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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
설요한 기자

기독교가 신문 사회면에 오르내리는 일이 많아졌다. 기독교의 이름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일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근래에는 그 양상이 다양해지고 사회 속에서의 노출 빈도도 증가하였다. 교회 내에서의 활동이나 담론이 교회 밖으로 노출되는 것을 넘어 주요 인사, 정치인, 지성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한다.

미국의 사회학자 제임스 헌터(James D. Hunter)는 미국 내 종교와 사회, 복음주의 운동과 문화 변혁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온 학자이다. 그 결과물로 2010년 『To Change the World: the Irony, Tragedy and Possibility of Christianity in the Late Modern World』(Oxford University Press)라는 책이 나왔고 이 책이 최근에 『기독교는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새물결플러스 역간)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8월 25일 현대기독연구원(이하 현기연)에서는 이 책을 가지고 공개세미나를 진행한다. 그리고 이 공개세미나에 앞서 18일에 현기연 연구원들은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하.나.의.교회에서 사전 스터디 모임을 가졌다. 현기연의 이주일 연구원과 최경환 연구원이 책에 대한 발제를 하고 참가자들과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제임스 헌터의 『기독교는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는 기독교와 세계변혁의 관계에 대해 분석하고 평가한 1부, 미국 내 기독교 정치 운동에 대해 평가하고 권력에 대해 논한 2부, 대안적 정치신학을 모색하는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이주일 연구원은 1부, 최경환 연구원은 2부를 중심으로 각각 발제하고 이에 대해 논평하였다.

최경환, 이주일.jpg
▲ 최경환(왼쪽), 이주일(오른쪽) 연구원 ⓒ 설요한

기독교와 세계 변혁

(이하의 내용은 이주일 연구원의 발제를 요약한 것이다)

미국 내 문화변혁에 대해 헌터는 미국 기독교 진영(기독교 우파, 기독교 좌파, 신재세례파)의 문화 변혁 전략은 달성 불가능한 길이라고 평가한다. 너무 과도화게 정치화된 패러다임과 방법론을 통해 변혁을 시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헌터는 진정한 문화 변혁을 위한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이를 ‘신실한 현존’이라는 이름으로 제시한다.

헌터가 보기에 기독교 일반의 상상력을 지배하는 관점 중 하나는 ‘개인의 마음과 정신이 가장 중요한 문화적 변수’라는 관점이다. 문화 변혁을 위해서는 세계관의 변화와 실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토대 위에 전도, 선거로 대변되는 정치활동, 시민사회 운동 등을 수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전략은 실패하였다. 실제로 미국 내에 기독교인이 많지만 사회 속에서 미치는 영향력은 사회 내 소수자 그룹(유대인, 동성애자)에 비해 미미하다. 이것은 기독교가 충분히 기독교적이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미국 개신교 문화변혁 모델이 ‘관념론적 모델’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의 마음과 정신이 바뀌면 개인의 행위가 바뀌고 이러한 행위자가 늘어나 다수를 형성하면 문화의 형성과 변화가 발생한다는 것이 관념론적 모델의 기획이다. 하지만 실제 사회에서는 이러한 식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다. 이에 대한 대응으로 문화적 인공물 생산에 초점을 맞추는 일종의 ‘유물론적 모델’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문화의 본질과 동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헌터가 제시하는 문화 변혁의 11가지 명제는 다음과 같다.

1) 문화는 일종의 진리 주장과 도덕적 의무 체계다.
2) 문화는 역사의 산물이다.
3) 문화는 본질적으로 변증법적이다.
4) 문화는 자원이며, 그 자체로 권력이다.
5) 문화적 산물과 상징 자본은 ‘중심’과 ‘주변’이라는 엄격한 구조 속에 층화되어 있다.
6) 문화는 네트워크 안에서 생성된다.
7) 문화는 자율적이지도, 충분히 일관적이지도 않다.
8) 문화는 가끔 아래에서 위로 변하지만, 대체로 위에서 아래로 변한다.
9) 변화는 대개 명성 밖에 있는 엘리트에게서 시작된다.
10) 세계 변혁의 집중력은 엘리트들의 네트워크와 그들이 주도하는 제도들이 중첩될 때 극대화된다.
11) 문화는 변한다. 하지만 투쟁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즉, 문화는 행위자가 의도적으로 단기간에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의 중심에 있는 엘리트들의 변화를 이끌지 못하면 문화 변혁 운동은 영향력이 미미한 수준에 그치게 된다. 헌터는 19-20세기 금주 운동, 20세기 동성애, 낙태, 포르노 합법화 저지 운동, 복음주의 부흥운동, 기독교 대학의 세속화 등을 그 사례로 든다.

