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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기획기사는 '교황방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 국가로는 최초로 한국을 방문(8월 14-18일)합니다. 교황의 방문으로 인해 천주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는 교황의 방문이 새로운 복음화를 일으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황방문을 계기로 천주교의 교리와 생활에 대해 알아보는 계기로 삼고자 합니다. -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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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경 목사
온생명교회 담임목사

천주교인들은 어떻게 신앙생활하고 있을까? 우리 기독교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을까? 어느 쪽이든지 그들이 고백하고 있는 교리에 의해 신앙생활의 모습이 결정될 것이다. 물론 교리대로 살아가는 신자가 얼마나 되겠냐만 말이다. 한국천주교회는 ‘가톨릭 신자생활 안내서’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생활교리』라는 책자를 펴 낼 정도로 교리를 생활에 접목시키려고 애쓰고 있다. 『생활교리』에서는 헌정사를 기도로 대신하고 있는데 천주교회의 신심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한국 순교 성인성녀들이여, 우리나라와 교회를 수호하여 주시고 우리도 신앙을 생활로써 증거할 수 있는 은총을 빌어 주소서.” 이런 기도는 천주교회에서 가장 흔히 들을 수 있는 기도이다. 천주교회는 자신들의 교회가 공교회적(가톨릭)이라는 것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교회와 신자의 ‘거룩성’을 무척이나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주교회는 ‘신자들의 행위 하나하나가 하나님의 뜻에 맞추어 하루가 거룩해지고 일생이 거룩해지고, 세상 전체가 거룩해져’ 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믿는다. 우리 기독교인들의 목표도 이와 다르지 않을 듯하다. 그러면 천주교회가 거룩에 이르기 위한 방법으로 무엇을 제시하는지 살펴보자.

1. 신자의 일상생활

천주교회에서 강조하는 신자의 일상생활은 기도하는 생활이다. 하나님의 백성인 신자는 하루하루의 생활을 하나님께 봉헌하는 기도생활을 해야 한다. 물론 이 기도생활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이 기도생활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고, 하루하루를 하나님의 뜻에 맞추어 살기 위함이다. 천주교회는 신자들이 가정에 성경, 가톨릭 기도서, 미사경본, 성가집, 가톨릭 교리서, 십자고상, 성모상, 묵주(로사리오), 성초 등을 비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것들의 도움을 받아서 하루 종일 기도하는 삶을 이어가기를 권면하고 있다. 천주교회는 가정에서나 일터에서나 휴식을 취할 때에도 다양한 종류의 기도를 드리며 살기를 권하고 있다.

천주교회는 가톨릭 기도서에 따라 아침기도와 저녁기도, 그리고 삼종기도(오전 6시, 정오, 오후 6시에 세 번 그리스도의 강생의 신비를 묵상하고 감사하는 기도)를 반드시 암기하여 언제 어디서나 하도록 권한다. 십자성호를 긋고 기도한 후 식사하기를 권하고 있고, 매일 예수 그리스도의 일생을 묵상하는 로사리오(묵주) 기도를 드리기를 권하기도 한다. 식사 때 십자성호를 긋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묵주를 돌리면서 기도하는 이들이 바로 천주교인들인 것이다. 여기에다가 천주교회는 ‘위령기도’, 즉 죽은 이들을 위해 기도할 것도 권한다. 위령기도를 자주 드림으로 죽은 이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하나님의 품에 편히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천주교회는 온갖 종류의 기도를 신자의 생활 전체를 꿰는 도구로 생각하고 있다.

2. 신자의 예배(전례)생활

천주교회는 아름답고 질서있는 전례(예식)을 통해 하나님을 증거하려고 하다. 그들은 전례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전례란 교회활동이 지향하는 정점이며, 모든 힘이 흘러나오는 원천이다. 왜냐하면 사도적 활동의 목표는 모든 이가 신앙과 성세로 하느님의 자녀가 되어 한데 모이고, 교회 안에서 하느님을 찬미하며 거룩한 제사에 참여하고, 또한 주의 만찬을 먹도록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이 전례는 공적 예배를 가리킨다. 이 전례를 통해 신자는 하나님의 거처가 되고, 신자들이 굳세어지며, 그리스도를 세상에 선포하게 된다.

