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해져야만 한다?
강승철장로(대청교회)
인터넷 검색 통합 사이트에 들어가 ‘행복 교회’라는 검색어를 치면 ‘행복한 교회’라는 이름을 사용하는 사이트 200여개가 곧 바로 뜨고, ‘행복이 가득한 교회’를 비롯, ‘행복을 전하는 교회’라는 이름의 카페와 블로그도 수백 개씩이나 되는 것을 보게 된다.
‘새 행복교회’, ‘행복 누림교회’, ‘행복드림교회’, ‘행복 나눔교회’ 이름을 가진 교회들이 전국 곳곳에 퍼져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살펴보면 이름을 조금 바꾼 ‘행복의 교회’, ‘예수 행복교회’, ‘행복이 가득한 교회’, ‘행복애교회’, ‘행복플러스 교회’ 등도 줄줄이 올라와 있다.
그것도 모자라서 ‘행복 카페 교회’를 비롯, ‘행복이 열리는 교회’와 ‘행복샘 교회’, ‘늘행복 교회’ 등의 이색 이름을 가진 행복교회들도 수십 곳이나 문을 열고 있다. 행복을 이름에 사용한 교회가 이렇게 많다니 놀랠 일이다.
행복으로 무장했지만
이들 교회들은 교회의 비전이나 목회비전 혹은 교회소개에서 대부분 “행복이 샘솟는 건강한 교회, 사랑과 행복을 나누는 교회, 행복과 축복이 가득한 교회, 행복을 누리고 나누는 교회, 행복을 경험하고 행복을 전하는 교회, 말씀과 찬양과 섬김을 통해서 기쁨이 충만하여 행복한 교회, 성도가 풍성한 평안과 행복을 누릴 수 있는 교회, 신앙의 자유와 행복을 추구하는 교회, 두 날개로 날아오르는 행복한 교회, 따뜻한 참 행복한 교회, 말씀 기도 두 날개로 축복받고자하는 행복한 교회, 행복과 사랑을 전하는 교회”라고 행복을 위한 교회의 방향을 설정하였다.
그리고 교회 이름에 행복을 올리진 않았지만 셀 수 없이 많은 교회들이 “행복과 기쁨, 행복과 축복”을 교회의 목표로 내 세우고 있다. 행복을 위한, 행복에 의한, 행복의 교회가 유행임을 알 수 있다. (참, 이글은 행복한 사람, 행복한 교회가 배가 아프거나 딴지 거려는 것은 아니니 오해는 마시라.)
대세는 행복이다?
한편, 행복과 관련해서는 출판 시장을 살펴보아도 요즘 대세가 어떤지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인터넷의 기독교 서점들에서 ‘행복 기독교’를 키워드로 찾아보았다.
기독교 가정의 행복만들기, 행복의 시작 예수 그리스도 , 7가지 행복 명상법 , 유토피아, 모두가 행복할 수 있다는 즐거운 상상 , 사람 행복, 믿는다는 것의 행복 , 행복결혼학교 , 종교 행복을 말하다 , 그리스도인의 행복한 삶의 비밀 , 장경동 목사의 아주 특별한 행복 , 행복한 기도 대장 , 행복을 주는 믿음 - 4차원의 영성 둘 , 그리스도인의 행복한 삶의 비결, 조금 내려놓으면 좀 더 행복해진다 , 행복한 교회 , 당신의 교회는 행복합니까 , 행복한 크리스천의 33한 비밀 , 어느 크리스천의 행복한 고백 , 행복의 비밀 ,행복해지는 방법 , 생각을 바꾸면 행복이 보인다 , 행복한 바보새 되어 부르는 노래 , 남에게 행복을 주는 사람은 , 행복한 배달부 , 행복 유전자 , 헌터 부인의 행복한 죽음 , 사랑과 행복에의 초대 , 웃음이 부른 행복 , 돈으로 이웃을 행복하게 하는 그리스도인 , 행복 체험 , 사랑의 행복심리학 이야기 , 고독한 행복 , 행복한 가정 만들기 , 영성과 행복 , 주님 행복하소서 , 우리들의 행복한 목회일기 , 내 안의 행복 , 행복한 사랑 , 행복은 자연산이 아니라 양식입니다 , 행복을 찾아 떠난 여행 , 행복을 열어주는 101가지 이야기 , 모두가 행복해 , 웃음짓는 교회 행복한 크리스천 2 , 성경에서 찾은 행복한 인생 이야기 , 나의 행복 하나님의 기쁨 , 교육과 번영:나의 변화 우리의 행복 , 행복에의 초대 , 행복한 책읽기 , 행복하고 건강한 가정 만들기 , 우리는 행복한 예수쟁이들 , 행복한 임신 아름다운 태교 , 행복한 치유자 , 행복한 가정을 위하여(정정숙교수상담사례집1) , 그리스도인 부부와 행복한 성 , 진리와 행복1 , 행복한 편지 , 날마다 행복을 , 행복한 그리스도인의 고백 , 부부 기도문 365일 (가정을 행복으로 이끄는) , 자녀를 행복한 성공으로 이끄는 엄마의 기도 365일 - 10월편 , 외상으로 행복을 사세요 , 당신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등등
검색창에 뜬 것만 4천 건 이상이 된다. 행복하십니까? 교회마다 슬로건을 행복으로 걸고 있으며, 강단에선 행복을 설파하는 설교가 트렌드를 이루고 기독교 서점에도 행복이라는 책이 홍수다. 행복 마케팅 시대에 이리 가도 행복, 저리 가도 행복, 발에 차이는 것이 행복이다. 행복해야만 한다.
그런데 현실은?
