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 목사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지하철을 타기 위해 플랫폼에 서 있었다. 그때 내 옆에 선 할머니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여? 고기 다 썩겠네?” 하며 투덜거린다.
할머니에게 “멀리 가시는 모양이지요?” 하고 물었다.
그러니 말한다.
“김해까지 가요. 멀리 가야 하는데, 생선 상할까봐 걱정이네요.”
“생선 사실 때에 얼음을 재워 달라 하지요?”
“그랬어요. 그래도 걱정이네요.”
“걱정하지 마세요. 지하철은 곧 올 것이고 그 안이 시원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그런데 언제 풍을 맞았소? 아직 젊은 것 같은데...”
“어릴 때 그런 거예요. 어릴 때부터 장애를 가지고 살아왔어요.”
그러자 측은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아깝다, 아깝다.”
참 오랜만에 들어보는 말이다. 어릴 때에 어른들에게 그 말 참 자주 들었다. 어른들은 내 얼굴을 보며 쯧쯧 혀 차며 그런 말 자주 했다. 그래서 웃으며 할머니에게 말했다. “제 얼굴이 잘 생기긴 했지요? 근데 전 괜찮아요. 살면서 어려운 일도 많았지만 지금은 잘 살고 있어요. 할머니, 저 괜찮아요.”
그러는데도 계속 주문 외듯 말한다.
“아깝다, 아깝다, 아깝다.”
할머니는 정말 무엇이 그렇게도 아까운 것일까? 할머니의 거듭 되는 아깝다는 말에 여러 생각이 오갔다. 그러다가 미처 할머니에게 답을 하지 못했다.
지금이라도 할머니에게 이런 말을 전해주고 싶다.
“할머니, 너무 아까워하지 마세요. 할머니 보기에 어떨지 모르지만 이런 모습으로도 저는 지금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있어요. 그것으로 저는 감사해요. 지난 날 많이 힘들고 어려웠지만, 그 때문에 많이 헤매고 화를 내기도 했지만, 지금은 괜찮아요. 잘살고 있어요. 남은 날 동안, 그것이 얼마나 될는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 제게 두신 뜻을 따라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 거예요. 그러니 아깝다, 안타까워만 하지 말고 격려해주세요. 잘하라고, 잘할 것이라고 그렇게 응원해주세요. 그러면 더 잘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