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이다. 대전에서 기차를 타고 천안으로 가는 길이었다. 옆 좌석에 신문이 꽂혀 있어 주인에게 양해를 구하고 신문을 뒤적이는데, <광수생각>이라는 그림이 보였다. 그는 초등학교 시절 보았던 “참! 잘 했어요” 하는 그림 도장을 소개하며 그 밑에 이런 말을 적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절, 내 노트에는 없고 짝궁의 노트에 문신처럼 찍혀있는 ‘참 잘했어요’ 도장. 그게 너무너무 부러워서 남몰래 울던 기억이 납니다. 이젠 포기할 만도 한데, 저는 아직도 이 도장을 포기하지 못했답니다. 언젠가 제 인생이 끝날 즈음, 제 인생을 끝까지 지켜봐준 선생님 같은 이에게 ‘참 잘했어요’라는 도장을 받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그는 덧붙이고 있었다.
“기회가 있겠죠? 아직 인생이 끝나지 않았으니….”
만화가 박광수 씨가 이야기하는 인생을 지켜보는 선생님 같은 이는 누구일까? 그는 누굴 염두에 두고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물론 내 편에서 하는 해석이지만, 하나님이라고 믿는다. 다시 말해, 그가 이야기하는 선생님 같은 분은, 흔히 달란트 비유라고 하는, 예수님의 말씀에 나오는 주인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의 주인 되신 하나님은 사람의 능력과 재능과 형편에 따라 달란트를 맡기셨다. 돌아보면, 우리가 주인에게 얼마를 받았느냐 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우리 삶에 성실한가 하는 것이다. 삶의 형편이 아니라 삶의 태도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이 끝나는 날에 당신의 인생 노트에 어떤 도장을 받고 싶은가? ‘참 잘했어요’ 하는 도장이 아니겠는가?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므로 우리는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이 마구 구겨져 있다고? 그것을 보니 희망이 없을 것 같다고? 그러나 우리 인생이 남아 있는 한 기회는 언제나 우리에게 있다. 나도 그것을 기억하며 나에게 주어진 삶을 최선을 다해서 가꾸어가겠다. 최선을 다해서 경영해 나가겠다.
당신과 약속을 했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하나님 앞에 서는 날, 우리 인생 노트에 찍힌 ‘참 잘했어요’하는 도장을 내보이며 서로 자랑하고 기뻐할 수 있도록 살아가자고. 그것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이 땅을 살도록 한 목적이라고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