자, 이만큼 행복한 교회에 출석하고, 그렇게 많이 행복해라는 슬로건과 설교를 듣고, 책을 보았으니 응당 교인이라면 행복해야하지 않겠나. 아니, 아니, 반드시 행복할게 분명하다. 단언컨대 현대 교인들은 ‘행복’이라는 교회 이름과 슬로건을 내건 교회가 없을 때보다, 행복 설교가 없을 때 보다, 책방에 행복 책들이 없을 때보다 훨씬 행복하고 걱정이 없어야 할 것이다. 행복하지 않으면 뭔가 이상한 것이다. 그러니 지금쯤이면 행복한 사람들로 넘쳐나는 교회가 되었어도 벌써 되었어야 한다. 그래서 어쩌면 교회 명칭에 ‘행복’이라는 간판을 건 교회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는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자꾸만 교회 이름에 행복을 넣어 짓는 교회가 늘고, 행복을 교회 운영과 목회비전으로 내걸고 있는 교회가 지금도 계속 늘어나는 것은 무슨 현상이란 말인가? 불순한 생각이지만 혹시 그건 그만큼 행복하지 못한 교회와 행복하지 못한 교인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그런 설교, 책, 그런 이름을 내세운 교회가 줄지어 생기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무슨 일이란 말인가.
왜 요즘 한국 교회는 행복을 이름에 달지 못해서 안달이 난 것인가. 왜 행복한 책들이 발에 채일 듯이 돌아다니는 것인가. 왜 그들은 행복하지 못한 것인가. 행복의 홍수를 바라보면서 행복하지 못해서 안달이난 기독교가 된 것은 무엇으로 설명할 것인가. 소같은 질문에 한마디로 답한다면 “행복하지 않기에 그렇다.”
교회의 본질은 하나님의 영광
교회의 본질은 교인들의 행복인가? 교회의 주인이 사람들이라면 사람이 행복한 교회가 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아니, 아니, 교회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다. 民主가 아니란 말이다. 교회의 주인은 하나님이다. 神主다. 그러기에 교인들이 행복한 교회가 교회의 본질이 아니라 주인인 하나님이 행복한 교회가 본질이다. 교회의 주인은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이니 그 주인이 행복하면 그 권속들인 사람은 자연스레 행복해지게 된다. 하나님이 행복하려면 어떻게? 그건 다름 아닌 우리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하나님의 영광이 회복되면 된다. 하나님이 영광 받으시는 교회, 그게 바로 되면 하나님이 행복해 하시고 성도들의 행복은 절로 따라온다. 간단하네?
그런데 근자엔 그것을 외면하고 사람들이 행복하자고 떠들어대고 있으니 잘못 짚어도 한참을 잘못 짚은 것이다. 인간들이 행복하려고 덤벼들기 시작하면서 행복하려면 무슨 짓을 못해. 행복하려고 형제를 짓밟는 것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신앙의 생명까지도 나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면 가차 없이 날려버리는 시대가 되고 그러고서는 행복하자고 목놓아 외치고 행복 전도사들이 활개를 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행복해지고, 행복한 교회 만들고 싶은가?
당연한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우습지만 ‘아니오’라고 답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그리스도인으로 행복해지고 행복한 교회 만들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멀리 갈 것도 없고 30~40년 전 우리 할머니 할아버지 신앙생활로, 그 교회로 돌아가면 된다. 그러면 행복해지고 행복한 교회 된다.
이 무슨 엉뚱한 대답? 아니다 정말 그렇다. 옛적 어른들은 비록 가진 것은 없었지만 감사가 넘쳤고 교회만 가면 눈물에 감사 기쁨이 넘쳤다. 그리고 하나님의 영광에 모든 신앙생활의 초점을 맞추었다. 그들은 적게 듣고도 밤새워 기도 했고, 크게 순종하는 삶을 살아내었다. 교회의 프로그램은 단순했고 교회는 화려하지도 않았다. 그들은 하나님 영광 앞에서 벌벌 떨고 조심해서 살았고, 배운 교리대로 살았다. 그랬더니 그들은 행복했다.
아 참, 그리고 교회는 유흥장이 아니다. 교인들은 서비스 받으려고 유흥장에 오는 입장객은 더더욱 아니다. 서비스 받으려 하지 않았고, 하나님께 서비스 하려고 예배당에 무릎 꿇었던 어른들은 성수주일 서비스 하면서 행복했다. 옛적 신앙을 회복하면 저절로 행복은 따라오고 교회는 행복해진다.
예전엔 오전 예배 전에 모여서 한 20분 정도 전 교인들이 아이들까지 함께 모여서 성경을 배우고 11시 예배엔 청소년들과 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드렸다. 공부와 예배 시간만 거의 두 시간 가까이 되는데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런 예배를 드리고도 교인들은 너무나 행복해 했다. 어른, 아이들은 교회만 가면 너무 행복해서 집에 오려고 하지 않았다. 수요 예배 마치고 돌아오는 길가에 온갖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몰라 11시가 넘어서 귀가하던 어른들을 기억하는가? 그분들은 하나님 영광 앞에서 꺼벅 죽었고, 목사님 존경하고, 교회학교 아이들 사랑하고, 봉사하는 구역장님들 사랑하고 존경하는 행복한 교회 만들었고 그렇게 행했다.
이제 하늘나라에 계신 그런 선진들이 교회에 카페가 없다고, 조명이 어둡다고, 시설이 낡았다고, 찬송가만 부른다고, 설교시간이 길다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 기구가 없다고, 교회 반찬이 형편없다고, 금요 목장모임 자주 한다고 투덜대는 우리를 보고 무슨 말을 하실까. “쫌 쫌, 너희들 호강에 겨워서 오강에 데었구나...” 아참, 그 어른들이 전해주는 마지막 말 “시대가 바뀌었다고? 니들 생각을 바꾸고, 이런저런 핑계에 남 탓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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