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정론이 새롭게 시작하는 기획기사 ‘김 집사가 알아야 할 교회법’은 교회법의 전반적 내용을 쉽게 해설하는 시리즈입니다. 기독교보와 함께 진행하는 시리즈로서 여기에 싣는 것은 기독교보의 허락을 받았습니다. 글 내용은 기독교보에 실린 그대로인 경우도 있으며, 오프라인 신문 지면의 한계상 다 싣지 못한 내용을 여기에는 그대로 싣습니다. - 편집자 주
목사님이 교회를 사임하셨는데 너무 한 거 아닙니까

손재익 목사
(한길교회 담임)
김 집사: 목사님. 제 친구가 담임목사님이 사임하셔서 많이 힘들어합니다. 양 떼를 버리고 가는 목자가 어디 있냐면서 저에게 하소연하는데요. 그런데 목사님~! 목사가 교회를 사임하는 건 왜 그런 겁니까? 하나님께서 맡기신 교회인데 은퇴할 때까지 시무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손 목사: 집사님 말씀대로 목사에게 시무교회는 목자장 예수님께서 친히 맡기신 양무리가 있는 목양지(牧羊地)입니다(행 20:28; 벧전 5:2-4; 히 13:20). 목사가 한 교회를 맡은 것은 하나님의 부르심에 근거합니다. 그러므로 목사가 교회를 함부로 사임해서는 안 됩니다.
김 집사: 그러면 그 목사님은 왜 교회를 사임하셨을까요?
손 목사: 제가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지만, 다양한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하나님의 다른 부르심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다른 교회에서의 청빙이 있었기 때문에 사임한 경우죠.
김 집사: 청빙이 있다고 무조건 사임하는 겁니까?
손 목사: 그런 건 아닙니다. 한 개체교회의 부름을 받아 시무 중인 목사는 그 교회에서의 부름을 신중히 여기고 함부로 그만두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는 안 됩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그리스도와 노회로부터 한 교회를 목양하도록 위임받았는데 말이죠. 교회헌법은 위임목사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5년 이내에는 위임한 교회를 사임하지 못한다고 말합니다(정치 제49조 제2항). 이렇게 정한 이유는 함부로 사임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김 집사: 그 목사님은 그냥 큰 교회에서 오라고 해서 가신 것 같은데요.
손 목사: 제가 모르는 분이기에 사정을 다 알 수는 없으나,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아마도 신중하게 하나님의 뜻을 구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청빙에 나타난 하나님의 부르심을 심사숙고하여 결정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청빙을 받았다고 무조건 옮겨서는 안 됩니다. 현재 교회에서의 부르심이 여전하므로 심사숙고하며 기도한 후 결정해야 합니다. 현 시무지보다 교인이 많고 재정이 여유롭고 좋은 지역으로의 이동만 부르심으로 생각하는 것은 “부름 받아 나선 이 몸 어디든지 가오리다”는 고백에 어긋납니다. 그런 목사도 있겠지만, 아닌 목사가 대부분이라고 믿습니다.
김 집사: 청빙이 없는 경우에는 절대로 사임해서는 안 되는 것이죠?
손 목사: 아닙니다. 다양한 이유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사임하신 이유가 현 시무지에서의 목회가 본인이 감당하기에 적절치 않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습니다.
김 집사: 다른 교회의 청빙을 받을 때 목사의 인간적 마음이 어떨지도 궁금합니다.
손 목사: 집사님의 질문의 의도대로 목사도 한 사람의 인간입니다. 원리를 따르면서도 인간적인 생각을 하기도 할 것입니다. 청빙이 있기 전부터 목회에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주변 사람에게는 내색하지 않더라도 장로나 교인과의 갈등이 있었을 수 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사임해도 된다는 건 아닙니다. 목사직을 수행할 때 어려움은 당연합니다(딤후 3:12). 그렇기에 비록 교인의 반대나 핍박이 있더라도 목사는 인내해야 합니다(딤후 2:24). 복음을 전하고, 바른 교훈으로 권면할 때, 연약하거나 불신앙적인 교인들이 말씀을 거역하거나 반대하고 핍박한다는 사실은 성경에도 나와 있습니다(렘 26:8-9; 29:19; 마 23:34-35; 딤후 4:2-5). 그렇기에 만약 그런 이유라면 더더욱 사임하지 말고 더더욱 인내해야 합니다. 구약 선지자들은 반대와 핍박에도 불구하고 인내했습니다. 목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목사로 임직할 때, “어떤 핍박이나 반대를 당할지라도 인내하고 충심으로 복음 진리를 보호하며, 교회의 성결과 화평을 힘써 도모하여 근실히 사역하기로 서약”했기 때문입니다(시행세칙 제2조).
손 목사: 역으로 교인의 관점에서 묻고 싶습니다. 친구분은 사임하신 목사님에 대해 원망하시면서, 교회와 교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말입니다.
김 집사: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안 하는 것 같던데요.
손 목사: 안타깝게도 요즘에 교인들은 목사에게만 모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사의 사임을 원망하면서도 정작 사임에 이르게 된 계기에 대해서는 잘 돌아보지 않습니다.
김 집사: 교인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말씀인가요?
손 목사: 누구의 책임을 말하기보다 목사와 교인의 관계는 둘 다 중요하다는 말씀입니다. 교인은 목사 위임식 때 서약했습니다. “겸손하고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훈하는 진리를 받으며 치리에 복종하겠다. 목사가 수고할 때 위로하며 도와주겠다. 안위가 되도록 모든 요긴한 일에 도와주겠다”라고요(시행세칙 제3조). 그런데 그런 서약을 지키는 일에는 무관심합니다. 당회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당회는 목사와 협력해야 합니다(정치 제6장 제66조). 목사에게 어려움은 없는지, 교인 중에 목사에 대한 거짓 소문이나 비방을 하는 일은 없는지, 목사를 지속적으로 괴롭히고 방해하는 사람은 없는지 평소에 살펴야 합니다. 목사의 평안치 못함은 결국 그로 하여금 사역하기 어렵게 만들어 사임을 결심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목사가 그러한 사실을 일일이 말하기 어렵다는 점을 늘 염두에 두면서 말입니다.
김 집사: 굉장히 중요한 부분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손 목사: 제가 아는 교회 중에는 담임목사가 자주 바뀌는 교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지 못하는 교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담임목사가 자주 바뀌는 것은 교회에 아무런 유익이 없습니다. 목사의 목회는 시간을 더할수록 더욱 탄탄해집니다. 목사가 자주 바뀔 때 교회는 가르침을 받는 일에 혼선이 생기고, 말씀을 깊이 알아가는데 지장을 받습니다.
김 집사: 맞는 말씀입니다.
손 목사: 목사와 교인의 관계는 목자장 예수님으로부터 옵니다. 그러므로 “담임목사와 교인 사이의 목양 관계는 중대한 이유 없이 경솔하고 조급하게 깨뜨려서는 안 됩니다.”(『교회정치문답조례』 제660문답) 목양 관계는 누구 한 사람의 책임이 아닙니다. ‘성도의 교제’를 믿고 고백하는 교회 전체의 책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