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 영등포역 맞이방(대합실) 상황을 돌아보고 OB(영등포)공원으로 가던 길이었다. 조○○ 씨(그는 여자이다)가 가방을 메고 좁은 차도를 비틀거리며 걷고 있다. 그가 그런 통에 차들이 가다 서다를 반복한다. 그가 그러는데도 운전자들이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용하다 싶다.
다가가 아는 체를 했다. 힘없이 바라보더니 썩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한다. 그러면서 대뜸 짜장밥을 사달란다. 배가 고프단다. 자신이 배가 고픈 것이 신기하다면서. 전에는 단무지를 사달라고 하더니…. 그래서 그러마 했다. 배가 고프다는데, 모른체 할 수야 없지 않은가.
당연히 식당으로 갈 것으로 생각하고 걸음을 옮기는데 그곳이 아니라며 편의점을 가리킨다. 그곳에 짜장밥이 있다니…. 그런 의구심을 가지고 따라들어갔다. 그곳에 짜장밥이 있었다. 편의점 직원이 봉지에 든 짜장을 가스레인지에 데워 일회용 용기에 든 밥 위에 풀어주었다.
그런데 그가 숟가락을 몇 개 더 달란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함께 나눠먹기 위해서란다. 직원이 “밥이 많지도 않은데…. 그렇게 먹으면 두 숟갈도 먹지 못할 거요.” 해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혼자 먹으면 먹는 것 같지도 않단다.
문득 “콩 한쪽도 열 한 사람이 나눠먹는다”는 옛말이 떠올랐다.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주님의 은총'이라는 말도. 가난할수록 나누고자 하는 마음은 더욱 깊어지는 것일까. 그는 어쩌면 나보다 더 넉넉한 마음을 가지고 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몰골은 비록 남루하고 가난하여도 그는 자신이 가진 것을 남과 나누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뜨거운 용기를 간신히 들고 비틀거리며 동료(노숙인)들에게 가고 있는 그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지켜보았다.
2008.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