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최정복 강도사의 개척 이야기가 아니라 최정복 목사의 개척이야기가 되었습니다. 그 사이 기도소에서 개체교회가 되었고, 전임목사로 청빙을 받아 목사로 임직했습니다. 목사가 되고 가장 기쁜 일은 성례를 시행할 수 있게 된 일입니다.
저는 노회에서 목사 임직식/안수식을 하고 난 다음 주일에 교회에서 성찬식을 매주 시행하겠다고 광고를 했습니다. 그리고 2주간 성찬식에 대한 설교를 했습니다. 밀린 숙제처럼 성찬식 설교를 하고, 몇 주 후 있을 유아세례식을 위하여 3주동안 유아세례식에 대한 설교를 했습니다. 성례에 대한 연속 집중 설교는 저에게도 도전이었고, 온 교우가 성례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성찬론에 대한 좋은 책은 이성호 교수의 "성찬 천국잔치 맛보기(그라티아)"가 있습니다. 저는 월간지인 Re에 연재된 글 중에 "취리히 합의"에 관한 김진흥 교수의 몇편의 글을 읽고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강해했던 것이 성례를 이해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습니다. 유아세례에 대하여는 김헌수 목사의 "영원한 언약(성약)"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별히 지난 주는 성령 강림주일이었습니다. 우리 교회는 성령강림주일에 유아세례식을 시행하여 성령강림의 의미를 더욱 알고자 했습니다. 광야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갈급한 심령에 하늘로부터 물을 부어주시는 것처럼, 우리 자녀들에게도 성령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주님은 물이 상징하는 바 성령의 약속을 우리와 우리 자녀들, 그리고 얼마든지 부르는 자들에게 주셨습니다. 그래서 베드로는 오순절에 일어나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받으라 그리하면 성령의 선물을 받으리니"라고 선포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초대교회 성도들은 나아와 은혜언약의 표와 인인 물세례를 받았습니다.
유아세례를 통해 우리는 약속하시고 이루시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성령 하나님께서는 우리 마음을 변화시키신 것처럼 우리 자녀들의 마음 역시 변화시켜 하나님의 백성답게 살게 하실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 자녀들 역시 하나님의 선택된 백성, 하나님의 소유이며, 하나님이 결코 포기하지 않는 주의 자녀라는 점을 표시하고 인치십니다. 세례를 통해 우리는 약속하시고 약속하신 바를 이루시는 언약에 신실하신 하나님을 바라봅니다.
물론 부모는 신실하신 하나님을 끝까지 믿고 바라며, 기도하며, 범사에 모범을 보이고, 주의 교훈과 훈계로 양육하면서, 믿음으로 신앙을 고백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때가 되면 성령께서 우리 자녀들의 마음에 갈급함을 불러 일으키시고, 그들에게 임하여 신앙을 고백하게 하시며, 담대하게 살게 하실 것입니다. 우리에게 임하신 성령께서 우리 자녀들도 우리와 함께 본향 찾는 나그네로 주님과 동행하며 살게 하실 것입니다.
성령강림주일에 온 교회가 유아세례식을 보면서 자신의 세례와 언약적 책무를 되돌아 보았습니다. 온 교회가 내주하시는 성령을 따라 선한 양심으로 살아가기로 다시 자신을 봉헌하는 일은 참으로 하나님 앞에 선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앞으로도 매년 성령강림절에 세례식을 행하는 우리 교회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
Soli Deo Glor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