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기사의 주제는 “나는 이렇게 설교한다”입니다. 설교는 교회를 세우는 중요한 방편이며, 하나님께서는 설교로 자기 백성을 찾아오십니다. 하나님께서는 그 영광스러운 직무를 목사에게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설교는 목사의 영광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설교는 목사에게 부담이기도 합니다. 많은 목사들이 설교의 영광과 부담 속에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고민을 함께 나누어 보려고 합니다. 이번 기획기사를 통해 매주일 성실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기 위해 애쓰는 이들의 수고를 소개하고, 그 유익을 함께 누리면 좋겠습니다. - 편집장 주
나는 이렇게 설교한다
양명지 목사
(두레교회 부목사)
목사는 설교자입니다. 지역 교회 목사의 설교는 교회를 위한 집밥과 같습니다. 그래서 일상적이지만 어디에 내어놓기에는 부끄럽고 부담이 됩니다. 이번 기획에서 설교에 대해 글을 쓰는 것이 필자에게도 마찬가지 부담이 있습니다. 매번 하는 설교지만 이를 공적인 자리에 내어놓고 나눈다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용기 내어 부교역자로서 교회를 섬기는 설교의 봉사에 대해 나눠보겠습니다.
본문 설교
본문을 강해하는 설교는 설교의 기본입니다. 담임 목회자나 부교역자 모두 설교자이기에 본문을 연속해서 하는 설교가 중요합니다. 담임 목회자와 같이 일정한 간격이나 패턴은 아니라도 자기의 설교 순번에 본문을 정해서 시리즈로 설교할 수 있습니다. 주일 설교처럼 일정하지는 않아 회중에게 연속된 듣기와 이해에 한계가 있겠지만 설교자로서는 본문을 쭉 설교하는 것에 훈련과 유익이 있습니다.
권을 정하면 시리즈 설교를 시작하기 전에 본문을 통으로 몇 차례 읽습니다. 대략적인 방향과 주제를 찾고, 본문을 설교할 수 있는 분량과 의미에 따라 분류해둡니다. 실제 설교를 준비하면서는 다양한 역본으로 읽으면서 중요한 단어와 구절은 원어와 주석과 자료도 참고하면서 비교, 대조합니다. 꼭 모든 본문을 빠짐없이 설교하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부교역자가 설교하게 될 때가 보통 수요기도회나 새벽기도회일 경우가 많기에 너무 어렵거나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본문은 다음 기회로 미루어 둘 수도 있습니다.
공과 설교
부교역자는 어떤 형태로든 교회학교를 담당해서 봉사하게 됩니다. 그럴 때, 성경공부 교재의 과 구성을 따라 설교합니다. 실제로 예배 이후에 반별 성경공부나 나눔의 시간이 충분하지 못한 요즘의 교회 현실에서 공과 설교는 현실적이고 효과적입니다. 선생님에게는 공과의 바탕이 되는 성경 내용을 설교를 통해 1차적으로 듣고, 반 모임에서 복습과 확인만 하면 되는 것만 해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러면 그것을 바탕으로 공과의 핵심을 생각하고 적용하도록 질문하고 나누는데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공과 설교를 하면서는 꼭 공과가 지향하는 바와 똑같이 설교하지 않기도 합니다. 부장 선생님이 설교를 해야 하는 경우에는 그 가이드가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공과와 설교가 한 패키지로 제공되는 교재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부교역자는 스스로 본문을 연구해서 공과가 다루는 내용을 담되 다른 강조점으로 설교할 수 있습니다. 때로 공과가 많은 내용을 담거나 교재가 택한 중심 구절을 주제에 따라 달리 선정해서 다른 본문과 초점으로 설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학교를 위한 공과 설교에서는 더더욱 한 가지 주제, one point로 설교하려고 합니다. 더불어 다양한 연령대에 맞는 방식과 난이도로 설교하려고 애를 쓰는 편입니다.