천주교회는 신자의 1년 생활을 전례로 가득 채운다. 우리 기독교회는 교회력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천주교회는 1년을 한 주기로 하여 그리스도께서 베푸신 구원을 새롭게 기념하고 하나님께 영광과 감사를 돌리고, 자신들의 성화를 촉진시킨다. 천주교회의 전례는 세 가지인데, 첫째가 십자가상의 희생제사를 재현하는 ‘미사’이고, 둘째가 신자의 전 삶을 초자연적인 생명에 참여케 하는 ‘성례’이고, 마지막이 매 시간 하나님께 기도를 올려드리는 ‘성무일도’(聖務日禱)이다. 천주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인간의 자연적 생명의 과정과 비슷하게 일곱 가지 성례를 세우셨다고 주장한다. 천주교회는 우리 인생사의 중대한 순간에, 즉 출생(세례성사), 성장(견진성사), 굶주림(성체성사-미사), 병고(고백성사), 성(혼인성사), 소명(신품성사), 죽음(병자성사)의 순간에 하나님은 특별한 은총으로 현존하신다고 믿는다. 천주교회는 교회력을 통해 1년의 삶을 은총으로 뒤덮을 뿐만 아니라 성례를 통해 평생 동안 은총 가운데 살도록 도모한다. 이 모든 성례들은 미사를 중심으로 설정되어 있다. 다른 모든 성례들은 특수한 기회에 인간을 성화시키지만 미사는 예수 그리스도 자신이며, 그리스도와 일치시켜주는 성례이다. 미사는 그리스도의 살과 피에 참여하는 성례이기에 신자는 그리스도 자신을 먹고 마시면서 영생을 누린다. 미사 없는 천주교회, 미사에 참여하지 않는 천주교인은 생각할 수 없다.

3. 신자의 교회생활

천주교회는 교회에 대한 분명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모시고 있기에 성례를 통해 신자 개개인의 구원과 성화에 필요한 모든 은총을 베푼다. 신자는 교회 안에 있을 때에만 그리스도를 만날 수 있고,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다. 교회는 니케아 신경의 고백처럼 하나이고, 거룩하고, 보편적이고, 사도적이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의 백성을 목양하고 신자를 증가시키기 위해 교회에 위계적 질서를 주셨다. 교황을 정점으로 한 이 위계질서에 복종하는 것이 교인의 의무이다. 주교와 사제가 집례하는 일치된 공예배가 신자의 구원에 필수적이다. 신자의 신앙생활의 요람은 본당이기에 자신의 거주지 본당에 교적을 두고 그 주임신부의 사목을 받음으로 가톨릭교회의 일원임을 드러낸다. 본당은 구역모임, 사목위원회, 그리고 평신도협의회(학생회, 교사회, 복사단[服事團], 성가단, 제대회[祭臺會], 그리고 다양한 신심모임 등)를 활성화하고 있다.

천주교회가 교회중심의 신앙생활을 강조한다고 해서 사회생활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항상 교회를 중심에 두고 교회생활의 연장으로써 사회생활을 강조하지만 말이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왕직, 선지직, 제사장직을 수행하듯이 신자들도 이 세상에서 이 세 가지 직분에 참여하여 봉사의 삶을 산다. 천주교회는 최근에 종교개혁자 마틴 루터가 주장한 만인사제직과 비슷한 ‘평신도 사도직’도 주장하고 나섰다. 신자는 복음선포 외에 자선사업, 사회환경 개선 및 공동선을 위해 정치에 참여할 것을 권고받는다. 천주교회는 ‘가톨릭 운동’(Catholic Action)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사회봉사활동을 조직하고 이 단체활동을 통해 사회적인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한다. ‘한국가톨릭농민회’는 그 대표적인 경우이다. 특수한 사업이나 단체(신학교, 교도소 등)를 돕는 후원회, 각종 연합회(여성 연합회, 청년 연합회 등), 직장신우회, 전문인 단체 등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4. 완덕(完德)을 지향하는 생활

