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론은 2026년 8월 31일(월)에 제18회 포럼을 열고, ICRC에 대해 살폈다. 이에 이 날 발표된 두 편의논문을 게재한다. - 편집자 주
국제개혁교회협의회(ICRC: International Conference of Reformed Churches)의 역사와 의의
— 개혁신학의 고백적 연대, 그 역사와 신학적 유산 —
창립 1982년 · 흐로닝언(Groningen), 네덜란드

임경근(Kyungkeun Koen Lim)
제1장 들어가며
국제개혁교회협의회(International Conference of Reformed Churches, 이하 ICRC)는 1982년 네덜란드 흐로닝언(Groningen)에서 창립된 세계 개혁교회와 장로교회의 국제 연합 기구이다. ICRC는 종교개혁의 신학적 유산, 곧 세 개의 일치신조(벨직 신앙고백,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도르트 신경)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고백하는 교회들이 공동의 신앙고백을 기반으로 형성한 신앙고백적(confessional) 국제 교제 기구이다.[1]
ICRC는 세계교회협의회(WCC)나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CRC)과 같은 광범위한 에큐메니컬 기구와 달리, 신앙고백적 일치를 교제의 전제 조건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특별히 2026년 10월 14-21일에는 한국에서 두 번째 ICRC 대회가 개최된다. 주최국은 한국 고신 교회이다. 하지만, 정작 고신 교회는 이런 국제개혁교회협의회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다. 개 교회의 관심사가 되지 못하는 형편이다. 이런 국제협력기구는 대체로 총회 차원에 머물 뿐 개 교회의 관심사가 아닌 경우가 많다. 이번에 ICRC가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을 계기로 역사와 의의, 그리고 관심을 촉진시키려 한다.
본 소고는 이번 대회를 계기로 ICRC의 창설 배경과 역사적 발전 과정을 추적하고, 그 신학적 정체성과 조직 구조를 살피며, 총회에서 논의되어 온 핵심 신학적 주제들을 정리한다. 특히 한국 고신 교회와의 관계를 별도의 장에서 다룸으로써, ICRC의 역사와 의의를 한국 개혁신학의 관점에서도 조명하고자 한다.
제2장 창설 배경: 개혁교회의 국제적 연대 모색
2.1 에큐메니컬 운동과 개혁교회의 위기의식
20세기 중반 이후 국제 기독교 세계는 세계교회협의회(WCC, 1948년 창설)를 중심으로 한 포용주의적 에큐메니컬 운동이 주도권을 잡아갔다. WCC의 신학적 포용주의와 사회·정치적 참여 중심의 선교 이해는 고백적 개혁신학의 관점에서 볼 때 심각한 일탈을 의미하였다. 같은 해인 1948년 WCC에 대항하여 국제기독교교회협의회(ICCC: International Council of Christian Churches)가 조직되었으나, 근본주의 신학에 기초하고 있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에 개혁·장로교 전통의 보수적 교회들은 별도의 교제 기구를 모색하게 되었다.
2.2 개혁주의 에큐메니칼 총회(RES)와 그 한계
1946년 보수적 개혁교회들은 개혁주의 에큐메니칼 총회(RES: Reformed Ecumenical Synod)를 조직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미국의 기독개혁교회(CRC), 네덜란드 개혁교회(GKN), 남아프리카의 개혁교회들이 중심이 되어 세운 이 기구는, 자유주의 신학에 물들어 가던 WCC 계열의 에큐메니즘에 맞서 개혁주의 신앙고백 위에 선 교회들의 국제적 연합을 지향했다. 고신 교회도 한때 이 기구에 속하여 국제 개혁교회 공동체와 교류하였다. RES는 1988년에 명칭을 개혁에큐메니칼협의회(REC: Reformed Ecumenical Council)로 바꾸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RES는 창립 정신에서 멀어져 갔다. 특히 회원 교회들 사이에 성경의 권위와 무오, 여성 안수, 에큐메니컬 관계 등의 문제에서 의견 차이가 심화되었고, 무엇보다 네덜란드 개혁교회(GKN)가 신학적 좌경화의 길을 걸었음에도 RES가 이를 치리하지 못하였다. 당시 한 참관자는 이렇게 평가했다. “ICRC는 어떤 의미에서 RES의 대안이다. RES는 GKN을 축출하기를 거부했고 자신의 헌장을 지키지 못했다. 한때 RES 회원이었던 여러 교회들이 그 기구를 떠나 ICRC에 가입했거나 가입을 고려하고 있다.”[2] 결국 REC는 점점 더 자유주의화되어 세계개혁교회연맹(WARC)에 가까워졌고, 2010년 두 기구가 통합하여 세계개혁교회커뮤니온(WCRC)이 되었다.[3] 엄격한 고백적 정체성을 유지하려는 교회들은 REC가 더 이상 적절한 교제의 틀이 되지 못한다고 판단하기에 이르렀다.
2.3 새로운 국제 교제 기구의 모색
이러한 상황에서 네덜란드 자유개혁교회(Gereformeerde Kerken in Nederland (vrijgemaakt), 이하 GKv), 캐나다 개혁교회(Canadian Reformed Churches, CanRC), 호주 자유개혁교회(Free Reformed Churches of Australia, FRCA) 등을 중심으로, 보다 엄격한 신앙고백적 기준을 유지하는 새로운 국제 교제 기구의 창설 논의가 구체화되었다. 특히 GKv는 자유주의화된 GKN과의 관계 때문에 애초에 RES에 가담하지 않았던 교회였다. 이들 교회들의 공통분모는 개혁주의 신앙고백에 대한 철저한 헌신, 그리고 성경의 권위와 무오에 대한 타협 없는 입장이었다.
제3장 ICRC의 창립과 초기 발전
3.1 흐로닝언 창립 회의(1982)와 에든버러 제1차 총회(1985)
1982년 네덜란드 흐로닝언에서 창립을 위한 첫 회의가 열렸다. ICRC는 공식적으로 이 모임을 예비회의(Preliminary Meeting)로 부르고 1985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총회를 제1차 정기 총회로 헤아리지만, 헌장과 교제의 기초가 마련된 것은 1982년 흐로닝언에서였으므로 이 해를 ICRC의 창립 연도로 삼는다.[4] 창립에는 GKv를 비롯하여 캐나다 개혁교회(CanRC), 호주 자유개혁교회(FRCA), 스코틀랜드 자유교회(Free Church of Scotland), 아일랜드 복음장로교회(Evangelical Presbyterian Church in Ireland), 인도네시아 개혁교회(GGRI) 등이 참여하였고, 한국의 고신 교회도 창립 회원으로 함께하였다.[5]
창립 회의는 ICRC의 본질적 성격을 ‘교회들의 연합체’(federation)가 아닌 ‘교회들의 협의체’(conference)로 규정하였다. ‘총회’(Synod)가 아니라 ‘협의회’(Conference)라는 이름의 의미도 크다. 회원 교회들 위에 군림하는 상급 기관이 아니라, 신앙고백의 일치 위에서 교제하고 협력하는 모임이라는 뜻이다. 헌장이 밝히는 ICRC의 목적은 다섯 가지이다.
곧 회원 교회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가진 신앙의 일치를 표현하고 증진하는 것, 회원 교회들 사이의 가장 완전한 교회적 교제를 장려하는 것, 선교와 그 밖의 사명 수행에서 회원 교회들 간의 협력을 촉진하는 것, 회원 교회들이 직면한 공통의 문제와 쟁점을 연구하여 권고안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세상을 향하여 개혁주의 신앙을 증언하는 것이다.[6] 교제의 가시적 표현은 상호 간의 예배 참여, 성찬 교제, 목사와 교인의 상호 이동 허용 등을 포함한다.
3.2 초기 회원 교회와 성장
창립 이후 ICRC는 점진적으로 성장하여,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세아니아 등 전 세계에 걸쳐 30개가 넘는 교단으로 그 회원이 확대되었다. 총회는 통상 4년마다 개최되며, 각 회원 교회가 파견한 대표들이 공동의 신학적 과제를 논의하고 교회 교제를 강화한다. ICRC의 성장은 단순한 양적 확대가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고백적 개혁신학에 헌신하는 교회들이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 온 과정이다.
