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획기사의 주제는 "교회는 어떻게 세워지는가?"입니다. 우리는 현재 교회 위기의 시대를 넘어 생존을 걱정해야할 시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저출산 문제와 고령화 사회, 그리고 복음전도의 위축은 교회의 생존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교회는 이 땅의 유일한 소망이자 구원의 방편이며, 하나님께서는 자신을 참되게 예배하는 교회를 이 땅에 항상 있게 하실 것입니다. 또한 그러한 믿음 가운데 개혁주의 장로교회를 세워가기를 소망하는 목회자들 또한 항상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건강한 교회를 세우기 위해 목회 현장에서 분투하는 이들의 수고와 고민을 소개하고, 위기의 시대에 교회가 어떻게 생존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지혜를 나누고자 합니다. - 편집자 주
교회는 어떻게 세워지는가 (7)
말씀으로 세워져야만 하는 교회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담임)
재료와 제품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다. 가구를 만들려면 나무가 필요하고, 자동차를 만들려면 철강이 필요하다.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철근과 콘크리트가 필요하다. 창조자가 아닌 이상 만들기 위해서는 재료가 필요하다.
우리는 흔히 ‘교회를 세운다’고 말한다. SFC 강령은 개혁주의 ‘교회 건설’을 부르짖는다. 교회는 만든다기보다 세운다. 교회를 세우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건물로 비유되는 교회
교회를 ‘세운다’고 하니 건물처럼 생각할 수 있다. 교회를 세우는 것을 교회건축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선교지 등에 교회당을 짓고는 “교회를 몇 군데 세웠다”고 말하기도 한다.
실제로 성경은 교회를 건물에 비유하면서 “세우라”고 말한다. “너희는 하나님의 밭이요 하나님의 집이니라”(고전 3:9; 개역개정은 “집”이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building”이다.) “만일 누구든지 금이나 은이나 보석이나 나무나 풀이나 짚으로 이 터 위에 세우면”(고전 3:12), “그의 안에서 건물마다 서로 연결하여 주 안에서 성전이 되어 가고 너희도 성령 안에서 하나님이 거하실 처소가 되기 위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가느니라”(엡 2:21-22) 등의 표현이 그렇다.
또한 바울은 자신을 ‘건축자’로 표현한다(고전 3:9-15; 갈 2:18). 예수님도 “내 교회를 세우리니”(I will build my church)라고 하셨다(마 16:18). 그러면서 “반석(πέτρᾳ) 위에”라고 하셨다.
하지만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이는 비유다. 성경은 종종 교회를 비유적으로 표현한다(고전 12장; 롬 15장; 엡 1:23; 4:15-16). 우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교회를 건물로 표현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교회를 세운다는 건 교회당을 세우는게 아니다.
그러면서도 기억해야 한다. 예수님이 자기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셨고(마 16:18), 바울이 자신을 ‘건축자’로 지칭하면서(고전 3:10) “너희는 하나님의 건물이다”(고전 3:9)라고 말씀한 것에 근거해 우리는 교회를 세워야 한다. 함께 지어져 가야 한다(엡 2:22). 우리 모두는 교회 건축자다. 교회 건설의 책임이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있다.
말씀으로 세워져야 할 교회
그렇다면, 교회는 어떻게 세워야 하는가?
교회의 터는 예수 그리스도다(고전 3:11; 찬송가 600장). 사도들과 선지자들도 교회의 터다(엡 2:20).
예수님, 사도, 선지자가 터라는 말은 모호하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예수 그리스도 안에 있는 복음 진리다. 예수님이 전하신 복음이다. 예수님의 제자로서 복음 그 자체이신 예수님으로부터 직접 배웠으며, 예수님을 눈으로 보았으며,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목격했고, 예수님의 손에 있던 못 자국을 만져보았던 사도들(요 20:27; 요일 1:1)이 전해 준 복음이다. 교회는 바로 이러한 터 위에 서야 한다. 교회는 반드시 복음 진리 위에 세워져야 한다. 이 진리를 벗어나거나 이 진리를 강조하지 않는 교회는 바르게 세워진 교회가 아니다.
