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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기사는 신론입니다. 교의학 각론은 주로 신론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신론이라고 하지만 삼위일체론이라고 해도 될 것입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이 다같이 유일신론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나 다른 종교이기 때문입니다. 칼빈 선생은 하나님을 아는 것과 사람을 아는 것이 연결되어 있고, 이 두 가지 지식이 가장 고상한 지식이라고 했습니다. 신이 없다고 하는 시대에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어떤 하나님일까요? 하나님이 하신 일이 어떤 것이고, 하나님이 하실 일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 시대에 하나님은 어떤 의미를 줄까요? - 편집장

  

 

악(惡)의 문제에 대해 하나님을 변호하다

 

 

 

 

성희찬.jpg

 

성희찬 목사

(마산제일교회)

 

 

 

1. 하나님이 정의로운 분이라면 왜 많은 사람이 부당하게 죽을 수 있는가?

 

거의 30년 전 충청도 어느 부대에서 군목으로 지낼 때였다. 잠을 자려다가 같은 관사 아래층에 사는 군의관 김 대위의 내선전화를 받았다. 술에 취했는지 혀가 꼬인 소리였다: “목사님, 여기 좀 와야겠습니다.” 그는 연세대학교 의대를 졸업하고 이곳에 군의관으로 왔는데 함께 자동차운전면허준비도 할 만큼 가까운 사이였고, 더구나 그는 신자로서 비록 주일에는 군대 기지 교회로 오지 않았지만 주말이면 서울에 있는 가족들과 교회로 가곤 했었다. 그러니 한 밤중에 뜬금없이 받은 전화였지만 그의 청을 거절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것이었다. 전화를 끊고 무슨 일인가 하며 궁금증을 안고 오라는 곳으로 서둘러 갔다. 천주교 신자로 알고 있는 행정장교를 포함하여 여러 장교들이 함께 있었고 탁자 위에는 술병 몇개가 보였다.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 김 대위가 나를 기다렸다는 듯이 큰 소리로 외친 말은 다름 아니라 당시 군대에서는 함부로 말할 수 없는 불온한 내용으로 분류되는 소위 5.18 광주사태였다. 그가 뱉은 말은 분명하였다: 목사님, 하나님이 살아계시고 정의로운 분이라면 왜 광주사태 같은 일이 일어나 수많은 무고한 사람이 죽어야만 했습니까? 김 대위의 생각에는, 아니 그의 신앙세계에서는 광주사태가 도무지 이해와 납득이 되지 않는 모순이었던 것이다. 술김에 비록 목사인 나에게 소리쳤지만 사실은 그는 하나님을 향해 부르짖고 있었다.

 

 

2. 성경의 인물들도 부르짖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서 모순처럼 보이는 일이 사실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하나님이 전능하시고 사랑이 많으시고 의로운 분이라면 그 분이 다스리는 이 세상에 왜 악이 존재하며, 고통이 있으며 재난과 불행과 비극이 존재하는 것일까? 이런 예를 수 없이 계속 들 수 있다. 하나님은 의로우신데 왜 말씀하시지 않고 숨어 계시는가? 왜 자기 얼굴 빛을 거두시고 우리에게 어두움을 주시는가? 이런 의문들을 사람들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에 하박국, 시편의 기자들 역시 이러한 질문을 가졌다:

 

“하나님이 참으로 이스라엘 중 마음이 정결한 자에게 선을 행하시나 나는 거의 넘어질 뻔하였고 나의 걸음이 미끄러질 뻔하였으니 이는 내가 악인의 형통함을 보고 오만한 자를 질투하였음이로다”(시편 73:1-3)

 

“여호와여 내가 부르짖어도 주께서 듣지 아니하시니 어느 때까지리이까 내가 강포로 말미암아 외쳐도 주께서 구원하지 아니하시나이다 어찌하여 내게 죄악을 보게 하시며 패역을 눈으로 보게 하시나이까 겁탈과 강포가 내 앞에 있고 변론과 분쟁이 일어났나이다 이러므로 율법이 해이하고 정의가 전혀 시행되지 못하오니 이는 악인이 의인을 에워쌌으므로 정의가 굽게 행하여짐이니이다”(하박국 1:2-4)

 

또 여기서 구약성경 욥기에 나오는 욥의 고난을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단지 오로지 하나님만을 신뢰한다는 이유로 고난을 받았다. 이러한 고난을 받는 욥에게 친구들이 와서 하나님을 변호하는 소위 변신론(辯神論)을 전개하게 되고, 나중에는 욥 자신도 이유 없이 당하는 고난에 대해 자신을 정당화시키려고 하였다.