제4장 ICRC의 신학적 정체성과 고백
4.1 신앙고백적 헌신
ICRC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신앙고백에 대한 철저한 헌신이다. 회원 교회들은 예외 없이 세 개의 일치신조(벨직 신앙고백,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도르트 신경) 또는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과 대·소요리문답)를 자신들의 신앙과 생활의 규범으로 공식 채택하고 있다. 교리적 일치를 교제의 선행 조건으로 삼는 이 원칙이 ICRC를 다른 에큐메니컬 기구들과 근본적으로 구별한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1563)은 ICRC 회원 교회들의 신앙 교육과 예배에서 중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이 요리문답은 ‘나의 유일한 위로’라는 물음과 답으로 시작되는 구조를 통해, 그리스도 안에서 누리는 구원의 확신과 감사의 삶이라는 개혁신학의 핵심을 담아낸다.[7] 도르트 신경(1618–1619)은 아르미니우스주의에 맞서 은혜의 교리를 정립한 문서로, ICRC가 구원론에서 견지하는 칼뱅주의적 입장의 신학적 근거를 제공한다. 벨직 신앙고백(1561)은 프랑스 신앙고백을 토대로 작성되어 대륙 개혁교회의 보편적 신앙고백으로 자리 잡았다.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는 비교적 후대에 작성되었으나 가장 체계적으로 정리된 신앙고백 문서로 평가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GKv가 1960년대 고신 교회와 자매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장로교회와 처음으로 본격적인 접촉을 가지면서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총회 차원에서 분석하고 검토하는 치밀한 과정을 거쳤다는 점이다. 대륙 개혁교회 전통과 장로교 전통이 하나의 개혁신앙을 고백한다는 이 확인이, 훗날 GKv의 발기로 두 전통을 아우르는 신앙고백적 기구인 ICRC가 출범할 수 있는 신학적 토대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8]
4.2 성경의 권위와 무오성
ICRC 회원 교회들은 성경의 완전한 권위와 무오성(inerrancy)을 공통적으로 고백한다. 이는 단순한 선언적 입장이 아니라 교회의 신학 교육, 설교, 교리 교육 등 모든 영역에서 실천적으로 구현되어야 하는 기초이다. 야콥 판 브루헌(Jakob van Bruggen)의 신약성경 본문 연구는 이러한 입장의 학문적 정초에 기여한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9] 성경의 권위 문제는 여성 안수, 창조론 등 현대적 쟁점들과 직결되는 만큼, ICRC 총회의 발제와 토론에서 규범적 전제로 지속적으로 작동하여 왔다.
제5장 ICRC의 조직 구조와 운영 원리
5.1 총회(Conference)
ICRC의 중심 모임은 4년마다 개최되는 총회(Conference)이다. 총회에는 각 회원 교회가 파견한 대표단이 참석하여 신학 발제를 듣고 토론하며, 회원 가입과 교제 관계에 관한 결정을 내리고, 차기 총회의 의제와 장소를 정한다. 총회의 결정은 회원 교회들을 구속하는 상위 기관의 결의가 아니라, 동등한 교회들의 협의에 따른 권고적 성격을 갖는다. 이것이 ICRC의 교회론적 원칙이다.[10]
5.2 위원회와 연구 기능
총회와 총회 사이에는 임시위원회(Interim Committee)가 협의회의 일상적 행정과 차기 총회 준비를 담당하며, 총무(Corresponding Secretary)와 회계가 실무를 맡는다. 또한 각 총회는 특정 과제를 위한 위원회를 세워 연구를 위임한다. 예컨대 1989년 랭리 총회는 참 교회의 기준을 연구할 신학확언위원회를 세웠고(제7장 참조), 1993년 츠볼러 총회는 선교위원회에 총회 사이 기간 동안 서방, 아프리카, 동아시아, 유럽 네 권역에서 지역 선교대회를 조직하도록 위임하였다.[11] 이러한 연구와 협력의 구조는 ICRC가 단순한 친교 기구가 아니라 공동의 신학적 과제를 수행하는 협의체로 기능하게 하는 제도적 장치이다.
5.3 자매 교회 관계
ICRC 안에서의 교제는 궁극적으로 ‘자매 교회’(sister church) 관계의 형태로 구체화된다. 이는 단순한 형식적 연대가 아니라, 상호 간의 신앙고백적 동질성을 확인하고 교회 교제의 모든 특권과 책임을 나누는 실질적 관계이다. 자매 교회 관계는 교인의 이동 시 이명 증서의 상호 인정, 강단 교류, 위기 시의 상호 지원, 선교 협력 등을 포함한다. 다만 ICRC 회원권 자체가 자동으로 자매 관계를 만드는 것은 아니며, 자매 관계의 수립은 각 교회의 고유한 권한으로 남는다. 이 문제에 관한 ICRC의 신학적 정리는 1993년 신학확언위원회 보고서에서 이루어졌다(7.3 참조).
제6장 ICRC 주요 총회 개관
ICRC는 창립 이래 다음과 같이 총회를 개최하여 왔다. 각 총회는 개최지의 이름으로 불린다.[12]
|
예비회의: 흐로닝언(Groningen), 네덜란드, 1982년. 제1차: 에든버러(Edinburgh), 스코틀랜드, 1985년. 제2차: 랭리(Langley), 캐나다, 1989년. 제3차: 츠볼러(Zwolle), 네덜란드, 1993년. 제4차: 서울(Seoul), 한국, 1997년 제5차: 필라델피아(Philadelphia), 미국, 2001년. 제6차: 프리토리아(Pretoria), 남아프리카공화국, 2005년. 제7차: 크라이스트처치(Christchurch), 뉴질랜드, 2009년. 제8차: 카디프(Cardiff), 웨일스, 2013년. 제9차: 조던(Jordan), 캐나다, 2017년. 제10차: 빈트후크(Windhoek), 나미비아, 2022년. 제11차(예정): 서울(Seoul), 한국, 2026년 10월 14–21일.
|
6.1. 1982 흐로닝언(네덜란드) — 창립총회 (Constituent Assembly)
개요: 1982년 10월 26일부터 11월 4일까지 네덜란드 흐로닝언의 레파야(Refajah) 교회에서 개혁교회(자유, GKv)의 주최로 개최되었다. 의장은 G. van Rongen, 서기는 M. van Beveren이 맡았다. 9개 교회가 참석하였으며(스리랑카 DRC는 불참), 한국에서는 고신 측의 이근삼(K.S. Lee)이 참석하였다.
주요 내용: 첫 회기(10월 26일)에서 협의회의 기초(Basis)를 벨직 신앙고백,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도르트 신경과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으로 결정하였다.
ARTICLE 7 BASIS OF THE CONSTITUENT CONFERENCE
It is decided that the basis of the Conference is the Belgic Confession, the Heidelberg Catechism, the Canons of Dort and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13]
주목할 점은 여기에 웨스트민스터 대ㆍ소교리문답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튿날 Macleod(FCS), Thomas(EPCI), Visscher(CanRC) 3인 위원회가 새로 기초한 헌법(Constitution)과 규정(Regulations)이 축조 심의를 거쳐 채택되었고, 총회 후에는 임시 규칙(Interim Rules)도 마련되었다. 캄펀 신학교 교수들의 특강인 L. Doekes의 「개혁 신앙고백의 조화와 다양성」을 비롯해 D. Deddens, P. van Gurp, M.K. Drost의 강연이 진행되었다.
특징: 실질적인 안건 처리보다는 조직 구성 자체를 목적으로 한 회의였으며, 네덜란드 GKv의 주도성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WCC와 RES(REC)에 대한 대안으로서 ‘신앙고백에 충실한 국제 협의체’라는 정체성을 출발점부터 분명히 하였다. 대륙 개혁파(3대 일치신조)와 장로교(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가 공동의 기반 위에 있다는 Van Rongen의 개회사는 이 회의의 신학적 전제를 잘 요약해 준다.[14] 흥미로운 것은 개회사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를 말한 반면 ICRC의 기초를 진술한 제7조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만을 명시했다는 불일치이다. 대ㆍ소교리문답이 제외된 이유는 회의록에 나타나지 않는다. 다만 헌장을 기초한 세 사람 중 두 사람이 장로교 측 인사였음에도 이 표현에 이의가 제기된 흔적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장로교 전통에 대한 홀대라기보다 창립에 참여한 장로교회들 자신의 관행, 예컨대 스코틀랜드 자유교회는 직분자 서약의 종속 표준으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만을 삼는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일 가능성도 있다. 협의회의 기초는 늦어도 1989년 헌장 개정에서 대ㆍ소교리문답을 포함한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 전체로 명문화된다(6.3 참조).
6.2. 1985 에든버러(스코틀랜드) — 제1차 정기총회
개요: 1985년 9월 3일부터 10일까지 스코틀랜드 자유교회(FCS) St. Columba 교회에서 열렸다. 의장은 D. Lamont, 부의장은 Van Rongen이 맡았다. 신입 회원으로 남아공 자유교회(FCSA), 동호주 장로교회(PCEA), 아일랜드 개혁장로교회(RPCI) 등 3개 교회가 가입하였다. 한국 고신 측에서는 오병세가 참석하였고, 허순길은 호주 자유개혁교회(FRCA) 대표단의 교체 대표로 참석하였다.
