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윤웅열
사도신경 12문장에 담긴 기독교 신앙
1. 들어가는 말.
어릴 때 문제 푸는 게 좋았다. 물론 공부를 좋아했던 건 아니다. 시험을 쳐야했고 수능을 봐야 했으니까 준비 방법으로 문제집 푸는 걸 택한 정도다. 잔뜩 쌓인 문제집을 다 해치우고 나면 성취감이 들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아쉽게도 시험 결과는 늘 좋지 않았다. 어머니께서 이런 날 향해 “너는 공부를 꼼꼼하게 하지 않아서 그래”라고 하셨다. 이 말이 참 맞다.
책을 읽으면서 떠오른 기억이다. 이 책이 꼼꼼하지 않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저자는 아주 친절하게 설명을 잘해주고 꼼꼼하게 잘 정리했다. 이런 기억이 떠오른 건 우리 신자들의 상황과 유사하지 않은가 싶어서이다. 사도신경을 입으로 외우고 떠올리는 건 잘 할 수 있다. 마치 내가 다 푼 문제집을 쌓아둔 것처럼, 사도신경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할 것 같다. 하지만 막상 물어봤을 때 대답하기 어려운 게 우리 상황이다. 문제를 풀기는 했으나 그 내용을 자세히 알지 못하는 것처럼 사도신경을 잘 외우고 있지만 그 의미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면에서 다양한 사도신경 해설 책들이 나오면 좋겠다. 그리고 그 책들을 많이 읽으면 좋겠다. 모르는 내용을 새롭게 배우고, 알던 내용들도 확인하고 곱씹으면 좋을테니 말이다. 이 면에서 이 책 “사도신경 12문장에 담긴 기독교 신앙”은 제격이다.
2. 간략한 책 내용 소개
책 내용은 총 3부이며 2부 본문 해설이 주를 이룬다. 1부는 사도신경의 기본 배경을 설명한다. 사도신경이 어떻게 작성되었는지, 교회 역사 동안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등이다. 그리고 2부 본문 해설을 앞두고 사도신경의 뼈대가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고백임을 설명한다.
2부는 사도신경 본문 해설이다. 사도신경에서 성부 하나님을 고백하는 문장은 다소 짧다. “전능하신 하나님 아버지,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분을 믿습니다”(저자 번역). 이 문장을 해설하면서 저자는 성부 하나님의 존재, 속성, 위격, 관계, 사역을 해설한다.
사도신경에서 성자 하나님을 고백하는 문장 수가 가장 많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본서에서도 성자 하나님에 관한 해설이 가장 길다. 성부 하나님을 고백하는 문장을 해설하는 것처럼 각 문장을 치밀하게 잘 해설한다.
2부 3장은 성령 하나님에 관한 문장들을 해설한다. 사도신경에서 “성령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지만 이 분이 어떤 분인지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이후 등장하는 문장들 곧 거룩한 교회, 성도의 사귐, 죄 용서, 몸의 부활, 영원한 생명을 성령 하나님의 사역으로 이해하고 고백한다. 물론 이것들은 삼위 하나님의 공동 사역이며 저자도 이것을 분명하게 밝힌다.
3부에서는 사도신경을 고백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아주 간략하게 정리한다. 이 부분은 “사도신경으로 충분한가?”라는 질문에 답변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대답이면서 동시에 책의 맺음말로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을 인용한다. “사도신경은 간결하고 장엄한 신앙의 규범이다. 단어의 수는 간결하나, 문장의 무게는 장엄하다.”
#히포의 주교 아우구스티누스
3. 책의 장점 및 활용법
1) 교리문답 및 신조들 내용으로 정리해두었다.
저자는 사도신경을 해설하면서 본문 자체에, 그리고 성경 본문에 초점을 두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개혁파 신앙고백들(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 및 대소요리문답,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벨기에 신앙고백서)이 사도신경을 담고 있다는 점을 잘 설명해준다. 그래서 사도신경 각 문장과 관련된 신조들을 많이 소개한다. 신조 원문들을 같이 편집해 두어 금방 확인하기 쉽다.
