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7회 정암신학강좌,
종교개혁자 피터 버미글리(Peter Martyr Vermigli)에 대해 조명하다
손재익 객원기자
제27회 정암신학강좌가 2015년 11월 10일(화) 오후 2시 송파제일교회당(조기원 목사 시무)에서 열렸다. 정암신학강좌는 합동신학교의 초대 교장을 지낸 정암 박윤선 목사(1905-1988)를 기리는 학술행사로 합신 교단의 가장 큰 연중행사 중 하나이다. 『종교개혁과 개혁신학: 피터 버미글리(Peter Martyr Vermigli)』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강좌에는 허순길 목사(전 고려신학대학원장)가 설교와 특강을, 에미디오 캄피(Emidio Campi) 교수(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은퇴교수, 역사신학)가 종교개혁자 피터 버미글리(Peter Martyr Vermigli)에 대하여 2번에 걸쳐 강의했다.
이문식 목사(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동창회장, 광교산울교회 담임)의 사회로 시작된 개회예배에서는 허순길 목사가 예레미야 6:16-19을 본문으로 『옛적 길로 가라』라는 제목으로 말씀을 전했다. 설교를 통해 허 목사는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옛적 길을 등한히 여기고 옛적에 주신 하나님의 말씀을 낡은 것이라 생각하는 현실을 지적하고, 예레미야 선지자가 지적한 것 같이 옛적 길이 곧 선한 길이요 그 길로 가는 자에게 하나님께서 평강을 주신다고 전했다. 허 목사는 오늘날 교회의 강단에서 하나님의 말씀과 복음의 순수한 내용이 증거되기보다는 사람들이 듣기 좋은 말만 전해지고 있고 사람의 마음을 즐겁게 해 주는 무대처럼 변하고 있음에 대해서 안타까운 심정을 예레미야 선지자의 말씀에 근거하여 힘있게 증거했다.
조병수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총장)의 인사에 이어 진행된 특강에서 허순길 목사는 『정암 회상: 그의 신앙과 삶』이라는 제목으로 박윤선 목사에 대해 전했다. 박윤선 목사의 고려신학교 교수시절 조교를 지낸 바 있는 허순길 목사는 1952년에 처음 접한 박윤선 목사의 강의를 회상하면서 박 목사의 신앙과 삶에 대해 강의했다.
허 목사의 눈에 비친 박윤선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갖고 있었다.
1) 칼뱅주의 신학에 확신을 가진 신학자요, 열정을 가지고 그것을 가르쳤고, 고신의 초기 신학을 주조하였다.
2) 오직 성경(Sola Scriptura)의 신학과 신앙에 충실한 분이었다. 그의 유명한 표현인 ‘계시의존적인 사색’은 종교개혁의 성경관에 기초한 것이었다.
3) 의리를 알고 지키는 신자요 신학자였다.
4) 사람을 의지하지 않고 오직 하나님만 의지하는 분이었다.
5) 인간의 전적 부패를 믿고, 이를 자기 속에 항상 감지하고 기도로 싸우며 극복한 삶을 산 분이었다.
6) 단순하고 솔직하고 생활이 밝았다.
7) 물질을 초월해 사신 분이었다.
8) 칼뱅주의 신학을 제자들의 가슴에 안겨주고, 성경 전권의 주석을 완성하고자 하는 생의 목표를 향해 직선으로 달린 분이었다.
특강에 이어 스위스 취리히대학교 은퇴교수인 에미디오 캄피(Emidio Campi)가 종교개혁자 피터 버미글리(Peter Martyr Vermigli)에 대해 강의하였다. 참고로 한국인으로 피터 버미글리(Peter Martyr Vermigli)에 대해 연구한 분으로는 고신 목사인 김진영 목사(현 서울중앙교회 담임)와 김진흥 박사(호주 장로교 신학교 교수) 형제가 있다.[1] 제1강좌와 제2강좌로 나누어 진행된 강좌에는 이승구 교수와 김병훈 교수가 각각 통역했다.
