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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사태에 파묻혀 있지만 4월 15일은 지역의 국회의원과 정당투표를 하는 총선일이다. 국회의원은 개개인이 입법기관이라고 말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맡고있다. 우리 사회는 어떤 법을 만들고 그 법을 어떻게 집행하느냐가 결정한다. 국회의원 선거는 후보자 개인의 면면보다는 정당이 선출의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가 보다 더 정의로워지고 약한 자들을 배려하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할 이들이 당선되기를 바란다. 이번 기획이 유권자들, 특히 기독교인들이 바른 선택을 하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거짓에 휘둘리지 않고 바르게 투표하는 것이 우리 믿음의 가장 분명한 표현이기 때문이다. - 편집장 주

 

 

그리스도인은 어떤 후보에게 투표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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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종국 교수

(경상대학교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 기윤실 이사장)

 

 

   4・15 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인구 5천만 명의 공동체인 대한민국 호(號)를 이끌어갈 3백 명의 국회의원을 선택하는 날이다. 대한민국은 삼권분립의 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공화국이다. 그 중 입법부는 특별히 중요하다. 행정부의 권력행사를 감시하고 사법부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는 일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민주주의 역사는 입법부 구성을 둘러싼 투쟁의 역사였다.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이러한 선택의 현장에서 유권자의 일원으로서 민주시민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리스도인은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가?

 

   

그리스도인들은 하나님 나라에 가장 가까운 정책을 가진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기준이지만 현실에서 우리는 쉽게 잊어버리곤 한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를 돌이켜 보자. 고무신과 막걸리를 대접받고, 단체관광과 술잔치를 벌이고, 심지어 투표 전날에 마을 이장들이 동원되어 돈 봉투를 돌리던 때가 있었다. 유권자들의 의식이 개선되어 이러한 일이 어렵게 되자 이번에는 지역감정을 조성하여 유권자들을 현혹시켰다. 금권, 관권, 지연, 학연, 혈연에 입각한 선거는 민주적 선거가 아니다. 이는 또한 하나님 나라를 거역하는 투표행태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 그리스도인들 중 상당수가 이러한 투표 행태를 추종하곤 하였다. 더 이상 이러한 추태를 연출해서는 안 된다.

 

하나님 나라에 가장 가까운 정책을 가진 후보란 누구일까?

 

   먼저 가장 쉬운 기준으로서 같은 믿음을 가진 후보일 것이라 생각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구주라고 고백하는 후보가 하나님 나라를 추구하는 데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선택 기준에는 많은 문제가 있다. 첫째, 그리스도인 후보가 여러 명일 경우에 그중 누구를 찍어야 할 것인가? 둘째, 성범죄를 저지른 경력의 그리스도인 후보와 그런 흠이 없는 비그리스도인 후보가 있을 때 누구를 선택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가? 셋째, 하나밖에 없는 그리스도인 후보인데 그의 정책이나 소속정당이 여러 후보 중에서 제일 형편없는 경우에도 그 후보를 찍어야 하는가? 넷째, 우리가 무작정 그리스도인 후보라 해서 표를 몰아준다면 다른 종교도 그리할 것이고 결국 우리가 한국 사회 안에서 종교간 갈등의 씨앗을 심는 것이나 아닌가? 하는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단순히 같은 종교라 해서 찍을 게 아니라 모두가 보편적으로 인정할 수 있는 하나님 나라의 정책을 실천하려는 후보를 찍어야 한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우리가 실천해야 할 하나님 나라란 어떤 나라일까? 바로 하나님의 뜻이 행해지는 나라이다. 예레미야 9장 23-24절은 이 나라의 내용을 선명하게 계시하고 있다.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지혜로운 자는 그 지혜를 자랑치 말라. 용사는 그 용맹을 자랑치 말라. 부자는 그 부함을 자랑치 말라. 자랑하는 자는 이것으로 자랑할지니 곧 명철하여 나를 아는 것과 나 여호와는 인애와 공평과 정직을 땅에 행하는 자인 줄 깨닫는 것이라. 나는 이 일을 기뻐하노라. 여호와의 말이니라.” 하나님의 나라는 인애와 공평과 정직이 행해지는 나라이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을 입은 모든 인류가 공통으로 간절히 원하는 나라이기도 하다.

 

   인애와 공평과 정직이야말로 하나님 나라의 가장 중요한 실천적 속성이며 우리가 후보자 선택에서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할 투표 기준이다. 하나님께서 예레미야를 통해 확실히 말씀하셨듯이 종교적 의례는 이에 비하면 부차적인 요소이다. 현실에 있어서 인애는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핵심이다. 공평은 권력기관의 견제와 균형이, 정직은 투명한 국정운영과 이에 따른 책임 구현이 핵심이다. 신앙적으로 건전하고 현실적으로 명쾌한 정책 평가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준을 현실에서 적용할 때는 좀 더 심사숙고 해야 할 사항들이 있다.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선거법을 준수하는 일이다. 물론 이 법이 잘못된 것이라면 준수할 필요가 없다. 악법은 법이 아니라 교체의 대상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좋은 선거법을 가지고 있다. 「공직선거법」은 오랜 민주화 투쟁을 걸쳐 이룩한 국민적 합의이다. 국제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므로 법치주의의 원칙하에 여야와 좌우, 관료와 시민과 종교를 막론하고 누구든 반드시 지켜야한다. 공평과 정직의 하나님 나라는 먼저 선거법을 준수하는 데서 시작한다.