헌터는 자신의 이론을 역사적 증거를 통해 뒷받침한다. 중요한 역사적 변동에는 일정한 패턴이 존재한다. 초기 기독교는 제국의 중심인 로마에서 부, 권력, 문화 엘리트에 의존하여 성장하였고 결국 로마 제국 내에서 기존의 권위를 능가하는 새로운 종류의 권위를 획득하였다. 고대 말 기독교는 수도사와 수도원이라는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했다. 수도원은 학문의 중심지, 복음화의 전진기지, 귀족 복음화의 중심이었고 결국 유럽은 기독교화되었다. 5-11세기는 흔히 암흑기로 불리지만 실은 ‘르네상스’라는 고급 문화가 생산되고 보존된 시기였다. 학문과 교육, 음악, 미술, 사회에 영향을 미쳤다. 16세기 종교개혁 시기는 신학적, 영적 요인이라기보다는 사회, 정치, 경제적 측면 때문에 기능했다. 종교개혁자들은 당대의 일급학자들이었으며 중세 스콜라주의의 대가들이었다. 이들은 당대 아카데미 속에 있는 신학자, 교수, 학생들의 넓은 네트워크 속에 있었으며 이러한 국제적 네트워크는 종교개혁 사상의 급속한 확산이 가능하게 했다. 종교개혁 이후의 활동은 주로 종교개혁 기독교의 신학적, 영적 이상을 확장시키는 데에 초점이 맞추어졌지만 그 생명력은 지엽적이었다. 그럼에도 이 운동 역시 나름의 문화변동 이론을 따랐다. 조지 휫필드, 조나단 에드워즈, 웨슬리 형제 등의 1차 대각성 운동의 지도자들은 주로 상인과 전문계급 출신이고 명문대학에서 교육받았다. 18세기 후반의 영국 노예제 폐지 역시 윌리엄 윌버포스의 개인적이고 영웅적인 노력보다는 18세기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프랑스 식민지의 경제적 성장, 윌버포스와 최고위층 출신 사람들과의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헌터는 문화 변동은 사상뿐 아니라 사회, 제도, 경제, 문화적 동력 등의 복잡한 결합을 통해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엘리트, 네트워크, 기술, 제도 등이 적절한 조건을 형성했을 때 새로운 사상이 새로운 문화를 낳는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치는 문화적 의제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가 탄생할 수 있는 공간을 창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헌터는 자신의 문화변동 모델을 기초로 현재 미국 기독교의 위치를 분석한다. 오늘날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미국 기독교가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자 하는 주요 영역은 정치다. 그런데 이들의 활동영역은 고위직 정치가, 판사, 활동가, 싱크탱크 등의 중심부가 아니다. 주로 압력단체로 활동한다. 그리고 경제 영역에서 개신교는 그 영향력을 완전히 상실하였다. 개인적, 집단적 차원에서 성과를 내는 활동은 미국 자본주의의 최정상이 아니라 중산층에서 일차적으로 감지된다. 또한 기독교 신앙에 기초한 후원의 규모가 미미한 것을 볼 때 미국 기독교가 문화적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 복음주의 기관들이 다양한 문화 생산물을 내고는 있지만 신자들의 내적 필요를 타깃으로 하며 미국 사회에서 문화의 주변부에 위치해 있다. 이는 문화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영역에 기독교인들은 없기 때문이다.