주요 내용: General Fund 설립, 세례교인 수와 1인당 소득 기준 분담금 책정, 회계 임명 및 감사 규정 등 재정 구조를 확립하였다. 선교위원회(Missions Committee)를 신설하였으며, J. Faber 박사의 제안으로 에큐메니컬 신조(사도신경, 니케아신경, 아타나시우스신경) 공동 본문 연구위원회를 구성하였다. 주요 강연으로는 Faber의 「개혁 신앙고백의 교회론」, H.M. Ohmann의 「시편의 경건」, D. Macleod의 「성례와 성령의 새 생명」, J.N. Macleod의 「언약 교리」, J. Visscher의 「교회 간 관계의 실천」 등이 있었다.
특징: 창립 이후 재정과 상임위원회 같은 제도적 기반을 다진 회의이다. 강연 중심의 컨퍼런스 성격이 강했으며, 타자 등사본 형태의 간략한 회의록만 남겼다(인쇄본이 없다). 동유럽(헝가리의 Daniel Szabo)과 제3세계 교회를 소개하기 시작한 점도 눈에 띈다.
6.3. 1989 랭리(캐나다) — 제2차 총회
개요: 1989년 6월 19일부터 28일까지 캐나다 개혁교회(CanRC) 랭리 교회에서 열렸으며, 남아공 자유개혁교회(FRCSA)가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한국 측에서는 전호진이 참석하여 논문을 발표하였고, 고신 교회와 부산 신학교(서울 이전 계획 포함)를 소개하며 차기 총회의 서울 유치 의사를 공식 표명하였다.
주요 내용: 헌법 및 규정 개정안이 대거 상정되었다. 여기에서 협의회의 기초에 해당하는 신앙고백으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뿐만 아니라, 웨스트민스터 대ㆍ소교리문답이 포함된다.[15] FCS의 ‘회원교회 간 교인ㆍ직분ㆍ성례의 상호 인정’ 제안(부결), CanRC와 FRCA의 ‘REC 회원권은 ICRC 회원 자격의 장애’ 제안(8대 3으로 부결), 대표의 서약 범위 문제(부결) 등이 다뤄졌다. C. Graham의 「느헤미야」, J. van Bruggen의 「성령 세례」, D. Macleod의 「기독론」, J. Douma의 「아파르트헤이트」를 포함한 총 7편의 강연이 있었다. 에큐메니컬 신조 보고서(Credo)를 접수하고 교회 간 관계 규칙 워크숍을 진행하였으며, 참 교회 개념 연구를 위한 ‘신학적확언위원회(Theological Affirmation Committee, Faber 소집)’를 신설하였다. 차기 총회 개최지는 서울(1993년 9월)로 결정되었다.
특징: 가장 논쟁적인 총회였다. Douma의 아파르트헤이트 발표에 대해 남아공 측이 정면 반박하면서 ‘교회 회의가 정치 문제를 다뤄도 되는가’(도르트 교회질서 30조)라는 원칙 논쟁으로 번졌다. 또한 성찬 참여와 자매 교회 관계를 둘러싸고 대륙 개혁파와 장로교 전통 간의 긴장이 처음으로 전면에 드러났으며, 한국 관련 비중이 급상승한 회의이기도 하다.
6.4. 1993 츠볼러(네덜란드) — 제3차 총회
개요: 1993년 9월 1일부터 9일까지 네덜란드 츠볼러 자위트(Zwolle-Zuid) 교회에서 개최되었다. 본래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으나 고신 교회의 사정으로 개최가 불가능해져 GKv가 대신 주최하였다는 점이 총무 보고에 명시되었다. 의장은 A. de Jager, 부의장은 허순길(9월 3일부터 이근삼으로 교체)이 맡았다. 미국 OPC, RCUS, FRCNA, 인도 중부 자유교회(FCCI) 등 4개 교회가 신입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FRCA는 신앙의 일치가 국내에서 참 교회 상호 인정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실을 이유로 모든 가입 표결에서 기권하였다.
주요 내용: 총 7편의 강연이 진행되었으며 주로 설교론에 집중되었다. C.J. Haak의 「선교와 하나님의 진노」, 고재수(N.H. Gootjes)의 「요리문답 설교」(2부), H.M. Ohmann의 「구속사적 설교」, J. Kamphuis의 「교회와 관용」 등이 발표되었다. 신학적확언위원회 보고서(Faber)를 회원교회에 회부하였고, 선교위원회에 4개 권역(서반구, 아프리카, 동아시아, 유럽) 지역 선교대회를 조직하는 임무를 부여하였다. 1997년 총회 개최지는 다시 서울로 확정되었다.
특징: 회원이 북미 장로교권으로의 확장, 특히 OPC의 가입이 결정적인 사건이었다. 강연 주제가 ‘요리문답 설교 대(對) 본문 설교’, ‘구속사적 설교 대 모범적 설교’ 등 설교학적 주제로 수렴되었는데, 이는 1989년 느헤미야 논문 토론에서 제기된 후속 과제이기도 했다. 이때는 고재수가 한국에서의 사역을 마치고 1989년 캐나다로 떠난 후 처음 ICRC에 참석했다. 그는 요리문답 설교에 관한 논문을 발표했다(제9ㆍ10회기, art. 50, 55)이 기록되어 있다.
6.5. 1997 서울(서문교회) — 제4차 총회
개요: 1997년 10월 16일부터 23일까지 고신 교회 주최로 서울 서문교회에서 열렸으며, 의장은 허순길이 맡았다.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CGK), 영국ㆍ웨일스 복음장로교회(EPCEW)를 포함하여 무려 7개 교회가 새로 가입하였다. 반면 호주 자유개혁교회(FRCA)는 탈퇴 서한을 제출하였다. 이로써 회원교회 20개, 투표권이 있는 대표 33명에 이르는 명실상부한 세계적 회의로 성장하였다. 고신에서는 이 외에도 서문교회 담임 박성복, 박은조, 정근두, 현유광이 참석했다.
주요 내용: M.T. Bube의 「개혁주의 선교 원리」, 허순길의 「여성 직분 — 특히 ‘여집사’에 관하여」, R.B. Gaffin Jr.의 「은사주의 운동이 개혁주의 전통에 주는 도전」 등 5편의 강연이 있었다. 헌법(회원 가입 조항)과 규정(참석자·의제 조항)을 개정하였고, 지역 선교대회 지원 예산을 책정하였으며, OPC의 ‘교회적 교제 재구조화’ 서신에 대한 6개항의 응답을 채택하였다. 차기 개최지는 2001년 미국, 2005년 남아공으로 결정되었다.
특징: 한국 고신 교회가 주최, 의장, 주제 발표를 모두 담당한 총회이다. 허순길 의장이 매 회기 시편, 에베소서, 에스겔, 요한계시록 묵상을 직접 인도하여 회의록에 전문이 수록된 점이 독특하다. J.P. Galbraith의 한국 교회사 소개(신사참배 거부, Bruce Hunt, 고신의 출발)와 한국 문화 체험, 천안 신학교 방문 등 한국적 색채가 짙게 나타났다. 허순길 박사의 여집사 논문은 여성 사역 연구와 직결되는 자료이다.
6.6. 2001 필라델피아(미국) — 제5차 총회
개요: 2001년 6월 20일부터 27일까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웨스트민스터 신학교 및 비버 칼리지 시설에서 정통장로교회(OPC) 주최로 열렸다. 의장은 OPC의 J. J. Peterson 서기는 Marinus van Beveren과 Peter J. Naylor가 맡았다. 한국 고신 측에서는 황창기와 김성복이 투표권이 있는 대표로, 변종길과 양낙흥이 자문 대표로 참석하였다.
주요 내용: 중심 주제는 개혁주의 전통에서의 ‘교회의 일치(The Unity of the Church)’였다. 고(故) J. De Jong이 「교회 일치의 성경적 원리」, D. Mackay가 「웨스트민스터 전통에서의 교회 일치」, G. I. Williamson이 「예배의 규정적 원리」, C. Pronk가 「신자 안에서의 성령의 사역」을 발표하였다. 인도 북동부 개혁장로교회(RPCNEI)가 22번째 신입 회원교회로 가입하였다. 스코틀랜드 자유(장로)교회 분열(2000년)로 청원된 ‘자유교회 계속측(FCS-c => 나중에 FCC)’의 회원권 청원에 대해, 총회는 사법권이 없음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들을 투표권 없는 참가자로 본 회의에 앉히고 가입을 격려하는 화해안을 도출하였다.
특징: 북미 장로교 전통의 중심지인 웨스트민스터 신학교에서 개최되어 장로교적 정체성이 강하게 묻어난 총회였다. 전회(1997년) 서울 총회에서 촉발된 스코틀랜드 자유장로교회(FCS)의 교단분열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격론을 벌이면서도, 헌법 제4조 a항(회원 자격 고백 문서 범위 확대)의 개정안을 차기 총회로 상정하는 등 제도적 유연성을 발휘하여 실행하였다.
