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기사의 주제는 “나는 이렇게 설교한다”입니다. 설교는 교회를 세우는 중요한 방편이며, 하나님께서는 설교로 자기 백성을 찾아오십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영광스러운 직무를 목사에게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설교는 목사의 영광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설교는 목사에게 부담이기도 합니다. 많은 목사들이 설교의 영광과 부담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고민을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매주일 성실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수고를 소개하고, 그 유익을 함께 누리면 좋겠습니다. - 편집장 주
나는 이렇게 설교한다
심성현 목사
(남천안장로교회 담임)
들어가며
“목사님은 어떻게 설교하세요?” 유튜브에 검색을 해보니 총신대학교 설교학 교수, 80을 넘긴 존경받는 원로목사, 주일설교 한 번에 몇만 조회수를 기록하는 대형교회 목사의 설교법 영상이 즐비합니다. 우리 주변에는 이미 뛰어난 설교자들이 많고 다양한 설교방법도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배경에서 다소 늦게 신학교를 졸업하고 임직한 지도 얼마 안 된 5년 차 목사의 설교 준비가 어떤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현재의 저는 저에게 맞는 옷이 무엇인지 입고 벗기를 반복하며 찾아가는 중이며, Th.M.과정에서 배운 설교의 방법론이나 그동안 동경해왔던 선배 목사님들의 설교 스타일을 습득하는 과정에서 분투하는 중입니다. 신학교 선생님에게 배운 성경해석과 설교에 관한 기본적인 방법은 논외로 하고 조금은 실천적인 측면에서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1. 설교듣기
설교 준비의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어떤 이들은 1주일이 걸린다 말하기도 할 것이고, 어떤 이들은 살아온 전 인생이 설교준비 시간이라고 말하기도 할 것입니다. 저의 설교 준비는 설교 듣기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말해보고 싶습니다. 신대원에 입학한 후로부터 설교 듣기는 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설교 듣는 것 자체를 좋아하기도 했지만, 특별히 은혜로운 설교를 들려주는 목사님이나 교수님을 만나게 되면 그분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그분의 설교를 들어보려고 애썼습니다. 신학의 꽃이 설교라는 말이 있듯이, 좋은 설교를 듣다 보면 설교자의 신학과 신앙고백, 인격과 정서가 어떻게 설교로 꽃을 피우는지 볼 수 있습니다. 이론과 실천 둘 다 중요하겠지만, 설교라는 실천의 결과물을 많이 오랜 기간 듣고 보고 분석하는 것은 긴 호흡으로 하는 설교 준비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같은 본문을 다루는 다양한 설교자들의 설교를 듣다 보면, 성경해석부터 전달 방법까지 여러 차이가 있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마치 해석의 싸움을 붙이는 것처럼, 성경의 의미를 더 잘 드러내는 분들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아니기에 흠결 없는 완벽한 해석은 할 수 없겠지만, 각기 다른 청중의 수준에 맞추어 성경의 진리를 충실하게 전달하려는 목사님은 늘 돋보였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것이 매우 조심스러운 것은 틀림없지만, 좋은 롤모델을 정하여 배우려는 태도는 꽤 오래전부터 가졌습니다. 좋은 성경교사, 뛰어난 설교자를 우연히라도 발견하면 흙 속에서 보석이라도 찾아낸 듯 기뻤고, 그런 분을 목사로 둔 청중을 부러워하기도 했습니다. 한동안 그분이 행한 설교를 연속해서 들어보면서 설교방법, 대지 구성, 논지 전개, 감정 전달, 설교자의 감각과 센스까지 배워보려 애썼던 것 같습니다.
내 스타일, 내 방식, 내게 맞는 설교라는 말이 과연 정당한지 모르겠지만, 자기에게 적절한 옷을 입는 과정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 같습니다. 교회 역사에서 두각을 드러내던 위대한 설교자들은 예외 없이 앞선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탄 사람들이었고 오늘날도 뛰어난 설교자들은 모범으로 삼는 선생들이 꼭 한 둘씩 있었습니다. 달변을 타고난 사람들도 있지만, 설교행위를 능숙하게 하기까지는 기능적인 반복도 필요한 것 같습니다. 성경주해를 가르쳐주신 선생님께서는 “주석은 맨 마지막에” 보라 하셨지만, 신대원을 졸업한 후에는 “좋은 설교를 많이 모방해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리포트를 작성할 때에는 각주처리가 잘 되었는지, 인용에 문제가 없는지 눈에 불을 키며 꼼꼼히 달았지만 설교 준비는 좋은 설교를 많이 듣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독자에 따라 천 가지, 만 가지 해석이 열려있는 성경해석이 아닌 본문의 의미를 찾아내는 유한 해석을 지향하다 보니 본문에 깊이 헌신되어 있는 교수, 목사님들의 설교에 영향을 받을 때가 아직은 많은 편입니다. “하나님의 율법 책을 낭독하고 그 뜻을 해석하여 백성에게 그 낭독하는 것을 다 깨닫게 하”는 것이 설교의 중요한 요소라면, 그 과정을 훌륭하게 해낸 앞선 선배들의 열매들을 잘 따먹는 것이 설교 준비를 위해 얼마간은 꼭 거쳐야 하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설교 준비 기간은 한 사람의 인생 길이와 같다는 말이 있듯이, 긴 호흡으로서 설교 준비는 이렇게 해왔습니다.