제1강좌에서는 피터 버미글리(Peter Martyr Vermigli, 1499-1562)의 생애에 대해 강의했다. 캄피 교수는 버미글리의 생애는 데오도르 베자가 『초상들(the Icones)』에서 세 어귀로 요약하여 표현한 “투스카니는 당신을 축출하였고, 독일과 영국은 당신을 모셨었는데, 죽은 마터를 스위스가 이제 보호하도다”(Tuscia te pepulit, Germania et Anglia fovit, Martyr, quem extinctum, nunc tegit Helvetia)이 좋은 가이드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하였다. 먼저 “투스카니는 당신을 축출하였고”(Tuscia te pepulit)를 통해서 이탈리아 인문주의자이자 어거스틴 종단의 수도자요 신부였던 버미글리가 르네상스의 중심지인 이탈리아에서 히브리어와 아람어, 시리아어, 이디아피아어 등 소위 갈대아어들에 관한 깊은 지식을 얻게 되었고, 교부들의 작품들 특히 어거스틴과 크리소스톰의 작품들을 연구하였던 것에 대해 다루었다. 다음으로 “독일과 영국은 당신을 모셨었는데”(Germania et Anglia fovit)를 통해서 독일교회와 영국교회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다루었다. 마지막으로 “죽은 마터를 스위스가 이제 보호하도다”(Martyr, quem extinctum, nunc tegit Helvetia)를 통해서 취리히에서의 안정적인 생활 가운데 사사기, 사무엘서, 열왕기서 등의 주석을 완성한 그의 삶에 대해서 다루었다.
제2강좌에서는 버미글리의 교회론에 대해 강의했다. 버미글리는 원래 신부였지만 프로테스탄트가 되었다. 이로 인해 그의 동료들로부터 공교회를 떠났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공교회를 떠난 자였는가? 하는 문제가 생기는데, 이와 관련해서 사도신경에서 고백하는 바 “거룩한 공교회를 믿사오며”라는 고백을 버미글리가 어떻게 받아들였는지에 대해서 다루었다. 캄피에 의하면 버미글리는 안디옥의 이그나티우스-키프리안-예루살렘의 씨릴-르렝의 뱅상 등을 통해 전해진 공교회(catholic)의 정의에 대한 바른 이해가 있었고, 교회의 표지에 대해 칼뱅의 주장을 따르면서 또한 권징을 교회의 표지로 이해했다.
이번 정암신학강좌에서 버미글리를 다룬 것은 매우 뜻깊었다. 왜냐하면 이 신학강좌가 기리는 박윤선 목사도 언어에 능통한 주석가였고, 버미글리 역시 그러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개혁주의 신학자 박윤선과 스위스의 종교개혁자 버미글리는 시간과 공간은 다르지만 동일한 하나님의 사람이었다.
이번 강좌를 맡은 에미디오 캄피(Emidio Campi)교수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부설 개혁신학사상연구소(소장:김병훈 교수) 주관으로 11월 9~13일에 진행되는 특별강좌에 초청받았고, 하인리히 불링거에 대해서도 다루게 된다.
▲ 여든이 넘은 노령의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힘있게 말씀을 전하는 허순길 목사 ⓒ 손재익
▲ 버미글리에 대해 소개하는 에미디오 캄피 교수 ⓒ 손재익
▲ 강좌를 경청하는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 학생을 포함한 청중들 ⓒ 손재익
관련기사: 제26회 정암신학강좌, “개혁교회와 신앙교육”이라는 주제로 개최 (2014. 11. 14.)
(http://reformedjr.com/xe/4456)
[1] Jin Heung Kim, Scripturae et patrum testimoniis: The Function of the Church Fathers and the Medievals in Peter Martyr Vermigli’s Two Eucharistic Treatises: Tractatio and Dialogus (Apeldorn: Instituut voor Reformatieonderzoek,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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