6.7. 2005 프리토리아(남아공) — 제6차 총회
개요: 2005년 10월 12일부터 19일까지 남아프리카 공화국 프리토리아의 리트폰테인(Rietfontein) 교회 및 장 칼뱅 학교 시설에서 열렸다. 의장은 네덜란드 기독개혁교회(CGK)의 Bort de Graaf, 서기는 영국·웨일스 복음장로교회(EPCEW)의 Peter J. Naylor가 맡았다. 한국 고신 측에서는 배굉호와 전태가 투표권 있는 대표로 참석하였다.
주요 내용: 총회의 중심 주제는 ‘그리스도의 주권(The Lordship of Christ)’이었으며, 이를 신자, 교회, 세상이라는 세 개의 동심원 구조로 다루었다. J. Visscher 교수의 「신자의 삶에 나타난 그리스도의 주권」, J.W. Maris 교수의 「교회 안에서의 그리스도의 주권」 등이 발표되었다. 스페인 개혁교회(IRE)와 콩고 고백개혁교회(ERCC)가 신입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남아공 개혁교회(GKSA)는 여성 직분 안수 논쟁과 북미 기독개혁교회(CRCNA)와의 자매교회 관계 문제로 격론 끝에, 총회의 권고를 포함하는 대안 발의가 통과되어 조건부 가입이 승인되었다. 선교위원회(Missions Committee)의 청원으로 대규모 재난 대응 프로토콜과 핍박받는 그리스도인 지원 프로토콜이 채택되었다.
특징: 교회의 지리적 한계를 넘어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으로 회원권이 더욱 확장된 총회이다. 개최지인 남아공 내부의 복잡한 교회 정치적 상황이 총회의 가장 뜨거운 감자였다. 1997년 서울 총회 의장이었던 허순길은 이번 총회에서 이임사를 전하며 물러났다.
6.8. 2009 크라이스트처치(뉴질랜드) — 제7차 총회
개요: 2009년 10월 15일부터 22일까지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홀리데이 인 및 비숍데일 교회에서 뉴질랜드 개혁교회(RCNZ) 주최로 열렸다. 의장은 RCNZ의 Bruce Hoyt, 서기는 Peter J. Naylor가 맡았다. 한국 고신 측에서는 배굉호와 최정철이 투표권 있는 대표로 참석하였다.
주요 내용: 중심 주제는 ‘개혁주의 신앙의 활력(The Vitality of the Reformed Faith)’이었으며, 현대 사회의 다양한 도전을 다루었다. George W. Knight II 박사가 「오순절·은사주의 운동의 도전」, Nelson D. Kloosterman이 「교회 생활 내 개인주의의 도전」, Frank van Dalen 목사가 「이슬람의 도전」, 인도 Mohan Chacko가 「아시아-태평양 컨텍스트의 도전」을 발표하였다. 브라질 개혁교회(RCB), 인도 개혁장로교회(RPCInd), 스코틀랜드 자유교회 계속측(FCSC)과 한국의 독립개신교회(IRCK, 김헌수)가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여 회원 교단이 30개로 확장되었다.
특징: 은사주의, 개인주의, 이슬람이라는 현대 교회의 3대 위협에 대해 선명한 개혁주의 신학적 가이드라인을 제정한 총회이다. 은사주의에 대응하여 성경의 충족성과 기초적 은사의 중지를 선언하면서도, 아시아 컨텍스트에 맞는 자생적 신앙고백(Dr. Mohan Chacko의 아시아 요리문답 등)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등 신학적 깊이와 세계적 외연을 동시에 확장하였다.
6.9. 2013 카디프(웨일스) — 제8차 총회
개요: 2013년 8월 28일부터 9월 4일까지 영국 웨일스 카디프의 임마누엘 장로교회에서 영국·웨일스 복음장로교회(EPCEW) 주최로 열렸다. 의장은 EPCEW의 C. Richard H. Holst, 서기는 Peter J. Naylor가 맡았다. 한국 고신 측에서는 배굉호와 전호진(자문), 김경양 등이 참석하였다.
주요 내용: 중심 주제는 ‘설교의 우선순위(The Priority of Preaching)’였다. Robert Letham이 「설교의 필요성」, J. Visscher가 「설교의 본질(설명과 적용)」, 전호진이 「비문해 사회에서의 설교」를 발표하였다. 케냐의 아프리카 복음장로교회(AEPC)와 수단개혁교회(SRC)가 신입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위원회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여 기획위원회(Coordinating Committee), 선교위원회, 신학교육위원회, 그리고 구제(디아코니아) 위원회를 신설하여 네트워크 중심 체제를 확립하였다.
특징: 총회 역사상 최초로 ‘구제(Diaconal) 위원회’를 상설화하여, 선교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재난과 빈곤 문제에 개혁주의 교단들이 공동으로 대응하는 전기를 마련하였다. 강연 역시 설교학에 집중되어 현대의 시각 매체 중심 사회에서 선포되는 말씀의 공적 권위를 옹호하였다.
6.10. 2017 조던(캐나다) — 제9차 총회
개요: 2017년 7월 12일부터 19일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 조던의 임마누엘 유나이티드 개혁교회(URCNA) 주최로 열렸다. 의장은 URCNA의 Dick Moes, 서기는 J. Visscher가 맡았다. 한국 고신 측에서는 배아론과 배굉호가 참석하였다.
주요 내용: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여 ‘5대 솔라(5 Solas)’를 매일 아침 묵상하며 총회가 진행되었다. Derek W. H. Thomas가 「장 칼뱅의 욥기 설교」, Joel Beeke가 「언약적ㆍ체험적 개혁주의 경건」을 발표하였다. 호주 기독개혁교회(CRCA)와 우간다 장로교회(PCU)가 정식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반면 네덜란드 개혁교회(자유, RCN/GKv)가 2017년 6월 총회에서 여성 목사ㆍ장로 안수를 전격 허용한 것에 대해, 성경과 벨직 신앙고백(30조) 위반으로 판단하여 ‘회원권 즉각 정지’(Suspension) 처분하였다. 네덜란드 GKv가 운영하던 국제 개혁주의 저널인 ‘룩스 문디(Lux Mundi)’의 발행권을 ICRC가 공식 인수하였다.
특징: 종교개혁 500주년에 열린 매우 뜨거웠던 총회였다. 창립 주역이었던 네덜란드 자유개혁교회(GKv)가 신학적 변질(여성 안수)을 선언하자 회원권을 과감히 정지시킴으로써, 세속화의 물결 속에서 개혁주의 정체성과 성경의 최고 권위를 사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세계에 천명한 역사적 분수령이다.
6.11. 2022 빈트후크(나미비아) — 제10차 총회
개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되어 2022년 10월 13일부터 19일까지 나미비아 빈트후크 컨트리클럽 리조트에서 남아공 개혁교회(RCSA) 주최로 열렸다. 의장은 RCSA의 Douw Breed, 서기는 Karlo Janssen이 맡았다. 한국 고신 측에서는 유해신과 배아론이 참석하였다.
주요 내용: 중심 주제는 ‘신학교육(Theological Education)’이었으며, Henk van den Belt가 「다양한 윤리적 상황 속에서의 성경의 권위」를 발표하였다. 인도 뱅갈루루 아누그라하 개혁장로교회(ARPCBI), 인도 복음개혁교회(ERCI), 우간다 아프리카 개혁장로교회(RPCA), 중동·동유럽 개혁장로교회(RPCCEE), 그리고 네덜란드 자유 개혁교회의 변질에 반대해 탈퇴한 세력들이 세운 ‘네덜란드 개혁교회(RCN)’가 신입 회원으로 가입하였다. 반면 지난 총회에서 회원권이 정지되었던 네덜란드 개혁교회(자유, GKv)에 대해 만장일치로 회원권을 최종 제명ㆍ종결(Termination)하였다. 2013년부터 총무로 헌신해 온 James Visscher가 은퇴하고 캐나다 개혁교회(CanRC) 소속의 R. C. [Karlo] Janssen이 신임 총무로 취임하였다.
특징: 아프리카 대륙(나미비아)에서 열려 세계 교회의 외연이 남반구(Majority World)로 이동하고 있음을 증명한 총회이다. 서구 교회의 세속적 교육 인증(Accreditation) 압박 속에서 개혁주의 신학교들의 순결성을 지키기 위한 생존 전략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차기 2026년 총회는 한국 고신 교회의 주최로 개최될 예정이다.
6.12. 10차례의 총회 회고(1982~2022)
첫째, 정체성과 권징이다.
창립기(1982~1993)와 세계화의 시작(1997)을 지나, 21세기의 ICRC는 성경의 권위와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준엄한 권징과 분리의 어려운 과정을 지내왔다. 예배 사역과 신학 노선 분열로 진통을 겪던 스코틀랜드 자유교회(FCSC)와 네덜란드 개혁교회(RCN) 등 역사적 정통파 분립 세력을 포용하는 대신, 세속화와 여성 안수를 수용한 모교단(네덜란드 GKv)을 최종 단절하는 단호함을 보여 줌으로 정체성을 보존했다.