1부 논의를 통해 두 가지 과제를 얻을 수 있다. “탁월함을 추구하고, 하나님의 주권 아래서 영향력과 특권의 위치에 있으면서, 엘리트주의의 덫에 걸리지 않는 것이 가능한가?” “기독교인의 사회참여 활동에서 권력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권력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

권력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이하의 내용은 최경환 연구원의 발제를 요약한 것이다)

헌터에 따르면 그간 사회참여와 변혁을 외치는 기독교인들은 변화시키고자 하는 대상을 파악하지 못했고 어떻게 변화시켜야 하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것은 ‘권력의 역동성’에 대한 민감함이다. 현대 사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권력과 이를 둘러싼 다양한 세력간 담론투쟁을 고찰해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국가 권력을 통하지 않고서는 공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만큼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따라서 이와 관련한 정치에 함몰되었고 다양한 삶의 영역이 이로 환원되거나 축소되고 말았다. 헌터는 “정체성과 이념은 너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 당파적 참여가 그들의 도덕적 의미를 측정하는 척도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공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이 동일한 것으로 간주됨으로 인해 정치적인 것을 배제하면 공적인 문제나 이슈를 풀어낼 방법과 상상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들이 대화, 협력, 타협, 설득 등의 민주적 공론 활동보다는 법률적, 정치적 수단을 통해 타자에게 우리의 의지를 강요하는 쉬운 방식으로 향하게 한다. 니체가 사용한 ‘르상티망’(ressentiment)은 복음주의자의 사회참여 동기를 설명할 수 있는 탁월한 표현이다. 이는 ‘정치적 행동의 동기로서 분노, 시기, 증오, 격노, 보복’과 같은 원한감정을 뜻하는 용어다. 기독교가 가지고 있던 주도권을 악의 세력에 빼앗김으로 기존의 혜택을 박탈당하고 이로 인한 상처가 개인과 집단의 정체성이 되었다. 그간 복음주의 사회운동은 세속화와 상대방에 대한 원한감정을 기초로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사회참여의 신학적 정당성을 만들었기 때문에 실패하였다.

미국 내 대표적인 기독교 사회운동 그룹을 셋으로 분류하면 기독교 우파, 기독교 좌파, 신재세례파가 있다. 기독교 우파가 가지고 있는 사회적 상상력의 원천은 ‘위협’이다. 결혼, 부모, 가족, 자율 등의 가치가 도전받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이들이 중요시했던 가치들이 사회 전반에 무리 없이 받아들여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따라서 자신들의 찬란했던 과거를 빼앗겼다는 섭섭함, 향수, 여기서 발현되는 근심과 불평이 사회참여의 중요한 동력이 되었다. 이들은 미국이 도덕적으로 쇠퇴하고 있다고 보는데 그 이유는 ‘종교적인 모든 것에 대한 점증하는 적대감’ 때문이고 미국의 세속화 때문이다. 기독교 우파가 세속에 뺏긴 주도권과 도덕적 권위를 회복하기 위해 사용하는 정치적 수사는 고난의 이야기를 확대재생산하여 동정심과 적대감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리고 참여를 호소하는 방법은 기도와 행동이다. 이들은 열심히 기도하면서 선거에서도 승리해야 한다. 기독교 우파들은 자신의 운명을 미국의 운명과 동일시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기독교 우파는 자신의 힘을 가장 과시했던 2004년 대선 이후 급격히 쇠퇴했다. 기독교 우파 운동은 미국인들에게 반성직주의를, 신학적으로 보수적인 젊은 신자들에게는 반감을 초래했던 것이다.

기독교 좌파는 1980년대까지 큰 영향력을 끼쳤다가 교세가 기울고 이들의 의제가 민주주의를 통해 성취됨으로써 그 영향이 쇠퇴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후 진보적인 복음주의자들의 노력을 통해 미미하나마 지난 몇 년간 큰 부흥기를 맞이했다. 기독교 우파가 세속화를 가장 큰 해악으로 진단한다면 기독교 좌파는 빈곤과 불평등을 가장 큰 해악으로 지적한다. 그리고 이러한 해악의 원인으로 기독교 우파의 지도자, 조직, 이념, 이슈를 꼽는다. 여기서 기독교 좌파의 르상티망이 나타난다. 결국 기독교 좌파와 우파는 서로 방향은 다르지만 동일한 수사를 구사하고 똑같이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 결국 기독교 좌파는 ‘정치와 정치적 성향의 사회 운동을 통해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것’, ‘공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혼합하는 것’,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성경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 ‘신학과 국가적 이해와 정체성을 혼동하는 것’에서 기독교 우파와 닮아 있다.

