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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

 

 

이번 기획기사는 '청년멘토'입니다. 

멘토라는 말이 유행한지 제법 되었습니다. 기성세대는 너도 나도 청년들의 멘토가 되려고 합니다. 스스로 멘토노릇하려는 이들은 꼰대가 되기 쉽다는 것도 모르고 말입니다. 청년들의 미래가 불투명하기에 맨토들을 찾고 있는 상황에서, 신앙의 멘토가 될 수 있는 이들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먼 미래에서 호출해낸 이들도 있습니다. 그럴듯해 보이지 않는 이들도 있을지 모릅니다. 반면교사들로 인해 우리가 형성되기도 하지만 말없이 멘토가 된 이들을 찾아가 보겠습니다. - 편집자 주        

 

 

개혁주의 교회와 목회를 소개한 허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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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명지 목사

(두레교회 부목사)

 

 

허순길 목사는 1933년 2월 5일 경남 함양군에서 출생했다. 어려운 가정 형편과 아버지의 반대로 학업을 계속하지 못할뻔하였으나 어머니의 도움으로 계속 공부할 수 있게 되었다. 1961년 고려신학교 본과를 졸업하고, 서문로교회 목사로 사역했다. 그 와중에 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1963년 계명대학교 교육학과로 편입하여 더 공부했다. 1966년 담임목사로 사역하던 중 신학 수학을 위해 네덜란드 캄펜신학교로 유학을 떠났다. 가족을 두고 혼자 떠난 유학 생활을 통해 신학과 교회를 경험한 그는 1972년에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 학위를 얻기 전인 1969년부터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교수로 사역하던 허순길 목사는 1978년까지 신학교에서 가르쳤다.

   교수로 봉직하던 중 유학했던 네덜란드 개혁교회 이민자들이 모여 세운 호주 자유개혁교회로부터 청빙을 받았다. 네덜란드 유학을 통해 허순길 목사의 성품이나 신학을 알았고, 예전 호주 방문을 통해 그의 설교를 들었다고 하더라도 굉장히 파격적인 일이었다. 다른 문화권에, 원어민도 아닌 한국인을 목사로 청빙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1978년부터 1987년까지 허순길 목사는 담임목사로 사역하였고, 이후 귀국하여 1999년까지 고려신학대학원 교수로, 때로는 원장으로 사역하고 은퇴하였다. 2017년 1월 10일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한 사람의 인생을 정리하고, 요약한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허순길 목사의 삶을 3가지 정도로 살펴볼 수 있다.

 

 

교회를 소개한 신학자

 

신학자가 신학 연구를 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동시에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다. 신학교에서 교사로 있는 경우에는 목사후보생을 길러내는 것은 가장 중요한 임무다. 신학자로, 신학교의 교수로 공헌한 연구와 봉사가 있지만 허순길 목사에게서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신학자인 그가 특별히 교회를 소개하자 하였다는 점이다.

   신학을 이론이라 하기 어려우나 교회와 목회라는 현장에 적용해야 할 부분이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신학의 체계적이고, 논리적인 학문성이 강조되고, 학제에 따라 학위로서의 성격이 강화되면서 신학의 이론적 성격이 크게 부각되었다. 이 때문에 한편에서는 신학교와 교회의 괴리를 염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신학교의 교사는 전공한 분야를 잘 가르치는 선생이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교회를 섬길 목사후보생을 훈련시키기에 교회 현장과 목회와 밀접한 관계를 체득하고 목사를 양성하는 교회의 선생이기도 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허순길 목사는 그런 면에서 신학만 아니라 그것이 적용되는 현장인 교회를 소개하고자 노력했다. 유학 시절에 경험한 네덜란드 개혁교회만 아니라 실제로 목회하였던 호주의 개혁교회를 통해 개혁교회를 한국에 전달하고자 애썼다. 그가 주로 설교와 관련하여 책을 많이 저술한 것과 신앙고백서와 요리문답, 교회 질서 해설서와 교회사에 관한 저술들이 개혁교회의 기본과 원리를 전달하고자 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를 특별히 잘 보여주는 책이 그의 저서 「개혁교회의 목회와 생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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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순길 목사의 저서에 대한 학문적 평가가 다양할 수 있겠으나 그가 남긴 책의 면면이 한국에 개혁교회의 목회와 원리를 보여주고자 했고, 이를 잘 소개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허순길 목사가 소개한 내용이 실제 한국교회의 목회에 적용할 수 있을만큼 현장성이 있었는가에 대해서 질문하고, 그 한계를 논의할 수 있겠다. 하지만 그가 신학과 목회의 균형과 일치를 이루고자 한 점이나 이를 꾸준히 강조하고 전하려고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원리와 현장의 차이를 그대로 수용하여 한쪽만 강조하고, 다른 한쪽은 약화되는 경우가 많다. 신학은 강조하되 교회의 현장은 모르거나 현장성에 몰두하여 신학의 무용론을 주장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신학자이면서 교회를 소개하려 애쓴 허순길 목사의 노력은 주목해 볼 만 하다.