이런 장점은 사도신경을 공부할 때 신조들과 연결이 어떻게 되는지 확인하기 쉬우며 반대로 신조를 공부할 때 해당 부분이 사도신경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파악하기 쉽다. 사도신경을 우리가 예배때 마다 암송하기 때문에 우리 입과 몸에 상당히 익숙하다. 그렇다면 신조에 이 익숙한 내용이 연결되어 있다는 걸 안다면 더 유익하지 않을까?
2) 성경 본문을 정리해준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성경 본문을 중심으로 사도신경을 해설한다. 그리고 성경 본문을 모두 편집해두기 때문에 성경 본문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각 구절별로 더욱 직접적인 표현에는 굵은 글씨 표기를 해두어 더욱 파악하기 쉽다. 성경구절 표기를 확인한다면 성경 묵상, 설교 준비, 성경 공부할 때 해당 구절이 사도신경과 우리의 고백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연결지어 이해할 수 있다.
3) 삼위일체 연관성을 놓치지 않고 설명한다.
저자는 사도신경 개관할 때 삼위일체 하나님에 대한 고백임을 분명하게 밝힌다. 그리고 이 내용을 각 문장 해설할 때 놓치지 않고 이어간다. 이 점이 저자가 보인 아주 뛰어난 점이다. 대체로 각 위격의 사역에 집중하다보면 삼위 하나님의 공동사역에 대해 초점을 놓칠때가 많다. 그러나 저자는 각 위격의 고백과 사역들을 해설하면서 동시에 삼위 하나님의 공동 사역임을 밝힌다.
4) 번역 소개
저자는 본서에서 다양한 사도신경 번역들과 자신의 번역을 비교한다. 그리고 필자는 이 내용이 본서에서 가장 우수한 점이라고 생각한다. 번역은 아쉬울 때가 많다. 특히 성경과 사도신경, 주기도문은 더욱 그렇다. 그면에서 저자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사도신경 번역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간략히 설명하고 평가한다. 그리고 앞으로 더 좋은 번역으로 사도신경을 고백할 것을 기대한다. 그 일환으로 저자의 번역도 함께 제시한다. 저자는 번역 원칙으로 라틴어본, 그리스어본, 영어번역을 대본으로 사용했다. 그리고 익숙한 한자어를 제외하고는(대부분이 익숙하지만) 한글을 사용하려고 애썼다. 또 삼위 하나님에게 존칭을 사용하고 단수, 복수 구별을 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정작 저자의 번역이 한 눈에 보이게 편집이 안되어 있다는 점이다)
5) 소그룹 공부 또는 교리문답 공부 교재로.
교재는 늘 완벽할 수 없다. 하나의 교재를 1년간 또는 다년간 사용할 수 있지만, 평생동안 하나만 사용할 수는 없는 법. 그면에서 본서 역시 피해갈 수 없다. 완벽한 교재로 이거 하나만 있으면 된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가진 장점들이 많다. 그리고 책 자체가 해설서와 교재로 같이 나와 있기에 사용하기 더욱 유익하다.
특히 소그룹과 교회 공동체에서는 하나의 약속을 가지는 방식이 중요하다. 그 면에서 이 책은 좋은 기준이 된다. 성경 구절들과 신조들을 중심으로 해설했기 때문에 크게 무리가 없다. 그리고 각 문장을 해설하면서 고백하는 것과 배격하는 것을 정리해두었기 때문에 공부하는 사람 각자가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기에도 유익하다.
4. 나가는 말
처음 시작하는 말처럼 잘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익숙할 수록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신자들에게 사도신경이 더욱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익숙한 것을 더 잘 알게 된다면 그 의미는 더욱 풍성해질 것이다.
필자가 생각컨데 아마 사도신경에 관한 책을 이미 몇 권 읽었거나(예를 들어 바르트의 사도신경이나), 또는 신조를 공부한 분들에게는 마치 신세계가 열리는 새로움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사도신경을 누군가에게 설명해야 하거나 기초를 다져야 하는 경우에는 이 책 보다 더 좋은 책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