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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2016.12.31 09:08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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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함께 공연을 본 장애인과 지하철역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까이에 앉은 노부부가 자꾸만 우리를 쳐다본다. 특히 할머니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장애인을 보내고 물었다. 혹시 나를 아느냐고. 아니란다. 내 인상이 너무 좋아 그랬단다. 장애인과 이야기 나누는 모습이 너무 좋아서 자꾸만 쳐다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나를 축복한다. 교회 나가는 분인 듯싶은데 묻지는 않았다.

인상 좋다.

이런 말을 이 나이 되도록 들으니 나쁘지는 않다. 기분 좋다.

사실 나는 살면서 인상이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이런 말 하기 민망하지만, 한때는 얼굴에서 빛이 난다, 천사의 얼굴 같다는 말도 들었다. 나는 오랫동안 장애인 사역과 호스피스 사역과 노숙인 사역을 하였고, 몇 년 전에 장애인 사역 현장으로 돌아와 장애인을 섬기고 있다.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장애인, 암환자, 노숙인)을 만나면서 나는 나의 인상 덕을 참 많이 보았다. 그들의 닫혀 있는 마음 문을 열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다. 예의 할머니처럼 나의 인상을 보고 무턱대고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런데 아내는 그런 말을 잘 안한다. 제발 인상 쓰지 말라는 말을 자주 한다. 자기와 이야기할 때에 자주 내 얼굴에 내 천(川)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그런 나의 모습이 아내는 싫단다. 나는 그냥 조금 강조하여 말하는 것뿐인데 아내는 그런 나의 모습에서 내가 화를 내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얼굴은 마음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는가. 아내가 그렇게 느꼈다면 그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그것은 아내에 대한 나의 지극함이 부족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 증거이다. 내가 아내를 진정으로 존중하고 사랑한다면 그것이 얼굴에 묻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고도 나를 존중해줄 것을 요구하니 한심스럽다. 남에게 인상 좋다는 말 듣는 것보다 아내에게 먼저 그런 말 듣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주님, 나를 도와주소서.

 

"내 영혼아 네가 어찌하여 낙망하며 어찌하여 내 속에서 불안하여 하는고 너는 하나님을 바라라 나는 내 얼굴을 도우시는 내 하나님을 오히려 찬송하리로다"(시 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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