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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개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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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예배당을 위한 준비

 

저는 개척 사역을 준비하기 위해 먼저 개척하기로 결정한 지역으로 이사했습니다. 아파트 거실에서 모임을 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서 일부러 1층을 계약했습니다. 오래동안 아파트 1층을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부동산에서 연락을 받자 마자 장소를 직접 확인하기 전에 계약하겠노라고 이야기하고 가계약금을 입금했습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이 현실이 되었고, 몇 개월 후에 가정에서 처음으로 예배했습니다. 물론 이렇게 가정에서 시작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가정에서 모임을 시작했기 때문에 월 임대료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목회자의 가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기에 서로 마음을 열고 교제할 수도 있었고, 작은 공간에서 예배드리며 주 안에서 한 가족임을 누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어느덧 1년이 흘렀습니다. 가정에서 예배를 드리는 것은 장점도 있지만, 분명히 단점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단점이라면, 교회 설립 허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교회가 기도소에서 발돋움하여 교단으로부터 법적으로 개체 교회설립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헌법에서는 예배를 위한 별도의 장소를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또 아파트에서 모임을 하면 외부에 교회를 알리기도 어렵고, 어떤 분들께는 너무 문턱이 높다는 것도 단점이었습니다.

 

아파트 거실에서 드리는 예배에 불만을 가진 성도는 아무도 없었습니다만, 교회가 개체교회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외부 임대가 필요함을 나누었습니다. 외부 임대를 하기 몇 개월 전부터 함께 사모함을 가지고 기도로 준비하였습니다. 무엇보다도 장소를 임대하기 위해서 외부 후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였습니다. 그 응답으로 몇몇 교회에서 월 5만원, 10만원씩 후원해 주시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기도하고 응답받는 과정을 성도들과 함께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매우 큰 감사요 기쁨이었습니다.

 

2. 예배당 선정

 

예배당을 구하기 위해 이곳 저곳에 발품을 많이 팔고 다녔습니다. 세종시에 이사온 후 기회가 되는대로 부동산 시세를 조사했었고, 그 기간이 1년 반 정도 되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선택지를 놓고 고민을 했습니다. 큰 교회 뿐 아니라 작은 교회, 심지어 형편이 어려운 동기 강도사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는 만큼 월 임대료 부담이 크지 않아야 했습니다. 많은 사람이 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큰 믿음(?)’은 고스란히 교인들을 향한 부담으로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사람이 많이 온다고 재정형편이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우선 현재의 재정상황에 맞추어 적정 임대료를 결정하였습니다. 향후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를 감안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접근성도 좋고, 예배당으로 적합한 장소가 어디인지를 고민했습니다. 각각의 장소마다 장단점이 있었는데, 혼자 결정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예배당 선정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했습니다. 물론 각 교회마다 원칙이 달라야 하고 다른 것이 당연하겠습니다. 저의 첫째 원칙은 ‘가정 중심’이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에 각 가정이 방문하는데 위해한 요소는 없는지, 아이들이 주일을 즐거워할만한 장소인지를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두 번째 원칙은 ‘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것이었습니다. 굳이 가시성이 확보되는 대로변에 있을 필요는 없었습니다만, 대중교통을 이용해 찾아올 수 있는 곳이어야 했습니다. 세 번째는 이웃 임차인과의 관계가 원만한 곳입니다. 주일에 다툼이 생겨서는 안되며, 청소년이나 아이들에게 자연스럽게 전도할 수 있는 음악학원이나 태권도학원이 주변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성도들과 나누었습니다. 성도들과 공유하고 받아들여진 생각은 개인의 의견이 아닌 공적인 의견이 됩니다. 혹 마음에 드는 공간을 발견한다고 해도 기존에 함께 결정한 의견에 따르는 것이 성숙한 자세일 것입니다. 저는 몇 가지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고, 성도들과 함께 결정하고자 회의를 했습니다. 정해진 시간에 계약을 진행하고자 선택가능한 장소별로 순위를 정하였습니다. 계약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순간 순간 적절한 대응이 요구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과 의논하기보다는 몇 사람만 위원으로 세웠습니다. 회의 내용은 공개하되 회의는 소수가 결정하도록 하여 몇사람이 지혜를 모아서 신속한 결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결정한 사안에 대해서는 목회자가 마음대로 변경해서는 안됩니다. 제가 계약을 진행하는 중간에 계약을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었지만, 함께 결정한 내용을 따르기 위해서 저 개인의 의견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는 과정이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침내 알맞은 장소를 계약할 수 있었습니다.

