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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한 귀퉁이에 웨딩드레스가 한 무더기로 놓여 있습니다. 한 교회에서 선교지로 가져가려고 모은 것인데, 부피가 너무 커서 가져가지 못하고 우리에게 준 것입니다. 그 옆에서 O씨와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는 3급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무더기가 웨딩드레스인 것을 알리고 넌지시 이렇게 물었습니다.

 

“결혼하고 싶지 않나요?”

그러자 그가 수줍게 대답합니다.

“하고는 싶지요.”

“그런데 뭐가 문제가 되나요?”

“두려워요. 그냥 불안해요.”

그가 무엇을 말하는지 짐작하면서도 짐짓 이렇게 물었습니다.

“무엇이 두렵게 하나요?”

“함께한다는 것, 그리고 버림받는다는 것...”

그러면서 말을 흐립니다.

 

그는 고1때 시각을 잃었습니다. 어느 날 눈이 침침해지더랍니다. 그래서 방황도 많이 했습니다. 공부를 하려야 할 수 없었습니다. 어찌어찌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맹아학교에 편입하여 다시 공부를 했습니다.

 

그 후에 남자를 만나 교제하기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을 만나는 것이 두렵답니다. 그렇다고 같은 시각 장애인을 만나는 것은 더 부담된답니다. 감당할 자신이 없답니다. 지체 장애를 가지고 있어도 좋지만 장애 정도가 너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결혼은 서로가 가진 부족을 채워가는 과정이라고 생각을 해요. 상대에게 자신의 부족을 채우려고 하지 말고 상대의 부족을 채워주고 돕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육신에 장애가 있어도 서로 이해하고 도와 가며 살아가는 것도 의미 있고 좋은 일 아닌가요?”

 

“그걸 몰라서 결혼을 망설이는 게 아니에요. 장애인으로 이 땅에서 사는 게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목사님도 경험해보셔서 잘 알 것 아니에요? 장애 자체도 문제가 되지만, 장애 때문에 가난하게 살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어요.”

 

주변에 결혼하고 싶어 하는 장애인들 많습니다.(O씨를 만난 건 그 때문입니다. 한 장애인과 그것을 두고 상담을 했습니다. 그가 O씨를 마음에 두고 있었습니다. 그는 중증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혼하고 싶어도 결혼할 수가 없습니다. 장애 때문에, 그로 말미암은 가난 때문에 결혼하기가 힘이 듭니다. 예전엔 현실 문제보다는 사랑 때문에, 흔히 말하는 측은지심 때문에 결혼이 성사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어렵습니다. 세태가 많이 변하였습니다. 현실의 문제를 많이 따집니다. 그건 비단 장애인의 문제만은 아니겠으나 장애인들이 결혼하기 점점 힘든 시절을 맞고 있습니다. 이것은 소위 장애인사역을 하는 제게 큰 숙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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