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정치에 빠진 교회”, 빠져나오려면?
김대현
(상동 행복한 교회)
“정치에 빠진 교회”. 신앙이나 교회를 주제로 한 책의 제목치고는 다소 파격적이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종교와 정치는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암묵적인 약속이었다. 설사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겉으로는 서로 데면데면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바람직하게 여겼다. 하지만 급기야 이런 제목의 책이 출간되었다는 것은 이 둘 사이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책은 지난 5월 가나안농군학교 내 일가수도원에서 열린 연찬회(주제: ‘교회의 정치화, 무엇이 문제인가?’)의 발표문을 정리한 것이다. 고신 교단 출신 목회자 6명이 신학적·역사적·실천적 관점에서 한국 교회의 정치화를 비판적으로 발표한 글들을 모았고, 네덜란드 아펠도른 신학대학교 교장이었던 W.H. 페일러마의 취임사 ‘정치적 설교’ 일부도 함께 실었다.
그러므로 이 책의 주제와 논점은 분명하다. 12.3 계엄을 계기로 그 타락상을 극명하게 드러낸 한국교회, 특히 설교와 집회의 정치화 문제를 신학적·역사적·실천적 관점에서 짚고 다시 복음으로 돌아갈 것을 촉구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한국 교회의 극우화’다. 극우는 동질성, 통일성을 강하게 추구하며 다양성과 포용성을 거부하는 성격을 지닌다. 역사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을 통해 우리는 이미 극우의 폐해를 경험하였다. 그런데 또다시 세계는 극우화 되어가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의 각 나라에서 극우 정당이 약진하며 배타성이 강화되고 있다. 저자 권수경 목사는 세계적 극우화 현상을 포스트모더니즘에 대한 반동으로 설명한다. 포스트모더니즘이 상대주의와 다원주의를 통해 소외된 집단의 목소리를 부각시키자, 기존 기득권층이 반발하며 독선적·배타적 성향의 극우가 재등장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에서의 극우화도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저자들은 많은 개신교회가 이러한 극우 성향을 선동하고 강화하며, 강단을 통해 확대 재생산하는 양상을 깊이 우려한다. 한국 교회는 일제 강점기의 신사 참배 문제부터 시작해서, 해방 이후의 건국 과정과 독재 정권기까지 정치와 밀접하게 유착하였고, 그 결과 겉으로는 역사상 유래 없는 부흥을 이루었지만 속으로는 부패하여 ‘회칠한 무덤’과 같아지고 말았다. 유승혁 강도사는 한경직 목사의 사역을 통해 한국교회가 부패한 역사적 과정을 비판적으로 정리하고, 기독교 건국론, 전국 복음화 운동 등과 같은 종교성의 허울을 쓰고 전개된 개신교의 활동을 반성하고 삼위일체 신앙을 바탕으로 하는 기독교의 핵심 교리에 더 집중해야 할 것을 강조하였다.
책 말미에서 오세택 원장은 일제 강점기로부터 독재 시기를 건너온 가나안농군학교 김용기 장로가 마주했던 다양한 정치적 상황 속에서 취했던 태도와 삶의 실제를 제시하며 타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신 그리스도의 삶을 본받아 살아갈 것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이 책의 제목만 보고 각종 사변이 난무하고, 어렵고 복잡할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 책은 오늘날 한국 교회의 현실을 진단하며 바른 신학과 바른 신앙을 성찰하게 하는 실천적 안내서가 될 수 있다. 선입견을 버리고 찬찬히 읽어보면 오히려 기독교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고, 자신의 신앙을 돌아보게 되며, 앞으로 신앙생활의 방향을 잡을 수 있게 해 주는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