교리 설교
목사는 가르치고 설교하는 직분자이기에 본문을 설교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교리를 설교하기도 합니다. 교리가 성경의 중요한 교훈을 잘 정리하고 요약한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본문 설교가 성경을 본래의 맥락에 따라 긴 호흡으로 읽을 수 있게 하는 강점이 있다면 교리 설교는 중요한 주제와 교훈을 논리적이고 통일성 있게 보게 합니다. 그래서 교리 설교가 때로 본문 설교 보다 더 큰 신구약 사이, 성경 전체의 큰 맥락으로 본문을 보게도 합니다. 하지만 그럴 경우에 본문을 강해하는 설교가 아니라 교리를 설명하는 경우가 되기 쉬워 실제 구현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강의가 되지 않도록 애씁니다.
요리문답을 설교한다고 할 때, 문답의 내용을 담은 본문을 잘 선택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그러고 나면 때로 요리 문답의 흐름과 본문의 맥락 가운데 선택해야 할 때가 옵니다. 이 경우 해당 문답의 내용 전체를 다루는 대신 본문에 해당하는 부분만 본문을 강해하려고 합니다. 본문을 설교하면서 해당 교리가 드러나도록 부각하거나 자연스럽게 드러나게 하려고 합니다. 한 문답을 한 번의 설교에 다 설명할 필요도 없고, 교리 설교도 결국 성경을 설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특정 교리가 한 구절로 제대로 설명되기 어려운 경우에는 해당 본문을 집중해서 설교하는 대신 성경 전체로 해당 교리의 의미를 드러내도록 설교하기도 합니다.
주제 설교
설교에 무엇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힘든 것 중 하나가 본문을 정하는 일입니다. 주제 설교는 이에 대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본문을 강해하지 않고, 특정한 주제로 설교하는 것을 지양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제목 설교의 폐해가 있기 때문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저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다만 목회 현장에서 특정 주제를 설교할 필요나 그런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기도 합니다. 그럴 경우에 주제 설교는 추천하는 방법은 아닐지 몰라도 대안이 되기도 합니다.
좋은 주제를 다루는 책을 선택하고 책에서 다루는 주제 중에서 설교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추리기도 하고, 그대로 따르기도 합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책에서 각 장마다 다루고 있는 내용을 저자가 제시하는 바와 비교하여 살핀 후 인사이트를 얻는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자가 제시하는 본문이나 자신이 생각하는 본문을 선택하여 설교합니다. 책의 내용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힌트를 얻어 본문과 씨름합니다. 저자가 제안하는 관점으로 본문을 읽게 되면 혼자 본문 설교했을 때와는 다른 시야로 본문을 바라볼 수 있는 지평이 열리는 유익이 있습니다. 다만 주제나 제목 자체가 설교의 뼈대가 되어 성경을 편집해서 설교하지 않도록 주의합니다.
상황 설교
부교역자도 상황에 따라 주일 공예배 설교를 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꼭 그런 경우가 아니라 도 연속된 설교가 아니라 단 번의 설교를 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는 교회에 필요한 말씀 혹은 본인이 평소 연구하고 숙고하던 내용을 설교할 수 있습니다. 부교역자는 담임 목회자가 아니기에 교회의 형편을 속속들이 다 알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지역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로 하나님이 설교를 통해 주시는 메시지를 전하는 말씀 봉사의 사역에 부교역자도 예외가 아닙니다. 그래서 교회에 필요한 내용을 고민하면서 잘 준비하여 설교할 수 있습니다.
때로 상황을 다 몰라서 설교하는 젊은 설교자를 통해 하나님이 교회에 필요한 말씀을 듣게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겸손하지만 담대한 마음으로 설교해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전하고자 하는 교회의 형편이나 설교자의 마음에 너무 몰입하여 본문을 오독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회에 필요한 말씀을 전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지지하는 성경 구절을 찾는 것을 혼돈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겸손히 기도하면서 설교자를 통해 교회에 주시고자 하시는 말씀인지를 고민하며 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름대로 구분한 내용이 적절한 분류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보다 더 선명하게 전하기 위해서는 각 설교에 해당하는 구체적인 예를 드는 것이 필요한데 거기까지는 차마 이야기할 용기가 없습니다. 부족한 사람을 설교단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사람으로 세우시는 은혜가 두렵고 감사할 뿐입니다. 불러 세우신 자리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할 말씀을 정직하고 성실하게 애쓰며 전하는 모든 설교자들 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