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요한 기자
“교회의 개혁은 교단총회로부터”
매년 9월에는 대개 한국 개신교 각 교단마다 총회가 있다. 교회개혁실천연대(이하 개혁연대)에서는 매년 교단 총회에 참관단을 보내 왔다. 이러한 참관활동은 올해에도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는 예장(대한예수교 장로회) 합동, 예장 통합, 예장 고신, 기장(한국기독교장로회) 교단에 참관단을 파견한다. 개혁연대는 9월 15일(월)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에서 “교회의 개혁은 교단총회로부터”라는 기치를 걸고 참관단 출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 개혁연대 공동대표 오세택 목사(두레교회)의 인사말, 김애희 사무국장의 활동보고 및 활동계획, 집행위원장 구교형 목사(찾는이광명교회)의 제안 순서로 진행되었고 참관단 중 3인의 발언시간도 있었다.
개혁연대의 취지문에 따르면 개혁연대가 이러한 활동을 하는 이유는 1) 교단 총회는 교단의 최고 결의기구로서 교단 운영사항을 평가하고 새로운 한 해의 활동방향에 대한 주요 현안을 검토 및 결의하는 회의체이고, 2) 교단 총회는 소속 노회, 교회, 교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이를 토대로 방향과 정책을 결정할 책임이 있고, 3) 교인들은 총대들에게 위임한 권한이 자의적으로 행사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 왼쪽부터 전 개혁연대 공동대표 오세택 목사, 김애희 사무국장, 집행위원장 구교형 목사. ⓒ 설요한
개혁연대 참관단 참관 기준
개혁연대 참관단의 올해 총회 참관 기준은 교단 내부 과제 세 가지와 외부 과제 한 가지가 있다. 내부 과제로는 ▲ 세습방지법안 ▲ 종교인 과세 ▲ 민주적 회의구조와 구성이 있다. 이는 개혁연대가 수년 전부터 추진해 온 과제로써 교단의 변화가 미비하다고 생각하여 계속 의제로 내세우고 있다.
세습방지법안은 예장 통합과 예장 합동, 기장 교단은 이미 통과된 사안이고 고신 교단에서는 다시 총회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개혁연대에서는 이미 세습방지법이 통과된 세 교단에서는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는지 여부를, 고신 교단에 대해서는 법안이 통과되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종교인 과세에 대해서 현재 예장 통합 교단은 찬성하는 입장이고 기장 교단은 이번 총회에서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다. 예장 합동과 고신 교단은 방안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대신 자발적 납부 캠페인을 벌일 것이라고 발표한 상황이다. 개혁연대는 기본적으로 종교인 과세에 대해 찬성하고 있으며 각 교단 역시 이러한 사회적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 역시 참관단이 살필 예정이다.
민주적 회의구조와 구성에 관하여 개혁연대가 가지는 입장은 총회 구조와 총회를 구성하는 다양한 이야기를 반영할 수 있는 구성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개혁연대는 총회를 구성하는 여성 총대의 비율이나 청년들이 총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통로가 있는지 여부를 살필 예정이다. 여성 총대 유무 및 비율에 관해서는 각 교단이 가지고 있는 여성 직분자에 대한 신학적 입장이 근원적인 차이를 낳을 수 있다. 예장 합동과 고신 교단은 현재 여성 목사 및 장로가 불가하다는 신학적 입장을 가지고 있다.
개혁연대는 외부 과제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교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제시했다. 세월호 사건이 발생한 지 5개월이 되어가도록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따라서 대사회적 영향을 가지고 있는 교단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개혁연대의 입장이다. 개혁연대 참관단은 각 교단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개혁연대에서는 각 교단이 참사를 당한 유가족을 위로하고 올바른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총회 차원에서 특별 성명을 채택해 달라고 요구한 상황이다.
이번 참관단은 전체적으로 총회의 임원 선거, 논의구조(여성, 청년 비율), 주요 안건의 논의과정, 총회 분위기나 총대의 참여도 등을 평가 및 감시하고 SNS 실시간 게시, 총회 비전에 대한 피켓 시위 등의 활동을 할 예정이다.
고신, 통합, 합동, 기장 교단에 대한 개혁연대의 제안
이러한 기준을 바탕으로 개혁연대가 각 교단에 제안하는 내용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 예장 고신
- 교단 구성원의 전체 의견 수렴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장 합신 및 대신 교단과의 통합을 위한 노력이 단지 몸집 불리기 수준의 외형적 통합을 목표로 해선 안 된다. 교인의 정서와 무관하게 교관의 이해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 여성 지도력의 제도적 평등을 보장하기를 기대한다. 신대원에서 훈련된 여성 지도자의 지위를 교단이 어떻게 규정하고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주목할 것이다.
