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생활의 순결에 대한 불감증
“고신은 신사참배를 반대하다가 감옥 살이를 한 사람들이 세운 교단으로서…” 고신은 고신을 소개할 때 이렇게 말한다. 함께 내세우는 것이 ‘회개 운동’이다. 이에 따라 고신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표어는 ‘신앙의 정통과 생활의 순결’이다. 이 표어는 고신 정신을 함축하며, 고신의 존재 이유이다.
2026년 2월, 고신의 부총회장이던 모 목사의 욕설 파문이 일었다. 녹취된 욕설은 그리스도인의 입에서 나왔다고 믿기 어려웠다. 결국 부총회장직과 담임목사직을 사퇴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신속한 대응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려스러운 모습도 나타났다. 파문이 일어난 지 1주일도 안 되어 일부 목회자들은 이를 폭로한 사람과 매체가 누구인지에 대해 더 관심을 가졌다. 나아가 아직 노회의 공적인 권징 절차가 진행되기도 전에 원로목사 추대 공동의회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회개의 자리에 면죄부가, 권징의 자리에 원로 추대가 들어섰다. 깊이 다루어야 할 회개 문제와 공동체적 책임 문제는 충분히 다뤄지지 못한 채, 형식적인 정리로 대체되는 듯한 인상을 주었다. 그 결과, 마땅히 세워져야 할 질서와 회복의 과정이 온전히 드러나지 못하고, 오히려 서둘러 덮는 듯한 아쉬움을 남겼다.
우리는 이 파문과 일각의 대응을 보면서 ‘생활의 순결과 회개운동’을 자랑하는 고신의 현실을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생활의 순결을 말하는 우리는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가? 교회는 과연 세상과 다른가? 세상보다 한 차원 높은 윤리의식을 갖고 있는가? 도덕 불감증에 걸린 것 아닌가? 회개운동을 자랑하는 고신은 회개를 바르게 이해하고 있는가? 세상보다 못한 윤리 의식을 가진 교회가 불신자들에게 복음을 전할 자격이 있는가? 이 문제로 인해 충격 받은 수많은 그리스도인들에게 우리는 무엇이라 말할 것인가? 오늘날 고신에 “생활의 순결”이 있는가? 실체 없는 구호만 반복하는 앵무새는 아닌가?
고신 초기 선배들이 보여준 ‘생활의 순결’이 지금 현재의 고신을 규정하지 않는다. ‘신앙의 정통과 생활의 순결’은 구호로 그쳐서는 안 된다. 80여 년 전 선배들의 신앙적 결단을 영원한 면죄부처럼 사용하는 것은 스스로를 기만하는 일이다.
우리는 생활의 순결이 무엇인지, 성경이 말하는 회개가 무엇인지, 무엇보다 ‘신앙의 정통과 생활의 순결’이 과연 고신의 표어인지 고신의 현재인지 되물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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