둘째, 선교에서 구제와 교육으로의 구조화이다.
선교 중심이던 상임위원회 체제는 2013년 구제(디아코니아)위원회 신설과 2017년 Lux Mundi 인수를 거치며, 전 세계 개혁교회의 재난 구호 네트워크 및 신학 저널 출판을 아우르는 굳건한 제도적 총체성을 갖추게 되었다.
셋째, 인물 및 한국 교회의 영향력이다.
1997년 서울 총회를 정점으로 허순길 등이 의장단에서 활약하던 한국(고신) 교회의 역할이 증가한다. 2000년대 이후 독립개신교회(김헌수 IRCK)의 가입 및 김홍전의 신학적 유산 소개하기도 했다. 그리고 배굉호ㆍ배아론 등 다음 세대 신학자들의 지속적인 자문과 아시아ㆍ아프리카 선교 현장에서의 고신 측 선교사들의 협력을 통해 인물 중심의 외교에서 글로벌 신학 교육과 현장 선교 협력이라는 실리적이고 영구적 흐름으로 안착한다.
제7장 ICRC 총회에서 논의된 핵심 주제
7.1 여성 안수 문제: 논쟁의 대상이 아닌 공유된 전제
ICRC에서 여성 안수(Women’s Ordination) 문제는 협의회 내부에서 논쟁거리가 된 적은 없다. 참고로 REC에서는 여성 안수 관련 논쟁을 상당 기간 추진했고 종결지었다. 하지만, 그 이슈는 REC 정체성의 문제가 되지 못했다. ICRC 창립에 참여한 교회들은 모두 성경과 개혁주의 신앙고백에 근거하여 항존직을 남성에게만 허용하는 교회들이다. 따라서 여성 안수는 총회 석상에서 찬반이 겨루어지는 의제가 아니라 회원 교회들이 공유하는 신앙고백적 전제였고, 그렇기에 훗날 교제의 지속 여부를 가르는 경계선으로 기능하게 된다.
ICRC 회의록에서 여성 직분자 이슈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93년 츠볼러 총회의 의장은 한 회기의 개회 경건회에서 디모데전서 2장 8–15절을 봉독하며, 이 본문이 오늘날 논쟁의 대상이 되었음을 언급하면서도 참된 예배자가 지녀야 할 내적 자세에 관한 그 가르침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권면하였다.[16] 또한 이 총회는 차기 총회(1997)를 위한 주제 후보 목록에 ‘여성과 교회’(Women and the Church)를 포함시켰다.[17] 그러나 ICRC가 여성 안수에 관한 독립적인 연구 보고서나 성명을 채택하지는 않았다. 회원 교회에게 이 문제는 논증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었다.
여성 직분자 이슈가 시험대에 오른 것은 정작 창설을 주도한 교회, 곧 GKv 자신에 의해서였다. GKv가 2017년 6월 메펄(Meppel) 총회에서 여성에게 모든 직분을 개방하기로 결정하자,[18] ICRC는 같은 해 7월 17일 GKv의 회원권을 정지(Suspension)시키고 결정의 재고를 촉구하였으며,[19] GKv가 이를 철회하지 않자, 2022년 빈트후크 총회에서 회원권을 최종적으로 박탈(Termination)하였다.[20] 이로써 여성 안수 문제는 ICRC 역사에서 신앙고백적 일치가 교제의 실질적 조건임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 준 사례가 되었다. 그 상세한 경과는 7.4에서 다룬다.
7.2 에큐메니컬 관계: RES의 전철과 ICRC의 길
ICRC의 에큐메니컬 노선은 그 탄생 배경과 분리해서 이해할 수 없다. 앞서 보았듯이 1946년 창설된 RES는 본래 WCC 계열의 포용주의적 에큐메니즘의 흐름에 맞서 신앙고백 위에 선 개혁교회들의 국제 연합을 지향했으나, GKN의 신학적 변질을 치리하지 못하면서 창립 정신에서 멀어져 갔고, 마침내 2010년 WARC와 통합하여 WCRC가 되었다. ICRC는 바로 이 과정, 곧 고백적 기구가 자신의 헌장을 지키지 못하고 해체되어 가는 과정을 목격한 교회들이 1982년에 세운 대안이었다.
따라서 ICRC는 WCC나 WCRC와 공식적인 교제 관계를 맺지 않으며, 회원 교회들 역시 대체로 이들 기구에 불참한다. ICRC가 추구하는 연합의 성격은 1997년 서울 총회의 헌장 개정에서 분명하게 표현되었다. 서울 총회는 회원 자격 조항을 개정하여, 회원 교회란 헌장의 기초(Basis)에 열거된 신앙고백 문서들, 곧 세 개의 일치신조와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에 진술된 개혁신앙에 충실히 따르며, 그 신앙고백 표준이 이 개혁신앙과 일치하는 교회임을 명확히 하였다.[21] 연합의 근거는 어떤 조직이나 여러 선언(대 사회적ㆍ대 교회적)이 아니라 신앙고백에 대한 충실성이라는 것, 이것이 ICRC가 20세기 에큐메니컬 운동의 주류와 갈라서는 지점이다.
7.3 교회 교제의 기준: 1993년 신학확언위원회 보고서
교회 교제(Church Fellowship)의 신학적 기준 문제는 ICRC가 실제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다룬 주제이다. 1989년 랭리 총회는 호주 동부장로교회(PCEA)의 제안에 따라, 참 교회(true church)를 구성하는 것이 무엇이며 그러한 진술이 상호 성찬 교제 등에 갖는 함의는 무엇인가를 연구할 신학확언위원회(Committee on Theological Affirmation)를 세웠다. 위원회는 파버(J. Faber)를 위원장으로 하고, 사임한 B. Kamphuis를 대신하여 고재수(N.H. Gootjes)가 위원으로 참여하였으며, 1992년 여름 에든버러의 자유교회 대학에서 회합한 뒤 1993년 츠볼러 총회에 보고서를 제출하였다.[22] 고재수가 이 위원회의 일원이었다는 사실은 특별히 주목할 만하다.
보고서의 결론은 두 가지 점에서 인상적이다. 첫째, 위원회는 참 교회에 관한 새로운 합의 성명을 만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스코틀랜드 신앙고백(1560) 제18장과 벨직 신앙고백(1561) 제29조가 참 교회의 표지, 곧 말씀의 순수한 선포, 성례의 순수한 시행, 권징의 신실한 시행에 관해 이미 ‘주목할 만한 일치’를 보여 주므로, 장로교와 개혁교회 전통 사이에는 합의된 진술이 사실상 존재한다는 것이다.[23] 둘째, 위원회는 ICRC 회원권의 함의를 명료하게 규정했다. ICRC는 총회(Synod)가 아니라 협의회(Conference)이므로 그 결정은 권고적 성격을 가지며, 어떤 교회의 회원 가입은 회원 교회 3분의 2 이상이 그 교회를 참 교회로 인정함을 함의하지만, 각 교회가 자매 관계를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 동시에 회원권은 다른 회원 교회들과의 교제를 추구하도록 고무하는 정도여야 한다. 이 보고서는 접수되어 회원 교회들의 검토를 위해 회부되었다.[24] ICRC의 자기 이해, 곧 위계적 기구가 아니라 신앙고백적 일치 위에서 교제하는 교회들의 협의체라는 정체성이 여기서 가장 정제된 형태로 표현되었다.
7.4 GKv의 여성 안수 결정과 회원권 상실
ICRC 역사에서 가장 중대한 사건은 창설을 주도한 GKv의 회원권 상실이다. GKv는 2014년 에이더(Ede) 총회에서 남녀와 직분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다루면서 논의를 본격화하였고, 2017년 6월 16–17일 메펄(Meppel) 총회에서 목사·장로·집사의 모든 직분을 여성에게 개방하기로 최종 결정하였다. 이 결정은 GKv를 개혁주의 신앙과 신학의 본산으로 여겨 온 자매 교회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ICRC의 대응은 신속했다. 2017년 7월 캐나다 조던에서 열린 제9차 총회는 7월 17일 GKv의 회원권을 정지시키기로 결의하고 결정의 재고를 촉구하였다. 창설을 주도한 교회가 33년 만에 자신이 세운 국제 기구에서 축출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그러나 GKv는 이 요청에 응하지 않고 여성 안수를 계속 시행하였으며, 결국 2022년 빈트후크 제10차 총회는 GKv의 회원권을 최종적으로 박탈하였다. 이후 2023년 GKv는 네덜란드 개혁교회(NGK)와 통합하여 새로운 교단(Nederlandse Gereformeerde Kerken)으로 출범함으로써, 자유 개혁교회의 역사는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았다.