아무리 건물이 크고, 예배 참석자 수가 많아도, 바른 복음 위에 세워져 있지 않다면 교회가 아니다. 그렇게 세워지는 교회는 수십 년을 지탱할지 몰라도 결국 무너진다. 예수님은 반석(바른 신앙고백) 위에 교회를 세우겠다고 하셨고(마 16:18), 모래 위에 세운 집은 금방 무너질 것이라고 하셨다(마 7:26-27).
사도적 복음 위에 세워져야 할 교회
우리는 처음 새로운 교회를 세우지 않는다. 이미 사도들이 세운 터 위에 교회를 계속 세운다. 바울은 “...내가 지혜로운 건축자와 같이 터를 닦아 두매 다른 이가 그 위에 세우나...”(고전 3:10)라는 말씀을 통해 이 사실을 분명히 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은 교회의 창설직원인 사도들에게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20)고 하셨다. 이 명령에 따라 예수님의 승천 이후 사도들은 가르쳐 지키게 함으로 교회를 세웠다. 창립했다. 이제 이후 우리는 그 교회 위에 교회를 세워나간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러나 각각 어떻게 그 위에 세울까를 조심할지니라”(고전 3:10)는 말씀대로, 조심히 교회를 세워야 한다. 사도가 세운 대로 세워야 한다. 사도가 놓은 기초를 따라 세워야 한다. 사도들이 창립한 교회의 한 부분으로 교회를 세워야 한다. 사도적 복음의 표준을 따라 교회를 세워야 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 마음대로 교회를 세워서는 안 된다(고전 3:10). 또 다른 창립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바른 교회 건설이란, 사도들이 닦은 터 위에 교회를 세워나가는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이, 성경 말씀이 교회 건설을 위한 설계 도면을 이미 제시해 주었다. 우리가 세워야 할 교회는 거기에 그 원리와 실례가 나와 있다. 우리는 거기에 기초해서 이미 제시된 대로 세워나가야 한다. 사람의 지혜를 따라 세워서는 안 된다. 현대적 종교의 경험에 기초해서 세워서는 안 된다. 사도들이 닦은 터 위에 교회를 잘 세워야 한다.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아무렇게나 세우려 해서는 안 된다.
교회는 오직 말씀으로 세워져야 한다. 사도가 행했던 직분적 사역 중 가르치는 사역을 이어받은 목사는 사도적 복음을 전해야 한다. 사도적 교회가 무엇인지를 가르쳐야 한다. 나머지 모든 회중들은 그렇게 전파된 사도적 복음을 따라 사도적 교회를 세워야 한다.
참 교회는 바른 교훈을 통해서 세워진다(딛 1:9). 바른 교리, 건전한 교훈, 견고하고 확실한 교훈이 없다면, 참되고 바른 교회가 세워질 수 없다. 교회는 하나님의 진리, 그리스도의 복음으로 세워야 한다.
말씀 사역자의 중요성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님은 지금도 각 교회에 말씀 사역자를 보내셔서 예수 그리스도라는 교회의 터 위에 하나님의 건물, 하나님의 성전,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를 세워가게 하신다(엡 4:12; to the building up of the body of Christ; NASB).
그렇기에 말씀 사역자는 그리스도로부터 위임된 말씀 선포의 책임을 따라 하나님의 건물을 짓는 건축자로 일해야 한다. 복음 진리, 그리스도의 말씀, 교리, 기독교적 삶을 가르쳐야 한다. 오직 성경(Sola Scriptura)과 전체 성경(Tota Scriptura)에 근거하여, 꺼리지 않고 하나님의 뜻을 다 전하며(행 20:27), 읽는 것과 권하는 것과 가르치는 것에 전념해야 한다(딤전 4:13). 중생, 칭의, 성화의 복음을 가르쳐야 한다.
