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을 환영합니다.
최종편집
단상
조회 수 229 추천 수 0 댓글 0

 

맹인 세 명이 산에 올랐다. 그 날은 날씨가 쾌청하여 정상에 오르자 발아래 멋진 광경이 펼쳐졌다.

“아, 정말 좋다.”

맹인 한 명이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다른 맹인이 말을 했다.

“그래, 정말 좋구나.”

맹인 세 명이 이구동성으로 좋다는 말을 하는 통에 자원봉사자로 동행한 사람이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보이는 것도 없는데’라는 말은 생략했다.

“보이는 게 반이라 쳐도 우리가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이 서너 배는 될 겁니다. 물 흐르는 소리, 새 소리, 나무 냄새, 이런 건 눈뜬 사람들보다 우리가 더 많이 느끼거든요.”

보는 게 다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할 말을 잃었다.

“장애는 모든 것을 앗아가는 게 아니다. 다른 것을 얻게 해주는 것이다.”

그들과 함께 산에 올라갔던 사람이 한 말이다.

 

언젠가 어느 장애인 기관에서 발행하는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사람들은 맹인들이 산에 올라가서 느끼는 감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런가? 고정관념을 가지고 그 맹인들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을 하면 그들은 ‘보이는 게 다인 줄 알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묻는다. “뭐가 그리 좋으세요?”

 

사람은 누구나 의식의 눈에 고정관념의 안경을 쓰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 고정관념은 때로 사물을 올바르게 보지 못하게 한다. 사물을 왜곡하거나 축소한다. 한 면을 너무 확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 고정관념은 어떤 사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가져온다.

 

사람들은 흔히 장애인을 보면서 어떤 기능이 불편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마치 몸과 마음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더욱이 장애인 전체가 그렇다고 여긴다. 이런 편견이나 고정관념 때문에 장애인들은 더욱 상처를 받고, 가지지 않아도 될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

 

맹인들의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보이는 게 없는데’ 뭘 하겠나 싶은데, 그렇지 않다. 어느 맹인 자매의 방에 들렀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내 방보다 더 깨끗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데도 그는 혼자서 방을 쓸고 닦고 한다. 물건을 정리한다. 그리고 바늘귀에 실을 꿰어 바느질도 한다. 양봉을 하는 사람도 보았다. 그는 귀로 벌들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우리가 잘 아는 강영우 박사는 불을 끄고도 공부를 했다. 남들이 자고 있을 때, 그들을 방해하지 않고도 그는 깨어서 공부를 했다. 손가락으로 점자를 짚어가며 책을 읽었던 것이다. 그는 건강한 사람이 도무지 흉내낼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글을 읽는 것이다. 그의 손가락은 그가 육신의 눈을 잃고 난 뒤 새롭게 얻은 눈이었다. “장애는 모든 것을 앗아가는 게 아니다. 다른 것을 얻게 해주는 것이다.” 나는 장애인 사역을 하면서 그 말을 실감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송명희 시인도 이와 비슷한 고백을 했던 적이 있다. 그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다. 온 전신이 비틀린 장애인이다. 그를 보면 측은한 마음부터 먼저 든다. 그러나 그는 “나”라는 시에서 이런 고백을 한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으나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장애는 불행한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장애는 불행한 것이 아니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다른 것을 얻기 때문이다.

 

위에서 인용한 글의 지은이는, 그래서 이런 말을 덧붙이고 있다. “장애는 불행하게 살라는 게 아니라 특별하게 살라는 뜻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똑바로 보고 싶어요”의 노랫말처럼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마치 죄인처럼 멀리하며 외면을 한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외면을 해버린다. 그래서 장애인은 이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1. No Image

    너무 막연하지 않습니까?