이 사건의 역사적 아이러니는 깊다. 40년 전 네덜란드 개혁교회(GKN)의 변질과 개혁주의에큐메니컬공의회(REC)의 무기력을 보며 ICRC를 세웠던 교회가, 40년 후 같은 쟁점에서 같은 길을 걸어 자신이 세운 기구 밖으로 쫓겨난 것이었다. RES가 GKN을 치리하지 못해 무너졌던 자리에서 ICRC는 GKv를 치리함으로써 자신의 존재 이유를 증명했으나, 그 대가는 창설 교회와의 결별이었다. “선 줄로 생각하는 자는 넘어질까 조심하라”(고전 10:12)는 말씀이 교회사 속에서 이보다 엄중하게 울린 경우는 드물다.
7.5 예배와 규정적 원리
예배 문제 역시 ICRC 총회에서 결의의 형태보다는 발제와 토론, 그리고 교제 속에서 확인되는 다양성의 형태로 다루어져 왔다. 1993년 츠볼러 총회에서 고재수가 발제한 ‘요리문답 설교’(Catechism Preaching)의 논의는 요리문답 설교의 정당성 문제를 넘어 예배의 규정적 원리(regulative principle of worship), 곧 예배에서는 하나님이 말씀으로 명하신 것만을 행해야 한다는 개혁주의 원칙의 적용 문제로 확장되었다.[25] 요리문답 설교가 이 원리와 양립하는가 하는 물음은, 장로교 전통과 대륙 개혁교회 전통이 만나는 ICRC의 성격상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실제로 ICRC는 예배 실천에서 상당한 다양성을 지닌 교회들의 모임이다. 츠볼러 총회에 참석한 한 참관자는 시편만 전적으로 노래하는(exclusive psalmody) 교회, 예배 중 악기 사용에 반대하는 교회, 제네바 시편 찬송을 애호하는 교회가 한자리에 모여 함께 찬송했던 광경을 인상 깊게 전한다.[26] ICRC가 이러한 다양성에 대해 통일된 예배 규정을 결의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는다. 오히려 ICRC의 방식은, 예배가 하나님의 말씀에 의해 규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공유하면서 그 구체적 적용에서는 각 교회의 신앙고백적 전통을 존중하는 것이었다. 이는 앞서 본 협의회적 자기 이해와 정확히 부합한다.
7.6 재정 원리
현행 ICRC 규정(2013·2017년 개정) 제9조는 협의회의 재정을 다음과 같이 규정한다.[27] 협의회는 하나의 금고(Treasury)를 두며, 모든 분담금과 수입은 여기에 예치되고, 모든 경비는 협의회의 결정과 정책에 따라 여기에서만 지출된다. 총회는 4년 단위 예산을 승인하며, 각 회원 교회의 분담금은 세례교인 수에 소속 국가의 1인당 국민소득을 가중한 값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에 따라 산정된다. 여기에 두 가지 제한이 붙는다. 어떤 교회의 분담금도 50달러보다 적을 수 없고(하한), 총예산의 25%를 초과할 수 없다(상한). 분담금은 4년간 균등 연납한다. 금고가 부담하는 경비는 총회 기간의 식사(참석자 전원), 교단당 대표 2인까지의 숙박, 강사의 여비ㆍ숙박과 소정의 사례, 각종 위원회ㆍ특별회의의 운영비에 한정된다. 대표단의 여비는 원칙적으로 각 파송 교회가 부담하되, 형편이 어려운 교회에는 집행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대표 1인의 여비를 지원할 수 있다.[28] 회계(Treasurer)는 매년 재정 보고를 제출하고, 집행위원회는 정기적으로 회계 감사를 주선한다.
이 조항들은 단순한 실무 규정이 아니라 협의회의 자기 이해를 재정이라는 언어로 표현하고 있다.
첫째, 검약성이다. 2023–2026 회기의 4년 예산 총액은 155,000달러로, 상설 본부나 유급 직원을 전제하지 않는 규모다.[29] 이는 “협의회는 총회적ㆍ노회적 회의체가 아니며 회원권에 관한 결정 외의 모든 결정은 권고적 성격을 갖는다”는 헌장의 권위 제한 조항이 재정 구조로 표현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둘째, 형제애적 형평이다. 소득 가중 산식과 50달러 하한은 가난한 나라의 교회들이 명목상의 분담만으로 동등한 회원권을 누리게 하며, 여비 지원 조항은 ‘서로의 짐을 진다’는 원리를 제도화한 것이다. 1997년 서울 총회가 지역 선교대회 지원비(연 8,000달러)를 책정하면서 사용한 표현이 바로 이것이었다.[30]
셋째, 지배의 방지다. 25% 상한은 어떤 교단도 재정으로 협의회를 좌우할 수 없게 한다. 1993년 결산에서 창설 주도 교회인 GKv 한 교단이 전체 분담금의 약 63%를 부담하던 구조를 상기하면 이 조항의 의미가 드러난다. 2023–2026 회기에 이 상한에 걸린 유일한 교단이, 세례교인 수로는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는 고신이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31] 협의회 안에서의 지도력은 교세나 재정이 아니라 고백적 신실함으로 행사되어야 한다는 요청이 규정 속에 새겨져 있는 셈이다.
WCC와 WCRC는 제네바에 상설 본부와 유급 직원들을 두고 프로그램과 선언을 실행하는 기구형 에큐메니즘이며, 그 재정은 본질적으로 ‘조직 유지비’다. 반면 ICRC의 재정은 4년마다의 회의와 회원 교회들 사이의 협력 촉진에만 쓰이는, 말하자면 ‘교제 유지비’다. 연합의 실체가 조직에 있지 않고 신앙고백의 일치에 있으므로, 재정은 조직을 키우는 데가 아니라 교제를 가능하게 하는 데만 필요한 것이다. 규정 제10조 5항이 WCC와 WCRC를 “그 목표와 실천이 협의회의 기초(Basis)와 충돌하는 기구”로 명시하는 것은, 이 차이가 재정 운영 방식의 차이 이전에 교회론의 차이임을 보여준다.[32] 요컨대 규정 제9조는, 참된 교회 연합이 기구와 예산이 아니라 고백에 대한 충실성 위에 선다는 ICRC의 창설 정신을 가장 분명한 형식, 곧 재정 규정 속에 새겨 놓은 조항이다.
제8장 ICRC와 한국 고신 교회
8.1 창립 회원으로서의 고신 교회
고신 교회는 ICRC의 창립 회원이다.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의 공식 연구보고서가 확인하는 대로, 네덜란드 자유개혁교회(31조파, GKv)가 주도하여 1982년 네덜란드 흐로닝언에서 조직된 ICRC에 고신총회는 창립 멤버로 참여하였다.[33] 고신을 ICRC로 이끈 가교는 GKv와의 자매 관계였다. 한국전쟁 이후 형성된 양 교회의 교류는 고려신학교(현 고려신학대학원)에 대한 재정 지원과 신학생 교육으로 구체화되었고, 이 신뢰의 자산 위에서 고신은 GKv가 주도하는 새로운 국제 기구에 처음부터 함께할 수 있었다.
창립 초기부터 고신은 ICRC 안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1993년 회의록에 수록된 1991년 재정 부담금 산정표에 따르면, 고신은 세례교인 94,000명으로 기재되어 전체 부담금의 15.9%를 분담하였는데, 이는 GKv(63.5%)에 이어 둘째로 큰 몫이었다.[34] 나아가 1989년 랭리 총회는 제3차 총회(1993)를 한국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하였다. 비록 서울 총회회관 건축의 예기치 않은 지연으로 개최지가 츠볼러로 변경되었지만, 회의록은 회관이 완공되는 대로 차기 총회를 한국에서 열겠다는 고신의 재초청을 기록하고 있다.[35] 츠볼러 총회에 고신은 이근삼ㆍ허순길 두 총대를 파송하였고, 허순길은 총회 부의장직을 수행하다가 조기 귀국하면서 이근삼에게 그 직을 넘겼다. 이근삼은 회의에서 여러 번 사회를 맡았다.[36]
8.2 1997년 서울 총회
1997년 10월 16–23일, 제4차 ICRC 총회가 서울 서문교회에서 열렸다. 고신총회가 주최한 이 총회는 아시아에서 열린 첫 ICRC 총회였다.[37] 서울 총회의 가장 중요한 성과는 헌장 개정이다. 회원 자격을 헌장의 기초에 열거된 신앙고백 문서들에 진술된 개혁신앙에 충실한 교회로 명확히 규정함으로써, ICRC의 고백적 정체성이 헌장 문헌에 더욱 분명하게 새겨졌다. 또한 서울 총회는 1993년 총회의 결정에 따라 총회 사이 기간에 대륙별 지역 선교대회를 개최하도록 장려하고 이를 위한 예산을 책정하였다. 서양 교회들의 선교로 세워진 교회가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세계 개혁교회의 총회를 유치하고 그 헌장 개정을 주관했다는 사실 자체가, 고신이 ICRC 안에서 차지하게 된 위치를 보여 준다.