- 세습방지법 가결을 촉구한다. 한국 교회의 공신력 회복을 위해 고신 총회 총대들의 결단이 필요하다.
- 공적 책임을 다하는 총회로 거듭나길 바란다. 교단 차원에서 목회자 납세에 대해 전향적으로 검토해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 예장 통합
- 실질적인 세습방지법 운영 원칙을 세우길 바란다. 이미 가결된 세습방지법에 대해 위헌이라는 해석 등 세습 불가 의지를 퇴색시키는 활동이나 변칙세습의 움직임 등이 있다. 이번 총회에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대안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 총회 구성원의 전향적 변화를 위한 모색을 기대한다. 군목, 농촌목회자, 선교사, 장애인, 산업선교사, 다양한 기관 사역자, 여성, 청년 등 총대 구성원의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 여성 총대 비율을 높이기 위한 전향적인 노력을 기대한다.
- 종교인 소득세 신고를 위한 교단 차원의 노력을 다하길 기대한다.
▲ 예장 합동
- 세습방지법 헌의안에 대한 실질적 운영안을 요구한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후속대안을 만들 것을 기대한다.
- 총회 및 교단 재산을 엄격하게 관리해 주길 바란다. 작년 총회에서 총회 결의 없이 부동산 등의 매매 금지를 결의한 것에 대하여 엄격한 시행세칙을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
-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비상식적 헌법 개정에 반대한다. 십일조를 다른 헌금과 구분해 성도의 기본 의무로 특별히 강조하려는 시도는 부당하게 성경적 근거를 끌어들이는 것일뿐 아니라 돈이 교인 자격이라는 불필요한 오해와 반발을 낳을 것이다.
- 목회가 개인비리 및 부도덕에 대해 강경한 원칙을 표명하길 희망한다. 전병욱 목사 사건 등 한국교회 내 은폐된 성폭력 사건에 대한 사실 규명과 징계가 필요하며 피해자 인권보호 및 목회자 성윤리교육 역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사법처벌을 받은 정삼지 목사에 대한 조치도 필요하다.
- 실질적인 내용을 담은 윤리강령을 채택하기를 바란다. 세습 및 표절 금지, 교회의 투명한 재정운영, 성폭력 근절, 목회자 소득세 신고 등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목회자 윤리강령을 제정해 주기를 바란다.
▲ 기장
- 하나님과 세상 앞에 바로 서는 기장을 기대한다. 향린동산 문제 등을 정리하고 종교인 납세 문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길 바란다.
- 교회의 예언자적 사명을 기대한다. 생명과 통일을 위한 안건이 상정되었는데 지혜롭게 결정되기를 바란다.
-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결정을 우려한다. 교인 감소의 문제를 근시안적으로 접근한 헌의안에 대해 총대들의 예리한 판단을 기대한다.
- 실질적인 성 평등과 민주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희망한다. 여성 총대의 증가, 청년 지도력 향상을 위한 안건 등은 고무적이다. 청년 지도력 증가에 대해서는 제도적 개혁이 함께 하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개혁연대에서는 특별히 예장 대신 교단 총회장 선거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여러 가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는 전광훈 목사가 한 교단의 총회장이 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개혁연대에서는 “한국교회에 물의를 빚은 목사가 총회장이 되는 것은 가하지 않으므로 총회에서 부결시켜 주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 개혁연대 참관단 중 3인이 참관단 발언을 하였다. 왼쪽부터 개혁연대 서동진 회원, 평화누리 김희석 국장, 새벽이슬 임왕성 총무. ⓒ 설요한
참관단 발언
이날 참관단 일원으로 발언한 서동진 개혁연대 회원은 “2005년부터 참관단으로 활동하고 있고 예장 합동을 참관하였다. 총회에서는 정족수 미확인 등 비민주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고 안건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은 채 동의, 제청만으로 넘어가는 경우도 많다. 좋아지고 있는 모습도 보이지만 아직 많이 부족하다. (이러한 활동에) 성도님들이 많이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라는 소회를 밝혔다. 평화누리 김희석 국장은 “총회가 교회를 대표해야 하는데 특정 목사를 위한 자리가 되는 것이 아쉽다. 짧은 시간 내에 수많은 안건을 처리하다 보니 그냥 지나가는 안건도 많다. 점점 잊혀지고 오해가 생기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도 교단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라는 입장을 밝혔다. 새벽이슬 임왕성 총무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관심을 가지고 총회에 물어야 한다. 관심을 갖고 참관하여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한국 교회가 더욱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 언론도 교단편향적 기사만 쓰지 말고 제대로 보도해야 한다.” 라고 주장하였다.
개혁연대 참관단은 예장 합동, 통합, 고신, 기장 교단 총회가 열리는 9월 넷째(22-26일) 주간에 각 교단 총회를 참관하며 활동할 예정이다.
설요한 기자 juicec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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