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대뜸 내게 말했다.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이지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짐작한다. 그런데 나는 이런 말이 불편하다. 당사자가 이런 말을 한다면 몰라도 장애를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이 이런 말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많이 불편합니다. 아니 많이 불편했습니다. 그 장애 때문에 살아오면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퇴짜를 많이 경험했습니다. 많이 힘들었습니다.”
그가 살짝 당황한다. 조금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말한다.
“보니 편마비 장애를 가지고 있군요. 그 정도는 시각 장애나 중증 뇌병변 장애에 비하면 심하지 않은 것 아닌가요?”
“그렇지요. 그런데 장애의 경중을 떠나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사람을 힘들게 합니다. 그리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겪는 어려움이 가장 힘든 것으로 느끼게 되는 법이지요.”
그러니 이렇게 말을 돌린다.
“인상이 참 좋네요. 장애를 가지지 않았다면 여럿 여자 울렸겠어요.”
그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고맙습니다. 살면서 인상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고마운 일이지요.”
그러자 그가 말한다.
“목사님에게 장애는 어쩌면 복인지도 모르겠어요. 장애를 가지지 않았으면 목사가 되었겠어요? 그 장애 때문에 목사가 되었고, 장애인을 섬기는 사역자로 살고 있으니 복이지요. 그 장애 덕분에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지 않나요? 감사한 일이지요.”
맞는 말이다. 그런데 굳이 이렇게 표현을 해야 하나 싶다. 여전히 그 말이 불편하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행복합니다. 이곳으로 저를 불러주신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며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