그치지 않으며 전 세계 아니 우리에게도 여러 가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해 이-팔 사태가 더이상 확대되지 않고 속히 진정되도록 간절히 기도해야겠습니다. 하나님의 샬롬이 그 땅과 그 땅의 모든 백성들에게 충만히 임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 (요 14: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