천주교회는 신자들에게 완덕을 지향하기를 독촉한다. 그리스도를 본받아 ‘마음을 다하고, 성품을 다하고 뜻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하나님을 사랑하고 하나님과 하나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거룩한 삶을 살라고 독촉한다. 천주교회에서 성자숭배사상이 있기에 신자들 자신은 거룩하게 살지 않아도 상관없다는 식으로 가르치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천주교회는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들에게 직접 계시하신 실정법인 ‘십계명’이 현대의 사회질서를 위한 대헌장도 된다고 주장한다. 천주교회가 낙태를 큰 죄악으로 보는 것이야말로 십계명을 얼마나 무겁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다. 천주교회가 강조하고 있는 완덕의 길의 종점은 하나님과 하나되는 것에 있다. 신자가 완덕에 이르기 위해서는 에베소서 2장에 나와 있는 우리의 세 가지 원수인 육신과 세상과 마귀를 이겨야 하는데 그 최상의 방법은 삼덕(三德), 즉 청빈, 정결, 순명(順命)에 있다. 청빈은 중세시대의 성 프란치스코처럼 재산을 아예 소유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재물에 대한 탐욕을 버리는 것이다. 정결은 음란한 죄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향락과 게으름을 버리는 것이다. 순명은 그리스도께서 하늘 아버지께 대하여 완전한 헌신과 순종을 하셨듯이 신자가 십계명과 교회법에 온전히 순종하는 것이다. 천주교회는 모든 신자들에게 이 삼덕을 강조하면서도 그들의 불완전을 대신할 수도사들이나 사제들을 두고 있다. 문제는 성령의 능력에 의하여 그리스도의 은덕에 힘입을 때에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가, 아니면 이 모든 것을 신자의 신심과 교회의 능력에 호소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상에서 우리는 천주교회가 신자들에게 기도하는 생활, 예배하는 생활, 교회를 따르는 생활, 완덕을 추구하는 생활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살펴 보았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천주교인들만큼 기도하고 있을까? 우리가 기도의 힘을 잃었다면 그것은 우리 자신의 능력을 믿는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우리 기독교회는 천주교회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교회력과 예배와 성례를 미신에 불과하다고 치부하지는 않는가? 우리는 말씀과 성례를 은혜의 통상적인 방편으로 풍성하게 누려야 하겠다. 우리는 천주교회와 달리 신앙생활을 철저하게 개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경향이 짙다. 교회가 그리스도의 몸으로 서 가면서 그 안에서 나의 구원도 이루어지고, 세상에서의 나의 개인적인 소명도 발견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는 것이야말로 ‘거룩한 공교회를 믿는다’는 고백에 적합한 모습일 것이다. 우리 기독교인은 얼마만큼 거룩에 대한 열망을 품고 있을까? 한국교회에서 『그리스도를 본받아』,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셨을까?』라는 책들이 센세이션을 일으켰는데 이것은 그리스도와 성자를 본받고자 하는 도덕적이고 종교적인 열망에 불과한 것은 아닐까? 신자란 그리스도와 신비한 연합을 이룬 자이기에 그리스도의 은덕으로부터 모든 것을 길어내는 자들이다. 우리는 그리스도를 본받으려고 하기 이전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대신하여 모든 불의를 담당하시고 우리에게 주님의 의를 입혀주셨다는 것을 믿어야 할 것이다. 무릇 바른 교리가 바른 생활을 낳는다는 것을 기억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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