2. 본문연구
짧은 호흡으로서의 설교준비도 이야기 해봐야겠습니다. 저는 최근 함께 본문을 연구하는 친구를 만들었습니다. 2024년 6월부터이니 대략 1년 전부터였던 것 같습니다. 청년대학부 시절 저를 지도해 주셨던 목사님이신데,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선생과 제자의 관계가 아닌 함께 성경을 연구하는 학우로 만나게 되었습니다. ‘학우’라는 표현을 썼지만 물론 제가 배우는 것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함께 성경 본문을 정한 후 설화체, 시, 강화체 등 장르에 따라 차이를 두고서 내용 관찰 및 요약, 해석과 질의응답, 적용의 과정을 거치며 본문을 함께 연구합니다. 내용 관찰을 할 때는 다단을 둘로 나눈 A4용지에 왼편에는 성경본문을, 오른편에는 빈 공간을 두어 줄도 긋고 메모도 하며 연구합니다. 마인드 맵(EdrawMind) 프로그램도 사용하는데 내용을 꼼꼼하게 관찰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내용 관찰만 충실히 해도 적게는 십 여 가지, 많게는 수십 가지의 질문이 도출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본문의 요점은 선명해집니다. 신학적인 해석으로 성급하게 넘어가기보다, 질문에 대한 답을 최대한 본문 안에서, 또 책 안에서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20년 이상 성경을 귀납적으로 연구하고 설교한 경험이 있는 선배 목사님과 함께 공부하는 유익은 참으로 큽니다. 기능적, 기술적 수준을 넘어 목회의 오랜 경험으로부터 나오는 적용적 해석은 초보 목사에게 여러 통찰을 줄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방식의 본문연구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모르겠지만, 현재 저는 주중에 한 차례 이처럼 본문을 연구하고, 나머지 시간은 개인적으로 연구합니다.
프로그램으로는 로고스 바이블을 사용하고, 종이책은 NIV주석성경, IVP에서 나온 “첫 아침을 주님과 함께”, TSK, 새성경사전, 성경지도 등을 사용합니다. 신학서적과 주석은 로고스 아카이브에 저장되어 있는 것을 활용합니다. 본문연구 후 소장하고 있는 주석들과 시중에 나와 있는 강해설교집을 참고하는 편이며, 이후 같은 본문으로 설교한 다른 목사님들의 설교를 듣거나 읽어봅니다. 팀 켈러나 카슨의 설교 아카이브나 Monergism, theseed 등 홈페이지에 업로드 되어 있는 설교문들을 찾아 읽어보기도 합니다. 때로는 유튜브에서 본문 검색 후 창에 뜨는 여러 설교자들의 설교를 들어보기도 합니다. 신대원 경건회 페이지에 들어가 교수님 설교를 찾아보기도 하고, 신대원 도서관에 올라와 있는 음성 설교 파일을 검색하여 들어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설교의 모범이 되는 몇몇 목사님은 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꼭 찾아서 들어보는 편입니다.
3. 원고작성 및 전달
설교 원고는 토요일 점심 이후로 작성합니다. 제목, 성경본문 작성 후 (1) 들어가며 (2) 대지1, 2, 3 (3) 나가며 순서로 2,400단어 전후, 11폰트로 8페이지로 작성합니다(맥 pages 사용). 설교 시간으로 하면 30분 정도 분량입니다. 개요나 요약본을 작성하기보다 원고 전체를 적습니다. 즉흥적으로 설교하기보다는 원고에 저를 묶으려는 편입니다. 부목사로 사역하던 때부터 그렇게 훈련을 받았고, 지금도 변함없습니다.
성령의 감동하심을 의존하며 원고를 의존하지 않는 노력을 여러 번 해보았지만, 오히려 내용은 산만해지고 불필요한 말을 반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현재는 원고에 충실하려는 편입니다. 설교문은 주일 오전 8시가 되면 교회밴드에 자동으로 올라가도록 예약을 해 둡니다. 성도들은 공예배 전 설교문을 미리 읽기도 하고, 원하면 수시로 내려받아 읽어볼 수 있습니다. 설교문을 출력하여 필경대에 비치하기도 했었지만, 성도들이 고개를 떨군 채 설교문을 따라 읽는 경우가 많아져 그리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에 지금은 준비하지 않습니다. 필요가 있다면 다시 출력할 마음도 있습니다.
