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글은 월간 생명나무 (월간 고신) 2022년 2월호에 실린 글로 필자의 허락을 받아 이곳에 올립니다. - 편집장 주
삼형제네 가정예배 이야기 2
가정예배에 관한 안 좋은 추억
채충원 목사
(한밭교회 부목사)
부모의 신앙을 자녀들에게 어떻게 전해 줄 수 있을까요? 저는 삼형제를 키우면서 가정예배가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2017년에는 가정예배를 어느 가정에서나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안내하기 위해 매뉴얼을 제작하여 성도들에게 보급하였고, 부모들이 가정예배의 이론을 배우고 가정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가정예배 훈련 캠프인 ‘아자캠프’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가정예배에 관하여 여러분들과 대화하면서 알게 된 것은 요즘 40,50대 부모들 가운데 가정예배에 관한 안 좋은 추억을 가진 분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꽤 성실하게 교회 생활을 하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부정적인 기억을 가지게 되었을까요? 어떤 분은 어렸을 때 가정예배 때마다 아버님이 너무 길게 말씀하셔서 극도로 힘들었고, 또한 강압적인 분위기가 정말 싫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결혼하면 지루하고 딱딱한 가정예배는 하지 말고 자녀들에게 친구 같은 부모가 되어 주고 화목한 가정을 이루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또 다른 분은 가정예배를 할 때마다 잔소리를 너무 많이 들어서 힘들었다고 합니다. 평소에는 과묵하신 분이 가정예배 때가 되면 모아 두었던 권면의 보따리를 장시간 풀어 놓으셨고, 자녀들은 묵묵히 듣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분의 아버님은 가정예배를 매우 만족해하셨고 심지어 자랑스러워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가 가정예배운동을 해야겠다고 아내에게 이야기했을 때 아내는 “여보, 안 하면 안 될까요?”라고 하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 해주었습니다. 어렸을 때 아내는 아버님에 대한 불만이 많았는데, 가정예배 시간에 대표기도를 하게 되면 아버님에 대한 불만을 섞어서 기도하면서 아버님을 변화시켜달라고 간구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버님은 심지어 기도하는 중에 중단시키고 혼내기도 하셨고, 예배를 마친 후에는 말다툼도 자주 했다고 합니다.
저는 가정예배에 관한 안 좋은 추억들을 접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깨달았는데, 그것은 소통의 부족이었습니다. 소통은 ‘막힘이 없이 잘 통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가정예배 시간에 부모의 일방적인 훈계와 잔소리 때문에 자녀들의 마음이 막혀서 서로 잘 통하지 않게 될 때, 그러한 예배를 통해서는 하나님과의 소통도 잘 이루어지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는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니 ‘소통’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부모의 일방적인 의사전달 때문에 자녀들이 마음을 닫아버려서 하나님의 말씀이 흐르지 못할 수 있습니다. 자녀들은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난 부모가 되면 절대로 가정예배를 하지 않을 거야!”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에는 성경 동화책을 종종 읽어주었는데, 저는 하브루타 방식으로 읽어주려고 노력했습니다.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읽어주기보다는 그림을 보며 질문도 하고, 질문에 대한 아이의 대답을 들으며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아이들이 먼저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춘기를 지난 아이들이지만 지금도 제게 질문을 자주 하는 편입니다. 저는 아이들의 질문을 매우 좋아하고, 진지하게 잘 대답해주려고 최선을 다합니다. 그래서 가정예배 시간에도 대화를 많이 합니다. 소교리문답을 가지고 공부할 때나 주일에 들은 설교 말씀을 가지고 함께 나눌 때도 질문과 대화를 합니다. 기도제목을 나눌 때도 진지한 대화로 이어질 때가 자주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정예배를 하지 않을 때도 다양한 주제로 서로의 의견을 나누는 것이 그리 부담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런데 평소에 대화가 없는 가족은 가정예배를 하더라도 정해진 순서에 따라 마치 행사를 진행하듯이 하기 쉽습니다. 제가 한 지인의 가정예배에 참석했을 때, 그 가정은 국민일보에 게재된 ‘가정예배 365’ 내용을 그대로 읽으면서 가정예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인도자 외에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고, 일사천리로 예배가 진행되었으며, 예배가 끝난 후에도 가족들은 말없이 흩어졌습니다. 예배는 했지만, 소통은 전혀 없었습니다. 그러나 평소에 삶의 나눔이 익숙한 가족은 하나님 앞에 모였을 때도 기도와 말씀의 나눔을 통해 신앙적인 대화를 자연스럽게 나눌 수 있습니다.
지난주에 고등학교 2학년에 올라가는 둘째가 뜬금없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친구들 말을 들어보면 친구 부모님들은 정말 많이 싸운다는데... 우리 엄마 아빠는 싸우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참 이상해요.” 그래서 제가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하면서 아빠와 엄마도 싸울 때가 있는 것 같다고 했더니 “그건 싸움이 아니라 대화죠!”라고 하더군요.
저는 평소에 아이들에게 제 감정을 잘 숨기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숨긴다고 숨겨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나님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숨기겠습니까? 그래서 가정예배 때마다 하나님과 가족 앞에서 솔직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과 가족 앞에서 솔직하게 마음을 내어 놓을 때 성령님 주시는 자유와 위로와 회복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가식적인 예배는 자녀들의 신앙도 병들게 합니다. 가정에서부터 하나님과 가족과 소통하는 예배를 드릴 수 있다면 우리 자녀들은 건강하게 자라갈 것입니다. 가정예배가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하나님과 가족 간의 소통을 회복하여 자녀들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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