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이 있는가? - Post-Truth 시대에 진실을 찾아서
손재익 객원기자
2019년 7월 11일(목) 저녁 7시 30분 한국기독교회관 2층 조에홀에서는 진실과 거짓을 묻는 강의가 있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공동대표 정병오, 배종석, 정현구)이 발행하는 좋은나무 발간 1주년을 맞아 강영안 교수(미국 칼빈신학교)를 강사로 간단한 기념을 했다.
미국에 체류 중인 강 교수가 최근 귀국했다는 소식을 듣고 기윤실에서 강의를 준비했다. 강의주제는 강 교수가 슬쩍 던진 이 주제를 하게 되었다.
150여 명이 조에홀을 가득 메운 가운데 조성돈 교수(교회신뢰운동본부, 실천신학대학원 교수)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 강의하는 강영안 교수 ⓒ 손재익
강 교수는 오늘날 사회가 의견에 있어서 심각한 양극화가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 언급하면서 시작했다. 강 교수에 따르면 “특히 최근 들어 카카오톡, 유튜브 등을 통해 거짓뉴스가 확산되고 이를 통해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오늘날에는 진리란 자신의 주장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느냐에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객관적 사실보다 개인적 감정이나 주관적 신념에 호소하는 것이 더 사실로 받아들여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post-truth다. 최근에 나타난 현상이 아니라 이미 소피스트 시대에 있던 현상이다. 당시 피타고라스는 ‘인간이 만물의 척도’라고 했는데, 이 관점이 이미 객관적 사실이 없음을 말한다.”
강 교수는 “왜 이렇게 말도 안 되고, 객관적 근거도 없는 내용이 사람들에게 확산될까?”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사람들이 믿기 때문이다. 강연 앞두고 저녁 식사 중에 정현구 목사가 영상을 하나 보여줬다. ‘손봉호 교수가 고정간첩’이라는 유튜브의 내용이다. 당연히 말이 안 되는 내용이다. 손 교수와 40년을 알고 지낸 나는 당연히 믿지 않는다. 말이 안 되는 내용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믿는다.”라고 했다.
▲ 진지하게 경청중인 참석자들 ⓒ 손재익
강 교수에 따르면 post-truth 시대에는 어느 정보가 사실이냐 아니냐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 가짜 뉴스를 받아들이는 사람도 그것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가짜뉴스를 만들 때는 약간의 사실을 바탕으로 해서 자신이 믿고 싶은 내용을 뉴스에 담게 된다. 그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많고,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믿어주고, 따라준다면 그렇게 생산된 뉴스는 마치 참인 것처럼 행세하게 된다.
참이란 무엇인가? 일찍이 토마스 아퀴나스는 “사실과 진술의 일치”라고 했다. 우리는 뉴스의 진원지가 어디인지 누가 퍼뜨린 내용인지 누가 만든 정보인지를 일단 의심부터 하는 것이 좋다. 거짓이 진실을 뒤덮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 비판능력을 통해 옳은지 그른지를 가려낼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이게 쉽지 않은데, 이를 위해서는 일단은 판단 중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종판단을 내리기까지는 일시적으로 ‘판단중지’(epoché)를 하고 참인지 거짓인지, 사실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 그럴만한 개연성이 있는지 없는지를 얻을 수 있는 자료를 토대로 최대한 검토해 보고 모색해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 여러 매체들을 통하여 교차 점검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하나의 사안에 관해서 한 매체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 매체들을 서로 비교해 보고 보도 방식을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사실이 무엇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끝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한편, post-truth는 옥스퍼드 사전이 2016년 올해의 단어로 선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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