원고를 작성하는 것이 처음에는 불편하고 부담스러웠지만, 5년 정도 반복하고 나니 익숙해졌습니다. 구어체로 작성하는 편이라 원고 안에 감탄사, 괄호 속 동작, 휴지 표시를 하기도 합니다. 설교문을 작성한 후 몇 번의 탈고를 하지만, 원고 작성이 늦어지는 경우에는 탈고 없이 강단에 설 때도 있습니다. 예화 사용은 지양하는 편이며 사용하더라도 주로 성경의 이야기를 예화를 사용하려 합니다. 원고에 충실하려다 보니 다소 분주하고 성도와 교감은 다소 떨어집니다. 제가 극복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4. 절기설교
저희 교회는 부활절, 성령강림절, 성탄절과 종교개혁 기념주일을 지킵니다. 절기에는 절기 관련 설교를 하는 편입니다. 절기 외에 승천주일이나 삼위일체주일은 절기로 따로 구분하여 지키지는 않지만, 관련 설교를 하는 편입니다. 주일 외에 또 다른 절기를 지키는 것이 바람직한가 논쟁이 있지만, 부활절이나 성탄절 등을 지키지 않으면 공교회성을 잃을 위험이 있다는 교회의 선생님의 조언을 받아들여 최소한의 절기를 지키고, 설교도 그에 맞춰서 하고 있습니다. 절기에 관한 본문 선택에 어려움이 있을 때면, 신대원 예배학을 가르치시는 문화랑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밴더빌트 신학교의 홈페이지의 성서정과를 참고하고 예배핸드북이나 절기설교 강해집 등을 참고합니다. 부활절, 성령강림절, 성탄절로 주일을 지킨 날이면, 그날 저녁에 여러 설교자의 절기설교를 들어보고 다음해 절기설교를 구상하는데 참고합니다.
5. 수요설교 및 교리설교
현재 수요기도회는 신구약 성경 전체를 성경공부 형식으로 가르칩니다. 가스펠 프로젝트나 신구약의 키, 리딩 지저스 등의 책을 참고해 보았지만 현재는 성경의 주제인 예수 그리스도를 언약적 관점에서 풀어서 가르치고 있습니다. 선배 목사님으로부터 배운 내용을 나름대로 녹여내어 강의합니다. 2년에서 3년 정도의 과정으로, 할 수 있다면 자주 반복할 계획입니다. 통일된 성경신학적인 관점으로 성경 전체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파편화된 성경지식과 신학적 주제들을 조화롭게 만드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성경 전체를 아우르는 완벽한 안경을 쓰는 것은 어렵겠지만,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습니다.
이전에는 시편으로 오랫동안 수요기도회 설교를 진행했습니다. 주일 설교본문과 조화를 이루는 시편을 선택하여 설교했는데, 참 재미나게도 거의 예외 없이 주일 설교와 연결되는 시편을 늘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시편설교는 공예배 설교를 보충하고 강화하며, 기도의 정서를 반복적으로 불러일으켰습니다. 저희교회는 주일 예배 시 시편찬송을 부르는데, 그 주간에 설교한 시편본문이 다음 주일 공예배 시편찬송 곡이 됩니다(고려서원). 주일예배와 수요기도회, 오는 주일의 시편찬송에 이르기까지 말씀과 찬송이 하나의 띠로 묶이는 귀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수요일은 시편기도회로 설교를 준비해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개혁교회의 전통을 따르는 교회들은 오후에 교리설교를 하지만, 저는 교리반을 따로 만들어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가르칩니다. 설교문처럼 원고를 작성하지만 내용 전달은 설교보다 가벼운 편입니다. 함께 교리해설서를 읽는 방법, 강의안을 만들고 답을 다는 방법 등 여러 방법으로 가르쳐 보았지만 현재는 헌법책의 신앙고백서를 함께 읽어가며 해설하는 편입니다. 3년 정도 꾸준히 했더니, 신앙고백서 33장 전체를 이해하고 가르치는데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많은 내용을 가르치려 하기보다 학습자의 수준에 맞추어 학습목표의 80% 수준에서 멈추고 만족하는 편이고, 정해진 시간보다 5분 혹은 10분 정도 일찍 마치려 합니다.
나가며
밀물처럼 밀려드는 설교 스케줄 앞에서 수준 높은 설교문을 작성해내는 훌륭한 목사님들이 방방곡곡에 숨어계신 것을 잘 알기에, 설교 준비에 관하여 글을 적는 것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하나님께서 정말 사랑하는 목사는 숨겨두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맡은 바 소임을 묵묵히 감당하며, 한결같이 설교사역을 하시는 목사님들께서 이와 관련한 글을 꼭 써주시기를 지금도 바라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엉성한 설교 준비와 어설픈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도 기쁠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획기사로 같은 주제의 글을 여러 목사님들께서 작성하셨는데, 그 글들도 넓게 참고하시면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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