신-재세례파가 자신들의 신화로 삼고 있는 것은 ‘참되고 진정한 신약 기독교와 초대 교회의 이상’이다. 세계 변혁에 대한 이들의 신념은 예수의 생애와 교회에 근거하고 이들의 르상티망은 교회사에 끊임없이 등장하는 콘스탄티누스주의다. 이들은 미국 기독교가 그리스도와 소비자본주의에 대한 이중적 충성을 바쳤다고 지적한다. 이에 대해 교회는 하나의 대안적 공동체로서 새로운 형태의 사회적 관계를 보여 주어야 한다. 이들은 비폭력주의자들인데 왜냐하면 이것이 제자도의 근본적인 징표이자 복음의 핵심적인 윤리적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신-재세례파의 사회비판에는 기독교 계시와 세상의 지혜, 교회와 지배 문화 사이의 강한 대립이 내재해 있다. 그러면서도 신-재세례파주의자들은 자신들의 행동이 탈정치적인 것이 아니라 진정한 정치적 실천이라고 한다. 하지만 헌터는 이러한 신-재세례파의 신앙적 동기 속에 공포가 자리잡고 있다고 분석한다. 교회가 세속성에 오염되거나 그러한 부패에 연루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보면, 저항의 대상이나 비판은 구체적이고 현실적이지만 대안을 제시하는 언어는 신학적이고 종말론적이고 추상적이다. 이들의 신학언어가 현실에 구체적으로 적용되지 못하고 단순히 예수의 이야기만을 반복한다면 현실 정치언어와 의제에 이들의 논리가 잠식당할 수 있다.

헌터가 보기에 그동안 기독교는 사회 속에서 인간들 사이에 존재하는 ‘권력’을 너무 쉽게 봤다. 인간은 권력을 회피하거나 초월할 수 없다. 권력은 관계적이고 상호작용적이며 역동적으로 공유되고 전염성이 있다. 모든 사람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모두 권력 분배에 참여하고 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인간은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권력을 사용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하지만 타락으로 인해 이 권력은 부패하고 손상되었다. 따라서 역사와 초월, 사회적 현실과 복음의 요구, 사회의 도덕과 하나님의 뜻 사이에서 긴장이 생긴다. 헌터는 이러한 긴장을 인정하고 끌어안을 것을 요청한다.

또한 헌터는 복음주의 사회운동의 문제를 모든 사회문제를 정치로 환원해서 해결하려는 태도와 사회적 상상력의 빈곤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기독교가 세상에서 탈정치적 운동에 힘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는 교회의 정체성을 미국의 정체성과 분리하는 것이다. 둘째는 교회와 기독교 신자들이 공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을 분리시키는 것이다. 정치는 공동선을 향한 열망을 해소해 줄 수 없고 다만 이 세상의 삶을 좀 더 정당하고 견딜 만한 것을 만들 수 있을 뿐이다. 공적인 것이 정치라는 울타리를 벗어날 때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예술, 교육, 환경보호, 시장, 구제에 참여할 기회가 생기고 새로운 대안적 공간이 생겨나며 정치권력을 상대화할 수 있게 된다.

헌터의 치밀한 분석과 한계, 그리고 복음주의 운동 이론의 부재

이주일 연구원은 “헌터의 지적은 마치 마크 놀의 『복음주의 지성의 스캔들』의 충격을 연상시킨다”고 평하였다. 이어서 헌터의 공헌으로 ▲ 문화 변동의 메커니즘(작동원리)을 엄밀하게 제시하고 기존의 기독교 문화변혁 운동이 실제로 작동할 수 없었던 원인을 제시한 점 ▲ 복음주의 사회참여의 주요 특징으로 지나친 정치화를 꼽고 있다는 점 등을 꼽았다.

