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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인 세 명이 산에 올랐다. 그 날은 날씨가 쾌청하여 정상에 오르자 발아래 멋진 광경이 펼쳐졌다.

“아, 정말 좋다.”

맹인 한 명이 그렇게 말을 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다른 맹인이 말을 했다.

“그래, 정말 좋구나.”

맹인 세 명이 이구동성으로 좋다는 말을 하는 통에 자원봉사자로 동행한 사람이 물었다.

“뭐가 그렇게 좋으세요?”

‘보이는 것도 없는데’라는 말은 생략했다.

“보이는 게 반이라 쳐도 우리가 느끼는 기쁨과 즐거움이 서너 배는 될 겁니다. 물 흐르는 소리, 새 소리, 나무 냄새, 이런 건 눈뜬 사람들보다 우리가 더 많이 느끼거든요.”

보는 게 다인 줄 알았던 사람들이 할 말을 잃었다.

“장애는 모든 것을 앗아가는 게 아니다. 다른 것을 얻게 해주는 것이다.”

그들과 함께 산에 올라갔던 사람이 한 말이다.

 

언젠가 어느 장애인 기관에서 발행하는 책에서 읽은 내용이다.

 

사람들은 맹인들이 산에 올라가서 느끼는 감동을 이해하지 못했다. 왜 그런가? 고정관념을 가지고 그 맹인들을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다시 말을 하면 그들은 ‘보이는 게 다인 줄 알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묻는다. “뭐가 그리 좋으세요?”

 

사람은 누구나 의식의 눈에 고정관념의 안경을 쓰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 고정관념은 때로 사물을 올바르게 보지 못하게 한다. 사물을 왜곡하거나 축소한다. 한 면을 너무 확대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 고정관념은 어떤 사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가져온다.

 

사람들은 흔히 장애인을 보면서 어떤 기능이 불편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마치 몸과 마음에 결함이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더욱이 장애인 전체가 그렇다고 여긴다. 이런 편견이나 고정관념 때문에 장애인들은 더욱 상처를 받고, 가지지 않아도 될 열등감을 가지게 된다.

 

맹인들의 감각이 얼마나 뛰어난지 경험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보이는 게 없는데’ 뭘 하겠나 싶은데, 그렇지 않다. 어느 맹인 자매의 방에 들렀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내 방보다 더 깨끗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잘 정돈되어 있었다. 보이지 않는데도 그는 혼자서 방을 쓸고 닦고 한다. 물건을 정리한다. 그리고 바늘귀에 실을 꿰어 바느질도 한다. 양봉을 하는 사람도 보았다. 그는 귀로 벌들의 움직임을 파악했다. 우리가 잘 아는 강영우 박사는 불을 끄고도 공부를 했다. 남들이 자고 있을 때, 그들을 방해하지 않고도 그는 깨어서 공부를 했다. 손가락으로 점자를 짚어가며 책을 읽었던 것이다. 그는 건강한 사람이 도무지 흉내낼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었다. 손가락으로 글을 읽는 것이다. 그의 손가락은 그가 육신의 눈을 잃고 난 뒤 새롭게 얻은 눈이었다. “장애는 모든 것을 앗아가는 게 아니다. 다른 것을 얻게 해주는 것이다.” 나는 장애인 사역을 하면서 그 말을 실감하고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송명희 시인도 이와 비슷한 고백을 했던 적이 있다. 그는 중증 뇌병변 장애인이다. 온 전신이 비틀린 장애인이다. 그를 보면 측은한 마음부터 먼저 든다. 그러나 그는 “나”라는 시에서 이런 고백을 한다.

 

나 가진 재물 없으나

나 남이 가진 지식 없으나

나 남에게 있는 건강 있지 않으나

나 남이 없는 것 있으니

나 남이 못 본 것을 보았고

나 남이 듣지 못한 음성 들었고

나 남이 받지 못한 사랑 받았고

나 남이 모르는 것 깨달았네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가진 것 나 없으나

공평하신 하나님이

나 남이 없는 것 갖게 하셨네

 

장애는 불행한 것이 아니라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 장애는 불행한 것이 아니다. 그것으로 말미암아 다른 것을 얻기 때문이다.

 

위에서 인용한 글의 지은이는, 그래서 이런 말을 덧붙이고 있다. “장애는 불행하게 살라는 게 아니라 특별하게 살라는 뜻이라고 믿게 되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똑바로 보고 싶어요”의 노랫말처럼 사람들은 장애인들을 마치 죄인처럼 멀리하며 외면을 한다. 단지 ‘다르다’는 이유로 거부하고 외면을 해버린다. 그래서 장애인은 이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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