 

   개별 후보에 대한 평가는 종합적이 될 수밖에 없다. 원칙적으로 후보자의 정책 평가가 핵심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며 후보자의 인격과 후보자가 소속한 정당에 대한 종합적 평가도 고려해야 한다. 예컨대 내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교해볼 때 좀 더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실천에 가까운 정책을 제시한 후보를 고를 수 있다. 그러나 그 후보자의 인격과 그가 소속한 정당이 도저히 그 정책을 실행할 가능성이 없다면, 그의 정책은 유권자들을 속이려는 미사여구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로 우리 국회의 역사를 보면 매우 훌륭한 정책과 인격을 지닌 국회의원들조차 아쉽게도 정당 이기주의의 이전투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임기를 마쳤던 사례들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정당정치 체제의 약점이다.

 

   최근 종교적 색채가 강한 몇 가지 주제를 투표의 기준으로 삼자는 주장들이 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주장이다. 만일 한국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거나 혹은 미래에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면 공평의 차원에서 집단적 의사를 표명하는 게 타당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 논의되고 있는 기준들은 좀 더 심사숙고가 필요하다. 동성애, 종교인 납세, 차별금지법 등이 그 사례들이다. 동성애자와 인애의 문제, 종교인 납세와 공평의 문제, 차별금지법 이해와 정직의 문제는 같은 믿음을 가진 그리스도인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많은 주제다. 혹시라도 어떤 주장이 하나님 나라의 속성에 역행함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혹은 당파적 열정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면 참으로 아쉬운 일이라 아니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러한 태도는 한국 사회에서 종교적 집단이기주의로 비칠 것이고 결국에는 복음의 문을 가로막는 죄가 되기 때문이다.

 

   인애와 공평과 정직의 나라를 만들려면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적 원칙뿐만 아니라 복음적 원칙을 반영하는 민주시민의 교양을 익혀야 한다. 특히 총선 국면에서는 세 가지 정치적 교양에 유의하는 게 좋다. 무죄추정의 원칙, 이익의 충돌, 그리고 차선의 선택이다.

 

   첫째, 무죄추정의 원칙이란 법원의 확정판결이 있기까지는 무죄로 추정한다는 원칙이다. 대한민국 헌법에 나와 있다. 선거 국면이 되면 상대 후보를 헐뜯는 갖가지 마타도어가 난무하기 마련이다.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법원의 확정판결이 난 사안이 아니라면 일단 가짜뉴스로 간주하고 선택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한다. 특히 복음과 상관이 없고 근거도 희박한 이데올로기적 정죄를 퍼 나르는 것은 그리스도인의 수치라 할 수 있다.

 

   둘째, 이익의 충돌은 사적 이익과 공적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를 회피해야 한다는 원칙이다. 예컨대 도시계획과 같은 공적 이익과 구조적으로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직업을 가진 분들은 선택에서 후순위로 미루는 게 현명하다. 특히 과거에 공직을 맡았으면서도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경력이 있는 후보들은 무조건 선택 대상에서 탈락시키는 게 좋다. 왜냐하면 여타 정상적인 후보들을 진지하게 검토할 여유를 갖게 되기 때문이다.

 

   셋째, 차선의 선택은 최선의 대상이 없을 경우 차선이라도 선택한다는 원칙이다. 최악을 피한다는 의미에서 차악의 선택이라고도 한다. 정책 평가를 해보니 백 점 만점에서 모든 후보가 오십 점 이하라 해보자. 다 시원찮은 놈들이라고 아무나 고르거나 투표를 포기하면 민주시민이라 할 수 없다. 마음에 들지 않지만 오십 점 이하에서도 가장 점수가 많은 사람을 골라 표를 주면 바람직하다. 앞으로 점점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나님 나라를 향한 구체적인 선택의 행위에는 약간의 헌신과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먼저 교회에서나 친구 혹은 가족들끼리 작은 “유권자 회의”를 구성하는 게 좋다. 그리고 자신의 지역구에 출마한 각 후보의 정책 자료 혹은 정보를 모아 비교 토론하면 합리적 선택에 도움이 된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은 1990년대 후반부터 “공명선거실천을 위한 기독교대책위원회”에 참여하여 「공명선거채점표」를 보급한 바 있다. 다섯 가지 분야에서 이십 점씩 하여 합계가 백 점이 되는 평가표이다. 이를 참조하면 도움이 된다. 그 결과를 가지고 각자의 선택을 결정하면 된다. 특정 후보에 대하여 가부를 공공연히 알리는 것은 선거법 위반이니 주의해야 한다. 부디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진일보하는 결과가 나오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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