8.3 GKv 문제와 고신 교회
GKv의 여성 안수 결정은 고신에게 단순한 국제 뉴스가 아니라 가장 오랜 자매 교회의 문제였다. 2017년 9월 제67회 고신총회에는 GKv가 파견한 총대가 참석하여 축사를 전했는데, 그는 여성 안수 결의로 양 교회의 관계가 약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신은 이미 유해무 교수를 네덜란드에 파견하여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전달한 터였다.[38] 이듬해 제68회 총회(2018)는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가 1년간 연구하여 제출한 「화란개혁교회와 고신총회의 관계에 대한 연구보고서」를 받아, 네덜란드 자유개혁교회에 여성 안수의 재고를 권면하고 ICRC의 결정에 따라 차기 총회 때까지 사태를 예의 주시하기로 결의하였다.[39] 즉각적 단절이 아니라 권면과 인내의 길을 택하되, 판단의 준거를 ICRC라는 국제적 교제의 틀에 둔 것이다. 2022년 ICRC가 GKv의 회원권을 최종 박탈함으로써, 고신과 GKv의 관계도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게 되었다.
8.4 2026년 서울 총회와 고신의 과제
제11차 ICRC 총회가 2026년 10월 14–21일 한국에서 열린다.[40] 전 세계 26개 국가에서 38개 교단이 참여한다. 이번 의제는 “개혁신학의 정체성과 현대사회와 교회의 역할‘이다. 고신에서는 고려신학대학원 교수 이성호가 ’고신교단의 역사와 정체성, 그리고 미래‘를 발표한다. 이번 총회의 회장은 고신대학교 교수 배아론이 맡을 예정이다. 고(故) 허순길에 이어 두 번째이다.
1997년 이후 29년 만의 한국 개최이다. 그 사이 고신의 위치는 크게 달라졌다. GKv의 이탈 이후 고신은 ICRC 전체 회원 수의 약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단일 교단이 되었다.[41] 한 세기 전 서양 선교사들에게 복음을 받았고 반세기 전 네덜란드 교회의 지원으로 신학교를 세웠던 교회가, 이제 세계 개혁교회 공동체의 신학적 방향을 함께 짊어지는 자리에 선 것이다.
이 사실은 영예이기 이전에 책임과 의무를 의미한다. GKv의 역사가 보여 주듯, 개혁신앙의 본산이라는 명성은 신실함의 보증이 되지 못한다. 2026년 서울 총회는 고신이 물려받은 유산, 곧 신사참배 반대의 신앙적 절개와 개혁신앙과 삶의 전통을 세계 교회 앞에서 점검하고 증언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 진리 안에서의 참된 연합이 무엇인지를 묻는 ICRC의 40여 년 여정에서, 고신은 이제 그 물음에 응답해야 할 첫째 자리에 서 있다.
이 경고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신이 ICRC에 처음부터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네덜란드 자유 개혁교회가 놓아 준 다리 덕분이었는데, 정작 그 다리를 건너온 고신은 지금 고백에 충실한 교회라고 자신 할 수 있을까? 지역 교회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얼마나 읽고 가르치고 있나? 고신 교회는 다음 세대에게 웨스트민스터 교리문답을 전수하고 있는가?
신앙고백 문서 위에 서 있다고 선언만 하고, 실제 신앙과 삶의 영역은 세속화하고 있다면, 무슨 유익이 있겠는가? 삶이 무너지면, 신앙도 무너지고, 신앙이 무너지면 삶도 무너진다. GKv가 무너진 곳이 바로 거기였다.
그러므로 2026년 총회를 앞둔 고신의 과제는 분명하다. 세계 개혁교회 앞에서 고백적 정체성을 대표하기에 앞서, 먼저 자신의 강단과 교리 교육과 치리 안에 그 정체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고백 문서를 보유한 교회가 아니라 그 고백대로 사는 교회만이 고백적 교회이기 때문이다.
제9장 결론 및 평가
ICRC는 1982년 창립 이래 40여 년의 역사를 통해 세계 개혁교회 교제의 고백적 중심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그 역사적 의의는 세 가지 차원에서 평가할 수 있다.
첫째, 신학적 정체성의 보존이다. ICRC는 RES가 걸어간 길, 곧 고백적 기구가 자신의 헌장을 지키지 못하고 해체되어 가는 과정에 대한 의식적 대안으로 출발했다.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벨직 신앙고백, 도르트 신경,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라는 신앙고백 문서들을 연합의 기초로 삼고 1997년 서울 총회의 헌장 개정으로 이 기준을 더욱 명확히 함으로써, ICRC는 신앙고백적 기준이 희석되어 가던 20세기 후반의 에큐메니컬 지형에서 종교개혁의 유산에 충실한 국제 교제와 연합의 공간을 창출하고 유지하였다.
둘째, 협의회적 교제 모델의 정립이다. ICRC는 의도적으로 총회(Synod)가 아닌 협의회(Conference)를 자처하며, 그 결정은 권고적 성격을 가진다. 1993년 신학확언위원회 보고서가 공식화한 대로, 회원권은 참 교회로서의 상호 인정을 함의하되 각 교회의 자매 관계 결정권을 침해하지 않으며, 오히려 더 깊은 교제를 추구하도록 자극한다. 이는 교회 위에 군림하는 상급 기구도,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는 친목 단체도 아닌 제3의 길, 곧 신앙고백적 일치 위에서 서로를 참 교회로 인정하며 교제하는 교회들의 연합이라는 개혁주의적 에큐메니즘의 모델이다.
셋째, 고백적 일치의 실천이다. ICRC는 이 원칙이 시험받는 순간에 그 대가를 치렀다. 창설을 주도한 GKv가 여성 안수를 결정하자, ICRC는 2017년 회원권 정지와 재고 촉구, 2022년 회원권 박탈이라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RES가 GKN 앞에서 하지 못했던 일을 ICRC는 자신의 창설 교회 앞에서 해냈다. 이로써 ICRC는 교회 교제가 단순한 친목이 아니라 진리 안의 연합임을 말이 아닌 실천으로 증언하였다. 그러나 이 증언에는 깊은 아픔이 새겨져 있다. 개혁신앙의 본산이 스스로 세운 기구에서 제명되는 역사 말이다. 어떤 교회도 자신의 과거 위에 안주할 수 없음을 모든 회원 교회에, 그리고 이제 최대 교단으로서 2026년 서울 총회를 준비하는 고신 교회에 엄중히 경고하는 셈이다.
ICRC 앞에는 여전히 과제들이 남아 있다. 장로교 전통과 대륙 개혁교회 전통 사이의 예배ㆍ직제 이해의 차이, 남반구 교회들의 성장에 따른 균형의 변화, 세계 선교에서의 실질적 협력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제들은 ICRC가 박제된 기념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신학적 공동체임을 보여 주는 증거이기도 하다. 고백적 개혁신학에 헌신하는 교회들의 국제 연대로서 ICRC는 종교개혁의 유산이 21세기에도 살아 있음을 증언하는 소중한 기구이며, 그 존재와 사역의 다음 장은 2026년 서울에서 한 걸음 나아갈 것이다.
<참고문헌>
1. 1차 자료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f Reformed Churches, September 1–9, 1993, Zwolle, The Netherlands. Neerlandia, AB: Inheritance Publications, 1993.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f Reformed Churches(1982, 1985, 1989, 1993, 1997, 2001, 2005, 2009, 2017, 2022). ICRC 공식 홈페이지 공개 PDF. https://icrconline.com/conferences/general/
“ICRC 1997 Press Release”, The Messenger(Free Reformed Churches of North America), 1997.
ICRC Press Release 2022, https://icrconline.com/
Gereformeerde Kerken (vrijgemaakt), Acta van de Generale Synode Meppel 2017.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화란개혁교회와 고신총회의 관계에 대한 연구보고서」.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제68회 총회 보고서, 2018.
K. K. Lim, Het spoor van de vrouw in het ambt(Diss.), KOK 2001.
2. 2차 자료
Faber, J. Essays in Reformed Doctrine. Neerlandia, AB: Inheritance Publications, 1990.
Van Bruggen, J. The Ancient Text of the New Testament, Winnipeg: Premier, 1976.
Van ’t Spijker, W. (ed.). The Church’s Book of Comfort, Grand Rapids: Reformation Heritage Books, 2009.
“International Council of Reformed Churches”, The Outlook(Reformed Fellowship). 1993년 츠볼러 총회 참관기.
코람데오닷컴, “화란개혁교회 여성안수, 재고 권면 예의주시”, 2018년 9월 12일.
뉴스앤조이, “여성 안수 결의까지 10년 논의”, 2017년 9월 20일.
