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그 의미
고덕길 목사
(이슬라마바드 한인교회 담임)
“나를 모든 환난에서 건지신 여호와의 사자께서 이 아이들에게 복을 주시오며 이들로 내 이름과 내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름으로 칭하게 하시오며 이들이 세상에서 번식되게 하시기를 원하나이다” (창세기 48:16)
야곱이 요셉의 두 아들, 즉 자신의 손자들인 므낫세와 에브라임을 축복하는데 ‘번식’보다 먼저 나오는 내용이 “내 이름과 내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름으로 칭하게 하시오며”입니다. 도대체 “이름으로 칭하게 하는 것”이 무엇이기에 가장 먼저 그것을 위하여 복을 빌까요?
이름을 나타내는 히브리어는 שֵׁם(shem, 쉠) 입니다. 이름(쉠)은 어떤 사람이나 사물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 (שָׁם, sham, 샴) 에 있어야 하는 것을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름을 가리키는 "쉠 שֵׁם" 과 장소를 가리키는 "샴 שָׁם" 은 어근이 같은 단어이며 모양도 똑같습니다. 단지 ‘쉠’으로 읽으면 ‘이름’이 되고 ‘샴’으로 읽으면 ‘거기’라는 뜻이 되는 것입니다.
가령 책상은 책상의 위치에 있어야 책상이지 의자의 위치에 있으면 책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호랑이는 호랑이의 위치에, 사과는 사과의 위치에 있을 때 호랑이나 사과라는 이름으로 불려지게 됩니다. 세상의 모든 것이 각자의 이름 (쉠,שם) 에 맞는 그곳 (샴,שם) 에 있을 때 비로서 그 이름값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담은 아담의 위치에, 하와는 하와의 위치에 있을 때 아담과 하와로 불리어지는 것입니다. 야곱은 손자들을 축복하면서 먼저 그들의 자리가 어디인지 그들이 있어야 할 그곳에 (샴, שָׁם) 그들의 이름 (쉠, שֵׁם)을 위치시키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였던 것입니다.
그들의 아버지 요셉은 어려서 형들로부터 미움을 사 외국으로 팔려 왔으며 오랜 외국 생활 동안에 이방 애굽 여인과 결혼해서 낳은 자식이 므낫세와 에브라임인 것을 누구보다 야곱은 마음 아프게 생각하였을 것입니다. 게다가 요셉의 처 그러니까 므낫세와 에브라임의 모친, 즉 야곱의 며느리는 이방신을 섬기는 제사장의 딸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자식에 대한 영향력이 지대한 것을 알았던 야곱은 자신의 핏줄인 므낫세와 에브라임으로부터 이방 제사장의 딸인 그들의 어머니의 영향력을 제거함과 동시에, 살아계신 하나님과 언약을 맺은 조상들의 신앙 유산을 물려받을 믿음의 자손인 것을 깨닫게 하기 위해 “내 이름과 내 조상 아브라함과 이삭의 이름으로 칭하게 하시오며”라는 복을 번성의 복보다 우선하였던 것입니다.
므낫세와 에브라임의 이름 (쉠, שֵׁם) 이 있어야 할 곳(샴, שָׁם)은 더 이상 이방 땅 애굽이 아니고, 그들의 모친 즉 이방 제사장의 딸의 가문이 아니라 신령한 신앙의 유산을 물려받을 그곳 (샴, שָׁם) 그 자리, 곧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이름(쉠, שֵׁם) 이 있는 거기(샴, שָׁם)라는 것입니다.
물질만능 시대에 우리가 간직하고 전해야 할 신앙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큰 도전을 주는 말씀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이름(쉠, שֵׁם)이 마땅히 있어야 할 그곳(샴, שָׁם)에 있는지 날마다 순간마다 살펴보는 지혜가 있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