 

 

3. 철학과 신학이 해답을 주려고 시도를 하였다

 

역사를 보면 이러한 질문에 대해 철학과 신학이 나름대로 해답을 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철학에서는 ‘악의 문제’라 하며 이 문제를 다루었고, 신학에서는 신정론(神正論, Theodicy)이라 하여 이를 취급하였다.

   특히 신정론의 취지는 악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즉 고통과 재난과 불행 등 이러한 모순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정당하시고 하나님은 전능하시고 의롭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정당성과 하나님의 전능하심을 변호한다는 뜻에서 변신론(辯神論)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용어 자체는 철학자 라이프니츠가 처음 사용하였다고 하지만 그러한 해결을 추구하는 노력이나 방식은 시대마다 항상 있어왔다.

   이번 기획기사 <신론>에서 악의 기원을 다루는 것도 이 신정론이라는 맥락에서이다. 즉 악의 존재와 고통과 불행이라는 모순에도 불구하고 하나님은 정당하시다는 것이다.

 

 

4. 그렇다면 날마다 맞닥뜨리는 악과 고통과 불행의 현실을 직면하여 하나님의 사랑과 정의와 전능하심을 어떻게 변호할 수 있을까?

 

세상은 이런 모순을 직면하였을 때 하나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는 것으로만 그치고 더구나 이를 가지고 하나님‘께’ 나아가 이를 직접 말하지 않을 뿐 아니라 또 하나님이 그 중에 임재하시도록 간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의 인물이나 믿음의 선진들처럼 악과 고통, 불행의 기원 자체보다는 이러한 것들의 실재를 직면하였을 때 이를 나의 신앙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첫째, 그리스도 안에서 접근하라

 

고려신학대학원에서 교의학을 가르치는 유해무 교수는 그의 책 『개혁교의학』에서 요한복음 3장 16절에서 창세기 1장을 바라보아야 한다고 바르게 지적하였다. 물론 이 말은 창세기 1장이 후대에 기록되었다는 뜻은 아니다.

 

   즉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사 독생자를 아낌없이 우리를 위해 내어주신 예수님의 십자가에서만큼 하나님의 전능과 하나님의 지혜와 하나님의 공의와 하나님의 사랑이 가장 잘 나타나고 계시된 사건이 없는데, 바로 이 시각에서 창세기 1장에서 선언하는 ‘하나님이 지으신 모든 것이 심히 좋았다’는 말씀(31절)을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기독론적 접근은 일찍이 칼 바르트가 그의 『교회교의학』에서 주장한 바가 있다.

 

   그리스도의 눈으로 볼 때에야 하나님이 지으신 본래 세상이 심히 좋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악의 기원이나 악의 문제 등은 그리스도 안에서만 해결이 된다.

 

   그래서 우리는 사도 바울과 함께 다음과 같이 고백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모든 것이 선하매 감사함으로 받으면 버릴 것이 없나니”(디모데전서 4:4),

 

   이를 구체적으로 적용하자면 악의 실재와 불행과 고통에 맞닥뜨렸을 때 예수님의 십자가에서 나타난 하나님의 전능과 사랑과 지혜를 깊이 묵상하는 것이다.

 

 

둘째, 하나님 아버지의 선한 섭리와 송영(頌榮)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성경은 사실 선하신 하나님께서 악과 어떻게 함께 공존할 수 있는가에 대해 길게 논의를 하지 않는다.