고신뉴스 KNC, “글로벌 개혁주의 연합 운동과 고신의 역할: 2026년 ICRC 한국 총회를 기점으로”(시론), 2026년.
[1] ICRC 공식 홈페이지, https://icrconline.com. 1982년 이래 전 총회의 회의록(Proceedings) PDF가 이 홈페이지에 공개되어 있다.
[2] “International Council of Reformed Churches,” The Outlook(Reformed Fellowship). 1993년 츠볼러 총회 참관기.
[3] 2010년 REC와 WARC의 통합에 관해서는 WCRC 공식 홈페이지(https://wcrc.eu) 참조.
[4]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f Reformed Churches, 1982 (icrconline.com 공개 PDF). ICRC 공식 홈페이지는 1982년 모임을 첫 예비회의(first preliminary meeting)로, 1985년 에든버러를 첫 정기 총회로 소개한다.
[5]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화란개혁교회와 고신총회의 관계에 대한 연구보고서」, 대한예수교장로회(고신) 제68회 총회 보고서, 2018. 보고서는 고신총회가 ICRC에 창립 멤버로 참여하였다고 명시한다. 코람데오닷컴 2018년 9월 12일 자 기사에 전문이 수록되어 있다.
[6] “Constitution and Regulations of the ICRC,” in Proceedings of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f Reformed Churches, September 1–9, 1993, Zwolle, The Netherlands (Neerlandia, AB: Inheritance Publications, 1993), 229 이하. 이하 이 회의록은 Proceedings 1993으로 약칭한다.
[7]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의 작성과 수용의 역사에 관해서는 W. van ’t Spijker (ed.), The Church’s Book of Comfort(Grand Rapids: Reformation Heritage Books, 2009) 참조.
[8] 1960년대 GKv와 고신의 자매 관계 수립 과정 및 GKv 총회의 웨스트민스터 표준문서 검토 경위에 관한 상세한 논의는 저자의 네덜란드–고신 자매교회 관계 연구를 참조하라.
[9] J. van Bruggen, The Ancient Text of the New Testament(Winnipeg: Premier, 1976).
[10] Proceedings 1993, “Report of the Committee on Theological Affirmation,” 73 이하 참조. ICRC는 총회(Synod)가 아니라 협의회(Conference)이므로 그 결정은 권고적 성격을 가진다고 명시한다.
[11] Proceedings 1993, Minutes Art. 75. 선교위원회는 총회 후 2년 이내에 서방(퀴라소, 수리남, 브라질, 페루), 아프리카, 동아시아(일본, 인도네시아, 필리핀, 대만, 인도 등), 유럽의 네 권역에서 선교대회를 조직하도록 위임받았다.
[12] 총회 목록은 ICRC 공식 홈페이지(icrconline.com)와 각 총회 회의록에 근거한다.
[13] “CONSTITUENT ASSEMBLY for the International Conference of Reformed Churches held in the Refajah Church at Groningen, The Netherlands, from October 26 to November 4, 1982”, in Proceedings 1982, 3.
[14] “ARTICLE 1 OPENING AND ADDRESS
On behalf of the Committee on Relations with Churches Abroad of the Reformed Churches in The Netherlands, the Rev. G. van Rongen of The Netherlands opens the meeting and reads from the Scriptures Psalm 120 and Psalm 133. He asks the meeting to sing Psalm 133, and leads in prayer. In his opening address he welcomes especially the brethren who have been delegated by their Churches to attend this Constituent Assembly. He then shows that the Churches are “in line with history” when on the basis of the Holy Scriptures and in accordance with the Reformed confessions they seek the unity of the faith and the fellowship in the Lord by means of a council or conference. He emphasizes that while the Churches which are represented here today may have adopted either the Westminster Standards or the Three Forms of Unity, they are on common ground. Both the Three Forms of Unity and the Westminster Standards submit unconditionally to the Lord as He has revealed 1. Conference Minutes 2 Himself in the Scriptures. The speaker expresses the hope that the Conference may be a blessing for the Churches of our Lord Jesus Christ in this world.“
[15] “ARTICLE II - BASIS
The basis of the Conference shall be the Holy Scriptures of the Old and New Testament as confessed in the Three Forms of Unity (the Belgic Confession, the Heidelberg Catechism, the Canons of Dort) and the Westminster Standards (the Westminster Confession of Faith, the Larger and Shorter Catechisms).”
Proceedings 1989, 301.
[16] Proceedings 1993, Minutes Art. 86.
[17] Proceedings 1993, Minutes Art. 93.3. 1997년 총회를 위한 주제 제안 목록 중 일곱째 항목에 ‘Women and the Church’가 포함되어 있다.
[18] Gereformeerde Kerken(vrijgemaakt), Acta van de Generale Synode Meppel 2017. 메펄 총회는 2017년 6월 16–17일 목사·장로·집사 직분을 여성에게 개방하기로 결정하였다.
[19]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화란개혁교회와 고신총회의 관계에 대한 연구보고서」(2018).
[20] ICRC Press Release 2022 (icrconline.com). 빈트후크 제10차 총회(2022)는 2017년 제9차 총회에서 정지된 GKv의 회원권을 최종적으로 종료하였다.
[21] “ICRC 1997 Press Release,” The Messenger (Free Reformed Churches of North America), 1997. 서울 총회는 헌장 제1조 a항을 “Basis에 열거된 신앙고백 문서들에 진술된 개혁신앙에 충실히 부착하며, 그 신앙고백 표준이 이 개혁신앙과 일치하는 교회”로 개정하였다.
[22] Proceedings 1993, “Report of the Committee on Theological Affirmation,” 73 이하. 위원회의 구성과 회합(1992년 6월 30일–7월 2일, 에든버러 자유교회 대학)에 관한 정보도 이 보고서에 담겨 있다.
[23] 위의 보고서. 위원회는 스코틀랜드 신앙고백(1560) 제18장과 벨직 신앙고백(1561) 제29조를 병렬 인용한 뒤, 두 고백 전통 사이에 ‘주목할 만한 일치’(a remarkable consensus)가 존재한다고 결론지었다.
[24] Proceedings 1993, Minutes Art. 44.
[25] Proceedings 1993, Minutes Art. 50, 55. 고재수의 발제는 1993년 9월 3일 저녁(제9회기)에, 토론은 9월 6일 오전(제10회기)에 이루어졌다.
[26] “International Council of Reformed Churches,” The Outlook. 이 참관자는 츠볼러 총회를 ‘노래하는 총회’(a singing conference)로 회고한다.
[27] ICRC Regulations (as amended by the 8th [2013] and 9th [2017] Meetings of the Conference), IX. Finances (https://icrconline.com/governance/).
[28] ICRC Regulations, II.1; IX.2.a.(3).
[29] “Basis of Membership Assessments, Years 2023–2026” (ICRC 재정 문서). 분담금 산정의 소득 지표는 세계은행 1인당 GDP(2022년 9월 기준)를 사용하였다.
[30] Proceedings of the ICRC 1997 (Seoul), Minutes Art. 66, 89.
[31] Financial Report(Balance Sheet as of April 30, 1993), in: Proceedings of the ICRC 1997, p. 53; “Basis of Membership Assessments, 2023–2026.”
[32] ICRC Regulations, X.5.
[33]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화란개혁교회와 고신총회의 관계에 대한 연구보고서」(2018).
[34] Proceedings 1993, “Financial Report: Basis for Assessments 1991.”
[35] Proceedings 1993, “Chairman’s Opening Remarks” 및 “Report of the Corresponding Secretary.” 총무 판 베버런(M. van Beveren)은 한국 교회가 새 회관 건축의 예기치 않은 지연으로 총회를 유치할 수 없게 되자 네덜란드 교회들이 준비에 착수했다고 보고하면서, 회관이 완공되는 대로 다음 총회를 한국에서 열기로 한 고신의 재초청을 전하였다.
[36] Proceedings 1993, Minutes Art. 2, 3, 45, 52. 허순길은 9월 3일까지 부의장직을 수행한 뒤 이임하였고, 이근삼이 그 직을 이어받아 여러 회기를 주재하였다.
[37] “ICRC 1997 Press Release.” 제4차 총회는 1997년 10월 16–23일 서울 서문교회에서 열렸으며, 고신총회가 주최하였다.
[38] “여성 안수 결의까지 10년 논의”, 뉴스앤조이, 2017년 9월 20일.
[39] 고려신학대학원 교수회, 「화란개혁교회와 고신총회의 관계에 대한 연구보고서」(2018); “화란개혁교회 여성안수, 재고 권면 예의주시”, 코람데오닷컴 2018년 9월 12일.
[40] ICRC 공식 홈페이지(icrconline.com). 이 총회는 인천 소재 호텔에서 6박 7일 일정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41] “글로벌 개혁주의 연합 운동과 고신의 역할: 2026년 ICRC 한국 총회를 기점으로”(시론), 고신뉴스 KNC, 2026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