 

3. 예배당 공간 기획

 

작은 공간일수록 앞으로 목회 방향에 맞도록 공간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예배당에 의자를 몇 개를 놓아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 역시 앞으로의 사역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강대상과 의자를 어떻게 배치할 지 역시 신학적 안목으로 결정할 사안입니다. 이러한 결정은 어느정도 목회자가 감당해야 할 몫입니다.

 

우리가 공간을 조성할 때 가장 역점에 둔 것은 함께 교제하고 아이들을 교육할 공간이었습니다. 교회 구성원이 어떤 연령이냐에 따라 공간 조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교제에 중심이 되는 식당과 교육공간 사이에 칸막이를 치고 공간을 분리하되, 너무 답답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칸막이를 절반만 높이고 개방감을 확보했습니다. 분위기는 최대한 가정과 같은 느낌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 주방의 싱크대에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교회의 목회 방향에 맞추어 공간을 구획하고 나서, 포기할 공간은 과감히 포기했습니다. 성도들과 이러한 사항을 공유하고 의견을 취합했습니다.

 

4. 공사 진행

 

공사를 최대한 빠르게 진행했습니다. 세세한 부분은 차차 성도들과 함께 준비하기로 하고, 전체적인 공사는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공사진행과 구매 부분에 있어 목회자가 너무 시간을 빼앗기지 않도록 성도들이 함께 참여해 주었습니다. 해당 분야에 전문적인 식견을 가진 성도분이 헌신해 주셔서 빠른 시간에 바닥, 전기, 목공, 도배공사를 약 2주 이내에 빠르게 진행하였습니다. 여자 성도들이 시멘트 먼지가 날리는 공사장에 와서 방역마스크를 쓰고 빗자루질을 했고, 남자 성도들은 다른 교회에서 후원해준 물품들을 함께 예배당에 날랐습니다.

 

공사는 빠르게 진행하고 입주한만큼, 세세한 부분들은 여전히 미완의 상태로 남아있습니다. 지금도 성도들이 각자 가정에서 교회에 필요한 가구나 물품들을 가져오고 있습니다. 한 성도가 자신의 피아노를 기증하셨고, 또 다른 성도들은 전자레인지, 가습기, 블라인드, 옷걸이, 교육 기자재 등을 기증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카페에서 값싼 중고품이 나온 것을 보고 구매하도록 정보를 주시기도 했습니다. 재능기부, 물품기부를 통해 하나씩 채워 나가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했습니다.

 

다른 교회에서 후원해 준 물품도 많이 있습니다. 교회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스피커, 앰프, 믹서기를 후원해 주셨고, 다른 교회에서는 의자를 50개 기증해주셨습니다. 공사비를 후원해 준 교회들도 있었습니다. 인근에 있는 한 개척교회 목사님은 인테리어에 쓰다가 남은 조명과 보조기구를 지원해 주시기도 했습니다. 하다못해 한 교회에서 낡은 구식 강대상을 기증하셨는데, 성도들이 함께 시트지를 잘라 붙여 예배당에 어울리는 모습으로 탈바꿈 시켰습니다. 예배당 입구와 창문에 교회 이름을 외부에 알리는 글자도 성도들이 의견을 나누고, 시안을 만들고 출력해서 붙이는 작업까지 직접 했습니다. 물론 작업이 서툴러 전문 업체에서 작업한 결과물에 비교할 때 어설픈 모습도 있습니다. 그래도 스스로 참여했다는 뿌듯함이 매우 크기 때문에 도리어 빙그레 웃음이 납니다.

 

5. 공동체의 성장

 

예배당 건물은 결코 교회 그 자체가 아닙니다만, 예배당을 조성하고 사용하는 모습을 통해서 교회의 교회됨이 나타납니다. 그저 인테리어 업자에게 맡기고 돈을 쓰면 그만인 것을 성도들과 함께 머리를 마주하고 고민하고 기다리며 함께 노력하는 것에서 예배당도 교회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저는 혼자서 다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입니다. 그러나 서로를 믿어주고, 기다려주고, 후원해 주고, 참여하고, 따라가는 모습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성숙할 수 있습니다. 교회를 세우는 일은 결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예배당도 마찬가지입니다. 교회를 세우는 모든 일에 목회자와 성도들이 함께 서로의 자리를 인정하고 격려하고 권면할 때 ‘공동체적 성화’가 일어납니다. 교회와 교회가 힘을 합칠 때, 보편 교회 안에서 사랑의 교제가 증진됩니다. 함께할 때 비로소 성령의 열매가 나타나고 교회가 교회됨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를 허락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하며 겸손히 지나간 과정을 되돌아 봅니다. Solo Deo Glor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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