   다만 우리에게 갑자기 임하는 고통의 때 슬픔의 때 잃는 때 죽음의 때 전쟁의 때 미움의 때, 비록 이것들이 우리가 피하고 싶은 때라고 할지라도, 나아가 이러한 때가 나에게 왜 임하는지 그 이유를 우리의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다고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이 모든 때를 아름답게 지으셨고 그래서 이 모든 시간과 기한과 때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선한 섭리와 영원을 바라보며 하나님을 경외하게 하셨다:

   “하나님이 모든 것을 지으시되 때를 따라 아름답게 하셨고 또 사람들에게는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느니라 그러나 하나님이 하시는 일의 시종을 사람으로 측량할 수 없게 하셨도다“(전도서 3:11)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모든 것은 영원히 있을 것이라 그 위에 더 할 수도 없고 그것에서 덜 할 수도 없나니 하나님이 이같이 행하심은 사람들이 그의 앞에서 경외하게 하려 하심인 줄을 내가 알았도다”(전도서 3:14)

 

   나아가 성경은 거듭거듭 특히 시편은 하나님이 승리자인 것을 선언하고 있다. 예를 들어 “나의 하나님 나의 하나님 어찌하여 나를 버리셨나이까”하며(시편 22:1) 하나님의 버림과 하나님의 은닉과 하나님의 부재에 대해 울부짖은 시편기자가 이어서 어떻게 고백하는가? “이스라엘의 찬송 중에 계시는 주여 주는 거룩하시니이다”(3) 라고 고백하였다.

 

   사도 바울 역시 하나님 아버지의 섭리를 고백하며 과거와 현재와 미래에 걸쳐 만물을 다스리시는 하나님을 찬송하였다:

 

“우리가 알거니와 하나님을 사랑하는 자 곧 그의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니라”(로마서 8:28)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환난이나 곤고나 박해나 기근이나 적신이나 위험이나 칼이랴”(로마서 8:35)

 

“내가 확신하노니 사망이나 생명이나 천사들이나 권세자들이나 현재 일이나 장래 일이나 능력이나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로마서 8:38)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 그에게 영광이 세세에 있을지어다 아멘”(로마서 11:36)

 

 

셋째, 종말에 있을 최종 승리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무엇보다 우리는 요한계시록에서 하늘에서 내려오는 새 예루살렘을 보며 성도와 교회의 최종 승리를 확인할 수 있다:

 

“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또 내가 보매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하나님께로부터 하늘에서 내려오니 그 준비한 것이 신부가 남편을 위하여 단장한 것 같더라 내가 들으니 보좌에서 큰 음성이 나서 이르되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21:1-4)

 

넷째, 연단의 관점에서 접근하라

 

지금까지 본 대로 이러한 접근 외에 한 가지 남은 것이 하나 있다. 신자인 나에게 왜 하나님이 자기의 얼굴빛을 가리시는 것 같은 어둠이 찾아오는 것일까? 하나님께서 왜 자기 백성에게서 자기 얼굴을 돌리시는 것일까?

 

   하나님은 본래 자기를 알리시는 분이다. 이를 사랑에서 하신다. 이를 자기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주신 것에서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경에서 하나님이 자기 얼굴을 숨기시는 어두움에 대해 맞닥뜨리게 된다.

 

   신명기 31:18을 보면 “또 그들이 돌이켜 다른 신들을 따르는 모든 악행으로 말미암아 내가 그 때에 반드시 내 얼굴을 숨기리라”고 하나님께서 말씀하셨다.

 

   즉 여기서 하나님이 자기 얼굴을 숨기시는 것은 자기 백성의 죄에 대한 하나님의 심판이다. 그래서 은혜를 거두시는 것이다. 그리고 ‘허다한 재앙과 환난’이 임하였다(31:17).

 

   그러나 사실 하나님이 잠시 자기 얼굴을 숨기신 것은 이들이 하나님의 얼굴을 구하며 죄를 자복하도록 할 목적이다. 하나님은 자기 죄를 자복하고 자기 얼굴을 구하는 자에게 언제든지 자기를 숨기지 않고 자기를 알리시는 분이다.

 

“너는 네 아버지의 하나님을 알고 온전한 마음과 기쁜 뜻으로 섬길지어다 여호와께서는 모든 마음을 감찰하사 모든 의도를 아시나니 네가 만일 그를 찾으면 만날 것이요 만일 네가 그를 버리면 그가 너를 영원히 버리시리라”(역대상 28:9)

 

“너희가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나를 찾을 것이요 나를 만나리라”(예레미야 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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