그러면서도 이 연구원은 “복음주의 정치참여에 대한 헌터의 비판은 매우 예리하지만 과연 기독교 우파와 좌파, 신재세례파 진영이 동일하게 지양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는 “기독교 우파의 전략은 불가능하고 불필요한 데 비해 기독교 좌파의 공공선 증진이나 다원주의에 대한 긍정, 주류 정치경제체제에 대한 반성 및 저항은 유의미하고 신-재세례파는 기독교 좌파와 다소 공유하는 지점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었다. 이 연구원은 “기독교 좌파가 정치적 과잉의 문제를 다소 해결한다면 비교적 (헌터가 말하는) 신실한 현존이나 샬롬의 추구에 가깝다”고 주장하였다. 아울러 “한국의 상황에서는 세월호 참사, 위안부, 제주 해군기지, 국정원 개입 등 중요한 이슈마다 정치의 문제가 걸려 있다는 점에서 미국 상황을 분석한 헌터의 논의가 한국에 그대로 적용 가능한가”를 질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이 연구원은 헌터의 논의와 결론을 전반적으로 유의미하게 받아들여 “정치로 환원될 수 없는 공공 영역에 대한 관심과 포퓰리즘과 엘리트주의를 벗어난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를 위한 방향 전환과 신학과 목회적 실천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경환 연구원은 “헌터의 분석과 비판으로부터 벗어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별히 “복음주의자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근본적인 동기가 다름 아닌 분노와 르상티망이었다는 비판은 치명적”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헌터의 가장 큰 공헌에 대해 “후기 현대사회에서 권력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다양한 담론들을 입체적으로 분석해 주고 국가와 시민사회, 교회의 역학관계를 보다 주체적으로 제시해주었다”고 정리했다.

그러면서도 “과연 복음주의자들의 사회참여가 상대방에 대한 적개심과 분노로만 설명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도 던졌다. 왜냐하면 최 연구원이 보기에 “특별히 복음주의 좌파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 변화에 대한 비전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상상력과 대안을 만들어 내는 구체적인 행동에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독교 좌파 운동가인 짐 월리스는 우파에 대한 분노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사회에 대한 대안적인 비전이 훨씬 강력하다”는 것이 그 근거가 된다.

최 연구원은 사회학자의 신학 비판에 대한 일종의 대응으로 “신학자들이 사용하는 신학 언어는 그 자체로 내적 정합성을 추구하기 때문에 사회학자의 비판이나 검증으로부터 어느 정도 초연할 필요가 있다”고도 지적하였다. 그러면서도 “전통적인 신학적 용어와 설명이 지니고 있는 정치신학적 함의를 보다 정밀하고 예리하게 연구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그 예로 “신적 계시의 드러남과 감추심을 통해 세상 속에서 하나님의 흔적을 발견할 것”, “그리스도의 두 본성론이 가지고 있는 신적 현존에 대한 사회학적 함의”, “칭의론이 가지는 사회철학적 함의”, “묵시론적 종말론이 가지고 있는 급진적 정치철학과 혁명의 의미” 등을 제시하였다.

최 연구원은 기독교, 특별히 복음주의 기독교의 사회참여에 대하여 “이론적 성찰이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하였다. “가톨릭의 학제간 사회윤리 연구, 신칼빈주의의 정치이론이나 사회학과 연계된 사회참여 신학, 정치신학과 사회윤리를 연결시킨 시카고 학파 등의 연구에 비해 복음주의 진영의 사회참여 신학의 성과는 미진하다”는 것이었다.

논의를 마무리하며 최 연구원은 “헌터가 ‘신실한 현존’이라고 내세운 대안을 신학적 틀로 설명한다고 할 때에는 본회퍼를 통해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최 연구원은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프리토리아 대학에서 본회퍼를 공부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본회퍼가 널리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실제로는 어떤 원리를 가지고 사회 참여를 하는 것에 대해서는 반대했는데 이러한 면이 헌터의 문제의식과 공유하는 점이 많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기독교는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공개세미나

헌터의 『기독교는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키는가』에 대한 공개세미나는 25일(월) 하.나.의.교회(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서 진행된다. 책의 역자인 배덕만 교수(복음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교수)가 “제임스 헌터의 복음주의 사회운동 해석과 의의”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고 김요한 목사(새물결플러스 대표)와 김동춘 교수가 패널로 참석하여 “복음주의 사회운동의 미래와 한국교회의 과제”라는 주제로 대담을 진행한다.