 

 

현장에서 뛴 사역자

 

허순길 목사는 신학교의 선생이었지만 동시에 현장에서 뛴 사역자이기도 했다. 소속된 고신 교회를 위해 실제적인 일에도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일이 성사되도록 애쓴 사역자이기도 했다. 네덜란드 유학 시절, 한상동 목사가 고려신학교 건축을 위해 네덜란드를 방문했을 때, 고신 교회를 소개하고, 네덜란드 교회와 서로 교제하고 도움을 받도록 노력했다. 두 교회가 서로를 이해하고 협력하도록 하는 일에 중요한 일들을 많이 감당했다. 네덜란드 개혁교회와 고신 교회의 역사적 배경이 유사한 점을 잘 소개하고, 그 결과 고신 교회는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도움으로 교실들을 건축할 수 있었다.

   허순길 목사는 한국에서는 목회 현장에서 사역한 기간은 얼마 되지 않고, 특이하게 호주개혁교회에서 10여 년간 시무하였다. 한국에 신학자로 개혁교회를 소개하는 일은 하였지만 목회자로 한국교회의 현장에서 개혁교회가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고, 정착하는지 기여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호주에서 교회를 목회하는 현장의 사역자로 살았다. 한국에서 교수로 사역하다 문화가 다른 타지에서 목회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때의 경험이 자양분이 되어 개혁주의 생활 원리를 실제 교회에서 몸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이를 통해 신학교와 교회를 모두 풀타임으로 섬긴 사역자로서의 허순길 목사의 면모를 갖추게 되였다.

   신학교의 선생으로 신학교가 바르게 자리매김하도록 하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교회의 본질과 사명의 1차적 책임과 초점에 대한 그의 신학과 이해에 따라 고려신학대학원이 교회 안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해야 하는지, 대학과의 관계에서 어떤 위치를 점해야 하는지 일관된 목소리를 내었다. 이를 통해 고신 교회가 신학교를 어떤 시각으로 보아야 할지 총회에서의 발언을 통해 정치적으로, 행정적으로 일이 이루어지도록 역할을 감당하였다. 은퇴 이후에 불편한 몸을 이끌고 고려신학대학원에 방문하여 강의했던 그의 모습은 단순히 노교수로서만 아니라 교회의 신학교에 얼마나 많은 애정과 열정을 가지고 현장을 섬기고자 했었는지 알게 한다.

 

 

삶으로 신앙을 살고자 한 성도

 

허순길 목사는 가르치고 소개하고자 했던 개혁주의 신앙을 교실만 아니라 가장 내밀한 자기 삶 속에서도 이루고자 했다. 보통 위대한 이상이 한 개인의 삶에서 크나큰 괴리로 마주하게 되는 것을 자주 만나게 된다. 허순길 목사 인생 전체를 보았을 때, 그가 정말 삶으로 자신이 섬기고 소개한 개혁주의 신앙과 삶을 원리에 따라 부끄러움 없이 살았는가는 하나님과 자신 외에는 알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평소에 가르쳤던 대로 분명히 드러내 보이고자 했던 것이 그의 삶 가운데 발견될 수 있는 중요한 장면들이 있다.

   신학교의 교수로 섬기다가 호주개혁교회의 목사로 섬기고 다시 신학교의 교수로 섬기는 그의 인생 여정은 그 큰 변화의 시기에 어떤 계기가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선택의 이유보다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그가 선택한 큰 변화가 안정적인 노후를 보장하기에 안정적이지 않았을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자신의 회고록에 쓴 대로 자기의 명예나 노후를 위해 욕심을 부리지 않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에 순종하고자 했던 삶은 그가 얼마나 순수하게 섭리하시는 하나님을 신뢰하고자 애썼는가를 엿보게 한다. 특별히 한국교회에 명예욕과 물욕으로, 은퇴를 앞두고, 은퇴 이후에 들려오는 가슴 아픈 교계 어른들의 소식들을 염두에 둔다면 허순길 목사가 보여준 삶의 자취가 주는 교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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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히 신실한 삶을 살고자 한 성도로서의 면모가 잘 드러난 장면은 바로 자신의 마지막 장례였다. 이미 교계에서도 많이 소개되었듯이 한국의 일반적인 장례 문화를 따르지 않고, 가정의 일로 장례를 치러 부의금, 조화, 영정을 받거나 세우지 않고, 유족들과 위로의 문안하는 것을 상례로 한 것은 허순길 목사가 자신의 신학을 삶 가운데 지키고자 노력한 성도로서의 자세를 잘 나타낸다. 이를 조문객들에게 알리기 위해 도르트 교회 질서 64조를 소개한 것도 자기의 마지막까지 믿는 바를 삶에서만 아니라 죽음의 자리에서까지 지키고자 애쓴 그의 신학과 신앙의 자세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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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시대는 그럴듯한 글을 쓰고, 멋진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많다. 뛰어난 식견으로 책과 SNS에서 번뜩이는 통찰을 여러 신학적 지향 속에서 방대하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삶으로 증명하고 말하는 사람은 찾기 어려운 시대다. 전문화라는 이름으로 어느 한편에 치우쳐 있는 자신을 정당화하고 균형을 맞추려 애쓰는 자세를 찾기 힘든 세상이다. 이렇게 우리가 서 있는 자리에서, 다분히 이론적이고 사변적일 수 있는 자리에서도 현장과 호흡하고자 애썼던 허순길 목사의 인생 여정과 자기의 삶 속에서 평소 주장했던 바를 실천하고 적용하고자 노력했던 그의 모습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자신의 회고록의 제목으로 삼은 “은혜로만 걸어온 길”로 자기를 돌아본 것은 혼란하고 어지러운 시대에서 신앙과 삶이 어떤 모습으로 만나는지 가만히 살펴볼 만한 좋은 모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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