때로 교인들은 바른 교훈을 받지 않으려 할 것이다. 자기 귀에 좋은 말만 해 주는, 그래서 귀를 가려줄 말만 들으려 할 것이다(딤후 4:3). 진리에서 돌이켜 허탄한 이야기를 따르려 할 것이다(딤후 4:4). 그렇더라도 전도자의 직무를 다하여(딤후 4:5) 때를 얻든지 못 얻든지 항상 말씀을 전파해야 한다(딤후 4:2).
들은 바 말씀에 기초한 실천
말씀 사역자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치면, 모든 성도는 말씀 사역자의 입에서 나오는 사도적 복음을 귀 기울여 듣고, 믿음과 사랑으로 받아들이고(웨스트민스터 소요리문답 제90문답), 믿음과 결부시키며(히 4:2), 그 가르침에 자기를 쳐 복종케 하고(고전 9:27), 하나님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자식으로 충만해져 우리가 다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것과 아는 일에 하나가 되어 온전한 사람을 이루어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이 충만한 데까지 이르러야 한다(엡 4:13). 배운 바른 교훈에 기초해서 자기 자신을 세우고, 교회를 세워야 한다.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함께 지어져 감으로, 하나님의 성령께서 거하시는 거룩한 성전으로 세워져 가야 한다(엡 2:22). 그렇게 사도들로부터 받은 교훈을 상속받아 교회에 속한 성도들이 함께 몸 된 교회를 세워야 한다(엡 2:22).
교회는 오직 말씀으로 세워진다. 말씀만이 교회를 바르게 세운다. 진리의 말씀을 떠나서 교회는 바르게 세워질 수 없다. 수천 명이 모여도 말씀이 바르지 않다면 교회는 세워지지 않고 있다.
복음 외에 다른 것으로 세울 수 없다
교회는 복음 아닌 다른 것으로 세울 수 없다. 교회는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는 이들이 모인 공동체다(마 16:16-18; 요 20:31). 따라서 그리스도의 복음만이 교회를 세우는 유일한 재료다.
교회는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공동체도 아니요, 어떤 이념을 중심으로 모인 공동체도 아니다. 교회는 취미, 친목, 세상의 다른 관심사로 인해 모인 단체도 아니다.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진리 위에서만 교회는 정당하게 세워질 수 있다.
다른 것으로 세운 교회의 결말
교회 역사는 말씀 위에 세워지지 않은 교회의 결말을 잘 보여준다. 중세 교회는 말씀의 기초를 떠나 인간의 전통과 권위 위에 세워져 타락과 몰락의 길을 걸었다. 말씀 아닌 다른 것으로 교회를 세울 때, 두어 세대 정도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금세 교회의 헛됨이 드러날 것이다.
결론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지금도 계속해서 자신의 몸 된 교회로 자기 백성을 불러 모으시고(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 제54문답), 교회를 세워가신다. 이때 철저히 자기 말씀을 사용하신다. 이런 점에서 말씀 사역자가 어떻게 말씀을 가르치느냐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말씀을 바르게 전하지 않는다면 교회는 바르게 세워지지 않는다. 이를 기억하며 말씀 사역자인 목사는 자신이 맡은 직분을 진지하게 감당해야 하며, 성도는 그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야 한다.
교회는 오직 말씀으로만 바르게 세워진다. 그렇게 세워진 ‘반석 위에 세운 집’과 같은 교회는 안팎의 어떠한 시험, 환난, 공격, 시련에도 결코 무너지지 않는다(마 7:24-27; 찬송가 204장).
이 사실을 명심하고 우리는 말씀 위에 굳건히 서서, 주님께서 기뻐하시는 견고하고 아름다운 교회를 세워가야 한다. 바른 교훈이 가르쳐지고, 바른 교훈을 배우는 교회가 되어야 한다(딛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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