    Date2022.12.05 By개혁정론 Views158
    Read More
  2. 헌금에 대하여

    Date2022.05.31 By개혁정론 Views374
    Read More
  3. 따뜻한 눈길의 힘

    Date2022.03.29 By개혁정론 Views91
    Read More
  4. 영화 미나리를 보고

    Date2022.01.20 By개혁정론 Views104
    Read More
  5. 서로 돕는 삶

    Date2021.11.25 By개혁정론 Views105
    Read More
  6. 관심을 가지면 보입니다.

    Date2021.06.11 By개혁정론 Views132
    Read More
  7. 예수님이 청각장애인을 고칠 때에 탄식한 이유

    Date2021.03.10 By개혁정론 Views186
    Read More
  8. 약한 것들을 택하사

    Date2021.01.22 By개혁정론 Views139
    Read More
  9. 도움을 받을 때에도 배려가 필요하다

    Date2021.01.08 By개혁정론 Views177
    Read More
  10. 목사 사용 설명서

    Date2020.06.09 By정용균 Views247
    Read More
  11. 이재서 교수, 총신대 총장 되다

    Date2019.05.16 By정용균 Views280
    Read More
  12. 감사합니다

    Date2018.12.05 By정용균 Views244
    Read More
  13. 십시일반의 기적

    Date2018.07.04 By정용균 Views157
    Read More
  14. 삶은 해석이다

    Date2018.06.08 By정용균 Views153
    Read More
  15. 로또 인생

    Date2018.02.21 By정용균 Views163
    Read More
  16. 보이는 게 없는데 뭘 할까?

    Date2017.08.16 By정용균 Views229
    Read More
  17. 손잡아 주세요

    Date2017.06.29 By정용균 Views134
    Read More
  18.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

    Date2017.06.12 By정용균 Views322
    Read More
  19. 도와줄까요?

    Date2017.05.15 By정용균 Views241
    Read More
  20. 교리교육보다 중요한 것

    Date2017.04.15 By정용균 Views118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
사설
[사설] 제7차 개정헌법 헌의안, 총...
[사설] 총회장은 교단의 수장이 아...
[사설] 명예집사와 명예권사, 허용...
[사설] 총회가 계파정치에 함몰되지...
[사설] 최근에 일어난 고려신학대학...
세계로교회 예배당 폐쇄 조치를 접하며 3
[사설] 총회(노회)가 모일 때 온라...
총회가 졸속으로 진행되지 않으려면
[사설] 누가 고신교회의 질서와 성...
공적 금식과 공적 기도를 선포하자
칼럼
왕처럼 살고 싶습니까? 왕처럼 나누...
푸틴의 머릿속에 있는 그림
백신 의무 접종과 교회 (3부)
백신 의무 접종과 교회(2부); 교회...
백신 의무 접종과 교회 (1부)
우리 악수할까요?
두려움으로부터의 해방 (Peter Holt...
관심을 가지고 보십시오.
동성애 문제에 대한 두 교단의 서로...
하나님께서는 역사의 잘못을 통해서...
기고
직분자 임직식에서 성도의 역할
죽음을 어떻게 맞을까를 잠시 생각하며
제73회 총회가 남긴 몇 가지 과제
전임목사는 시찰위원으로 선정될 수...
고신교회와 고재수 교수; 우리가 왜...
왜 고재수는 네덜란드에서 고려신학...
제73회 총회를 스케치하다
신학생 보내기 운동에 대한 진지한 ...
명예 직분 허용이 가져다 줄 위험한...
[고신 70주년에 즈음하여 9] 고신교...
논문
송상석 목사에 대한 교회사적 평가 ...
송상석 목사와 고신 교단 (나삼진 ...
송상석 목사의 목회와 설교 (신재철...
네덜란드 개혁교회 예식서에 있어서...
제7차 헌법개정초안(2022년 6월) 분...
제7차 헌법개정초안(2022년 6월) 분...
제7차 헌법개정초안 예배지침 부분...
제7차 헌법개정초안(2022년 6월) 분...
SFC 강령의 “전통적 웨스트민스터 ...
지역교회의 적정 규모(規模 size)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