설요한 기자 juicec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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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요한 기자 10월 6일 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는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의 2014년 교단 총회 참관 결과보고가 있었다. 개혁연대에서는 매년 개신교 일부 교단의 총회를 참관하는 활동을 해 왔다. 올해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이하 통합), 대한예...
    Date2014.10.16 By개혁정론 Views1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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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양극화, 사람 중심의 복지 정책 추구 필요해

    설요한 기자 “가난한 사람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9월 30일(화) 서울영동교회에서는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하 기윤실) 이와 같은 주제의 월례포럼이 있었다. 기윤실에서는 이 주제를 가지고 이미 5월과 6월에 ‘정치’와 ‘법과 제도’를 다루었고 이번에는 ‘사...
    Date2014.10.11 By개혁정론 Views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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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신학은 오늘날 삶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설요한 기자 올해 『신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어 나온 영국 신학자 알리스터 맥그라스(Alister E. McGrath)의 『Christian Theology: An Introduction』은 교부시기부터 오늘날까지의 신학의 역사, 신학의 방법론, 신학의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
    Date2014.10.01 By개혁정론 Views2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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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청교도와 조나단 에드워즈를 통해 한국 교회를 바라본다

    설요한 기자 9월 22일(월) 서울 서초구 소재 신반포중앙교회에서 “퓨리턴 신학과 한국교회”라는 주제로 2014 서울 퓨리턴 컨퍼런스가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한국개혁주의설교연구원, 큐리오스인터내셔널, 워싱턴트리니티연구원이 공동 주최하였다. 컨퍼런스에서...
    Date2014.09.29 By개혁정론 Views3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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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교회개혁실천연대, 각 교단 총회 참관단 출범

    설요한 기자 “교회의 개혁은 교단총회로부터” 매년 9월에는 대개 한국 개신교 각 교단마다 총회가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에서는 매년 교단 총회에 참관단을 보내 왔다. 이러한 참관활동은 올해에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는 예장(대한예수교 ...
    Date2014.09.15 By개혁정론 Views2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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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성경 읽기

    설요한 기자 “하나님 나라 관점으로 성경을 읽자.” 8월 28일(목) 서울 백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는 『Simply Bible』(심플리 바이블)이라는 책에 대한 활용방법 세미나가 있었다. 강사는 책의 저자인 신성관 목사. 신 목사는 성결대학교 신학과를 졸업하...
    Date2014.09.03 By개혁정론 Views4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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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기독교는 과연 세계를 변화시키는가

    설요한 기자 기독교가 신문 사회면에 오르내리는 일이 많아졌다. 기독교의 이름으로 사회에 참여하는 일은 예전부터 있었지만 근래에는 그 양상이 다양해지고 사회 속에서의 노출 빈도도 증가하였다. 교회 내에서의 활동이나 담론이 교회 밖으로 노출되는 것을...
    Date2014.08.23 By개혁정론 Views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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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성경 프로그램 바이블웍스, 한글 매뉴얼 출간돼

    설요한 기자 “어떻게 하면 성경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을까.” 성경을 신앙과 삶의 규범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하게 되는 고민이다. 과거에는 이러한 고민을 해소하기 위해 수많은 책과 사전을 찾아야 했다. 물론 이것은 근래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지만 ...
    Date2014.08.22 By개혁정론 Views1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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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 한국성경신학회, “로마서 주해와 설교” 주제로 논문 발표회 개최

    설요한 기자 8월 11일(월) 서울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중앙교회에서 한국성경신학회 제34차 논문 발표회가 열렸다. 이 날 주제는 “로마서 주해와 설교”였다. 이날 발표회에서는 스코틀랜드 세인트 앤드류스 대학교의 스캇 해프먼(Scott Hafemann) 박사(신약신...
    Date2014.08.21 By개혁정론 Views2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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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기독인 모임”, 참사 추모와 특별법 제정을 위한 촛불기도회 열어

    설요한 기자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네 달이 지났다. 그동안 기독교계에서는 이와 관련한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다. 어떤 목사는 희생자 및 유가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진행되는 상황에 대해 원인을 분석하고 문제를 제기하...
    Date2014.08.12 By개혁정론 Views2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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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 톰 라이트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설요한 기자 7월 24일 서울시 마포구 소재 백주년기념교회에서는 “톰 라이트, 그는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가”라는 주제의 포럼이 있었다. 이 포럼은 현대기독연구원에서 마련한 “톰 라이트, 제대로 아십니까”라는 기획 강연의 마지막 순서로 마련한 것이었다. ...
    Date2014.08.07 By개혁정론 Views5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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