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요셉과 그의 형제들』(조약돌, 세움북스)을 읽고
최정복 목사
(세종시 장로교회)
이 책을 받자마자 느낀 감정은 아쉬움이었습니다. 필자가 이 책을 배송받은 날은 창세기 50장을 설교하기 위하여 연구하던 날이었습니다. 필자는 창세기 37장부터 시작하는 요셉과 그 형제들 이야기를 열두번에 걸쳐 설교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설교를 준비할 때 이 책을 받아 들었습니다. 당장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스물 여섯 번째 장을 펼쳐보았습니다. 저자는 제가 여러 가지 주석을 뒤적거리며 고민하고 있던 부분을 시원하게 해설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무릎을 치며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왜 이 책을 이제야 손에 쥐게 되었을까! 이제야 이 책을 손에 쥐게 되었다는 사실에 아쉬웠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저의 신학대학원 선배님이십니다. 함께 신학교를 다닌 날수는 적지만 같은 교수님들께 함께 배웠고, 같은 고민을 가지고 함께 고민하며, 함께 신학의 기쁨을 누리며 나눈 대화들을 생각해보면 3년을 신대원에서 공부한 동기보다 더 가까운 형님입니다. 특히 교회 개척 사역은 제가 조금 먼저 시작했기에 저를 개척 선배라고 부르며 조언을 구하는 겸손한 선배님입니다.
책을 읽으면서 구속사를 통해 본문을 해석하는 선배님의 내공이 느껴졌고, 본문을 높이되 설교자 자신은 감추는 형님의 겸손함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회를 사랑하는 개척 교회 사역자의 간절한 기도가 메아리치고 있었습니다. 서로 다른 교회를 섬기지만 같은 시대에 살며 같은 신학적 전통을 가지고 목회하는 목사로서의 동질감을 찐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창세기 후반부는 해석하기 난해한 본문이 많이 등장합니다. 흥미진진한 요셉 이야기도 자세하게 살펴보면 무엇을 설교해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많습니다. 거대한 구속역사를 움직이시는 하나님의 섭리가 나타나지만, 현대를 살고 있는 성도들에게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설교자의 임무가 그러합니다. 이 사명을 감당하려면 본문과 씨름해야 하고, 어둠을 밝혀 조명해 주시는 성령님의 빛을 구해야 합니다. 저자는 창세기의 어려운 본문을 은근슬쩍 넘어가지 않습니다. 오히려 성경의 행간에서 발견되는 미묘한 감정들을 들추어냅니다. 성령님의 조명을 통하여 행간에 감추어진 비밀을 들추어내고, 우리에게 밝혀줍니다. 저자가 얼마나 설교자의 임무를 성실하게 수행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 책의 특징들을 몇가지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구속 역사적 해석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끊임없이 본문을 신약 성경에 비추어 해석하고 있습니다. 특히 히브리서에 기초한 사도적 해석이 인상깊습니다. 각자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해석, 적용하는 책들이 넘쳐나는 작금의 유행들을 비판이라도 하려는 듯, 성경으로 성경을 해석하는 종교개혁자들의 해석학을 신실하게 따라갑니다.
두 번째 특징은 보편 교회적 적용이 가져다 주는 적실함입니다. 저자가 섬기는 교회에만 적용할 수 있는 특수한 적용이 아닌, 어느 시대, 어느 교회나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 보편적인 적용을 위한 선포, 설득이 빛나는 강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보편적 적용은 두리뭉실하지 않고 오늘날에도 여전히 적실합니다. 왜냐하면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 전체가 실천해야 할 ‘구체적’인 적용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특징은 위로입니다. 가장 먼저 요셉과 그 형들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므로 받는 위로입니다. 인내가 필요하고, 믿음이 필요하고, 은혜가 필요한 우리네 현실을 보며 위로를 받습니다. 하지만 더 큰 위로는 각 장마다 펼쳐지는 ‘그리스도를 보라’는 초청의 말을 통해 주어집니다. 저자는 인물과 사건에 파묻혀 버리기 쉬운 본문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발견합니다. 억지로 끼워 맞추지 않으면서도 창세기 본문을 통하여 신약시대의 특권인 예수 그리스도를 보게 합니다. 그리고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붙잡으라고 권면합니다. 이러한 권면 속에서 자연스럽게 선한 양심을 가지고 기도하게 되며, 인내로 경주하는 방법을 배우게 됩니다. 요셉과 그 형제들의 이야기를 통하여 이러한 위로의 말씀을 전하고 싶은 설교자들, 목회자 후보생들에게 추천하는 바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위로의 말씀을 책을 통하여 맛보고 싶은 성도들에게도 기쁘게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